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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붙이를 굶기지 않으려 칼을 잡은 사무라이...[바람의 검 신선조]
"피붙이를 굶기지 않으려 칼을 잡은 사무라이...[바람의 검 신선조]" 내용보기
1. 2003년 타키타 요지로 감독이 피붙이와 돈, 의리 사이에서 가야할 길을 찾아가는 칼잡이를 그린 영화, <바람의 검 신선조>. 본디 이름은 <미부 기시 덴 when the last sword is drawn>으로, 도꾸가와 바쿠후 시절 일본 교토의 변두리 미부를 근거지로 한 사무라이들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철도원'과 '러브 레터'를 쓴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칼
"피붙이를 굶기지 않으려 칼을 잡은 사무라이...[바람의 검 신선조]" 내용보기

1.

2003년 타키타 요지로 감독이 피붙이와 돈, 의리 사이에서 가야할 길을 찾아가는 칼잡이를 그린 영화,

<바람의 검 신선조>. 본디 이름은 <미부 기시 덴 when the last sword is drawn>으로,

도꾸가와 바쿠후 시절 일본 교토의 변두리 미부를 근거지로 한 사무라이들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철도원'과 '러브 레터'를 쓴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칼솜씨는 뛰어나지만 돈이 없어 피붙이들과 떨어져 살게 되는 칼잡이의 삶을 그렸다.

 

2.

1899년 겨울 도쿄, 만주로 이사가려는 오노 치아키의 병원에 아픈 손자를 업고 온 늙은이 사이토 히지메(사토 고이치)는 병원에 있는 사진을 보고 놀란다. 

내가 증오했던 사내를 여기서 보다니...사이토는 30년이나 더 된 옛날 생각에 잠긴다.

 

1863년 도쿠가와 바쿠후의 힘이 떨어져 칼잡이들이 날뛰기 시작한 교토,

어지러운 고을을 바로 잡겠다고 나선 이들이 '신선조'라 불리는 칼잡이(사무라이) 무리들이다.

 

이 무리에 시골 칼잡이 요시무라 칸이치로(나카이 키이치)가 들어온다.

아내 신즈(나츠카와 유이)와 아들 카이치로, 딸 미츠를 고향인 모리오카 난부에 두고 돈을 벌러 왔다.  

칼 솜씨는 빼어나 칸이치로는 곧 신선조 무리의 사범이 된다.

 

그날 저녁 술 한잔 하는 자리에서 사이토는 칸이치로의 술을 받아 마시지만 즐겁지 않다.  

떠나온 고향 모리오카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는 둥, 제 아들이 칼도 잘 다루고 착하다는 둥,

딸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만큼 귀엽다는 둥...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칸이치로를 보자 사이토는 성이 났다.

 

'아니, 사나이가 고향 생각에 눈물이나 흘리고...이런 놈이 무슨 사무라이야...사람을 죽인지 벌써 한 달이 지났으니 오늘은 이 놈을 죽여야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집에 같이 가자고 한다.

 

사이토는 무서운 사람이다. 남들이 그리워하는 고향 이야기를 싫어하고,

사내가 눈물을 흘린다고 사내답지 못한 것으로 여겨 죽이겠다니...

이런 사람을 만나면 거슬리지 말고 그저 달아나는 게 목숨을 건지는 길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알 길이 없는 칸이치로는 사이토를 따라 빗속을 같이 간다.

외진 곳에서 사이토는 칼을 뽑아 칸이치로를 죽이려 한다.

"왜 이러십니까? 장난이 지나치십니다." 하면서 칸이치로는 사이토의 칼을 피하며 제 칼을 뽑는다. 창~창~ 

 

3.

병원의 원장인 오노 치아키(무라타 타케이로)는 같은 사진을 보면서 옛 생각에 잠긴다.

 

하급무사이지만 칼솜씨가 뛰어나고 잘 가르친 탓에 자기 고향에서 검도 사범이 되었던 칸이치로,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된다, 시대를 앞서가라, 강해져라, 바위를 쪼개라" 하며 가르쳤다.

 

돈 벌러 간 칸이치로의 교토 생활은 어떨까?

어리숙하게 보이는 시골 사내라 모두 낮춰 보지만, 사이토 만은 다르게 본다.

 

칼잡이라면 오로지 칼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칸이치로는 돈에 목숨을 건다.

