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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그것이 노벨상이라고 해도, 일 년에 꼭 한 사람은 받게 마련이라면 그런 어떤 상이 누구에게건 무제한의 권위를 인정받는 건 무리이다. 아, 우리 일상으로 쓰는 말로도,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아무개 어쩌구 하지 않는가? 그런 표현 한켠에는, 일 년마다 한 번씩 나오는 사람 정도(ㅋ)라면 만인의 인정을 아낌 없이 받기엔 좀 무리다, 뭐 이런 함의도 은근슬쩍 깃든 셈 쳐도 될 것 같다. 역자는 이 작품의 빼어난 점에 대해, '밀실 트릭'과 '알리바이'라는 미스터리물의 양대 테마에 동시에 도전하여 자연스럽고도 깊이 있는 필치로 장편 하나를 꾸며 낸 점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평하고 있다. 좋게 보자면 그럴 수도 있겠다. 문제는, 그 두 가지가 소설의 전 뼈대와 살집에 고루 침투하여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밀실의 엘리먼트는 소설의 초두에 잠시, 부유하는 양념 찌꺼기처럼 불쑥 제시되다 성급한 손의 체로 걸러지듯 화자(작가)만의 자찬 속에 싱겁게도 사라지고 말며, 이후 알리바이 깨뜨리기의 분투만이 소설의 7할 이상을 잡아먹으며 내러티브를 끌어간다는 점에서, 요소의 활용 수완이 최소한 구성의 미의 도모하고는 결과 면에서 거리가 상당히 있어 보인다는 사실을 좀 지적하고 싶다. 밀실트릭이 (읽어보면 알겠지만) 사실 작품에서 별다른 하는 일 없는, 따로 노는 소품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의 성패는 도쿄 메트로폴리스, 나아가 그 교통 수단의 촉수가 미치는 원격지(조금만 더 말해도 스포일러가 되므로 요쯤에서 자제)를 둘러싼 복잡한 운행, 운항 스케줄을 놓고 벌어지는 범인과 경찰 간의 머리 싸움에 있다고 봐 줘야 할 건데,... 까놓고 이야기해서, 알고 보면 매우 단순한 트릭에 지나지 않는 사항을 공연히 중언부언 둘러 말해서 그리 보인다 뿐이지, 그 실상은 (결과를 다 알고 나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혀 복잡한 과정이나 동기의 산물이 아니다. 범인의 착상(작가의 아이디어)은 기발하다는 평가를 받기에도 다소 부족하고, 일을 꾸밀 만한 최소한의 아이큐만 장착한 보통 직장인 정도의 독자라도 오히려 첫번으로 떠올릴 만한 그런 류이다. 게다가, 이 아이디어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건 해당 부분을 설명(아닌 변명)하며 화자(작가)가 어물쩍거리듯 그렇게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호텔 체크인의 시각 설정부터 자기가 부리는 기사의 눈치보기까지, 모든 사항에 대해 (주변인물들, 경찰, 심지어 '독자'에 대한 )완벽한 해명을 준비하고 있는 치밀한 범인이, 가장 민감한 성격의 증명서와 기록 문제에 대해 그토록 무신경하게 방치한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다 못해 작품의 전 골격에 타격을 줄 지경이다. 차라리 나는, 후유코의 퇴장에 대해 피살 장면에서 그리 끝내고 말 것이 아니라, 도토 호텔에서의 체크인 미스터리 파트에 다시 '재활용'하여 이중 공범의 역할을 맡기든지, 아니면 데스크에서 또다시 '키를 잊었다'며 어색하고 위험한 쇼를 벌일 부담 없이 호텔업계의 메커니즘을 잘 아는 그녀로 하여금 키 바꿔치기 심부름이라도 시키는 걸로 세팅했다면 재미도 늘리고 플롯의 통일성도 보다 철저해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봤다. 고리타분한 이야기긴 하나 녹스의 십계(까지 이야기할 것도 없고 모든 추리물 애호가의 상식이다)에도 나와 있듯, 범인이라면 지금까지 전혀 제시되지 않았던 인물이 막판에 등장하는 식이 되는 건 금물이다. 범인이 중반 이후로 다 밝혀지다시피하는 판국에 정범 이상의 비중을 지닌 공범의 출현(그 제시도 abrupt했음), 정체가 그토록 느닷없는 건 무성의, 무책임이라 비난 받아도 할 말이 없겠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출퇴근 고생길의 애환 가득한 직장인이라면 이런저런 교통편을 두고 제법 머리 굴려 가며 따져 봤을 경험이 있을 텐데, 소설의 핵심은 다름 아닌 대중교통 스케줄링이니만큼, 배경이나 소재를 적당히 서울의 패럴렐에 끼워 맞춰 가며 읽으면 더 재미있을 만도 하다. 