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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처음부터 끝까지 감자 냄새가 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자 냄새가 난다" 내용보기
아버지는 고향에서 산에 밭을 일구어 감자를 심었는데 보슬보슬한 것이 참 맛있었습니다. 밥을 할 때 한쪽에 넣어 삶아 먹기도 했고, 아궁이에 장작으로 불을 땔 때 장작 속에 파묻어 구워 먹기도 했습니다. 밥 대신 먹기도 했는데 껍질 벗긴 감자를 그릇 가득 으깬 뒤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는 맛은 그 어느 밥보다도 맛있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맛있고 기억에 남는 것은 동무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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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고향에서 산에 밭을 일구어 감자를 심었는데 보슬보슬한 것이 참 맛있었습니다. 밥을 할 때 한쪽에 넣어 삶아 먹기도 했고, 아궁이에 장작으로 불을 땔 때 장작 속에 파묻어 구워 먹기도 했습니다. 밥 대신 먹기도 했는데 껍질 벗긴 감자를 그릇 가득 으깬 뒤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는 맛은 그 어느 밥보다도 맛있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맛있고 기억에 남는 것은 동무들과 냇가에서 구워 먹던 감자입니다. 입술을 까맣게 물들이며 호호 먹던 기막힌 감자! 이오덕 선생님도 ‘감자묻이 놀이’라고 하여 동무들과 꼴 베러 간 냇가에서 구워 먹던 감자 놀이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들려줍니다. 꼴 베러 간 냇가에서 여러 동무들과 땅을 파고 거기다가 나무를 쟁이고 나무 위에 밤자갈을 깔아 덮고 불을 붙여 자갈돌을 달구었지. 저고리 벗어 두 다리 새로 활활 바람을 부쳐 넣으면 나무는 후루룩 타올라 자갈돌이 벌겋게 달았다. 그러면 재빨리 모래쑥을 깔고 모래쑥 위에 감자를 놓아 다시 모래쑥으로 싸덮고 흙으로 덮고 얘들아, 어서어서, 빨리빨리 고무신으로 냇물을 떠다가 파 놓은 옆구리에 부으면 쿵쿵쿵 따닥따닥 쿵쿵 따닥…… 천둥 터지는 소리! 뜨거운 김이 터져 나오고 터져 나오는 김과 함께 모래쑥 냄새 감자 익는 냄새…… 이윽고 쑥 향기 물씬 밴 뜨거운 감자를 파내어 후우 후우 불면서 먹던 그 맛 어린 시절 동무들과 냇가에서 감자를 구워 먹던 풍경과 이오덕 선생님이 어려서 한 ‘감자묻이 놀이’가 똑같지는 않지만 눈에 그리듯 그리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사방으로 흩어져 볼 수 없지만 그때 함께 감자를 구워 먹으며 놀던 동무들도 그립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감자를 구워 먹은 것이 아주 드뭅니다. 딸아이가 자연학교에 갔을 때 자원봉사자로 따라가 냇가에서 선생님들이랑 아이들이랑 함께 구워 먹은 것이 고작입니다. 그렇게라도 이 땅의 아이들이 감자를 구워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든 아이들이 포테이토가 아닌 우리 시골 감자 맛을 알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04.10.06.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마음과 몸을 돌보는 밥 (감자를 먹으며)
"마음과 몸을 돌보는 밥 (감자를 먹으며)" 내용보기
이오덕을 읽는다 10   마음과 몸을 돌보는 밥― 감자를 먹으며 이오덕 글 신가영 그림 낮은산 펴냄, 2004.6.25     ※ 책풀이 ※그림책 《감자를 먹으며》는 이오덕 님이 쓴 시 ‘감자를 먹으며’를 새롭게 엮은 책이다. 오랜 나날 시골사람 살아온 발자취가 이 시에 깃들고, 옛날과 오늘날 잇는 징검다리가 감자를 익혀서 먹는 손길에 있다. 감자를 먹듯이 고구마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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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을 읽는다 10

 


마음과 몸을 돌보는 밥
― 감자를 먹으며
 이오덕 글
 신가영 그림
 낮은산 펴냄, 2004.6.25

 

 

※ 책풀이 ※
그림책 《감자를 먹으며》는 이오덕 님이 쓴 시 ‘감자를 먹으며’를 새롭게 엮은 책이다. 오랜 나날 시골사람 살아온 발자취가 이 시에 깃들고, 옛날과 오늘날 잇는 징검다리가 감자를 익혀서 먹는 손길에 있다. 감자를 먹듯이 고구마를 먹는다. 고구마를 먹듯이 보리를 먹는다. 보리를 먹듯이 감을 먹고, 대추를 먹으며, 참꽃과 찔레싹을 먹는다.

