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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는 야자나무처럼 춤을 추죠, 무덤처럼 고요해요." 이 책의 첫머리 부분에 나오는 아름다운 문장들 중의 하나이다. 바다속에 충분히 깊이 몸을 담구어 본 사람은 이 말이 사실 그대로 임을 안다. 해초는 춤을 춘다.. 거센 바람에 휘둘이어 머리채를 뒤 흔드는 여자처럼... 바다속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지만 또 동시에 아주 고요하다... 삶을 끝낸 다음의 적막에서나 느낄만한 그런 고요함 말이다. 나는 바다를 좋아했고 바다물 속에서 충분히 오랜 시간을 보내었었다. 그래서 위의 문장이 얼마나 진실인지를 안다. 그와 동시에 위의 문장은 상상해보지 못할만큼 아름답다. 과장되지 않은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세상에 얼마나 드문 희소성을 가지는지는 갈증에 충분히 목말라본 사람들만이 느낄수 있는 일종의 동지적 비밀같은 것이다.
이 두툼한 책에 묘사되는 글들 한줄 한줄이 마치 피를 뽑아내어 자아낸 그림처럼 독하도록 진한 단어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텅빈 종이를 덮기 위해 뽑아낸 단어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거의 완벽한 충족감...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그 느낌을... 부족을 메꾸어주는 충만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잘할듯하다. 많이 그리워했지만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것이, 마침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는데, 놀랍게도 한두개의 선물이 아니라, 컨테이너 가득히 들어있는 파도 파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아찔하게 놀라운 황홀감... 책의 한줄한줄을 읽으면서 일종의 황홀감을 느낀다. 장식적인 문장이 아니다. 삶을 눈부시게 예리하게 관찰한 사람들만이 적어낼수 있는 문장들이다. 진실을 벗어나지 않았기에 튼실하고, 그러면서 그 충족감을 넘치지 않는 문장으로 담았기에 단정하다. 결코 헤프지 않는 표현이기에 더 만족감을 완성시킨다.
이 책의 미학은 작가가 자신의 인생의 모든 순간들에서 만나는 세상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분석하고 갈망하고 기다리고 숙성해서 마침내 표현한 작가의 존재감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작가는 세심하게도 아주 극적인 시간대의 극적인 장소,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극적인 사람들의 모습으로 소설의 내용마저 완벽하게 채워버린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 이야기를 써내기 위해 숙고하고 또 숙고했을까. 요즘 유명세를 타는 프리다칼로. 혁명의 끓는 피의 맥동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질성을 느껴볼만한 인물 디에고 리베라. 그리고 러시아 혁명의 그늘에 뭍혀버린 레온 트로츠키. 이토록 진실하지만 그 빛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았던 인물들을 깊이 있게 조망함으로서 책의 내용까지 충만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 저자 바버라 킹솔로의 능력이다. 이 작가가 다른 책을 6권이나 더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축복일 뿐이다.
혁명기의 멕시코. 얼마전까지 100년 집권을 이룩해온 멕시코 혁명당. 그 이전의 판초 비아의 모습까지. 그리고 혁명의 열기가 지나고 미국을 뒤덮은 메카시즘의 열기... 뜨거운 시기와 또 다른 뜨거운 시절이 연이어 맞물리며, 혁명의 땅과 반혁명의 땅이 맞물리는 장소에서, 서로 다른 사연을 지닌 사람들의 부대낌. 그리고 역사의 간섭... 아...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평생을 반추함며 읽어야 할 양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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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 [바버라 킹솔버 저 / 권경희 역 / RHK]
나는 이번에 처음 접하는 작가이지만 타고난 언어의 마술사라 불리는 이 책의 저자 바버라 킹솔버가 7년의 세월동안 작가로서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완성한 작품이다. 실존했던 인물인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레온 트로츠키의 이야기에 작가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인 소설가 해리슨 셰퍼드의 이야기를 더해 미국 역사의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보여준다.
