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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의 주인공들 중에는 유독 괴상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 속된 말로 '또라이들'이 많다. 그런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으며 독자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는 아마 그들을 이해해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미안해, 벤자민』은 그런 재미에서 단연 돋보이는 소설이다. 주인공 이연주는 정신병력이 있는 말하자면 '족보 있는' 또라이로서 뜻도 모르는 회사서류에 사인하는 게 취미이고, 조용희는 와이프의 정부한테 생활비를 받아쓰며 맥주값 오천원에 감격해 눈물을 찔끔거리는 배알이라고는 눈꼽 만치도 없는 남자다. 납치 감금을 업으로 삼고 가끔 살인도 하는 이연주의 대학동기 안수철은 착실하고 도덕적이라는 점에서 또라이스럽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 소설을 읽다보면 왠지 이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는 것이다. 왜일까? 그건 우리도 다 조금씩 미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어떤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원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원리이다. 작가는 비인간적이고 잘못되어 있지만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나머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는 현대사회의 원리로 인해 비뚤어지고 상처받은 인간들을 경쾌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소설을 읽노라면 인물들에 대해 한편으로는 ‘요런 싸이코들!’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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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 읽고 난 후 가벼운 두통이 동반되고 말았다.
책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감지는 하고 있었다.
밝지 않은 이야기이긴하나, 딴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라
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었다.
그러면서도..
다 읽고 난 후 개운한 느낌까지는 아니라도 무겁게 가라 앉고 마는 감정을 대하
는 것은 아직까지도 부담스럽다.
저자는 웃음을 주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웃지 못했다.
무기력을 느끼는 사람들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 좁은 마음이 한 몫 했을 지
도 모르겠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읽었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자꾸만 이제 그 자신만의 방에서 그녀가, 혹은 그가 당당하게 나오길 종려하
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나의 조급증과도 싸워야 했던 것 같다.
남들 보다 조금 늦었을 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을 침착하게 읽어 내지 못했다.
그녀는 늘 자신에게 미안해 하고 있었다...무기력하고, 사람들에게 잉여가치처럼
느껴지는 자신에 대해서 말이다.
마지막장면에서 희망을 보지 못했다면 난 더 많이 침울 했을지 모르겠지만 조심스
럽게 자신의 인생에 당당해 지려고 하는 더이상 미안해 하려 하지 않는 모습에서
더이상 자신에 대해 미안해 하지 않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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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조금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연주의 부탁으로 동창인 안수철이 사채업자 김길준을 감금했을때 영화 "올드보이"가 생각나고 '왜 연주는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김길준을 감금해달라 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길준을 벌주고자 한 의도는 자신때문에 자살한 선배 유광호를 닮은 조용희에게 협박을 했기 때문일까? 단지 그 이유뿐?" 아마도 유광호에 대한 미안함을 그렇게라도 풀어보려고 했던게 아닐까. 그러나 조용희의 부인인 김선숙에게 연주가 "너 미행당하고 있다"라는 말을 들은 뒤 생각나지 않는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방어를 한 이유라는 것을 알았을땐 이연주도 "마음이 아픈 사람이구나" 싶어 내 마음까지 아파왔다.
정신과 약을 먹지 않고 벤자민 화분에다 부어버리는 연주, 자신은 과거를 하나씩 찾아가지만 약을 먹은 벤자민은 죽어가기에 연주는 벤자민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나는 연주를 만나면 묻고 싶은 질문이 많다. "왜 김길준의 집을 찾아갔어요? 왜 김길준의 동생과 결혼하려고 했어요? 아무리 가족이 된다고 해도 형의 일을 집안에서 안다면 가족이라고 해서 받아주겠는가" 한마디쯤 해 주고 싶어진다. 김길준이 실종되고 그의 아내가 받은 대우를 보면 알수 있지 않은가. 김길준의 자식까지 있지만 집안에서는 붙박혀 있는 물건쯤으로 생각해 전혀 존재감이 없었으니까.