 

..


  고구마를 캤습니다. 우리 집 고구마는 아닙니다. 이웃 할매와 할배가 이녁 밭에서 고구마를 캐실 적에 일손을 거들어 함께 캤습니다. 먼저 고구마줄기를 낫으로 슥슥 걷어서 한쪽에 펼쳐 말립니다. 이런 다음 골마다 호미로 콕콕 찍은 뒤 살살 흙을 걷으며 땅속에서 크고 작게 알이 맺힌 고구마를 캡니다. 큰 녀석은 큰 녀석대로, 작은 녀석은 작은 녀석대로 나누어 자루에 담습니다. 할매와 할배는 이녁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릴 적에는 겨우내 고구마만 먹고 살았다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도 도시락은 으레 고구마였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밖에 쌀이란 드물고 모자랐을 테니까요. 또, 제법 잘사는 집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 땅을 부쳐서 살았으니, 쌀밥을 지어 끼니를 잇기 힘들었겠지요.


  겨울에는 고구마라면 여름에는 감자가 될까요. 늦가을에 고구마를 캐면, 감자는 봄에 심어 여름에 캐어 먹었겠지요. 그러면, 이 나라에 고구마도 감자도 들어오지 않았을 지난날에는 어떠했을까요. 1700년대에는, 1500년대에는, 1300년대에는, 900년대에는, 700년대에는, 지난날 시골마을 여느 사람들은 겨우내 무얼 먹었을까요. 여름날 무얼 먹으며 배를 채웠을까요.


  역사책이나 역사영화나 역사연속극에서는 여느 시골마을 여느 사람들 삶을 다루지 않습니다. 아주 마땅하겠지요. 한문으로 적은 역사책에는 궁중 언저리 이야기만 담을 뿐, 서울과 가까운 시골마을 시골사람 이야기조차 안 담아요. 서울에서 먼 전라도나 경상도나 함경도 시골마을 시골사람 이야기는 아예 안 담지요.


  중·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책을 들추면, 온통 궁중 언저리 이야기입니다. 시골마을 시골사람 이야기는 ‘너무 무거운 세금 때문에 농사꾼이 낫과 쟁기와 대나무창을 들고 일어설 때’뿐입니다. 시골사람 먹던 밥을 역사로 다루지 못합니다. 시골사람 입던 옷을 역사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시골사람 살던 집을 역사로 밝히지 못합니다.


.. 이오덕 선생님은 어린 시절을 이렇게 감자를 통해 조용히 말씀해 주셨다. 안방과 정지 샛문으로 어머니가 젓가락에 찍어 주시던 감자가 아마도 선생님의 삶을 지켜 준 텃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말씀보다 따뜻한 감자로 모든 걸 가르치신 것이다 ..   (머리말/권정생 씀)


  이오덕 님이 쓴 시에 신가영 님이 그림을 그려 빚은 그림책 《감자를 먹으며》(낮은산,2004)를 들춥니다. 감자 한 알 먹는 일이 뭐가 그리 대단하느냐고 할 수 있겠는데, 시를 읽고 그림을 읽으면서, 참말 감자 한 알 먹는 일이야말로 대단하고 대수롭구나 싶습니다. 시골마을 시골사람 작은 삶자락이 우리 마음을 밝히는 이야기가 됩니다. 시골마을 시골사람 작은 땅뙈기에서 우리 사랑을 빛내는 이야기가 자랍니다.


  마음은 지식이 아닌 삶으로 밝힙니다. 사랑은 권력 아닌 사랑으로 빛냅니다.