러시아에서 일어난 볼셰비키 혁명과 멕시코 혁명으로 인해 만나게 된 주인공들.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가 추방된 레온 트로츠키를 멕시코로 숨어들게 도와주었으니.. 그리고 이들은 멕시코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이렇게 온 세상의 이목을 끄는 화제의 인물들이 된다. 그리고 허구의 인물이지만 이들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보고 이들 곁에서 일상을 하루하루 기록하는 한 남자. 해리슨 셰퍼드는 이들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누구도 모르는 은밀하고 비밀스런 이야기들을 기록하기 시작하는데... 하지만 그들의 기록은 봉인한 채 미국에서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었지만 결국 사랑했던 친구들과의 과거로 인해 빨갱이로 몰리고 모함을 받고 철저히 외면당하며 자신이 지켜주지 못했던 친구들처럼 추락하게 된다.
이야기를 통해 당시 멕시코의 상황과 이름 없는 요리사와 화가들, 그리고 그 시대에 멕시코로 망명한 트로츠키의 이야기, 미국 사회를 접할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이다. 당시 그들의 자유롭지 못하고 힘겹던 삶을 너무나도 뼈져리게 느낄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여성 작가의 최고 소설에 수여하는 오렌지 상과 데이튼 문예 평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데 역시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과 정치에 자유로울 수 없는 화가들의 삶이나 과거 멕시코와 혁명가의 모습, 미국의 암울한 시대를 냉철하게 따끔히 지적하며 생각지도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들을 너무도 잘 보여준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속에 잘 알지 못했던 멕시코와 미국의 역사 속 숨은 이야기들의 현실과 허구가 너무 절묘하게 섞여있다지만, 자세하고 섬세한 묘사와 글솜씨에 모든 이야기가 진실인 것처럼 믿게 될 정도로, 그리고 저자가 이 책을 위해 보낸 7년이란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참 가치있고 의미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중간중간 극적인 상황에 따라 자극적이고 아찔함을 느끼며 엄청 몰입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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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 독특한 제목의 소설이다. 얼핏 들으면 별 연관이 없어보이는 서로 다른 직업의 세 사람. 그들은 멕시코의 위대한 화가이자 사회주의자인 디 에고 리베라와 역시 화가인 디에고의 아내 프리다 칼로, 공산주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 그리고 허구의 인물인 해리슨 세퍼드의 이야기다. 작가는 무려 7년의 세월을 쏟아부울만큼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다. 작가 바바라 킹솔버의 작품은 처음 접하지만 그토록 열정을 쏟아부은 이야기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작가는 그렇게 그동안 오해와 편견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이들의 감추어진 면모를 보여주는데,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 앞에서 개인의 삶이란 얼마나 작고 나약해지는 지..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위성에 상관없이 대중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말이다. |
그는 마치 자기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사람 하나하나를 카메라로 찍는 것처럼, 그래서 자신은 모든 사진에서 빠진 것처럼 글을 썼다. p.44
라쿠나-- 네가 속한 세상의 다른 편을 찾아내.
아무도 읽길 바라지 않으면서 왜 그렇게 글을 써야만 했는지... 어쨌거나 노트는 그렇게 불타버렸다. 고문서 연구가들은 이런 종류의 글, 즉 사라진 부분을 라쿠나라고 부른다. 라쿠나. 이야기의 빈자리. 공백. 그리고 그 구멍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p.145
언제나 빠진 조각이 있어서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진정으로 알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한다는 말. 당신들이 절대 알지 못하는 어떤 것. 거기에 이야기의 진수가 있다.
세퍼드 씨. 머리가 보내는 나쁜 생각을 멈출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걸 꾸짖지 말고 가라앉히세요.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조각에 있다.
라쿠나 바위와 물로 차 있는 공백.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낯설고 냉랭한 시대에 사람들은 그를 위해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그 남자를 묻고, 그 남자가 만들었던 모든 것을 함께 던져 넣었다. 이집트의 미라처럼.
그는 살아가기를 너무 두려워했지만 그럼에도 살아냈다. 그게 그가 이룬 불후의 업적이다. 그는 과거의 사람들에게 살을 입히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써냈다. 그 일에 몰두했다.
