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 소설을 보면, 학폭이 스토리의 주된 소재이거나 장르성을 가지면서도 언급되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학폭이라는 부분이, 청소년들의 주된 고민과 어려움이 있는 상황,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 '녹일 수 있다면'에서도 그러한 부분이 보여졌다. 그런데, 얼어버린 세상이라는 공간 설정과 '녹일 수 있다면'이라는 제목과 스토리 자체에 읽는 독자를 향한 질문을 품고 있다는 것이 달랐다. 어쩌면 얼어버린 세상은 어린아이와 어른 사이, 청소년의 시기에 맞닥뜨린 아이들의 내면을 비유하며 공간을 설정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 ![]() ![]() 얼어붙은 이, 스스로 얼기를 택한이. 모두가 얼어버린 지구, 그 가운데 얼어버린 이들은 그렇게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얼어버렸다는 것은 단지 얼음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녹일 수 있다는 표현도, 단지 얼음을 녹이는 과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미와 스토리의 시작으로 갑작스러운 위험상황이 등장한다. 스스로 얼어버리러 나간 동생, 처음에는 그 상황과 편지에 읽는 독자로서 화가났다. 고구마 설정같은 화가 났지만, 그 인물이 그렇게 행동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어쩌면 저자가 독자에게 말을 걸며 묻고 있는 질문의 시작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도서에서 품고 있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은 '진짜 얼어버린 삶의 상태'에 대한 질문이다. 그런데 이건 표면적 상태가 아니라 의미를 내포한 질문이었다. 지구가 얼기 전, 인물의 삶은 얼지 않은 상태였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모두가 얼어버린 상태에서 주인공과 동생은 얼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인물의 삶은 얼지 않은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지막의 선택은 얼지 않은 것이라 그것이 옳은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이 스친다. 어느 정도 스토리의 끝이 보여지는 닫힌 결말 같으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스토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조금은 가지고 있는 의문에 비하여 마주하는 끝은 현실에서도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이 더 드라나는 부분인 것 같다. 어쩌면 이 도서는 만나는 이마다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디스토피아적 설저을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얼어버린 지구에 대해 초점을 둘 것이고 누군가는 인물의 갈등, 학폭,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둘 것 같다. 또 다른 사람은 녹인다는 선택에 의미를 두고 읽어갈 수 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시야로 스토리가 해석될 수 있어서 이 도서를 마주한 청소년들의, 그들의 시선과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녹일수있다면, #현대문학, #임고을, #미래엔, #현대문학미래엔청소년문학상, #청소년문한,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상, #리뷰, #지원도서, #협찬도서, #독서, #추천, #소통, #책소통, #서평, #서평단, #책서평, #책리뷰, #책후기, #책추천, #책, #추천도서, #녹일수있다면사전서평단, #녹일수있다면서평단, #사전서평단, #출판사현대문학, #리뷰어, #베스트셀러, #책베스트셀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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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고을 - 녹일 수 있다면 <제1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임고을 작가의 녹일 수 있다면. 검은색 수트를 입은 여성들이 꽁꽁 얼어붙은 거리를 돌아다니는 표지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위저드 베이커리>로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구병모 작가의 추천사가 이 책을 읽게 된 결정적 계기인데, "사람을 살려내는 주제가 청소년이라는 건 그야말로 미래에 어울리는 선택 아닌가." 라는 문장으로 단지 청소년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이야기임을 암시한다. 우주 생명체는 지구온난화의 대비책으로 갑자기 지구를 얼려버린다. 영하 200도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속수무책으로 얼어버리고, 오로지 이 상황을 모두 예비하고 있던 할머니와 두 손녀만이 얼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행성으로의 이주는 준비하는 할머니는 곧 떠나버리고 아직 어린 서진과 서리는 둘 만이 남아 할머니가 미리 준비해둔 요새 안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들에겐 사람을 녹일 수 있는 해동기가 있지만, 언니인 서진은 무턱대고 녹이다가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하고 동생인 서리는 누구라도 녹여 세상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립한다. 결국 서리가 혼자서 사람을 녹이기 시작하고, 실수로 서진이 얼어붙게 된다. 겨울왕국의 오마주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던 것은 내성적인 언니와 활동적인 동생. 둘 만의 세상에서 조용히 살길 바라는 언니와 다른 사람들을 녹여 다시 세상을 부흥 시키려는 동생의 성향의 대립 외에도 언니가 실수로 얼어붙게 되자 동생이 직접 구하며 자매가 서로를 돕고 이해하는 결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먼저 녹이려고 한 사람은 <치과의사>다. 청소년들이기에 사랑니가 날 것을 걱정해서 미리 치과의사를 구해 두려는 발상 자체가 순수하고 현실적이면서 어두운 세상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아닐까. 소설의 끝, 작가의 말처럼 어떤 목소리가 먼저 녹느냐에 따라 세상을 달라진다. 위기로 다가온 지구온난화에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