결혼식을 앞두고 안수철에 의해 납치된 연주, 자신의 부탁으로 감금된 김길준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녀를 보면서 내심 화가났다. 한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권한을 누가 주었는가, 김길준의 집에 드나드는 것을 미안한 마음에 하는 행동이라고 변명한다고 해도 얼마만큼의 강심장이면 그럴 수 있을까. 결혼식을 하지 못하게 된 연주를 조금은 동정하게 되지만 이정도의 상황은 그녀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하지 않던 김길준의 동생 김세준이 연주와 결혼하기 위해 직업을 가졌다고 그녀로 인해 변화된 것이 있지 않냐고 주장을 한다고 해도 분열된 가족의 모습을 보면 큰소리 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연관된 사람들이 직접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다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인과관계들이 모두 드러나게 된다. 연주는 뿌옇게 안개가 끼어있던 과거의 기억을 안수철에 의해 찾게 되고 자신의 행동의 이유들을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안수철도 목적이 있어 연주의 부탁을 들어 주었지만 이제 연주가 설 땅은 없어진 셈이다. 가족들에게도 갈 수 없는 그녀는 이제 어디로 가서 정착을 해야할까.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면 자신의 과거를 덮고 새롭게 살 수 있을까.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생활을 보니 마음이 쓸쓸해진다. 살아가다 보면 툭툭 끊어서 말하는 연주의 대답이 그리워질 것 같다. 나도 때론 세세한 말보다 간단하게 던지듯이 대답을 하고 싶어질때가 많으니까. 사람들이 내 말 한마디에 모두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지만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에 모두 설명을 해 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느낄땐 가슴이 갑갑하기도 하니 점점 마음이 닫혀가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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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지는 꽤 된, 미안해 벤자민 입니다. 요즘 관심가지고 있는 작가분들 중 하나인데요. 묘하게 저랑 관심사라던가, 글을 쓰는 목적이 비슷한 느낌이랄까. 재미있어요 :) 구경미님의 다른 소설들도 재미나게 읽었답니다. 책을 읽다보면, 항상 소설만 읽는 건 아니니까요, 머리가 복잡해 질 때가 있는데, 그런 때에 집어들게 된 소설입니다. 저는 굉장히 깔끔하게 읽었습니다. 머리아플 때 읽기 딱 좋지만, 그렇다고 그냥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확실하게 문제점들을 짚어주고 있고, 통찰할 거리들을 끊임없이 제시하죠. 무능력하고, 딱히 하고 싶은 일이라던가 희망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어나가는데,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좋았습니다. 백수는 요즘들어 유행하는 소재의 대목이기도 합니다만, 사실 많이 쏟아지는 추세이기도 해서, 괜찮을까? 하고 반신반의 했는데, 지루하지 않고 편안하게 이끌어나가서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중간중간 드러나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드라마틱해서 차라리 웃으며 믿게 됩니다. 주인공이 가진 정신적 결함의 원인이 드러나는 부분은 굉장히 진지하면서도 드라마틱하며, "루머"라는 것이 가진 속성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들이 담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는 것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들어서 일은 왜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깊게 하고 있는데- (전형적인 백수로의 변모일까요..ㅜㅜ;) 인생에 대한 통찰이 점점 요즘 시대의 사람들에게 깊이있게 다가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살아간다는 것, 일을 하고 돈을 번다는 것, 자본주의에 취해 무엇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인지도 알지 못하는채, 세상과의 짧은 만남을 이별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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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고 나서 이 주일도 안 돼 광호 선배는 자살했다. 작업중인 내 그림 앞에서 목을 매달았다. 나는 평소처럼 작업실에 갔다가 그 광경을 보았고, 정신을 잃었고, 사흘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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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짝사랑하던 선배의 자살이라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 연주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된 적이 있다. 어느날, 그 선배와 닮은 김용희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가 사채의 늪에 빠져 자신의 재산은 물론 아내까지 빼앗긴 채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딱한 처지를 동정한 그녀는 가혹한 사채업자 김길준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대학동기인 안수철을 끌어 들인다. 납치 감금을 업으로 하고 있는 안수철은 아이가 딸린 이혼남이고 사실은 그녀를 자기의 아내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길준의 실종 후 의뢰인 연주는 그의 집을 드나들게 되고 그때 만난 김길준의 동생과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일의 전말을 알고 있는 안수철이 일이 그렇게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안수철은 결혼을 열흘 앞두고 있는 연주를 납치하고 그 결혼은 성사되지 못한다... '백수소설'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던 구경미의 첫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눈은 어김없이 낮은 데로 향하고 있다. '그 놈이 안뺏으면 다른 놈이 뺏고, 다른 놈이 안뺏으면 내가 뺏는' 가혹한 세상에서 삶의 질곡을 한아름씩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안쓰럽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힘없고 빽없는 그들끼리의 연대는 그만큼 불확실한 것이어서 그들의 힘든 삶을 견인하기 힘들어 보였다. 내심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건 작중 인물들에 대한 애정때문이었는데, 작가는 그러한 기대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소설의 끝에 보여지는 주인공 연주의 새출발은 왠지 불안하고 힘겨워 보였다.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는 또다른 백수의 삶이 시작된 것일 뿐이다. 작가의 결론은 어쩌면 현실에 더 합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들 앞에 놓인 건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일지도 모르니까. (2012.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