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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었던 몇 권의 여행기들은 아름다운 그 곳의 사진들과 함께 막연한 동경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막연한 동경심을 유발시키는 책들의 그럴싸한 묘사들은 상술과도 같아서, 마치 책 속의 아름다운 그 곳을 지금 당장의 내 눈앞의 그림으로 펼쳐지게 하려고 완벽한 포장을 시도한 것처럼 보였었다. 심지어는 글쓴이가 프랑스 '파리시'의 관광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로부터 일정의 돈을 받고, 파리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게, 현혹적인 글을 써주기를 요구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정도의 느낌을 받은 책들도 여럿 있었다. 한편, 국내에 소개되어지는 여행 관련 서적들이 '유럽'이라는 한정적인 지역의 모습들을 내용의 대부분으로 채우려 하는 것 같아서, 이제는 오히려 약간의 거부반응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 곳의 위대한 문화유산들과 시각적 아름다움에야 비길 곳이 어디 있겠나 만은,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신선한 충격을 주지 못하였다. 이러한 연유로 한동안 여행에 관한 기록들을 멀리 했던 것일까?...
「나의 프로방스」, 제목을 보는 순간 '역시나 겠지'를 떠올리며 잠깐 책을 들어 올렸고, 몇 초간의 눈요기를 위해 스르륵 책장을 넘겼다. 기존의 여행 수기였다면, 글쓴이가 직접 찍은 사진이거나 혹은 그 지역적 특색을 물씬 드러내는 아주 선명도 높은 칼라 사진들이 간간히 페이지를 채웠을 텐데, 이 책은 달랐다. 책 속에는 물감으로 그려진 풍경과 음식들, 사람과 사물들의 수채화들이 들어있었다. 그야말로 '잘 찍은' 풍경 사진들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져, 그래서 더욱 건조해졌던 내 시야가 오히려 이 책에서 신선함, 그림물감의 따뜻함을 발견하여 더욱 오랫동안 나의 눈을 잡아두었다. 아직은 미심쩍은 마음에 다시 처음 부분으로 책장을 넘기고 '차례'를 살피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괜찮았다. 월별로 순서를 삼은 것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결국 나의 소비 충동을 순식간에 일으킨 완벽한 포장술을 자랑하는 이 책은 지금 내 손에 쥐어져 있다.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속에는 내가 알고 있던 니스 해변도 없었고, 칸도 없었다. 고흐도 없었고, 알퐁스 도데도 없었다. 아비뇽과 아를 지역의 역사적 흔적들도 없었다. 「나의 프로방스」에는 수리가 장시간 필요한 글쓴이의 집이 있었다. 넓게 펼쳐진 포도 농장이 있었고, 식사를 하거나 손님이 찾아왔을 때 쉽게 건네었던 포도주가 있었다. 글쓴이의 특이하면서도 인정 많은 이웃들이 있었고, '미스트랄'의 찬바람이 있었다. 쉽게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인 송로와 그 부부의 서툴렀던 프랑스어 실력이 있었다.
그랬다.....
「나의 프로방스」는 프로방스의 식당과 해변, 산과 사람, 날씨와 특징들을 나열한 소개글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지은이의 삶을 중심으로 삶 속에 출연하는 주변인들과 생활반경의 모습들이 철저하게 녹아져 있었다. 1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휴가기간은 아주 긴 휴식의 시간이 아닌 진정으로 바쁜 삶의 나날들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이 결코 글쓴이 자신에게 있어 바쁜 일상으로 인한 '지침', '힘이 듬'이 아닌 진짜 즐거움의 나날들이었던 것이다. 글에서 친구와 이런 대화를 주고받기도 한다. 친구의 지루하지 않냐는 질문에, 글쓴이는 "우리는 지루할 짬이 없다. 프랑스의 시골 생활에서 매일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방식에 맞춰 집 주변을 조금씩 바꿔 가는 과정을 즐기기도 한다. 꽃과 나무를 심어 꾸며야 할 정원이 있었고 ... 게다가 언제나 딴 일거리들이 생겼다." 라고 말하고 있다. 글쓴이가 말하는 '일거리'란 진정으로 그 일을 통해서 값지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리라. 글쓴이인 '피터 메일'에 대한 소개글을 보면, 영국의 런던이라는 큰 도시에서 광고업계의 관리로서의 삶을 거두고 프로방스 지역 작은 시골에서의 삶을 택한 사람으로 그려졌다. 짐작해 보면 피터 메일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지위를 두루 갖추고 대도시에서 살았음에도, 진정으로 자신이 추구했던 진정한 삶의 모습, 동경했던 자신의 인생은 '프로방스' 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따로 있었던 것이다. 피터 메일은 글 속에서도 말하고 있다.
