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번이나 리드문을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기에 잘 써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이 책은 '다수'를 위한 책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마니아층을 위한 책이라는 뜻이다. 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니아'라는 말에 흠칫 놀랜다. 이 단어를 그렇게 무겁게 볼 건 없고, 그저 전지영씨의 라이프 스타일에 매료되거나 혹은 공감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뜻이다. 분명 일본과 뉴질랜드를 다녀와서 쓴 글이니 단순히 말하자면 해외여행기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전지영씨의 삶 자체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인 것이다. 그렇다고 '남의 삶을 왜 느껴?'라고 하면 곤란하다. 물론 전지영씨가 스테레오 타입의 일반인들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분명히 남들과는 다른 적절한 위트와 주관을 엿볼 수 있고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전형적인 시티걸의 운명을 뒤로 한 채 10kg 배낭을 울러 메고 트램핑을 하거나 빠친코에 올인하거나 미소년소녀를 향해 몰카를 찍거나 ㅡ 어이가 없을 수도 있고, 인생에 대한 준비성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재밌다. 정말 재밌다. 인생 자체가 남들에게 즐거워 보인다는 것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 말로는 불행의 별이 항상 머리 위에서 반짝이고 말그대로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지만, 그래도 전지영씨의 삶은 위트있고 매력있게 흘러간다. 요즘은 정말 책을 내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다. 통신체를 써도 책이 되고, 딱 두군데 갔다와서도 책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글을 얼마나 잘 썼느냐 하는 문제는 문학책이 아닌 이상 사람들의 잣대에서 멀어졌는데, 그래서 불만이었던 나에게 전지영씨의 책은 충분한 즐거움이 되었다. 왜냐하면 전지영씨는 글을 잘 쓰기 때문이다. 물론 문학상을 받을 만한 글을 쓰라면 못쓸 것이다. 하지만 읽는 맛이 있다. 무라카미 류의 <69>에서 야자키가 매력적이었던 것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문학적 가치는 없더라도, 더없이 솔직한 글쓰기는 그 자체로 빠져들게 된다. 책들을 보다보면 디자인 역시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디자인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서점에서 쭉 보다보면 마음에 안드는 디자인의 책들은 당장 눈밖에 난다. 표지선정부터 시작해서 종이의 질, 인쇄 상태, 사진 질 등은 물론 활자 크기, 활자 종류, 행간, 자간까지 꼭 센스가 딸리는 책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사진, 그림은 물론 편집도 전지영씨가 했다고 알고 있는데 어느 선까지 저자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 마음에 든다. 북디자인의 세계는 잘 모르겠지만 보면 랜덤하우스중앙이나 디자인하우스 같은 곳이 꽤 잘하는 것 같던데, 색감은 물론 모든 것이 센스있게 느껴진다. 섹션마다 양쪽에 걸쳐 큰 사진을 박은 것도 좋고, 괄호 대신 작은 바(bar. 정식 기호 이름은 모르겠다)를 쓴 것도 흔치 않아서 좋고, 이모티콘이 이그러지거나 깨지지 않은 것까지 확인했을 땐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저자의 여행은 철저한 준비도 없었고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그래서 좌충우돌 사건도 많았다. 뭐, 어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인생 아닌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불쑥불쑥 머리를 들이미는 게 인생이고 ㅡ 그것을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 더 된다면 재미있게 여길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즐거운 인생이고 여행인 것이다. 세상을 향해 가출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바로 이 책이고, 우리 모두는 가출할 준비가 되어있다. 다만 마지막 '위트'가 없을 뿐. |
