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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로빈스가 <쇼섕크 리뎀션>에 나온 같은 해에 개봉한 작품이다. <쇼섕크 ...>에서는 영리하고 약삭빠른 전문직이었다가 뜻하지 않게 함정에 빠진 배역이었으나, 여기서는 어리숙하고 착한 자동차 수리공 연기라서, 같은 해 같은 배우의 행보가 참 극과 극을 오간다고나 해야겠다.
아이작 뉴튼의 관점에 아주 기계적으로 충실하자면 모든 일의 경과와 종착역은 이미 태초부터 결정되어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자연스레 흐를 만도 하다. 최근에는 결정론의 양상도 다소 복잡하게 전개되는 편이기도 하니, '매사가 절대자(혹은 절대 법칙이라 부르든, 무엇이든 간에)에 의해 고정되지 않고 우리들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믿음이란, 인간의 본성에 어지간히 부합하기도 하는 끈질긴 영혼의 색채 그 일부라고 해도 되겠다.
아인슈타인은 그 소탈한 성격으로 이웃들(평범하기 짝이 없던)에게 친절히 대한 사실로도 유명한데, 이 점에 착안해서 이처럼 기발한 이야기 하나를 제작진이 고안해 낸 듯하다. 아인슈타인의 젊은 조카(피는 못 속인다고 역시 똑똑한 여성 물리학자)에게 반한, 출신도 보잘것없고 머리도 나쁜 어느 수리공이 혼자 속을 태우다, 이 모든 사정을 눈치 챈 아인슈타인이 '진정한 사랑은 이어질 가치가 있고 또 그게 정해진 운명(!)'이라며 둘이 이어지게끔 어떤 스테이지를 꾸미며, 세계 과학사를 빛낸 쟁쟁한 거물들이 아인슈타인과 함께 이 유쾌한 연극에 가담까지 하는 게 흥미롭다.
인간성 하나야 진국이지만 이 속물스러운 세상이 높이 평가해 줄 만한 자질을 하나도 갖지 못한 채 태어난 인생이, 원치 않던 가짜 놀음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과정이란 참. 사람이 진짜 높이 평가받을 만한 미덕에는 관심을 주지 않고 그저 부수적 사정에 불과한 것들에만 열광하는 어리석은 세태와 풍조를 영화는 신랄히 비꼬며, 어찌보면 '진짜'가 '가짜'들의 어리석은 행태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팔자에 없는 '가짜 연기'를 벌이는 진행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보다 한참 후 <브이 포 벤데타>에서, 억압된 사회의 위선 기제를 전복하려 방송을 통해 웃음의 코드를 전파시키던 다이트릭 역의 스티브 프라이가, 여기서는 정반대로 완강한 아카데믹의 전당에 천한 기계공 따위가 감히 진입 못 하게 장벽을 쌓는 역이라서, 관객(물론 시일이 한참 흘러 두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나 있었을)의 흥미를 자아낸다. 이런 연기를 참 잘한다는 느낌이었다.
1994년이면 아직 메그 라이언이 전성기의 끝무렵을 구가할 무렵이다. 나는 팀 로빈스야 배역이 그래서 그렇다 쳐도, 여전히 저 메그 라이언이 싱싱한 얼굴이고 매력을 뽐내는 터라 이 작이 1980년대 후반쯤에 만들어졌겠거니 짐작했는데, 연도가 저렇게 나와 조금 놀라기도 했다. 이 무렵 내가 기억하는 라이언의 연기는 사실 과거 잘나가던 시절의 매력에 집착하는 '추태'에 가까웠다는 게 내 기억인데 (예컨대 <프렌치 키스> 등. 저기서는 심지어 케빈 클라인도 참 연기를 못한다) 이런 좋은 모습이 이 무렵에 (남아) 있었다는 것도 좀 의외였다. 단, 여기서는 한시절 로코의 아이콘으로서 매력을 뽐낸다기보다, 그저 '사랑스러운 여인'에 가까운 자태이며, 역을 이렇게 절제시켜 오히려 본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한 것도 감독의 역량이라면 역량이다.
아인슈타인 역의 월터 매싸우는 <캑터스 플라워>라든가, 그레고리 펙 주연의 <미라쥬>라든가, 오드리 헵번 주연의 <샤레이드>라든가, <인디언 파이터> 등에 나온, 그야말로 헐리웃 황금 시대에 주/조연으로 맹활약한 레전드 중 레전드인데 여기서 머리를 저리 하고 나와 뜻밖에도 아인슈타인 연기를 보여 줄은 전혀 몰랐다. 이 사람에게 이런 연기를 시켜 구경거리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를 기억할 가치가 충분히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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