온통 얼음으로 덮여버린 지구. 외기와 접촉한 사람들도 모두 얼어버리고, 살아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나에게 식량과 생존자원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내게는 사람을 녹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녹일 것인가. 아니 녹일 것인가 녹이지 않을 것인가.임고을 작가의 소설 <녹일 수 있다면>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두 자매 서진과 서리. 둘은 성격이 확연히 다르고 그러므로 얼음 인간들을 녹일 것인지 그대로 둘 것인지에 대한 입장 또한 다르다. 학교폭력으로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서진은 굳이 녹여야 하는가 회의를 느끼고,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 하는 서리는 친구 혜성을 깨우기 위해서 언니를 이용하고 자기는 혜성의 형 태양을 깨운다. 깨어난 인간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태양은 노란 털실을 끌어안고 흐느끼며 말했다. "신을 녹이자. 어디 실수로 얼어 있나 본데." 혜성이 그런 태양을 가만히 꼭 안아주었다. (p.178) "하나 묻자. 누군가 녹일 수 있다면 넌 누굴 녹일래?" (중략) 서진은 약한 사람들을 녹이고 싶었다. 분명 존재하는데 세상에 없는 듯 보이지 않았던 선한 사람들을 녹이고 싶었다. (중략) 방으로 돌아온 서진은 이불 위에 태양이 직접 떠 준 노란 담요를 펼치고 다시 누웠다. 잔잔한 바람에도 너울대던 잠이 일순간에 고요해졌다. 언 것이 녹고 있는 밤이었다. (p.197) 강은지 작가의 <루시드 드림>과도 비슷하게 잠든/얼어붙은 사람을 깨울 수 있는 능력이 청소년에게 있다는 것이 어쩐지 희망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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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세계관이다. 디스토피아라고 해야 하나.
'아포칼립스'는 종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연재해, 전염병 등으로 문명이 쇠락하고 최후에 인류가 멸망하는 세계관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란 '다음에'라는 의미를 담아 '종말 이후의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디스토피아는 이상향, 낙원을 의미하는 유토피아와 반대되는 곳으로 암울한 미래상이라고 정의된다. 이곳에서는 문명이 존재하고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책은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더 적합하다. <녹일 수 있다면>에서는 지구가 한 순간 얼어붙는다. 영하 200도를 오가는 강추위에 밖에서 생활할 수 없고 안의 물건들도 다 얼어붙었다. 그런 세상 속에서 두 자매만이 움직이고 있다. 서진과 서리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서진으로 두 자매의 할머니는 괴짜 과학자로 통했다. 식량 창고로 지구를 이용하는 외계 생명체가 높아지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지구를 얼릴 거라고 말하며 이에 대비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구는 그렇게 되었고 살아남은 건 서진과 서리 뿐이었다. 그들은 할머니가 데리고 온 집에서 해동기, 튜브, 슈트 등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곳에는 살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것이 있다. 문제라면 이 세상에는 오직 서진과 서리 두 자매 뿐이며 이들은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없다는 점이다. 서진과 서리는 자매지만, 성격이 매우 다르다. 서리는 동생으로 육상부였다.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고 활기가 넘치고 일단 해보는 도전 정신을 지녔다. 서진은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이다. 생각을 한 후에 행동하는 편이고 그 때문에 어둡고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해왔다. 괴롭힘 이후에 서진은 더 신중하고 음울한 성격으로 변하게 되었다. 조심성이 많은 성격 탓에 <해동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서진 뿐이지만, 서진은 그 누구도 녹이지 않았다. 그러나 해동기가 업데이트 되며 서리도 해동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자 서리는 해동기를 사용하기 위해 떠난다. 그가 가장 먼저 녹인 인물은 바로 서진을 괴롭혔던 학교폭력 가해자 기유진이었다. 사라진 서리를 찾으러 갔다가 갑자기 유진을 마주친 서진은 놀라 뛰쳐나가고 그대로 얼어붙게된다. 이들은 어쩔 수없이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세계관은 어렵지 않다. 얼어붙은 지구라니. 그것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가 냉장고의 온도를 낮추듯, 휙 다이얼을 돌려 지구를 얼려버렸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냉동 인간은 온도가 낮아지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그 안에서 두 자매만 움직인다. 아주 명쾌하고 복잡할 것 없는 세계관이다. SF 소설 읽을 때 때로 길고 장황하고 복잡한 세계관으로 이를 이해하고 읽는 것에 지치는데 이 소설은 세계관에 대한 구구절절 설명이 없어 읽기 편했다. 무엇보다 이야기 전개 자체가 재미있다.