"프로방스의 한겨울은 이상하게도 딴 세상 같은 분위기를 띤다. 침묵과 텅 빈 공간이 어우러지면서, 세상에서 격리되고 정상적인 삶에서 유리된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우리는 숲 속에서 '트롤-초자연적인 괴물'을 마주치거나, 보름달빛에 머리가 둘인 염소를 보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런 상상은 우리가 여름휴가 때 겪은 프로방스와는 사뭇 다른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피터 메일의 삶에 대한 개인적 고민은 오히려 사회적이기도 하다. 사회적 명성과 경제적 안정, 도시적 문화생활 즐기기 등, 이러한 단어들 맞추기가 삶의 목표가 되어 버린 나와 주변인들의 삶의 과정 속에는 반드시 '개인의 철학적 혼란기'가 스며들기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혹은 '지금까지의 나의 삶이 진정으로 원하던 삶이었는가' 라는 형태로 말이다. 피터 메일은 이러한 면에서 철저하게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였다. 자신이 원하던 삶이 무엇이었는가를 고민하였고 그 원하던 곳에서의 삶을 택하였으니 말이다. 제목에서 '동경'이라는 화두를 던졌었다.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야 말로 진정한 '동경'의 모습을 제시해 주는 듯 하다. 누구나 보아도 아름다운 장소에 대한 서정적이고도 신랄한 묘사로 유도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아닌, 자신의 일상을 직접적으로 뛰어들게 하여 그 자신을 중심으로 즐거움으로 겪을 수 있는 모습들이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동경(憧憬)'의 삶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면에서 피터 메일은 철저하게 다듬어진 자신만의 관찰력을 동원하였다. 마치 글쓴이와 함께 1년이라는 세월을 '프로방스'에서 살다 온 느낌을 받을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도, 우리가 언젠가는 꼭 가고 싶은 '프로방스'를 품고 살아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곳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고민하고 있지는 않는 듯 하다. 그러니 이번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를 통해, 각자가 나만의 프로방스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봄은 어떨런지... [인상깊은구절]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벨이 울려댔다. 우리 부부 모두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소리였다. 서로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딴전을 부렸을 정도였다. 우리는 전화벨 소리에 선천적인 알레르기가 있는 듯 했다. 이상하게도 전화벨은 적절하지 않은 때에 울려대지 않는가. 게다가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당신을 예기치 못한 대화로 끌고 들어간다. 하지만 편지는 받으면 언제나 즐겁다. 적어도 당신에게 대답할 시간 여유를 주지 않는가.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편지를 별로 쓰지 않는다. 너무 바쁘고, 서둘러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어떤 일이 있어도 충실하게 청구서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망각한 채 우체국을 불신한다. 하지만 우리는 전화를 믿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결국 내가 죽은 지 오래된 생선을 집는 심정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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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들끼리 모여 "'유럽'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도시"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파리를 꼽았다. 런던을 꼽은 나는 '영어과의 한계'로 지적됐다. 프라하를 꼽은 남편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는 비아냥을 샀다. 많
은 사람들이 파리를 유럽의 상징으로 꼽는 것은 내게 놀랍지 않은 일이었지만, 내가 아직 파리를 가 보지 않았다는 사실엔 그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눈치였다. 그 사람들에게 나는 한 달이 멀다하고 짐가방을 싸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걸로 유명 인사였다. 나
는 프랑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프랑스를 잘 알지도 못 한다.