  임금이나 신하나 양반은 무엇을 먹습니까. 밥을 먹지요. 밥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쌀에서 나오지요. 쌀은 어떻게 얻나요. 볍씨를 심어 나락을 거두어야 얻지요. 볍씨는 어떻게 얻나요. 가을걷이를 해서 나온 나락 가운데 이듬해에 쓸 볍씨를 따로 씨오쟁이에 갈무리해야 얻지요.


  임금이나 신하나 양반은 흙을 일구나요? 안 일굽니다. 임금이나 신하나 양반은 흙을 알까요? 모르지요. 손에 흙을 안 묻혀요. 손에 물을 안 묻혀요. 오로지 정치와 행정만 하는데, 99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99.9퍼센트나 99.99퍼센트에 이르는 사람들이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데, 옛날 옛적에 정치와 행정을 하는 이들은 텃밭 돌보기조차 안 합니다. 그러면, 어떤 정치와 행정이 태어날까요. 시골마을이 어떠한 줄 모르고, 시골사람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집에서 어떤 밥을 먹는지조차 모르는 임금이나 신하나 양반이 어떤 아름답거나 올바른 정치나 행정을 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에도 똑같습니다. 오늘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의사나 판사나 시장이나 군수나 경찰서장이나 장관 가운데 텃밭을 일구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궁금합니다. 교사나 교수 가운데 텃밭을 일구어 이녁 밥을 얻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시골에서 시골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나 교수 가운데 막상 시골마을에서 지내면서 시골일 함께 거드는 분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오직 서울에서, 오로지 도시에서, 여느 사람들 삶하고는 동떨어진 채, 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하나도 모르는 채, 바람과 물이 없으면 죽는 목숨이면서 정작 바람과 물을 깨끗하게 돌보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도 안 하는 채, 책과 교과서와 지식과 정보만 움켜쥐면서 정치와 행정과 교육과 문화와 경제를 이야기하는 모습 아닌가 궁금합니다.

 


겨울이면 정지 샛문 열고 내다보는 내 손에 쥐어 주며
꼭 잡아 꼭!
봄 가을이면 마당에서 노는 나를 불러
김 무럭무럭 나는 그 감자를 주며
뜨겁다 뜨거, 후우 해서 먹어!  (14쪽)


  말로는 아무것도 못 가르칩니다. 말로는 말조차 못 가르칩니다. 아이들한테 말을 가르치자면 삶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몸으로 움직이는 삶을 보여줄 적에 아이들은 비로소 말을 익힙니다.


  어버이가 텔레비전을 보든 인터넷게임을 하든 자가용을 몰든, 삶을 아이들한테 보여주어야 아이들은 말을 배웁니다. 어버이가 밥을 손수 차리든 바깥밥 시켜서 먹든, 삶을 이루는 모든 이야기를 몸으로 보여주고 함께해야 아이들은 말을 배웁니다.


  감자 한 알로 삶을 보여줍니다. 감자 한 알로 말을 가르칩니다. 감자 한 알로 웃음을 보여줍니다. 감자 한 알로 사랑을 가르칩니다.


  감자를 심어요. 감자를 캐요. 감자를 삶아요. 감자를 굽지요. 그리고 감자를 서로 나누어 먹습니다. 둥글둥글 울퉁불퉁한 감자를 저마다 한 알씩 쥐고, 아뜨 아뜨 하면서 고픈 배를 채웁니다. 하하 호호 노래를 하면서 감자를 먹습니다. 허허 깔깔 춤을 추면서 감자를 먹습니다.


  푸욱 삶아서 젓가락으로 찌르면 쏘옥 들어갑니다. 이제 잘 익었구나 생각하며 불을 끕니다. 감자는 바닥에 물을 살짝 깔고 삶을 수 있습니다. 스텐냄비를 한참 달군 뒤 아주 작은 불로 맞추어 물 없이 찔 수 있습니다. 지난날에는 장작을 때어 솥으로 삶았겠지요. 바깥에서 불을 피워 구울 수 있어요. 삶거나 찌거나 굽는 길은 다 다르지만, 어떻게 먹든 맛난 감자요, 누구하고 나누어 먹든 즐거운 감자입니다.