줄거리에 적은 내용 뒤에 무슨 일이 더 이어질 것 같지만, 아쉽게도 저 내용이 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해자인 유진을 만나고 이후에 어떤 사건이나 서진의 심리적인 변화, 유진의 반성이라도 나오기를 기대했다. 이야기가 유진을 만나고 사라졌던 동생인 서리를 재회하면서 이제 막 시작된다는 기분을 느꼈는데 몇 페이지 남지 않아 당황했다. 이제 막 재미있어질 것 같은데 끝난 기분이랄까. 치과 의사도 데리고 오고, 노인의 자식도 찾고? 사람들을 몇 명 더 녹이기 시작하더니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끝난 감이 있다. 유진도 밖으로 쫓아내고자 하면서 유진과의 관계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는데 이야기를 끝난다. 그 점이 가장 아쉬웠달까....
가장 큰 분노 포인트는 바로 서리가 가장 먼저 녹인 인물이 자신의 언니를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괴롭힌 가해자였다는 점이다. (아니 왜???? 굳이???) 서리의 입장에서는 가해 충격으로 무기력해진 자신의 언니가 가해자를 다시 만나서 활력을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를 다시 만나서 그가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랐다고 한다.
즉, 이 세계관에서 <언 것>은 멈춘 것이다. <언 것>은 서진이 당했던 학교폭력에 대한 경험과 기억이다. 그 기억은 얼어서 서진에게 더는 흘러가지 않고 멈춰 고여있다. 서진은 언 세상 속에서 그 기억을 안고 계속하여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 이것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 서진이 유진을 만나 뛰쳐나가 얼었을 때 경험하는 악몽이다. 언 서진은 그곳에서 끝나지 않는 악몽을 경험한다. 그것은 서진을 괴롭히는 학교폭력에 대한 기억이고 그 일은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서진에게는 끝나지 않은, 흘러가지 않는 시간이다. 이는 모든 언 사람들에게 공통되는 것이다. 지구가 언 시간은 지구가 다시 녹기 전까지는 흘러가지 않는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서진은 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기억은 멈춘 상태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서리는 서진의 기억을 녹여 흘러가게 만들고자 가해자인 유진을 녹인다. 유진을 녹임으로써 유진은 별것도 아닌 인물이 된다. 즉, 별것도 아닌 경험과 기억이 되어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책에서 서진은 학교폭력에 대한 기억, 유진에 대한 분노 등을 '녹일 수 있다면'이라고 표현한다. 녹인 그것은 흘러가는 시간이 되고 흘러가는 물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하필이면 가해자를 녹여서 눈앞에 떡 대령한 건 정말 짜증났다. 물 무서워 하는 사람에게 극복하라고 물에 떠민 격.. ;; (동생 맞냐.) 어쨌든 그 일이 충격이어서 서진이 <언 것>역시도 트라우마를 마주한 사람의 모습을 적절하게 잘 표현한 부분으로 보였다.