독일과 프랑스 간 국경도시인 슈트라스부르그에 두 번 가 본게 전부다. 알프스로 캠핑을 가던 길에 이틀 묵은 슈트라스부르그의
캠핑장은 샤워가 악몽일 정도로 지저분했고, EU 기관 견학차 반 나절 들른 슈트라스부르그는 불친절 그 자체였다.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에 앉은 여자가 영어는 물론, 독어도 하기 싫어하며 불어로만 길을 가르쳐주는데, 살면서 드물게 누군가를 때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들게했다. '지저분하고 불친절하다'는 인상은 첫 유럽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 비행기 환승을 했던 파리 드골 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환승 창구가 공사 중이라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했는데, 공항 유니폼을 입은 직원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하자 매우 고압적인 톤의 "no English"란 대답이 돌아왔다. 유니폼 입은 자들은 당연히 친절해야 하고, 유럽인들은 무조건 영어를 잘 한다는 한국식 고정관념이 비틀어 지면서 '프랑스적 불친절'이 머릿속에 각인된 셈이다. 고전적 의미의 '특정 민족에 대한 고정관념 형성 과정'이 프랑스인을 예제로 고스란히 재현됐을 뿐임을 깨달았을 땐, 이미 그 각인은 지울 수 없이 굳어진 후였다. 프랑스를 다시 보고 싶어진 건, 유럽을 뜰 날이 얼마남지
않았단 사실을 인식하면서 부터다. 파리엔 여전히 관심이 없지만 아비뇽이나 엑상프로방스 같은 지명들에 귀가 솔깃해졌다. 2004년
초판으로 읽었던 <나의 프로방스>를 재주문한 건, 아비뇽이든 엑상프로방스든 니스든 마르셰이유든 내 귀를 솔깃하게 하는
모든 지명들이 모두 '프로방스'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엊저녁 책장을
덮은 나는 프로방스로 가는 기차표를 검색해 보고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춘삼월이 오면, 피터 메일의 집을 찾는 관광객들의
행렬에 합세해 뤼베롱 산으로 달려가리라, 와인도 못 마시고 고기도 안 먹지만 포도쥬스에 아스파라거스를 먹더라도 보니외와 카바용의
'가정식 레스토랑' 한 켠에서 프로방스 사투리로 왁자지껄한 오후를 만끽하리라... 물론 사투리는 고사하고 표준 불어도 모르는
동양인 여행객에게조차 다정한 프로방스일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잘 쓰인 여행기가 그러하듯 <나의 프로방스> 역시
독자로 하여금 당장 달려가라고 부채질하는 책이었다. " 우리는 창을 통해 돌화분을 바라보았다. 꽃이 피어 화사한 모습이었다. 돌화분을 차고에서 정원으로 옮기려면 적어도 네 사람이 필요할 듯 했다. 우리가 알기에, 프로방스에서 네 사람을 모은다는 것은 하룻밤에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일단 물건을 살펴보기 위한 사전방문과, 술을 마시며 벌이는 열띤 토론이 있을 것이 뻔했다. 그렇게 날짜가 결정된다 해도 그냥 잊혀지고 만다. 어깨를 으쓱하며 미안해하는 사이에 시간이 흐를 것이다. 내년 봄에는 저 돌화분을 제자리에 놓을 수 있을까? 어느새 우리는 며칠이나 몇 주가 아니라 계절 단위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프로방스가 우리 때문에 본연의 속도를 바꾸지는 않을 테니까." (P.352) 독일에 온 한국 사람들이 가장 황당해 하는 것은 인터넷을 신청하고 설치하는데 한 달 정도가 걸린다는 사실이다. 대리점에 가서 인터넷 설치를 신청하면 일주일 쯤 후에 본사에서 라우터나 모뎀 같은 기본 장비들을 보내주고 다시 며칠 후 기사가 전화를 걸 것이라고 통보하는 편지를 보낸다. 그 다음주쯤 기사와 통화가 연결되면 일러야 그 다음주 쯤에 방문 약속이 잡힌다. 기사가 방문하기로 한 날에, 안테나 관리를 맡고 있는 건물 관리인이 휴가라도 내게 되면 방문 날짜는 다시 그 다음주 어디메로 밀려난다. 아침에 전화하면 저녁에 연결되는 초스피드에 익숙해 진 한국 사람들로써는 '짜증나는 여유'다. 그러나 이 짜증스런 속도는 한국인들이 그토록 부러워 하는 '유로피안 라이프'의 여유 있는
삶의 이면일 뿐이다. 주 40시간 근무, 일년에 두 달이 넘는 휴가, 유연한 노동 등 한국 사람들이 오매불망 염원하는 여유를
모두가 누리는 사회에서는, 건물 관리인의 휴가와 인터넷 설치기사의 육아휴직과 통신회사 직원들의 칼퇴근이 다 함께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여름에 분만을 하게된 한국 여성들은 특히 산부인과 의사들의 긴 여름 휴가에 불만을 터뜨리는데, 환자 한 사람 당 최소
30분 이상 보장되는 진료시간에 만족한다면 환자를 손님이 아닌 친구로 대하기 위해 발군의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야 했던 의사들이