요즘은 한국의 대중교통체계도 제법 잘 갖춰진 상태라, 인터넷에는 '교통덕후'들이 까페를 하나 만들어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데에는 요금이 얼마나 유리한지 어떤지를 두고 경우의 수깨나 생각했을 법한 안들을 주고 받으며 하나의 낙으로 삼기도 한다(이익이래봐야 몇 백원 정도인데 대부분 오너드라이버들인 유저들이 진정 심각한 화제로 삼는 중은 아니다. 정말 몇 백원이 아쉬운 인생이라면 그런 나름 복잡한 교통편 순열조합을 그 머리에서 생각해 내지도 못할 것이므로). 우리보다 몇 십년은 여태 앞섰던 일본에서 마치 욱일승천의 (당시)경제성장세를 상징이라도 하듯, 한창 거미줄처럼 벋어 나가던 교통망을 두고 하나의 서브장르가 창성했었는데, 이 작품 역시 그 대표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어차피 현실의 제약이 있는 여건에서 기발하다 해 봐야 한계가 있겠지만(트래픽 비클을 소재로 지나치게 기발해지면 그건 이미 SF이겠음) 그 점을 감안해도 솔루션이 너무 싱겁고 단순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인터넷 동호회에서 주고 받는 '설계잡담'에서 더 빡센 느낌이 올 만큼. |
|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추리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서양추리소설보단 일본추리서설들이 그러한 경향을 띤다고보는데 여기에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면이 많다고 본다. 동양인은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나 서양인은 겸손도 겸손이지만 자신의 지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전면에 드러내놓는 인간형을 존경해 마지않기 때문인것같다. 추리도 추리지만 그 명탐정의 박학다식함을 드러내기 위해 늘어놓는 쓸데없는 말들이 간혹은 가독력을 떨어뜨리고 심지어는 지루하게 느껴지고 나아가서는 호감을 느껴야할 명탐정에게 흥미가 떨어지는 악영향까지 미치곤한다. 고층의 사각지대는 일본의 추리소설들의 미덕을 잘 갖춘것같다. 군더더기없는 진행 개인적인 천재보다 보다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평범한 형사 하지만 개인적으론 후반부의 '알리바이 깨뜨리기'식의 추리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점수를 아주 후하게 주진 못했다. 재밌는건 사실이지만 책으로 읽는 과정은 꽤나 지루하기 때문이다.(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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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생각보다 상당히 오래전이다...) 제 15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수작 중의 수작이다. 당시로서는 신인 작가였을 모리무라 세이치의 데뷔작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모든 면에서 완벽한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긴 이 앞에 리뷰를 쓴 <점성술 살인사건>같은 명작조차 에도가와 란포상 최종 후보였지 수상작은 아니었을 정도니...참고로 <점성술 살인사건>을 떨어뜨린 당시 26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은 이자와 모토히코의 <사루마루환시행>이라는 작품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고층의 사각지대>에 대해 논해 본다면 이 작품은 일단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이 아닌 용의주도한 범인이 벌인 제1의 밀실살인 사건의 해법을 찾는 것과 제2의 독살살인 사건에 대한 너무도 견고한 알리바이를 깨뜨리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나도 재미있고 실감난다. 