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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월드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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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하고 예민하여 자기만의 세상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아이들, 바깥 세상을 두려움과 경외의 시선으로 멀찍이 떨어져서 응시하고 있기만한 한포기 식물같은 아이들,,,,,, 이런 소년 소녀가 나오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에 나는 늘 매혹된다. 무심한듯 담백하게 이어지는 이런 소설은, 늦은 밤 머리맡에 피워둔 오일 램프처럼 지친 심신을 사르륵 어루만지는 아로마 테라피의 감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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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하고 예민하여 자기만의 세상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아이들, 바깥 세상을 두려움과 경외의 시선으로 멀찍이 떨어져서 응시하고 있기만한 한포기 식물같은 아이들,,,,,, 이런 소년 소녀가 나오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에 나는 늘 매혹된다. 무심한듯 담백하게 이어지는 이런 소설은, 늦은 밤 머리맡에 피워둔 오일 램프처럼 지친 심신을 사르륵 어루만지는 아로마 테라피의 감각과 비슷하다. 문단 데뷔작인 "모모코"나 생애 첫 문학상을 안겨줘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한 "쿠사노죠 이야기" 역시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아무리 어린이가 중심 인물이라 해도 이것들을 아동 문학이라 부르기엔 에쿠니만의 오묘하고 야릇한 색조와 분위기를 왕창 깨는 영 이상한 분류법이 될테고, 억지스런 내 멋대로식 호칭으로 그저 "서정 문학"이란 엉터리 작명을 해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뭔가 부족한 듯,,,,,, 표제작 "수박 내음"을 포함, 11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고즈넉한 늦봄과 초여름 사이를 투영하는, 반짝이는 햇살처럼 아름답고 덧없는 한 때를 그린 이야기들이다. 이 중에서도 두번째로 실린 "후키코 상"이란 단편이 가장 강렬하고 섬찟한 여운을 준다. 마치 세미 호러물을 읽고 난 기분이다. 얄팍한 종이 인형같은 무뇌아 여자들이 스토리텔링 빵점의 밍밍한 연애에 절망하다 결국은 시체처럼 시간을 죽여가는, 연애 소설이랍시고 이 작가가 툭하면 써내는 청승 극치의 맹추같은 여자들 이야기는 이제 좀 그만 보고 싶다. 이렇게 눈부신 감성과 재능이 반짝이는 자기만의 고유한 영역을 가진 작가가 왜 그런 허접스런 이야기에 집착하여 재능을 소진하고 독자를 실망시키는 건지, 원,,,,,, 아뭏든 에쿠니 가오리가 그려내는 어린 아이, 소년 소녀들의 세계는 한번 발을 딛으면 쉽게 빠져 나올수 없는 강렬한 마력의 세상이다. 그녀가 펼치는 아이들의 세계는 현실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매혹적이고 고져스하다. 이만큼 허무한 듯 아름답게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작가가 또 있을까?
l*****1 2005.05.29.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