아쉬운 점이 하나 더 있다면 바로 유진의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입체적이지 않다. 왜 괴롭혔는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또 유진이 변명처럼 고통을 경험하지 않은 이가 누가 있냐, 자신도 어렸을 적에 고통을 경험했으나 지금은 다 흘러가고 없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이 이야기가 끝난다. 끝까지 그녀는 반성하지 않고 변화하는 것도 없고 괴롭힘의 이유도 알 수 없다. 일부러 가해자에게 어떠한 변명과 빠져나갈 길도 마련해 주지 않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설정하였을 수 있다. 그 어떤 말도 변명이 될 수 없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뻔뻔하다고 여겼다면. 그래도 아쉽기는 했다. 유진의 성격이라던지, 이러한 부분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했다면 학교폭력 가해에 대해 더 심도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언 지구에 하나의 기억에 갇혀 얼어버린 주인공을 등장시켜 어는 것과 녹는 것을 기반으로 학교폭력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학생의 고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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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221도 봄날이 왔다. 지구에 난리가 나기 두달 전, 서진과 서리 자매와 할머니가 이사온 곳은 순식간에 살아있는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한 세상에 철저히 준비된 곳이었다. 체온유지 수트, 유리온실, 에너지바, 로봇진료실, 해동기 등등, 할머니는 어떻게 미리 알고 준비했을까? 지구가 언 지, 6개월이 지났다. 서진은 다른 사람을 녹이려다 자신이 얼어버린 태리를 녹이러 갔다.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심지어 서리도 서진만 남겨두고 떠나버렸다. 그런데 서진이 녹인 건, 서리의 친구 혜성이었다. 이제 혜성과 서진은 함께 서리를 찾는다. 인간들이 언젠가는 이 지구를 기후위기에 빠트릴 것이라는 두려움은 항상 있어왔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와서 세상이 꽁꽁 얼어버린 것보다 더 무서운 세상에 사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진짜 무서운 것은 기후가 아니다. 서리는 계속 잠만 자는 서진이 안쓰러웠고 서진이 두려워하는 세상과 사람에게 화가났다. 잠만 자며 현실도 돌아오지 않는 서진은 얼음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자신을 꽁꽁 감싸고 있는 얼음같은 틀을 스스로 깨야만 한다. 두렵던 존재가 더이상 두렵지 않은 존재가 되었을 때, 그제서야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그리고 죄를 지은 이는 그에 맞는 죗값을 치뤄야 하는 것이 이치다. 간혹, 세상의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고, 싫어하는 누군가가 영영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은 그런 평범한 인간들의 상상을 실현시켜 주는 또 다른 상상이다. 온통 얼어버린 세상에 시간은 멈춰있고 인간들은 다 얼어버렸지만 내가 녹이고 싶은 사람만 녹일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녹일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굴 녹일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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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울 수 있는 자의 선택과 선택에 대한 무게 🌿 '녹인다'는 절대 권력이 지닌 상상력에 대한 철학적 성찰 🌿 이 소설은 ‘차가움’과 ‘따뜻함’이라는 감각적 대비를 통해 윤리를 설명하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이 소설은 따뜻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자체를 문제 삼는 윤리소설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연민을 미덕으로 여기지만, 이 작품은 연민이 언제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타인의 삶을 침범하는 명분이 되는지를 끝까지 추적한다. 소설의 서사는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는 충동에서 출발하지만, 그 충동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인물들은 차갑게 굳은 관계와 감정 속에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그 선택은 곧 ‘개입할 권리’라는 윤리적 질문과 충돌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니라 과정과 이후이다. 작품은 도움의 순간보다, 도움이 지나간 뒤에 남은 균열과 불편을 세밀하게 응시한다. 그 응시는 독자로 하여금 선의가 언제 자기만족으로 변질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개인의 윤리를 사회 구조와 분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개인의 선의는 반복해서 한계에 부딪힌다. 누군가의 마음을 잠시 녹일 수는 있지만, 차가운 제도와 조건은 그대로 남는다. 