멋진 책이다. 라쿠나, 잃어버린 빈자리, 공백, 구멍 우리가 미처 역사 속에서 발견해내지 못한 그 빈자리에 어쩌면 진실의 조각들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그 맘속에, 그 이야기 속에 나의 진실이 담겨져 있는 것처럼. 작가는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며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하는 멕시코의 영웅인 두 명의 화가와 러시아 혁명의 와중에 스탈린에게 쫓겨 멕시코로 도망 온 트로츠키와의 공간에 가공의 인물 하나를 살짝 넣어둔다.
이 주인공은 그들에게 요리사요, 비서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가지 않으면 살 수 없었던 작가였다. 아무도 읽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지 않으면 살 수 없었던 작가는 1940,1950년대 미국에 메카시 광풍이 몰아치면서 공산주의와의 연루 의혹을 받고 더 이상 글을 쓸 수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도 없다. 그가 선택한 길은 어릴 적 발견했던 라쿠나가 있던 곳으로 가는 것. 그는 비서의 눈앞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비서는 몰래 숨겨두었던 그의 일기장을 토대로 (그가 태워버리라고 했던) 그의 삶의 진실을 풀어 놓는다. 세상은 그를 파묻어 버리려고 하지만 그녀가 몰래 살려두었던 일기장에 의해 그의 생이 되살아 난다.
사람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은 빠진 조각들의 이어 맞춤. 이것이 그의 삶의 진실일지는 모르겠지만... 책에 나온 한 글귀처럼. 열심히 살았는데 다다른 곳이, 슬프게도, 여기인 사람 이것은 그의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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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기록을 가진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그 시대적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절실한 무언가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나게 되는 바버라 킹솔버의 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라는 책은 정말 나와 잘 맞았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스탈린과 대립하던 트로츠키가 국외로 추방돼 1936년 멕시코에 몸을 의탁하면서 칼로와 리베라 부부와 함께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7년이라는 시간동안 인고의 노력이 한데 모여 완성된 이 책은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레온 트로츠키등 실존 인물과 작가가 창조한 허구인물인 소설가 해리슨 셰퍼드가 만들어내는 역사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어렵고 힘든시기를 이겨냈기에 책의 완성도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인정받아 오렌지상을 수상하기까지 하였다. 어떤 상을 수상했다고 꼭 그 책이 대단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받을 만한 이유가 충분히 갖춰져 있는 책이라고 말이다. 소설에서는 역사의 극적인 부분 보다는 일상 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렇기 때문에 그들만의 이야기, 즉 세상은 모르는 공백의 기록들이 더욱 자세하게 표출된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다.
비어있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시기에는 모든 것을 잃고 나서도 더 잃어야 했던 혁명가와 화려하게 칠하지 않고서는 삶을 견딜 수 없는 화가들, 그리고 글 쓰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조용한 요리사의 기록들이 담겨있다. 이러한 기록을 독자로서 읽는 동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만큼 책의 몰입도가 강했다. 기존에 읽어봤던 다른 작가의 책들과는 뭔가 다른 힘이 실린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바버라 킹솔버의 팬이 되어버렸다. 기존에 출간된 본능의 계절, 포이즌우드 바이블도 읽어볼 예정이다. 책이 가진 힘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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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이치코리아에서 나온 <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입니다. 이 책의 지은이 바러라 킹솔버는 <포이즌우드 바이블>의 저자로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가들'의 한사람으로 뽑힐 정도로 유명한 작가네요. 이 책은 2010년에 발표한 책으로 작가가 7년이란 시간동안 작가로서의 역량을 모두 쏟아 부은 그녀의 대표작입니다. 생각해보면 유명작가로 매년 꾸준히 내야 입지를 굳힐 것 같은데 오직 책 한권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 했다는 것이 놀라왔습니다. 