사무실 밖에서 일광욕을 할 시간도 보장해 줘야 마땅한 것이다. 한국에서 읽었던 <나의 프로방스>는 그 여유가 과해 별나라 이야기로 들렸던데 비해, 독일 생활 4년차에 다시 읽은 프로방스 체험담은 프랑켄이나 슈바벤 어디메 작은 마을 출신인 내 친구들의 부모, 친지의 이야기로 들렸다. 다만, 독일이 아니라 프랑스이기에 물처럼 소비되는 포도주와 부끄러워 않는 식탐의 향연이 더해졌을 뿐. " 대부분의 교통사고가 벨기에인 때문에 일어난다는 소문도 있다. 벨기에인들은 도로 중앙으로 운전하는 습관이 있어, 신중하기로 이름난 프랑스 운전자들이 충돌을 피하려다 도랑에 처박힌다는 것이다. 스위스 사람과 캠핑족이 아닌 독일 사람은 호텔과 식당을 독차지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는 비난까지 받는다. 그리고 영국인! 아, 영국인도 있었다. 영국인은 소화기관이 약해서 배수구와 수도를 먼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프랑스 친구는 '영국인은 설사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 같아. 설사하지 않는 영국인이 있다면 설사하는 곳을 찾고 있는 거야'하고 빈정대기도 했다." (P.209) 우리가 그저 서양인 혹은 유럽인으로 묶어 대별하는 집단 사이에서도 국가에 따라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 봐도 흥미로운 일이다. 반대로, 이들에겐 그냥 동양인으로 보이는 중국과 일본과 한국인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한 악담과 험담이 끊이지 않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다. 스테레오타이핑이 관한 수업 시간에 이런 얘길 해 주면 독일 교수들은 그야말로 '환장' 한다. 물론 좋아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간결하지만 허술하지 않은 영국식 입담이다. 책에는 시간적 단서가 거의 없어 한국어 초판이 발행된 2004년
즈음에 쓰여졌거니 했다가 막바지에 유럽연합은 커녕 1992년 유럽공동체(EC) 설립도 전의 이야기임을 발견하고 말았다. 20년도
전에 쓰여진 여행기 치곤 그 입담이 전혀 올드하지 않다. 빌 브라이슨와 워킹 타이틀의 팬으로서 다시 한 번 영국식 스토리텔링의
매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
| 종로 한복판에 있는 한 서점에서 이 책을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마치 그리워하던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난 것처럼 감격스러웠다. 책이 너무 예뻐져서 잠시 못 알아봤지만 말이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책을 다시 읽어보니 저자 피터 메일이 프로방스에서 겪으며 늘어놓는 유머러스한 표현이 훨씬 고단수고 능글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그래서 더 유쾌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여러 차례 낄낄거리며 읽었다. 피터 메일이 말하는 <나의 프로방스>는 관광지 ‘프로방스’가 아니다. 뤼벨롱 산자락 밑에서 포도밭을 가꾸고, 와인을 만들고, 사냥을 하는 ‘시골 마을’이다. 저자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여행객이 아니라 그곳에 집을 사서 고치고 포도나무를 심고 이웃들과 한 식탁에서 음식을 먹는, 요즘 말로 ‘귀농인’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일 년 열두 달 알록달록한 일상이 기록되어 있다. 프로방스 자연(특히 햇볕!)과 와인과 음식 얘기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이 책에선 무엇보다 대부분 마을 사람들인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그들은 순박하면서도 때로 욕심 사납고 응큼하고 그러면서도 매사에 느긋하다. 마치 인생 사는 법을 터득한 도사들처럼. 특히 맛이 좀 간 듯한 마소는 엽기적이라 할만큼 개성이 넘치는 인물인데, 그의 얘기는 과격하고도 허풍스럽지만 왠지 밉지 않다. <나의 프로방스>를 통해 다시 만난 이웃들, 그들에게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조금은 배웠다면 그건 나의 허풍일까. 최근에 이만큼 재밌고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책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건 책이 환골탈퇴하듯 아름다워지고 번역이 정말 매끄럽게 잘 읽힌다는 점이다. 역시 옛 친구가 좋다!! |