후후 후우, 허어 허어, 냐음 냠
감자를 먹으면서 나는 자라났다.
밥을 먹기 전에 감자부터 먹고
가끔은 삶은 것을 점심으로도 먹고  (18쪽)


  감자를 먹는 아이는 감자와 같은 마음이 됩니다. 감자를 삶는 어른은 감자와 같은 마음을 담습니다. 감자를 먹은 아이는 감자처럼 몽글몽글 야무진 마음을 키웁니다. 감자를 삶은 어른은 앙증맞고 귀여운 감자꽃 같은 웃음으로 사랑을 나누어 줍니다.


  집집마다 감자맛이 다릅니다. 집집마다 밥맛도 다릅니다. 집집마다 사랑맛이 다르고, 손맛이 달라요. 집집마다 밭흙이 다르고 밭흙 일구는 손빛이 다릅니다. 그러나, 다 다른 맛이요 빛이지만, 다 같은 사랑이며 꿈입니다.


  감자씨는 묵은 감자를 심습니다. 토막토막 칼로 잘라서 심습니다. 한쪽에 재를 묻혀서 심습니다. 씨감자로 흙에 묻힌 아이들은 새 뿌리가 나고 새로운 싹이 돋을 때까지 별바라기를 하고 해바라기를 합니다. 흙속에서 살아가는 동무를 사귑니다. 천천히 실뿌리 나오고 굵은 뿌리 됩니다. 천천히 첫 싹을 올리고 이내 굵다란 줄기가 됩니다. 잎이 하나둘 나옵니다. 잎이 차츰 퍼집니다. 꽃대가 오르고 망울 맺히며 천천히 꽃잎 벌어집니다.


  하얗게 꽃을 피우고 볼그스름한 꽃을 피웁니다. 조그마한 꽃송이에 벌과 나비가 내려앉습니다. 개미도 꽃가루를 먹고 싶어 감자꽃잎으로 기어옵니다.


  수많은 벌레들이 감자꽃 둘레에서 꽃가루받이를 돕습니다. 감자꽃은 바람 따라 살랑이고, 감자잎은 햇볕을 먹으며 씩씩합니다. 씨앗이 된 작은 감자알은 차근차근 새 알을 흙속에서 품습니다.

 


이윽고 쑥 향기 물씬 밴 뜨거운 감자를 파내어
후우 후우 불면서 먹던 그 맛
잘 익어 터진 북해도 흰감자
껍질을 훌훌 벗기면 아이 뜨거!
야무진 자주감자 껍질을 벗기면서 아이 뜨거!
뜨거워서 이 손에서 저 손으로 공 받듯이 받다가
한입 가득 넣으면 입 안에 녹아드는 그 향기 그 맛
팍신팍신 달고소한 그 감자 맛
아른아른 여울물에 헤엄치는 피라미들의 이야기까지 들어 있는
그 모래쑥 향기 듬뿍 밴 감자 맛
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쳐다보는 머리 위 미루나무에선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보리매미들이 온통 사납게 울어쌓고  (27쪽)


  사랑으로 심어 돌보아 거둔 감자를 사랑으로 물에 헹군 뒤 불에 안치면, 달고소한 맛이 아른아른 피어납니다. 가게에서 사다 먹는 감자 아닌, 손수 밭에서 돌보아 거둔 감자를 삶거나 굽거나 익혀서 먹어요. 감자국을 끓이고 감자지짐을 해요. 감자밥을 짓고 감자볶음을 해요.


  메추리알이랑 감자를 함께 삶습니다. 멸치랑 감자를 함께 볶습니다. 고구마하고 잘게 썰어 지집니다. 뭉텅뭉텅 깍뚜기처럼 썰어 카레를 끓입니다.


  감자를 먹고 자란 아이들은 감자와 같은 웃음꽃을 피웁니다. 감자를 즐기며 자란 아이들은 감자와 같이 별바라기와 해바라기를 하며 살결 까맣게 익습니다.


  가을바람이 불어 들마다 들풀 시들어 눕습니다. 봄바람이 불어 시든 들풀 사이에 새로운 싹이 돋습니다. 겨울바람이 불어 들마다 눈송이 흩날립니다. 여름바람이 불어 들마다 들풀 빛깔 싱그럽고 짙푸릅니다.


  감자밭에 개구리 함께 살아갑니다. 고구마밭에 지렁이 함께 살아갑니다. 들쥐는 감자알도 고구마알도 갉아먹습니다. 사람도 감자를 먹고 쥐도 감자를 먹습니다. 멧돼지도 땅을 파헤쳐 감자며 고구마를 우걱우걱 씹어먹습니다.