그녀가 이 책을 쓰기위해 조사를 했을때는 정말 방대한 작업이여서 재미도 있지만 무섭기도 했다고해요. 그래서일까요? 이 책으로 그녀는 오렌지 상을 받게 되며 작가로서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지요.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항상 궁금했던 화가 '프리다 칼로' 때문이였어요. 그리고 그녀의 이름 옆에 항상 따라오는 그녀의 배우자 '디에고 리베라' .. 그녀의 작품을 볼때마다 대체 어떤 삶이 이런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을까 생각하곤 했어요. 이 책에는 그녀의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작가는 맨처음에 프리다 칼로를 쓸계획이 없었다고 해요. 그녀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녀가 자기에게 몰두하는 사람이란 걸 느끼게 되는데 저자도 그런생각을 했답니다. 하지만 점점 그녀는 이 소설에 천부적인 재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러시아의 혁명가인 트로츠키,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등 실존인물이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과 사건 ,저자의 상상이 더해져 있는데 한줄 한줄 읽을 때마다 저자의 섬세한 표현이 쏙 빠져들게 됩니다~ 시제별로 전개되는 것도 더 현실감이 느껴지고 미국국무부에 침투한 공산주의자의 청문회기록도 인상적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저자가 7년을 투자했다는 것이 믿어질 만큼 가치가 느껴지는데요. 조금은 무겁고 낯설은 주제의 이야기 일지 모르지만 한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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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는 멕시코 혁명 이념을 벽화로 구현한 디에고 리베라(화가), 그의 아내 프리다 칼로(화가), 공산주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혁명가). 이 실존인물 세 사람의 이야기에다 바버라 킹솔버가 허구의 인물인 해리슨 세퍼드의 이야기를 한데 넣어 7년간의 세월을 쏟아 부은 완성한 작품이 <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이다. 러시아에서 일어난 볼셰비키 혁명으로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한 레닌이 죽고 난 후, 모든 권력은 스탈린에게 집중 이양된다. 하지만 이에 맞서 불편한 관계로 마찰을 빚던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의장이자 제3인터내셔널 코민테른 선언문을 작성했다는 레온 트로츠키였다. 결정적으로 양립할 수 없었던 두 사이. 결국 레온 트로츠키는 1927년 카자흐스탄으로 추방되고 계속되는 스탈린의 위협에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도움으로 1936년 멕시코로 숨어들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기묘한 만남일지도 모르겠다. 러시아 혁명과 멕시코 혁명이라는 공통된 접점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세 사람의 만남은 예술과 혁명의 이름으로 세간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한다. 여기에다 또 한 사람이 추가되었으니 해리슨 셰퍼드라는 남자였다. 미국인과 멕시코인을 각각부모로 둔 이 남자는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요리와 작가로서의 재능이 있었고 세 사람의 곁에서 일상을 기록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그리고 가까이서. 그래서 허구와 상상의 변주 속에서 탄생한 드라마는 극적이며 굉장히 사실적 이까지 하다. 분별이 힘들 정도로. 그들의 인생은 겉으로도 드러난 역사적 진실의 틀을 벗어나서 다른 각도에 접근할 변형된 시각을 제공하는데 흔히 대중들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모르는 틈새를 부정하며 미스터리로 치부되는 우유부단함을 가지고 있음을 작가는 냉정히 지적한다. 어쩌면 사막폭풍 아래 묻혀버린 유물을 발굴하는 자세로 우리가 놓쳐버린 특정한 단면들을 잊지 말자는 다짐으로 독자들에게 상기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바버라 킹솔버가 미국에서는 예술과 정치가 불편한 관계에 놓임으로서 자기비판을 혐오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단정하는 자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애국적 보수주의로 똘똘 뭉친 미국의 단단한 벽돌을 형성하게 된 계기를 찾아보고자 한데서 출발하는데 그 정신은 소설 속 청문회에서의 세펴드가 한 답변에 잘 나와 있다. “예술작품의 목적은 정신을 고양시키고 한 사람을 기억시키기도, 잊게도 한다. 미국이란 나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지만 정작 노래는 없으니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다짐했다. 미국이라는 배를 건조하기 위해 뭔가 주고 싶었던 것이 정착한 이유이다.” 그리하여 킹솔버의 세계는 장대하고 비범하다. 흥미진진한 역사의 뒷이야기가 진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