이때 작품은 “왜 우리는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미덕으로 해결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를 개인의 감정 노동으로 떠넘기는 현실에 대한 고발에 가깝다. 타인의 고통을 끌어안는 인물의 피로와 소진은, 연민이 의무가 되었을 때 발생하는 윤리적 폭력을 드러낸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침묵과 방관의 문제다. 소설은 악의적인 가해자보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다수의 태도를 더 오래 비춘다. 직접적인 폭력이 없어도, 침묵은 차가운 질서를 유지하는 데 충분하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윤리를 선택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 선택하지 않음 역시 명백한 선택이며, 그 선택은 관계와 세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남긴다. 독자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어떤 침묵을 일상적으로 선택해 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끝내 ‘완전한 구원’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녹아 해결되는 장면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타인을 바라보게 된다. 더 조심스럽고, 더 느리고, 더 불완전한 태도다. 이는 윤리가 거대한 결단이나 감동적인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에 개입하려는 욕망을 스스로 의심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 작품은 따뜻한 위로의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이 남기는 차가움은 무감각이 아니라, 쉽게 선해지고 싶어 하는 마음에 대한 경계다. 누군가를 녹일 수 있다는 믿음, 혹은 그래야만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가능한 윤리가 무엇인지, 소설은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이후에 더 깊게 작용한다. 독자는 더 이상 순수한 연민에 안주할 수 없게 되며, 자신의 선의가 타인의 삶에 어떤 무게로 작용했는지를 오래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동안도 읽은 후에도 마음이 무겁기는 매한가지이다. 아마 작가는 이런 무거운 마음을 우리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 이 리뷰는 도서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녹일수있다면 #현대문학 #임고을 #청소년권장소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기록 #독서기록장 #독후활동 #독서 #오늘의책 #한주에한권읽기 #책추천 #책소개 #책읽기 #소설책추천 #책리뷰 |
![]() 모두 얼어버린 세상에 혼자 남았다면, 누군가를 녹일 수 있다면, 누구를 녹이고 싶으세요? 상상하기 어려운 재난 상황을 떠올려 보면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 같아요. 또, 골디락스존을 벗어나버린 듯한 지구에서 무얼하며 지내고 싶은지를 생각해볼 수도 있고요. 단순한 상상에서 시작했을 이야기지만, 책을 읽는 동안 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시뮬레이션의 끝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내게 필요한 사람만을 녹인다면 그들끼리는 잘 지낼 것인지, 그들이 다른 사람을 녹여주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책에서처럼 얼어붙은 사람을 녹여주고 지하의 모든 시스템을 움직일 수 있는 서진과 서리가 절대권력을 갖는 구조처럼 나 또한 그렇게 독재자처럼 행동할 것인지 등, 가볍게 시작한 청소년 소설이지만 생각은 길어지네요. ----------♡ 초등 고학년이 보아도 충분히 빠져들 만큼 쭉쭉 넘겨지는 가독성 좋은 문체! 상상만으로도 재미있어할 배경! 기말고사 끝난 중고등 친구들 머리 식히기에도, 호기심 가득한 초등 아이들 글밥 늘리기에도 충분히 좋아보여 추천합니다! ----------♡ #녹일수있다면 #임고을 #장편소설 #현대문학 #청소년소설 #서평 #청소년문학상수상작 #엄마아빠남편아이누구를먼저 <현대문학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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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일 수만 있다면, 임고을 장편소설, 『녹일 수 있다면』(현대문학)
종말은 어릴 때 종종 떠올렸지만, 지구가 얼어버린다는 상상은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참신했고, 읽는 동안 또 읽고 나서도 여운이 짙게 남는다. 작가가 지구를 얼려버린 설정을 통해 이 이야기를 만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임고을 작가가 앞으로도 ‘태서진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을,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을 그리는 이야기를 많이, 세상에 들려줬으면 좋겠다. 모든 게 얼어버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은 서진과 서리. 우주연구원인 할머니의 예언은 미치광이 할머니가 떠들어 대는 말로 무시당했고, 무시의 대가는 사납고 잔혹했다. 누군가에게는 언 지구가 얼기 전 지구보다 퍽이나, 다정한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얼어버린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몇 이나 될까? 