  배고픈 모든 목숨 밭으로 찾아듭니다. 배고픈 이들 모두 밭에서 거둔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로 배를 채웁니다. 함께 먹는 밥으로 함께 나누는 사랑 됩니다. 함께 즐기는 밥으로 함께 북돋우는 삶 됩니다.


  콩 한 알 새한테도 주고 쥐한테도 주셔요. 콩 한 알 이웃한테도 주고 동무한테도 주셔요. 감자 한 알 멧돼지한테도 주고 쥐한테도 주셔요. 감자 한 알 이웃한테도 주고 동무한테도 주셔요.


  배고픈 이웃 있으면 등을 돌리지 말아요. 외로운 이웃 있으면 지나치지 말아요. 손을 내밀어요. 밥을 함께 먹어요. 웃음을 나누어요. 어깨동무하며 이야기꽃 피워요.


그렇게 사시사철 감자로 살아 내 몸도 마음도
이런 감자빛이 되고 흙빛이 되었지.

후우 후우 감자를 먹으면서
나는 또 책을 읽었다.
감자를 먹으면서 글을 썼다.

감자를 먹고 학교 선생이 되어서는
감자 먹고 살아가는 산골 아이들을 가르쳤다.  (28~32쪽)


  햇볕을 쬐면서 해님처럼 따스한 마음 됩니다. 빗물을 마시면서 비님처럼 시원한 마음 됩니다. 숲바람 들이켜면서 바람님처럼 푸른 마음 됩니다.


  마음속으로 햇빛을 담아요. 몸속으로 감자빛을 담아요. 마음속으로 들빛을 담아요. 몸속으로 풀빛을 담아요.


  감자가 자란 흙은 사람이 자라게 하는 흙입니다. 감자빛이란 흙빛이고, 흙빛이란 삶빛이며, 삶빛이란 우리들 모든 사람들한테서 흘러나오는 빛입니다.


  흙 한 줌을 아낍니다. 감자 한 알을 아낍니다. 쌀알 한 톨을 아낍니다. 물 한 방울을 아낍니다. 내 목숨을 아끼듯이 이웃 목숨을 아낍니다. 내 마음속에 사랑이 흐르기를 바라듯이 이웃 마음속에 사랑이 흐르기를 바랍니다.


  감알을 먹으면서 우리 몸은 감빛이 됩니다. 능금을 먹으면서 우리 몸은 능금빛이 됩니다. 나리꽃을 바라보면서 우리 눈은 나리꽃빛이 되고, 함박꽃을 바라보면서 우리 눈은 함박꽃빛이 되어요.


  무엇을 먹을 때에 아름다운 삶일까요. 무엇을 바라볼 때에 아름다운 사랑일까요. 어디에서 누구와 이웃이 되어, 아니 나 스스로 이웃한테 어떤 사람이 되어 살아갈 때에 우리 마을이 아름다운 보금자리요 삶터가 될까요.

 


나는 지금 할아버지 나이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어린애처럼 후우 후우 감자 먹기를 좋아해서
감자 먹는 아이들을 생각하고
감자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에 가서
오두막집 지어 사는 꿈을 꾼다.   (37쪽)


  대통령도 밥을 먹어요. 임금님도 밥을 먹어요. 밥이 없으면 모두 죽습니다. 대통령도 바람을 마셔요. 임금님도 바람을 마셔요. 바람이 더러우면 모두 죽습니다. 대통령도 임금님도 누구나 물을 마시지요. 흐르는 냇물과 샘물을 마시지 못하면 모두 죽고 말아요.


  궁궐을 크게 짓기 앞서 흙을 기름지게 돌볼 줄 알아야 합니다. 아파트를 높이 세우기 앞서 시골을 아름답게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총칼이나 탱크나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만들기 앞서 논과 밭을 정갈하게 보듬을 줄 알아야 합니다. 고속도로나 관광단지나 발전소나 골프장에 앞서 숲을 푸르게 어루만질 줄 알아야 합니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밥과 바람과 물이 대단합니다. 대학교도 은행계좌도 자가용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들과 숲과 하늘이 대수롭습니다.


