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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경상도에 이어 전라도말까지 와서 돌아본 느낌은 앞의 두 책에 비해 다소 아쉬웠다. 좀 더 전라도말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문장들이 덜 나온 느낌이랄까. 작가의 해설 또한 지나치게 작가의 에세이적인 내용으로 흘러 어떤 곳은 아예 문장에 대한 설명도 없이 본인의 감상만 적힌 곳들도 있었다. 전라도 사람인 작가의 일상을 통해 전라도의 말과 느낌을 좀 더 풀어내고 싶었던 모양인데, 이미 서울서 많이 살아서 그런지, 전라도다움이 별로 안느껴져 아쉬웠다고나 할까. 일상을 풀어내는 에세이가 아니라, 전라도 말을 풀어내는 책인데 ...
기대를 겁나 했는디 쪼까 아쉽소 그래도 별점은 다섯개 줄라요~우리는 거시깅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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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의 말들[지은이 손정승, 펴낸 곳 유유, 214쪽]을 읽고
거시기여. 아따, 참말로 거시기하네! 많은 이들이 사투리로 알고 있는 ‘거시기’가 전라도 사투리 특유의 차진 맛을 자랑하는 표현이고, 상황과 분위기를 기민하게 읽어 내야 이해할 수 있는 전라도 사투리의 특징을 대표하는 단어로, 1988년부터 표준어로 사전에 등재된다. 아직도 전라도 사람들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나 표현하기 거시기할 때 거시기하는 단어다. 맥락에 따라 긍정과 부정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쾌하다. “쪼까 거시기헌디......”는 찜찜한 기분일 때 쓸 수 있고, “쪼까 거시기헌디∼”는 애정 전선에 이상이 없는 연인 사이에서 웃자고 쓸 수 있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아따’와 ‘왐마’가 만능 감탄사라면, ‘거시기’는 단연 만능 명사다. 남도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대학에 진학하며 서울살이를 시작한 저자는 ’전라의 말들‘을 쓰게 됐다고 했을 때 벗은 몸을 뜻하는 전라全裸냐는 말을 세 번쯤 들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사투리 하나하나를 벗겨 내듯 골똘히 들여다보았다고 고백한다. ‘허벌나게가 이것도 다섯 개가 넘어요. 징허니 겁나게 허천나게 허벌나게 오라지게.’ 이 말은 화순이나 구례나 나처럼 장수가 고향이어도 잘 통하고 이해한다. 전라도 사람이면 다들 ‘새까맣다‘가 아니라 ’쌔까맣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러나 전라도에서도 사투리마다 각자의 영토는 확연히 나뉘기도 한다. 먼저 화순 사람 손정승 저자의 사투리를 듣는다. “하다 도와줘싼게 쌀째기 나 혼자 할라고 했더니......일 안 시키고자와, 가실 날이 얼매 안 남았잖애.” 그리고 신문 칼럼에 실렸던 구례 사람 정지아 작가의 사투리도 들어본다. “긍게 월매나 한이 맺혔겄냐. 워치케든 지 것은 손톱 밑에 그러쥐고 안 뺏길라고 발악을 험시로 살았겄제. 긍게 빈 몸으로 시집와서 그만치 재산을 모든 것이여.” 같은 남도 사람의 사투리도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지만, 나는 화순 사투리는 얼른 알아듣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음에 비해, 구례 사람의 사투리와는 딱 맞아서 말맛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하나 여우고 아들 둘‘이라는 표현에서 만나는 ’여우다‘를 보자. 저자는 시집·장가를 보내다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설명하는데, 나는 사실 ’에우다‘라는 사투리가 훨씬 정감 있고 익숙하다. 저자는 자신을 만든 팔 할인 사투리의 아름다움을 잘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전라도 사투리에는 애잔한 삶과 씨익 웃어줄 수 있는 다채로운 표현이 아주 많아서란다. 그래서일까? 참으로 잊고 살았던 ’반갱일‘을 만나 너무 반가웠다. 국민학교(초등학교) 동창 친구를 몇십 년 만에 만난 기분이랄까? 작가의 말처럼 한 주를 마무리하는 약간의 분주함과 나른함이 반씩 깃들어 있던 그 시절의 ’반갱일‘, ’온갱일‘도 뒤따라 오는 기분이다. ’야 나는 니가 누구 타갰는가 혔다. 아 그 아부지의 그 딸래미구만.‘이라는 말에서 누굴 닮았다고 말할 때의 ’타갰네.‘라는 사투리도 다시 쓰고 싶다. 이렇게 제각각의 사투리는 우리 언어의 다양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각 지방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든 말이다. ’무담시 눈물이 나와.‘의 ’무담시‘는 아무 이유 없이, 공연히라는 뜻이고 ’뭐 땀세 그랬당가요.‘의 ’뭐 땀세, 뭐땀시‘는 ’뭐 때문에, 어째서‘라는 뜻이다. 자꾸 되새김질하고 싶은 말들이다. 하지만 말이다. 「서울에서 전라도 말을 쓴다는 건 타향살이 하는 동향 사람끼리는 반가운 일일 것이나 사회적으로 추가점을 받을 만한 요인은 아니었을 테다. 전라도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가 무척 끈질겼다. 다른 지역 말에 잘 동화되는 전라도 사투리를 두고 ’출신을 곧잘 숨긴다‘고 말하거나 민주화운동 역사를 두고 스스럼없이 ’반동분자‘라는 꼬리표를 붙였고, ’저기 사기 친 아무개가 전라도 출신이더라‘라는 연관성을 도통 모를 말은 금세 ’전라도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로 정리되었다.」는 저자의 서울살이를 읽자니 공감이 되고 너무 가슴 아프다. 오래된 통계지만 서울 인구 중 3대가 서울 태생인 토박이는 5퍼센트 남짓에 불과하여 부모와 조부모는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왔다는 뜻이고, 대부분이 서울 사람이 아니라는 소리일 텐데 말이다. 고향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몹쓸 일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죄다. 그래도 이리 정겨운 사투리가, 오랫동안 주로 입으로 전해진 탓에 시간이 지나며 많이 없어져 너무 아쉽다. 그래도 결론! ’경우지고 아능 것도 많은 자네가 어디 말을 좀 해 바. 머얼 어쩌겄다는 거인지.‘ 대부분의 전라도 사투리가 입에 착 착 달라붙긴 하였다가, 다 그러하진 않았다. 남도와 북도의 차이다, 그건. 나는 북도 사람이라서다. 그것도 전주의 말을 닮지 않은 남원 말이다. 전라와 경상의 말을 비벼 넣은. 서울에 가서도 금세 알아차리던 남원의 말, 그 남원 사투리.
[뒷이야기] 사전에 실려서도 거시기는 참으로 거시기하다. 1. 대명사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 “자네도 기억하지? 우리 동창, 거시기 말이야, 키가 제일 크고 잘 웃던 친구.” 2. 감탄사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가 거북할 때 쓰는 군소리. “저, 거시기, 죄송합니다만, 제 부탁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리고 한걸음 더의 추가 설명도 읽어야 한다. o ‘거시기’가 표준어이고 ‘거시키’는 비표준어이다. 이는 일부 단어의 경우, 거센소리로 나지 않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표준어 사정 원칙 제4항)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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