당시 일본 미스테리계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긴다이치 코스케 같은 탐정은 등장하지 않으며 도쿄 수사 1과 소속의 형사, 그 중에서도 개인적인 복수에 불타올라 하마터면 일본의 마이크 해머가 될 수도 있었던 히라가 형사를 중심으로 여러 형사들의 불같은 집념, 다리품을 통해 거미줄 같던 미스테리는 하나씩 하나씩 풀려나간다. 작가의 가족 중에 형사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특히나 이 소설에 나오는 형사들은 하나같이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개인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멋진 남자들로 나오고 있는데 어설프게 경찰을 무시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 보다는 형사들을 주인공으로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모습이 오히려 더 신선했다. 형사들이다 보니 특출난 머리의 소유자도 없고 몇 번 허공을 바라보다가 '비밀은 모두 풀렸다'라는 대사도 없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작가의 노력이겠지만)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우선 첫번째 밀실살인의 해법은 개미한마리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이중 밀실 살인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놀라운 트릭으로 쉽게 해결된다. 그러나 말이 쉬워서 쉽지 이 역시도 오랫동안 감탄했다. 어려운 밀실을 이런 간단한 트릭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니... 두번째 알리바이 무너뜨리기는 그야말로 노가다에 노가다를 거듭해서 풀어내게 되는데 작가의 너무나도 해박한 지식 - 호텔, 항공, 기차 등 - 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나중에 해설부문을 읽고는 어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모리무라 세이치는 호텔업계에서 10년을 종사한 경험이 있다하니 역시 실감나는 소설은 사전 지식없이는 섯불리 접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독자의 머리도 빙빙돌고 시간 짜맞추기 놀이에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솔직히 실제 사건에서 용의자가 이 정도로 용의주도했다면 도저히 밝혀낼 수 있을까 할 정도인데 결국 수사 1과 형사들은 밝혀내고야 만다. 결코 긴 분량의 소설은 아니지만 추리소설로서 담아낼 만한 것들은 모두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추리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새로움에 다시한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
증명 시리즈로 유명한 모리무라 세이치의 작품이다. 호텔을 배경으로 해서 이중 밀실과 철벽 알리바이를 푸는 두뇌싸움이 추리의 핵심이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의 입지 선정을 드라마틱하게 잘 한 점이 존경스럽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히라가 다카아키라는 형사이다. 그에게는 아리따운 연인이 있었는데 그녀가 어느날 밤 자신에게 몸을 허락한다. 그러나 그 다음날 그녀가 모시는 호텔의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녀에게는 감쪽같은 알리바이가 있고, 회장이 사망한 객실은 이중 밀실의 구조를 띄고 있었다. 사건을 추적하면서 히라가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자가 자기를 알리바이를 위한 제물로 삼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진짜 범인인 의문의 애인을 돕기 위해 히라가에게 몸을 맡겼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 역시 모 호텔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녀는 범인에게 살해당하면서도 범인을 보호하기 위해 그의 이름이 적힌 청첩장 문구를 변기 속으로 흘려보낸다.