  넉넉한 밥을 먹을 수 없다면 정치는 덧없습니다. 싱그러운 바람을 마실 수 없다면 경제는 부질없습니다. 맑은 물을 들이켤 수 없다면 문화는 쓸모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갈 길을 연 뒤에 비로소 정치나 교육이 있고, 사람이 사랑한 길을 가꾼 뒤에 바야흐로 경제나 문화가 있습니다.


내가 믿는 하느님도
그렇다.
감자를 좋아하실 것이다.
맑고 깨끗하고 따스하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감자 맛을 가장 좋아하실 우리 하느님,
내가 죽으면 그 하느님 곁에 가서
하느님과 같이 뜨끈뜨끈한
감자를 먹을 것이다.  (41쪽)


  예배당에는 하느님이 없습니다. 감자 한 알에 하느님이 있습니다. 감자를 먹는 사람들 가슴속에 하느님이 있습니다.


  성경책에도 하느님이 없어요. 하느님은 바람속에서 싱그러운 풀내음을 타고 흐릅니다. 맑게 피어나는 구름이 뿌리는 빗물 사이사이 하느님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종교가 아닌 삶입니다. 하느님은 우상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풀포기에서 함께 자라고, 하느님은 무지개 끝자락에서 함께 빛납니다. 아이들 웃음 사이에 하느님 웃음이 묻어납니다. 어른들 노래 사이에 하느님 노래가 흐릅니다. 다 다른 하느님이 다 다른 하느님을 낳아 다 다른 사랑과 꿈으로 살아가면서 새로운 하느님을 마음속으로 밝힙니다.


  감자를 함께 먹는 들판에 하느님이 함께 있습니다. 무기공장이나 고속도로 한복판에는 하느님이 없습니다. 감자를 심는 밭뙈기에 하느님이 함께 있습니다. 핵발전소나 축구장에는 하느님이 없습니다. 4346.11.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이달의 사락 h*******e 2013.11.11.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감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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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무언가로 대변할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리라. 방학을 끝내고 아이들이 서로 주고 받는 일상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했다"라는식이다.  즐기고 체험하는 것도 모자라서 꼭 기억과 흔적을 남기려는 노력들이 너무도 즐비하기에......, 물론 지나보면 그것들로 인해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는다는 확실함은 있지만.  늘상 아쉬것은 풋풋함을 느낄만한 곳에 사는 친척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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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무언가로 대변할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리라.

방학을 끝내고 아이들이 서로 주고 받는 일상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했다"라는식이다.  즐기고 체험하는 것도 모자라서 꼭 기억과 흔적을 남기려는 노력들이 너무도 즐비하기에......, 물론 지나보면 그것들로 인해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는다는 확실함은 있지만. 

늘상 아쉬것은 풋풋함을 느낄만한 곳에 사는 친척들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먼나라로 훌쩍 보내기엔 이러저러한 어려움이 있어 곤란하고.......  내 기억속의 외가는  그때까지 해보지 못한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개울에서 고동도 잡아  삶아 먹어 보았고,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려 보기도 하고,  과일 서리는 물론 할머니 물건을 엿과 바꿔 먹었던 철 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리고 소 죽 끓이는 아궁이에서 풍무기를 돌려대며,구워 먹었던 고구마, 감자의 맛은 너무도 좋았던 걸로 지금도 기억한다.

 

이오덕 선생님도 그러한 정감을 감자를 통해 말씀하신다.

먹고 살기 팍팍 했던 그 시절의 감자는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간식과 비교가 안되겠지만,  가마솥에 밥을 하며 얹어 찐 감자를 젓가락에 꽂아 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도 그리워서라도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감자가 좋다시던 선생님!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러한 맛의 추억이 점점 없어지는 아쉬움이 크다. 전반적으로 맛이 비슷한 음식들에 길들여지고, 그것이 최고인 양 우쭐대는 모습에......, 다들 맛을 음미한다기 보다는 독특하고 새로운 것에 혹하는 양상으로 음식을 접하게 되니 금새 변해가는 입맛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지.....

 

음식을 통해 정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립다고 말하는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 보며, 팍신팍신하게  쪄 낸 감자를 맛보게 해야지! 

m*******7 2007.09.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