| 얼마 전에 다녀온 프로방스 얘기라 선뜻 관심이 갔다. 더구나 예쁜 표지와 안의 정다운 그림들... 내게 프로방스는 꽃들이 만발하고 자연이 풍부한 지방이었다. 물론 1년 내내 또는 계절마다 그런 게 아니란 걸 뼈저리게 느끼고 왔지만... 라벤더며 꼬끌리꼬며 해바라기를 제대로 못 보고 왔다는 내 불평에 친구는 "무슨 꽃타령이야?" 했지만, 내게 프로방스는 그렇게 예쁜 꽃들로 가득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휴가 때마다 자주 프로방스를 다녀본 한 영국 사람이 프로방스에 집을 사서 그걸 수리하고 꾸미는 과정에서 1년 동안 벌어진 자신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아기자기하면서도 프로방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프랑스, 그것도 특이하기로 소문난 프로방스 사람들에, 그 지방에 대한 영국 사람의 시선이라 딴에는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적으로 승화하려는 시도 때문에 좀 거슬리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건 어쩌다 잠시 눈에 뜨인 잡초였을 뿐, 전체적으로 따스하고 정겨운 시선이 프로방스의 산과 들에 아름다운 야생화로 피어 퍼져있었다. 1월부터 12월까지 그들은 단지 잠깐 흥분한 관광객이 아니라 정말 온 마음을 다해 프로방스 사람들이 사는 방식대로 살았던 듯 보였다. 자연만 아름다운 프로방스에 가서 자기들 식대로 살면서 그 자연을 만끽했던 게 아니라, 프로방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그런 마음가짐이 한편 부러웠고 또 한편 그런 마음의 여유가 내게도 전이되었다. 늘상 바쁘고 여기저기 치이고 지하철에 낑겨다니고 말대답 한 번 시원하게 못하면서 가늘고 길게 머니를 벌어야 하는 직장 인생에 한 줄기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나 할까. 프랑스의 프로방스는 꼭 아니더라도 나중에 무슨 일이 있어도 시골 가서 살리라 다짐을 하게 하는... 그런 용기를 준 책이다. 용기백배~! 사기충천~! ^^ |
| 작년부터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책 중에 한권이 바로 '나의 프로방스'였다. 그러다 얼마전에 친구한테 선물을 받고는 받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내려 가버린 책도 또한 '나의 프로방스'였다. 일년 전에 광고에서 처음 보게 된 '나의 프로방스'는 현실에 얽매여 있는 나에겐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지고 사치스럽기까지 하게 느껴지게 만든 제목을 달고 있어서 괜시리 거부감이 들어었다. 하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현실에서 발을 동동 굴고 있지만 '나의 프로방스'를 느긋하게 아주 행복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생겨 행복하게 여름 날의 햇살을 받으며 읽어나갔다. '나의 프로방스'는 저자 피터 메일이 프로방스 뤼베롱에서 보낸 일년을 아기자기하게 유머러스러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글과 더불어 간간히 보이는 삽화가 프로방스 시골 길을 꿈꾸게 만든다. 난 항상 생각해왔었다.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곳에서 이주든 한달이든 살아보고 싶다고... 그 꿈을 당당히 이루어낸 저자는 부인과 함께 영국의 짙은 구름을 피해서 햇살 가득한 프로방스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현실감있게 들려준다. 마을 사람들에게 낯선 영국인부부에서 그들과 친구가 되어가는 계절의 변화, 시간의 변화를 느끼다보면 저절로 얼굴 가득 미소가 지어진다. 200여년이 된 농가이다보니, 일녀내내 수리,보수를 해주어야 하는 문제들, 별로 연락도 않하던 친구들이 여름 휴가를 맞아 들이닥쳐서 조용한 시간들을 빼앗아가는 문제들, 변덕스런 미스트랄의 공격으로 메론밭과 길이 망가지고... 아마, 그저 프로방스의 아름다움만을 이야기한 책이었다면 이리 읽는동안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 집을 산 이방인이 겪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하나 하나씩 고쳐가면서 생활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 용기가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세상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조금씩 닮아있음을 알게 되어 안도감이 생긴다고... 그래서 프로방스를 꿈 꿀 수 있게 되었다고... 나만의 프로방스를... 오랜만에 꿈꿀 수 있었고 행복가득한 느낌으로 읽은 책이었다.^^ * 음식의 향연도 빼놓을 수 없다. |