사랑했던 여인이 죽으면서까지 감싸려고 했던 범인. 그를 추적하는 주인공의 심정은 그야말로 비정한 동시에 서글프다. 히라가는 중간에 형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사표까지 쓰지만 수리되지는 않는다. 이 소설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선]이라는 소설을 먼저 읽고 읽는다면 여러가지 면에서 유사점을 느낄 수 있다. [점과선]이 제대로된 열차트릭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층의 사각지대] 역시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정밀한 트릭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점과선]에서 그 지역 관할서의 형사의 도움을 빈 것과 마찬가지로, [고층의 사각지대] 역시 관할서 형사의 도움을 받는다. 둘다 소포로 보내진 두툼한 자료로 사건이 풀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고층의 사각지대]는 플롯도 조밀하게 짜여 있다. 한가지 수수께끼가 풀렸다 싶으면 다른 수수께끼가 다음 장에 나타난다. 건조하고도 말끔한 문장이 세련되게 구사되어져 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 [일본어 고층의 사각지대 원서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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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작으로 당시에는 첨단 문화였던 고급 호텔의 자동 잠금 장치라든지, 복수여권/단수 여권의 이야기 등으로 이슈가 되었었다고 하는데, 지금에서는 뭐 많이 대중에게 익숙해진 소재들이어서, 소재 자체의 특징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여년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꽤 잘 쓰여졌습니다. 아가사크리스티의 새로운 미스테리 패턴을 만드는 정도의 전설급에는 들지 못하지만, 밀실, 알리바이 깨기, 그리고 형사와 범인, 범인과 범인 사이의 연정, 호텔업이라는 특정 분야의 뒷 이야기등이 아주 적절하고 조화롭게 잘 배합되어 있습니다. 보통, 3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의 소설에 잡다한 소재를 섞어 놓으면 개밥처럼 되어버리기 쉽지만, 이 책은, 다양한 소재를 탁월하게 조합하고 배열함으로써, 개밥이 아닌 고급 비빔밥을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는 크게 3개의 소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1) 동경의 거대한 호텔업주가 여행사와 조인트 밴처를 통해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게 되고, 이 모델은 곧 다른 업계의 경각심을 불러옵니다. 그렇게 신규 밴처가 시작할 무렵, 호텔업자가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살해당합니다. 당시 최첨단인 자동 잠금 장치로, 호텔업자자의 살해현장은 밀실이되고, 이 밀실의 수수깨끼를 푸는 것이 첫번째 소재입니다. 하지만, 당시 호텔문의 자동 잠금장치가 생소했지만, 요즘 아파트 현관도 다 자동 잠금장치고, 밀실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열쇠 바꿔치기로 금방 풀리는 문제지요. 2) 첫번째 사건의 주력 용의자로 지목받는 여성의 알리바이가 바로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담당 형사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범죄를 위한 알리바이로 삼기 위해 자신과 사랑에 빠진 척을 했다니!!" 배반 당한 형사는 배신감에 어쩔 줄 몰라하지만, 제일 용의자인 그 여성은 사건 이후 곧 실종되고 얼마후, 시체로 발견됩니다. 형사는 사랑인줄 알았지만, 처음부터 배신했던 이 여자의 복수를 위해서, 진범과 그 사건의 진실을 밝혀냅니다. 3)세번째 소재는 이 여성의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가 깨지지 않는 알리바이를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여자가 죽은 곳과 도쿄 사이는 비행기 직항으로 11시간이 겨우 걸립니다. 그러나 남자의 알리바이는 그 전에 도쿄의 한 호텔에서 숙박한 기록을 갖고 있지요. 어떻게 이런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이것이 사랑에 배신당한 형사가 복수를 위해 풀어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뭐 힌트는 이렇습니다, "출발점과 목적지 사이를 최단 시간에 왕복할 수 있는 방법이 꼭 최단 거리는 아니다" 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와 "호텔에 체크인 할 때, 타인이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에 대한 문제로 환원됩니다. ===== 확실히 트릭 자체가 최고라고는 말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각 소재들이 잘 기술되었고, 그 것들이 유기적으로 잘 어울리면서 배열되어 있습니다.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 원래 시리즈나 작가의 작품 목록중 데뷔 작품부터 발표된 순서로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한 편인데, 우연스러운 기회에 보게된 [야성의 증명]이 너무 재미있어 순서를 거꾸로 하고 잡았다. 앞으로 더 읽으면 순서가 어떻게 뒤바뀔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증명시리즈때가 작가의 최전성기이자 가장 필력이 탁월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작가의 공식싸이트에서도 작품목록은 보기 힘드나 '증명시리즈'를 간판으로 하는 느낌이었다). 