이 물음에는 ‘사는 게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이 숨어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살아볼 만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발적으로 ‘얼음 인간’이 되거나 미쳐버리지 않을까. 참신한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머지않은 우리 미래라는 것을 읽는 동안 느꼈다. 계절에 맞지 않는 꽃이 피고 전에는 쉽게 볼 수 있던 곤충들이 자취를 감추는 등 지구에 문제가 생겼음을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손 놓고 보고만 있으니 말이다. 지구가 얼어붙는 건 시간문제이며, 서진의 할머니처럼 머지않은 미래(닥쳐올 재앙)를 준비하는 사람이 분명 세상 어딘가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동생 서리가 편지만 남겨 놓고 가장 안전한 집에서 떠난 것을 알아차리고, 서리를 찾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는 서진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서리를 찾으러 가는 길은 살을 에는 두려움이 함께 했다. 모두가 얼어버린 것처럼 서리가 얼어버렸을까봐. 서리가 왜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서진은 서리만 찾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고, 해동기로 녹이는 동안도 서리가 아니면 어쩌지, 하는 불안을 느껴야 했다. 불안은 항상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서진이 녹인 사람은 서리가 사랑을 두둔했던 혜성이었다. 서리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과 더불어 허무함과 불안감이 서진을 가득 채웠다. 얼어버린 지구를 예상하지 못했듯(가볍게 넘겼듯) 상황은 생각하던 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혜성을 집으로 들이게 되고, 혜성과 같이 서리를 찾기 위해 함께 집을 나선다. 혜성이 있어서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동시에 혜성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녹여달라고 부탁을 언젠가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거리를 두면서도 혜성을 챙겨야 하는 서진을 짓누르는 무게를 누가 감히 알 수 있을까. 서진과 혜성이 서리를 찾는 동안, 서리는 서진이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한다. 물론 서진을 위해서 한 일이지만 서진의 생각을 전혀 안 한 것만 도 못한 일이다(서리가 나중에 후회하는 걸 보니). 서진의 삶을 파괴한 기유진을 녹인 것이다. 기유진을 녹인 이유는 서진이 여전히 과거에서 괴로워하는 것을 원치 않고, 직접 부딪쳐서 이겨내야 한다는 서리만의 생각 때문이다. 서진을 위한 일이었지만 결국, 서진은 고통스러웠다. 우여곡절 끝에 서진과 서리뿐이었던 집에는 혜성과 그의 형 태양, 기유진, 할머니가 한자리씩 자리 잡는다. 할머니가 준비한 집은 마치 그녀가 지구를 얼린 장본인인 것처럼 모든 게 갖춰져 있고, 어쩌다 녹여져 이 집에 들어오게 된 그들은 서진과 서리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서진은 지구가 얼기 전에 지옥에서 살았다. 자신의 삶을 파괴한 이를 한 공간에 받아들인 건 어쩔 수 없는 조건 때문이고, 서리의 바람대로 서진은 유진과 직접 부딪쳐 얼었던 자신의 일부가 녹는 걸 느낀다. 서리의 선택이 옳았다고 할 수 없지만-언 지구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을까?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말이 안 된다-, 서진은 원치 않은 상황을 마주하면서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혜성이를 녹이고 나서부터 서진의 마음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있어도 언 지구를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에서 서진은 자신이 갖고 있는 조건을 잘 활용하여 누군가를 녹이고, 스스로 지켰다. 끝에는 처음과 달리 사람들을 녹여 구하겠다고 말한다. 직접 얼음 인간이 되어 본 서진은 얼음 인간이 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경험했기에 얼어있는 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얼고 싶냐는 서진의 말에 혜성은 이미 경험한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부분이 있다. 꽁꽁, 얼어버렸다고 의식이 없는 것이 아니며,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하면서도 가장 잔혹한 형벌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이성적이고 현 상황에 개의치 않을 것 같던 태양이 노란 털실을 끌어안고 흐느끼며 한 말은 아무래도 언젠가 누군가 할 말 같다. “신을 녹이자. 어디 실수로 얼어 있나 본데.” 그렇다. 신도 실수로 얼어버려서 어쩌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게 무섭다는 것을 몇 달 우울증을 앓으면서 알게 되었다. 사는 이유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정말 모든 게 얼어버린 지구 땅덩어리에 혼자 남겨진 기분 아닐까. 이렇게 살 바엔 얼음 인간이 되고 싶다가도, 그렇다고 얼음 인간이 되기는 무서운 모순되는 마음이 매순간 충돌하며 살아내야 하는 건 인간에게 가혹하다. 정말 신의 실수가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랄까. 