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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남도로 - 최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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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덕유산에서 땅끝 해남까지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집, 학교밖에 모르는 모범생이었다. 직장생활 시절에는 쉬는 날이면 여행보다는 부족한 잠을 자기에 더 바빴다. 그때는 지금처럼 주5일 근무도 아니었고, 쉽게 피로를 느끼는 약한 체질이라 휴가 때가 아니면 여행은 꿈도 꾸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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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덕유산에서 땅끝 해남까지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집, 학교밖에 모르는 모범생이었다. 직장생활 시절에는 쉬는 날이면 여행보다는 부족한 잠을 자기에 더 바빴다. 그때는 지금처럼 주5일 근무도 아니었고, 쉽게 피로를 느끼는 약한 체질이라 휴가 때가 아니면 여행은 꿈도 꾸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고 보니 저 끝 강원도에서 남도 여행을 떠나기란 더욱 쉽지 않았다. 강원도와 서해안은 그나마 가보았지만 땅끝마을 해남은 바다 건너 외국만큼이나 멀게 느껴졌고 동경의 대상이 되곤 했다. 동생집에 우연히 들러 남도를 책으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저자와 사진작가의 프로필이 인상깊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행을 거의 하지 못한 저자는 대학 시절부터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나곤 했다. 결국 7년 만에 졸업한 그녀는 동아일보에 입사, <여성동아>에서 9년여 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여행·레저 담당자로 일한다. 2003년 8월에 동아일보사를 그만두고 여행작가로 변신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던 남편도 동시에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부부가 남도로 여행하며 몸소 체험한 것들을 글과 사진으로 엮어 한 권의 책이 탄생했다. 그들을 따라 남도로 떠나는 여행은 멋진 가이드와의 동행처럼 유쾌하고 흥미롭다.

 

  이 책은 크게 남도의 색, 남도의 맛, 남도의 여유, 남도의 소리, 남도의 멋으로 나누어 지역을 소개하고 있다. 직접 그들이 발품 팔아 다닌 여행이기에 여행 소감과 지도 외에도 멋진 사진들, 잠자리, 맛집, 찾아가는 길 등이 매우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각 관광지에 문의하기 쉽도록 친절하게 전화번호도 실려있다. 고창의 ‘청보리밭축제’를 시작으로 떠난 남도 여행은 무주 덕유산의 설경을 끝으로 사계절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남 무안은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황토로 덮여있다고 한다. 바다가 멀리 내려다보이는 무안의 황토바닷가마을에서 보내는 1박은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더없이 좋아 보인다. 바다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고 산까지 푸르러 붙어진 이름 청산도. 이 섬은 완도항에서 배로 45분 거리에 있다. 영화 <서편제>의 ‘진도아리랑’ 장면을 촬영했던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의 보리밭 황톳길을 걷고 싶어졌다. 산수유마을, 매화마을은 그저 막연히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김용택 시인의 시로도 유명한 섬진강에 4월이 되면 매화,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핀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산수유마을인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 상위마을과 광양시 다압면에 있는 매화마을은 1시간 정도의 거리이라고 하니 두 곳을 한꺼번에 다 둘러보는 것도 좋으리라.

 

  구례군 죽마리 오산에 있는 사성암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고즈넉한 산사의 여유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절벽 위에 자리한 사성암은 사진으로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다.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연기대사가 건립한 것으로 전해지는 사성암은 원래 오산암으로 불렸으나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작선사 등 네 분의 스님이 이곳에서 수도하면서 사성암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시원한 여름에는 대나무의 고향 담양에 있는 대나무골테마공원을 거닐면 좋을 것 같다. 영화 <흑수선>과 <청풍명월>, 각종 CF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인데 대숲으로 가기 전에 먼저 반겨주는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길도 눈에 띈다.

 

  전라남도 여수 앞바다의 작은 섬 오동도. 오동도는 예부터 오동나무가 많아 섬 이름까지 오동도로 불렸다. 임진왜란 때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 손수 심어서 활로 만들어 썼다는 시누대가 많아 ‘죽섬’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바다의 꽃섬’ 혹은 ‘동백섬’이라고 불리는 오동도에는 가슴 아린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먼 옛날 오동도에 아리따운 여인과 어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도적떼가 쫓기던 여인이 정조를 지키려고 벼랑 창파에 몸을 던졌다. 뒤늦게 사실을 알고 돌아온 남편이 오동도 기슭에 정성껏 무덤을 지었는데 그해 겨울부터 하얀 눈이 쌓인 무덤가에 동백꽃이 피어나고 푸른 정절을 상징하는 시누대가 돋아났다는 이야기다.

 

  생김새가 꼭 말의 귀를 닮았다 해서 이름까지 ‘말의 귀’라 지은 마이산(馬耳山)도 인상적이다. 전북 진안에 있는 이 산의 정상에서 내려오다 보면 탑사(塔寺)가 나온다. 현재는 80여 개 정도 남아있는데 동남아사원에 온 것처럼 놀랍고 신기하다. 남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땅끝 해남, 사자봉의 전망대 바로 아래에 땅끝임을 알리는 ‘토말비’를 보니 해남으로 지금 막 달려가고 싶어진다.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母山)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덕유산(德裕山)은 경상남도 거창군과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설천면에 걸쳐 있다. 덕유산에는 30km에 달하는 그 유명한 계곡 무주구천동이 있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1,530m)까지 오르는 길은 바닷속 구름 위를 산책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아 마냥 설렌다.

 

  주로 전라남도에 치우진 남도여행이라 경상남도에 대한 소개는 없는 점이 아쉬웠지만 책 덕분에 여행에 대한 목마른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각 지역의 유래까지 설명되어 있는 점이 유익했다.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이렇게 책을 통해 알게 된 뒤 떠나는 여행은 더 뜻깊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남도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저자가 안내해준 22곳 중에서 점찍어둔 몇 곳은 올해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2008/02/19
Written by Dasom
d********m 2009.12.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