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은 아니고 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쭈욱 모아서 엇비슷한 주제를 가진 것끼리 잘 모아 따로 출판한 책.(솔직히 바우돌리노를 몰입 못하고 읽어서 소설보다는 이런 칼럼집이 나와준 것이 오히려 반가운 쪽이다. 이상하게 에코의 소설은 장미의 이름 이외에는 그렇게 만족스럽지만은 않다)대부분의 요즘 출판물들의 고질적 문제인 번역도 충실하고 책 내용도 만족할 만 하다. 마치 요즘 일어난 이야기 같아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읽다보면 끝에 나온 연도는 적어도 현대에서 5년에서 10년 전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는지 그가 말하고 있는 사실과 그에 대한 생각들에 대해 그렇게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에코 역시도 20년 전의 신문을 잘못 보고는 그 동안 사람 사는 것이 그렇게 변하지 않았다고 했듯이 10년 전 이탈리아나 현대의 한국이나 정말로 문제가 되는 일들은 아마도 비슷한 모양이다. 그에 대한 에코의 태도는 무척 '지식인'답다. 에코가 말하고 있는 핵심은 명확하며 문제에 대한 그의 태도는 상당히 온건하고 공정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약간 보수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 소리높여 떠들고 남 무시할 줄만 아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난무하는 지면에서 이렇게 작가에게 설득되어 그 말에 수긍하는 것이 즐거운 칼럼을 읽어본 지도 꽤 오랜만인 것 같다. 에코의 현학성에 질려 주저하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읽을만한 좋은 책. 단 하나의 단점은, 이전작인 '연어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과 많은 면에서 실제로 겹치거나 분위기가 겹쳐서 자꾸 똑같은 것을 또 본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어떤 경우에는 이것이 큰 단점으로 작용할 것도 같다. 당장 나도 2권을 사야 하는가에 대해 결정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
| 애연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늘 가지고 다닌다는 미네르바 성냥갑. 왜 지금의 시대에 라이타를 쓰지 않고 성냥을 쓰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움베르토 에코는 미네르바 성냥을 쓴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성냥갑 안쪽의 빈 공간에다가 그때 그때 간단한 메모를 즐긴다고. 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책의 제목은 그렇게 탄생 되었다고 한다. 내용은 움베르토 에코가 한 잡지에 기고하던 연재 칼럼을 편집해서 출간한 것인데 형식은 진부한 편이다. 하지만 움베르토 에코 자신이 직접 여러개의 칼럼가운데서 편집을 했으며 각 주제도 에코 자신이 나눈것이라서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책이다. 여전히 에코는 특이한 생각들로 가득차있다. 글을 읽어보면 그의 사상자체가 완전히 암호학과 미학, 그리고 편집증적인 증세, 수사학, 기호학에 빠져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의 칼럼은 표독스런 내용으로 가득차 있기도 하고 반면에 우스꽝스런 유머들로 꾸며져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가볍지 않다. 그는 유머를 통해서도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반영시키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우리는 그 능력에 감탄한다. 우리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며 잡지 칼럼이기 때문에 지면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 한정된 공간안에서 헤엄치는 생각의 물고기 처럼 에코는 자유롭다. 그가 머릿말에서 쓴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만약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면 이렇게 정해져있는 단어수나 행 수를 염두해두고 그 안에서 작문을 하는 훈련을 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비단 일반적인 독자들 뿐만 아니라, 논술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이나 입사 시험때 면접을 걱정하고 있는 예비 사회인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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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정보를 읽고, 듣고, 본다. 그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자기 자유이고 자신의 판단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비판적으로 자유롭게 정보를 해독할수있는 사람은 드문것같다. 우리는 주변의 영향을 받고, 그렇게 까다롭게 신경쓰고 살만큼 정신적으로 여유롭지도 않고 또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으니까. 그래서 대신 똑똑한 사람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주변의 정보를 소화시키는지 한번 엿보고 싶어질때가 있다. 이 책은 아주 좋은 참고서가 된다.
에코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 복제에 대한 SF적인 사고의 단순성 수명 연장이 가져다준 모라토리엄형 인간 예술가와 예술가의 작업에 대해 우리가 갖고있는 환상의 너울(시인이라고 왜 게을러야만하는가) 아직은 한참은 멀은 기계의 융통성 매일 사건을 '창조'해 내야만하는 미디어들의 숙명(자꾸만 저급해지는 미디어) 넘쳐나는 '쓸데없는' 정보들 등등 모두모두 즐겁고 유쾌한 것들이지만 그 중 아주 사랑스럽고, 감동스러운 부분 하나.