『녹일 수 있다면』은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를 미리보기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면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잠깐이라도 고민하게 하는 이야기다. 작가가 지구를 얼려버리기까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모든 게 얼어버린 지구를 보니 꼭 지금을, 지금을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을 보는 것 같다. 어쩌면 모든 게 얼어버린 지구보다 먼저 얼어버린 건 인간의 마음 아닐까? 하루빨리 꽁꽁, 얼어버린 수많은 마음이 녹았으면 좋겠다. 마음을 녹일 수 있는 해동기가 있다면, 해동기는 밤낮없이 열일할 것이다. 얼어버린 세상보다 적어도 따뜻한 세상에서 사는 게 나으니까. 올겨울에 이 책을 만난 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 것 같다. 올해 말이 되어서야 얼었던 나의 마음이 천천히, 녹는 중이니 말이다.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현대문학’에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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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녹일 수 있다면저자소개 임고을 작가님은 <녹일 수 있다면>으로 제 1회 현대문학 미래엔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는 동화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등이 있다. 책 속의 한 문장 "혜성이 언 세계를 기록하겠가며 들떠있고 서리가 얼음 인간을 녹이는 일에 꽂혀 있듯 서진에게도 매달릴 무언가가 있으면 그렇게 종일 자진 않았을 거다. 서진이 바라는 것은 언 세상이 지금 상태에서 더 변하지 않는 일이었다. 현상 유지. 서진에게 '변화'란 늘 더 나쁜 쪽으로 접어드는 일이었으니까."p.59 "녹여도 되는 게 아니라 녹여야만 하는 상황이 온 거라면 서진은 누구부터 녹여야 좋을까. 서리 외에 떠오르는 이름이 없었다. 역시 아무도 녹이지 않겠다고 생각할 때 '도은'이라는 애가 떠올랐다."p.81 "서진이 녹은 뒤 얼마간인지, 얼어붙은 세계에서 살아갈 미래 계획을 묻는 것인지. 후자라면 서리도 잘 몰랐다. 외계 생명체에 맞서서 지구를 녹일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수명이 다할때까지 그냥 살아야 하는지."p.147 감상평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이 오직 나에게만 존재한다면? 그게 특권일까? 재앙일까? 영하 217도의 세계에서 얼어붙은 인간을 살려내는 일은 10대인 서진의 몫이다. 과연 내가 녹인 사람이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지 못하지만 녹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야기! 희망과 절망 속에서 희망을 선택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삭막한 현실 속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야기를 읽으며 책 속에 푹 빠지게 만드는 매력도 이 책이 가진 힘인 것 같다. 정말 재밌게 읽었던 책! 아이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다. 서진이를 응원하며! #녹일수있다면 #임고을장편소설 #청소년소설 #소설추천 #신간도서 #신간추천 #베스트셀러 #미래인출판사 #베스트셀러 #재미있는책 #청소년필독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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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녹일 수 있다면 _ 임고을 장편소설 이 책은 파멸해 가는 지구와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200도의 냉동실이 된 지구에서 단 두 명에게만 녹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과연 누구를 녹일 것인가? 학교폭력 피해자 서진은 얼어있는 이 세계가 오히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서진의 동생 서리는 가해자를 녹여 언니가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하지만 언니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낀다. 악은 여전히 악일 뿐이라는 사실만 확인한 채로. 태양은 힘겨운 입시에서 멈춰 단잠을 자던 얼음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달리고 싶은 서리와 혜성에게 정지 상태는 고통이며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얼어 붙은 바깥세상에 비해 안전한 지하세계에서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고민은 깊어만 간다. 책을 요약하는 것으로 다시 한 번 돌아보니 많은 질문들이 느껴진다. 냉동 상태는 안전하게 정지되어 있는 것, 오래 보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생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면 보존이라기 보다는 죽음에 가까울 것이다. 백색의 세상에서 작가의 물음에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 녹여서 재생시겨야 할 가치와 녹인 후에도 여전한 악에 대해, 그리고 세상이 뒤집혀 새로운 권력이 새로운 폭력이 되는 것에 대해. 도돌이표 같은 물음의 연속이더라도 독자의 답안지는 백지는 아닐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의 어느 순간을 얼리면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