| 인생을 빠르게 살아야 하느니 느리게 살아야 하느니, 혹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느니 밤에 집중을 해야 하느니 하는 말들이 소란스럽게 가득한 세상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생활들은 그런 소란스러움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책을 읽고 나니 프로방스에 가고 싶어진다. 알퐁스 도데, 깐느 영화제처럼 파편화되어 존재하던 사건들이 바로 이 책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묶이는 느낌이 든다. 그것들을 만들어 주는 토양이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고 추궁하는데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의 교과서에 나오던 글 중 요람기가 가장 생각이 많이 났다. "범버꾸범버꾸" 하면서 콩을 까먹고 청승맞게 피리를 불던 총각 생각에 눈물을 훔치던 욱이 이야기가 등장하던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의 그 이야기. 이제는 우리에게서는 불도저에 밀려 사라졌지만 지구 반대편에 남아있는 이야기는 훈훈하다. 탄력있는 문체의 한글로 되살아나게 만든 번역은 놀라울 따름이다. 서술과 묘사의 아름다움이 이 번역에서 돋보인다. 오랫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읽었으니 책을 두른 쪽빛 장정이 잘 보이는 책꽂이에 꽂아두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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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도를 살펴보았다. 프랑스 지리에 대해 이렇게 모르고 있었다니. 하기야 내가 언제 프랑스를 제대로 알려고 하기나 했던가. 모르면서 알고 있는 것처럼 여기고 있었던 수많은 정보들 중에 하나였다. 프랑스에 대한 나의 무지.(사실 프랑스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해서 내가 살아가는 데 어떤 불편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책을 읽고 난 뒤에 새삼스럽다는 게 좀 의아할 뿐.) |
| 그 흔한 여행기 하나 읽지 않는 내가 어떻게 이 책이 필이 꽂히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아마, 한참 훌훌 털어버리고 싶었던 때였으니... 이 목가적인 사진이 날 유혹한 것은 아니었을까. 책의 서평이나 정보를 보고 판단하여 산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책이 와서야, 이 책이 피터메일이란 영국 사람이 프로방스 지방에서 산 이야기를 쓴 책이란 걸 알아버렸다. 어쨌든 결론은,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다는 거. 책은 1월부터 12월의 목차로 되어있다. 피터메일과 그 아내가 정착하여 집을 사고, 미스트랄을 이겨내고, 포도를 가꾸고, 수확하고, 집수리를 하는 1년동안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시골에서는 1년이 지나면, 또다시 같은 일을 하면서 1년이 지나기 때문에, 프로방스 사람들이 그 1년간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었다. 또, 영국인과 프랑스인을 가끔 비교하곤 했는데, 정말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아마, 300일 안개 속에 있는 사람들과, 300일 태양 속에 있는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이 원래 광고계에 있었기 때문인지, 말투 자체가 참 재미있었다. 별 것 아닌 시시콜콜한 얘기 속에 재치가 번뜩였다. 또 그 주변 사람들 - 포스탱과 그 아내, 마소, 집수리 하는 사람들... - 에 대한 사랑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그 지방사람들의 점심식사에 대한 유별난 사랑도 특이해서, 그 지방에 동화되어 가는 지은이가 그 음식들에 대한 애정도 느껴졌고, 여러 에피소드들, 특히 연초에 시작한 집수리가 크리스마스가 되어 겨우 끝나는 과정은 정말 유쾌했다. 이런게 국민성인가 싶기도 하고... 또... 강주헌이란 분의 번역이 정말 무리 없어서 책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읽던 중에 프로방스 지방을 알고 싶어서 지도를 찾아봤으나, 프로방스만 확대한 지도는 프랑스어로 적혀 있어서 알아볼 수 없었다. ㅜ.ㅜ 내가 그간 알던 프로방스는 알퐁스 도데가 전부였다. 이 얼마나 단편적인지... 정말... 그 따뜻하고 햇살 좋은 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아니, 프로방스가 아니어도 좋고... 또 잠깐의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단 생각이 든다. 언제쯤이면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지. |