책에는 두 종류가 있다. 참조할 책들과 읽어야 할 책들이다. 읽어야 할 책들은 어떤 전자 장치에 의해서도 대체될수 없을 것이다.그것들은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책은 침대에서나, 배 안에서나, 또한 전기 콘센트도 없고 배터리가 방전되었을때에도 손으로 잡을 수 있고, 밑줄을 칠수도있고, 페이지 모퉁이를 접거나 책갈피를 끼워 둘 수 있고, 바닥에 떨어뜨릴 수도 있고, 졸릴 때에는 가슴이나 무릎위에 펼친 채 놔 둘수 있고, 호주머니 안에 집어넣을 수도 있고, 우리가 독서하는 규칙적인 습관과 집중도에 따라 마모되면서 개인적인 모습을 띠고, 만약 너무 깨끗하고 새것처럼 보일 때에는 우리가 아직 읽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우리가 원하는 자세로 머리를 들고 읽을수있으며, 컴퓨터 화면처럼 고정되고 긴장된 읽기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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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과 비슷한 종류의 글모음 책. 이탈리아 한 잡지에 고정 연재되었던 에코 아저씨의 글 모음이다. 훌륭한 선생님이나 철학가나 작가 등은 어려운 문제, 주제들을 쉬운 말로 설명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굳이 어려운 말로 빙빙 돌려가며 설명하지 않더라고 일상 생활의 언어로서 쉽게 핵심을 꼭 집어 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대가이다. 에코 아저씨는 거기에서 한술 더 떠서, 일상의 소소한 일들 아주 어려운 말로 꼬아서 뭔가 그럴듯한 게 있는 것처럼 꾸며서 말할 수 있는 능력도 지녔다. 일종의 지적 유희라고 불러야 하나. 물론 그러한 말장난 속에서 현실 세태나 위정자들의 작태를 비웃고 꼬집고 있긴 하지만. 두세장이 채 넘지 않는 짧은 글 모음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물론 이탈리아의 정치가나 예술가 등의 이름이 숱하게 많이 나와서 각주의 설명을 읽어나가다 보면 도통 내용을 종잡을 수 없을때도 많지만. 그렇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를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이름이 대변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아는게 더 중요하리라. 그런 사람들은 현재 우리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까. 에코 아저씨같은 국제적인 대작가들은 뭔가 생각이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감탄이 이어지다가도, 어떤 글에 이르러서는 아저씨도 결국 똑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써놓고 보니 이상하네, 그럼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단 말인가? ^^ 어쨌든 우리가 하는 생각, 고민, 걱정을 똑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매주 일정한 길이의 글을 써야한다는 사실이 에코 아저씨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글에선가는 이번주엔 할 이야기가 없다는 주제에 대해서 글을 채우고 있었다. 에코 아저씨의 소설 외에 다른 책들은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서 이런 에코 아저씨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나저나 소설은 또 안쓰시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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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지식의 끝은 어디일까?
이 책은 그가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이고, 시사나 일상의 일들에 대해 그의 입장에서는 비교적 가볍게 쓴 글들을 모은 책이다.
하지만, 나는 몇 몇 비교적 쉬운 글들을 제외하고는 (클린턴 지퍼게이트 사건), 대부분의 글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의 지적 능력 (있기는 한지...쯧쯧쯧) 으로는 도저히 따라잡기가 어렵다.
그래도, 그의 책들에 끌리는 건 왜일까? 꼭 읽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읽고 있을까? 움베르토 에코의 팬들이 엄청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나도 십수년전부터 팬이기는 하다..), 그 분들은 과연 그의 글과 해학과 재치에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하고 계실까? 그런데도 움베르토 에코 신간이 나오면 어김없이 사는 이유 - 나를 포함 - 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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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독자들이여, 안심하시라. 열 권의 책을 읽든 같은 책을 열 번 읽든, 똑같이 교양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단지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나 걱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칼럼집이다. 그가 한 잡지에 연재하던 사설들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사설집이다 보니 특정한 주제에 관한 깊은 사색이라기보다는 매우 상황적이고 논설적인 글들이 대부분이다. 전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 가운데 이 책은 첫 번째. 상황성이 매우 강조된 글들이기는 하지만, 역시 움베르토 에코답게, 그 주제는 매우 광범위했다. 최첨단의 인간복제에 관한 글부터, 고전에 관한 글까지. 정치나 이데올로기에 관한 부분은 물론, 추억과 회상에 관한 문학적 느낌이 짙게 느껴지는 에세이까지. 저자의 관심분야는 매우 넓었지만, 결코 각각의 주제들에 대해서 결코 겉도는 글을 쓰지 않고 있다. 특별히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컴퓨터 매체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은 지나치게 무절제한 감이 있는 오늘날의 대중문화 현상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지적을 하고 있다.(비록 그 글들이 지금으로부터 최소 10년 전에 쓰인 글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적어도 그의 지적 깊이만큼은, 너무나도 닮고 싶은 인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