| 내 취향의 책은 아니지만 굉장히 톡특하고 기억에 남는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뭐랄까 예쁜 문방구 같아서 무척 갖고 싶기는 하지만 사고 나면 후회를 조금 할 것같게 만들것 같기도 하다. 비쥬얼은 좋지만 내용에 대한 평가때문이다. 여행기간 중 작가의 행적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부족해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런 책을 만들 때 과연 누가 제대로 리뷰를 해 주는지 궁금하다. 생생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정제되지 않은 언어의 구사로 인해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것도 가출(?)을 결심했을 작가의 마음 상태만큼이나 비논리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기를 논리정연하게 쓸 수는 없을 뿐더러 그렇게 씌어졌다면 그것은 여행기가 아니라 보고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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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배드걸, 탄산고양이, 여자생활백서- 등등 싱글녀들이 쓴 책을 요즘 많이 읽게 된다. 꽤 예전에 쓴 글이지만 지금 보아도 사진이나 글들이 세련되보이고, 재미있다. 이 사람의 책은 '싱글은 스타일이다' 이후로 2번째 읽는 것- 자신의 삶에 대한 독백들, 그리고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의 일들. 일본과 호주에 다녀오며 난생 처음으로 경험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새로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중간중간 너무 웃긴 얘기도 많고..ㅎ 꽤나 고집도 세며 처음 보는 사람에겐 심하게 소심한 듯한 사람... 호주에서 그 긴 시간동안 여러 사람들과 합숙했지만 말도 한마디 안했다니;; 대단-.- 호주 트램핑 얘기는 정말 웃기다.. 12kg나 되는 배낭을 이고 낑낑대며 하루종일 산을 넘고 산장에서 자고.. 매끼를 샌드위치로 떼우며 자신도 원치 않았던(?) 고생을 미친듯이 하고 나니.. 그 짐은 따로 택시에 부쳐 보낼 수 있었다는 슬픈 이야기 ..ㅠㅠ 영어가 안되서 겪는 슬픔... 가보지 않은 나조차도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구나; 일본에서 빠찡코로 돈을 잃고 공항갈 차비도 없어 구걸해야만 했던 이야기;; 심지어 이 사람은 1년 가까이 승무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나이들어 '이제 해외나가는 것도 별거 아니네' 라는 생각이 드는게 두려워서 관뒀다고 한다.; 자기 살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다고 하는 작가. 자기 웹 페이지에 그림도 올리고.. 그림으로 돈도 벌고 글도 쓰고- 나도 자유롭게 살고 싶긴 하지만 버릴 수 없는 욕심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럴 수가 없군.. 대리만족이라도 하는수밖에~ㅎㅎ
참고로 탄산고양이는 자기네 집 옆에서 3일동안 벽 속에 갇혀 울부짖다가 극적으로 작가와 만나 거대 비만고양이로 자라나게 된.. 작가의 고양이 이름이라고 한다-근데 정작 고양이는 집을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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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따땃하고 맑으며 가끔 흐리고, 가끔 비옴.
한해 하고 반년 후 인 5월초. <탄산고양이 집 나가다> 탄산고양이 전지영님의 이력은 독특하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다가(봐라봐라, 여기 솔깃하는 사람 많다.) 얼마 안되어서 관두고 대충 일러스트 그리면서 여행이나 다니면서 고양이나 키우면서 살고 있다. 그해 늦가을 스타벅스에서 만난 탄산고양이는 나의 우상. 일주일 넘게 책을 붙잡고 있었지만 진도가 안나간다. '도쿄'여행편에서는 도대체 도쿄가서 뭐한거야? 싶어서 책을 덮어버릴까 했고 '영어도 못하는 동양인 여자가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이라는 주제로 볼 때 탄산고양이의 여행이 순탄치 않았을 것은 이해가 된다. 뉴질랜드에 다녀온 친구들의 여행담 때문에 '뉴질랜드'하면 꿈의 파라다이스를 떠올리던 나는 이 책 때문에 도리어 사이다에 탄산이 팍 빠진 느낌이다. 그나마 책을 읽은 일주일에 대해 위안이 되는 것은 마지막 다섯 장의 사진들(앞의 내용들을 상기 시키며 혼자 웃었다ㅋ)과 에필로그. 그리고 그녀가 중얼대듯 말했던 밑줄 그을만한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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