어느 때나 밥을 굶고는 살 수 없는 법...피붙이들이 배를 곯을 때 사내들의 마음은 찢어진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밥을 먹게 하리라...그 짓이 사람을 죽이는 일일지라도...

 

배를 갈라 스스로 죽기로 한 이가 죽지 않고 날뛰니까 한 칼에 목을 베어 버린다.

"미안하오. 나를 용서하시오" 칸이치로가 주검을 보고 조용히 말한다.

그리고는 잘 했다고 윗 사람이 상을 주려하자 같이 곁에 있었던 이는 되었다 하지만,

칸이치로는 칼날에 흠이 생겼으므로 새로 칼을 사게 돈을 달라고 한다. 그것도 많이...

 

칸이치로가 하는 짓을 보고 있던 사이토는 어이가 없다. 멀쩡한 칼인데...

또 간이 크게도 사이토 사범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고...오로지 돈만을 밝힌다.

달삯을 받으면 곧바로 고향에 돈을 부치는 칸이치로...

 

세상은 피붙이를 생각하는 마음뿐이던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도쿠가와를 버리고 텐노오(천황)를 앞에 세우는 이들과 그래도 300년을 이어온 도쿠가와 집안을 버릴 수 없다는 이들로 신선조는 나뉜다.

 

칼솜씨가 뛰어난 사이토와 칸이치로는 두 무리가 다 들어오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지는 해인 도쿠가와 집안을 따라야 할지, 새로 떠오르는 텐노오를 따라야 할지...

돈 때문에 난부를 떠났던 칸이치로가 다시 신선조를 떠날 수 있을까?

 

돈을 모아서 아내와 아이들과 살고 싶어 했던 칸이치로의 바람은 뜻을 이룰지...

아무도 모르게 눈 내린 밤에 난부를 떠날 때, 아들인 카이치로가 한 말을 지킬 수 있을까? 

"아버지, 돌아오실 때는 웃으면서 오셔야 합니다."

 

4.

교토에서 칸이치로와 같이 지냈던 사이토와 난부에서 어렸을 때 부터 칸이치로를 보았던 치아키가

사진을 보면서 서로 겪은 일들을 다르게 보여주며 이야기를 끌어 가는 모습이 좋다.

칸이치로의 삶을 이쪽과 저쪽에서 다른 눈길로 되짚어 보는 즐거움은 보는 이를 영화에 빠져들게 한다.

 

"신선조는 피에 굶주린 폭도 집단이야...결국 우리 모두 쓸모없는 존재일뿐이지..."

차갑게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사이토 노릇을 한 사토 고이치의 모습은 오래 남는다.

 

칸이치로가 세이난 싸움에서 지친 신선조 무리들에게 주먹밥을 구해줘서 하나씩 돌릴 때,

사이토한테도 하나 건네자 배가 고파 허겁지겁 다 먹고는 "너는 먹었나?"고 묻는데,

칸이치로가 웃으며 "저는 굶는데 이골이 나서 안 먹어도 됩니다" 한다.

 

사이토는 "어차피 죽고 죽이는 세상인데, 너 같은 놈이 싫어" 하면서 대뜸 칸이치로의 목을 조른다.

제 목숨만 생각하고 돈만 밝히는 줄 알았는데...뒤통수를 맞은 사이토가 성이 나서 분풀이를 한다.

 

겉으로는 신분 차이로 칸이치로를 나무라지만 속으로는 동무로 생각하고 뒤를 봐주는

난부의 다이묘(고을 우두머리)인 오노 지로에몬(유지 미야케)이나,

사이토를 좋아해서 목숨까지 바치는 누이(나카타니 미키)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다.

 

칼로 목을 베는 모습은 좀 섬찟하고, 일본의 역사를 잘 모르면 알아듣기가 어려운 구석도 있으나,

피붙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타고난 시대를 따라 살 수 밖에 없는 아픔이 잘 드러나 있는 영화다.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디브이디라 그런지 화면도 깨끗하고 소리도 듣기에 좋다.

값이 싸고 보너스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고 예스24에서 소개하길래 망설이지 않고 샀다.

소개대로 삭제장면이나 인터뷰 따위가 있어야 하는데...뜯어보니 하나도 없다.

게다가 본디 143분짜리인데, 우리나라는 110분짜리로 만들어 놓았다. 이럴 수가...

b******g 2007.05.24. 신고 공감 1 댓글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