| 프로방스하면 일단 어릴때 교과서에서 읽었던 알퐁스도데가 생각났다. 그런데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 저자가 직접 그곳에 정착하면서 생생한 삶의 느낌을 주는것 같아서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는데 받아보니 그동안 책들이 너무 얇아서 빨리 읽어버릴수 밖에 없음을 안타까워 했는데 모처럼 두꺼워서 너무나도 좋았다. 그냥 폭풍처럼 휘몰아서 읽는 그런 책이 아니라서 마치 차한잔 마시면서 프로방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읽고 삽화를 보았다. 역시나 읽으면서 출퇴근하는 지하철안에서 바보처럼 혼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미소짓기도 했다.요리에 대한 그들의 열정... 아마도 책 전체에 가득 담겨있는 주된 내용은 역시 프랑스사람들의 요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일것이다.마치 책표지에서 묘사되는 음식 냄새가 나는것만 같았다.세계 어느곳이나 농촌풍경은 참으로 평화롭고 정겹다.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열정은 책을 보는 내내 그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그곳 사람들과 동화되어가면서 프로방스의 생활을 제대로 느껴가는 저자의 삶이 부럽기도 했고 나에게도 개인적인 목표가 추가되었다. 그곳에서 생활은 못할지언정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지금은 스티브잡스의 아이콘을 읽고 있는데 읽는 순서를 잘못 잡은것 같다. 애플신화의 주역 스티브잡스의 아이콘을 먼저 읽고 그 다음에 프로방스를 읽었어야했는데.. 그래야 치열한 디지털 비즈니스세계(애플)를 경험한 나의 두뇌를 프로방스가 차분히 식혀주었을텐데 말이다. 나의 프로방스.... 두뇌를 혹사시키길 좋아하는 나에게 조용한 휴식을 주었다. 저자인 피터메일에게 감사하고 매끄럽게 번역해주신 강주헌 역자님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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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미코소스섬과 남프랑스의 프로방스는 내게 있어선 어떤 가장 이상적인 휴양지의 전형인것 같다. 잡다한 정보들과 블로그나 각종 화보들의 단편적인 정보들을 긁어 모은 파란 하늘, 그보다 더 파란 바다,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마을, 풍부한 식문화 등등 어떤 이상향의 이미지가 되어 버린것 같다. 막상 그러다 보니 그것에 대한 책은 정작 손길이 잘 안가게 되어 버렸다. 어쩐지 현실을 알고나면 내 마음속 이상향이 부서져 버릴까봐 걱정하는 마음이었다.
원제가 'A Year in Provence' 인 이 책의 명성을 들은지는 제법 되었지만 앞에 말한 이유 때문에 정작 읽지는 못하고 있다가 6월에는 여행을 주제로 책을 좀 읽어 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큰 맘 먹고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내 쉬고 있다. 다행히 프로방스에 대한 나의 말도 안되는 환상은 유지되었으면서 인간미와 유머가 가득한 즐거운 책 한권이 내 독서 목록에 올랐기 때문이다.
원제를 보면 확실해 지지만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방인이 평소의 동경을 실현해 나가는 정착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프로방스의 햇살을 그리워 한 영국인 부부가 뜻하지 않게 프로방스에 집을 구입하면서 겪은 경험담이 이 책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방인으로서는 당황하게 마련인 사투리의 문제, 관료주의의 문제, 음식문화를 비롯한 생활 방식의 문제, 뜻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대처, 날씨 등등 실제 닥쳐보지 않으면 부각 되지 않는 온갖 소소한 이야기들이 맛깔나게 버무려 있다.
전체적인 에피소드들이 마음에 들었지만 사람에 대한 묘사는 읽는 내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집 구입 초기에 판매인과 협상하는 에피나 여우사냥꾼 마소와의 우정 등등 이방인 이지만 주눅들지 않고,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인정은 하는 당당하지만 유연한 사람이 보여주는 평범한 이웃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책 내내 느껴진다.
내가 일생의 언젠가 프로방스에 실제로 가 볼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마음속 한편에 여전히 금단의 이상향 하나쯤은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기회가 되어 프로방스를 실제로 가 볼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 용기의 70%는 저자 피터 메일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