데뷔작으로 (물론 추리소설로의 데뷔작일뿐 그 전 발표작은 있었지만) 당당하게 란포상을 수상해버렸다는 이 작품은 수준이상의 재미와 사건트릭을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란포상을 수상한 뒤 수상소감에서 자신의 추리소설론을 말했는데 - 관심있으시다면 [두얼굴의 여교사] 리뷰를 보시길 - 역시나 독창적이고 모방하기 어려운 범죄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호텔계의 판도를 바꿀만한 대계약을 앞두고 특급호텔 사장이 자신의 방에 살해당한다. 밀실살인. 공교롭게 사건의 중심에 서게된 형사 히라가는 애증과 형사로서의 직업정신으로 동분서주 사건을 수사한다. 또하나의 사건이 터지고... 여기에는 밀실살인트릭과 시간표 트릭, 게다가 작가의 경력인 호텔맨으로서의 지식이 농축되어 팽팽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작가도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정당한 게임을 제공해야 하는 기본이 있듯이, 이 작품에서는 범인도 형사에게 '잡을 수 있으려면 잡아봐'하고 도전을 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결코 공평한 게임이 될 수 없는 시간표 트릭 (미리 감을 잡았다 하더라도 주어지는 정보가 없는한 절대 동일한 결론을 낼 수 없다)과 작가에게 유리한 호텔 정보이니... 그래서 중반 이후 시간표를 추적하는 부분에서는 머리 아프고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동시에 형사들의 애환이 드러나면서 형사들의 애타는 고분분투에 동감이 되기도 하고 시간 내게 과연 범인의 알리바이를 깰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선 애가 탔지만, 맨끝에 범인체포와 고백부분은 그동안의 긴장고조를 시원하게 터뜨려줄 '한 방!'이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시원하다'는 느낌이 부족했다 (계속해서 '뒷심'이 부족하다는 인상). 하지만, 추리팬으로선 읽어둘만한 책으로 생각된다. 호텔 숙박부 트릭은 정말 재미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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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무라 세이치가 제 15회 에도가와 람포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 호텔에서 사장이 살해된다. 그 방은 밀실이었다. 열쇠가 4개가 있었지만 그 열쇠를 사용한 사람은 없다. 사장의 비서가 의심스럽지만 그녀의 알리바이는 형사가 증명한다. 살인 시각에 그녀는 형사와 호텔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그녀는 더 의심을 받는다. 너무 치밀한 것이 수상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범인 찾기로 시작해서 중반 이후부터는 범인의 알리바이 파괴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살인과 알리바이 조작. 이것은 작가가 호텔에 근무했기 때문에 경험을 토대로 쓴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 치밀함이 좀 질리게 하는 점도 있고, 지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포인트는 역시 형사란 사건에 있어서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건 이 시대에만 통용되는 것이고 요즘 이런 형사란 피터 러브지도 썼다 시피 <마지막 형사>에서의 다이아몬드 형사처럼 고루함의 전형이지만 이런 근성과 요즘의 과학이 접목되고 잘 조화를 이루어야만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범인이라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형사란 범죄가 발생해야만 존재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불이 나야 소방대원이 출동하듯이.
이 작품은 전형적인 범인 찾기 작품이면서 범인을 중간에 드러내 알리바이를 풀어내는 방법으로 전환한 묘한 작품이다. 그러니까 누가와 어떻게가 함께 존재하는 작품인 것이다. 보통은 범인을 나중에 어떻게와 함께 탐정이 밝히게 하는데 이 작품은 어떻게도 독자가 함께 참여하게 한다. 빠른 전개와 경찰의 사명감과 경찰이 범인의 알리바이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나오기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는데 출판되어 다행이다. 호텔이라는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곳,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자칫 지루할 수 있을텐데 이것을 복잡한 트릭으로 커버하고 있다.
요즘 지능적 범죄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 경찰은 속수무책이다. 아직도 이 책에서의 시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범죄가 일어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범죄가 일어났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해 주고 형사들을 독려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것이 우리 경찰이 처한 사각 지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범인 찾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어울리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