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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이유 <아무튼, 뉴욕>을 읽고 나는 길치다. 처음으로 가는 길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 번 가는 데도 헷갈리거나 경로를 이탈하기 일쑤다. 생활 반경을 벗어나 출장 또는 여행할 때 네비게이션과 지도는 말 그대로 생존 필수품이 되곤 한다. 만일 내가 뉴욕에 가야할 일이 생긴다면 기쁨보다 걱정이 앞설 것 같은 느낌은 그저 느낌이 아니라 본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아니 갈 순 없으니 가이드북을 펼치거나 블로그를 검색하여 미리 눈길로 뉴욕의 거리와 곳곳을 걸어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테다. 『반지의 제왕』 을 쓴 톨킨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헤매는 사람이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 슈베르트의 「방랑자(wander) 환상곡」이 귓가에 울려 퍼지면서 길치의 흐렸던 두 눈이 맑게 개는 듯한 기분이다. 여러 갈래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길 잃은 듯 보여도 어떤 이는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는 중이거나 또 다른 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정상궤도를 향하는 중일 수도 있다. 설령 길을 잃었더라도 그 헤매는 과정이 곧 길을 찾는 일이기에 결코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아무튼, 뉴욕>의 저자는 십 년 동안 뉴욕에 머물며 길을 잃고 다시 찾기를 계속해온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글 속에서 마주한 그는 여행자의 감각과 생활인의 시선으로 다져진 뉴요커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대체로 어느 도시에 사는 사람을 ‘시민’ 정도(따위)로 뭉뚱그려 부르지, 뉴욕에 사는 사람을 일컫는 ‘뉴요커’처럼 특정 도시명과 연과지어 부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따금 궁금했다. '비싸고 시끄럽고 더럽고 때로는 불친절하게 느껴(30쪽)'질 정도로 환장할 요소가 많음에도 많은 이들이 뉴욕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한 번은 꼭 가보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그 '분명한 이유'를 발견하는 데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기대하며 책 속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저자가 뉴욕에 불시착하지 않고 연착륙 정착하기 위해 애써온 여정은 씨앗이 흙에 뿌리내리고 싹을 틔우는 과정과 닮은 듯하다. “우리가 운이 좋(아 뉴욕에서 생존한)다면 다른 공연에서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35쪽)” 어느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난 뉴요커가 건넨 인사말을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꿈과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마련된 비옥한 토지일수도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 ㅡ 단순히 여행이 아닌 생활, 나아가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 ㅡ 에게는 척박한 땅으로 여겨지진 않을까. 이민자(이방인)는 민들레씨처럼 바람에 날려 어느 땅에 내려앉은 뒤 뿌리 내려야만 흔들리지 않고 버텨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좌충우돌하던 뉴욕 출장자에서 이젠 좌고우면하지 않는 뉴욕 생활자로 거듭난 그가 바라보는 뉴욕은 이렇다. ‘영원히 뿌리내리지 못할 것 같은 기분과 영원히 어딘가 소속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 이 모순된 마음(193쪽)’이 공존하는 도시. 셀 수 없이 많은 유혹들이 가득한 뉴욕살이에서 지갑과 연료통이 가득찬 것도 좋지만, 그보다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여행자의 기분과 생활인의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일 역시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뉴욕 역시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르고 공간을 변화시키면서 역사의 더께를 쌓아가는 중이다. 그가 생생한 현장을 체험하며 스케치한 기록과 기억을 조금 꺼내어 나눠본다. 뉴(new)욕은 왠지 늘 새로움이 넘칠 것 같은 이미지인데, 이곳에 오래 산 사람들이 소환하는 1980~90년대의 뉴욕은 낯설고도 낯익은 동네를 연상시킨다. 특히 당대 예술가들의 게토로 불렸던 이스트빌리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젊음을 발산하고 또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몇 해 전 『H마트에서 울다』라는 책으로 이민자들에게 안식과 양식을 제공하는 공간임을 처음 알게 된 후, 이번에 H마트의 옛이름이 현재 우리집 앞에 자리한 한아름마트와 같았다는 사실을 접하니 내적친밀감이 더 상승하는 것 같다. 저자에게 H마트란, 자기 몸에 유기물로 변하게 될 여러 재료를 사면서 ‘정체성의 증거를 찾는 곳’이자, 산 재료들로 한식 요리하면서 지금은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추억케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이처럼 저자가 고향(의 맛)을 그리듯 세계 각지에서 뉴욕으로 온 사람들도 저마다의 맛을 재현하고 즐기는 데 진심이다. 핏자, 햄버거, 피클과 더불어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이 즐비한 까닭에 ‘뉴욕의 맛’을 한 마디로 정의하긴 쉽지 않다. 궁금한 독자라면 책을 통해 그가 추천한 메뉴들을 직접 맛보시길 바란다. 뉴욕에 대하여 거의 모르는것투성이다 보니 맛집 외에도 명소가 아닌, 이를테면 뉴욕의 도심만 생각한 터라 바다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코니 아일랜드’라는 바다가 뉴욕의 끝에 있다니! 그곳에는 해수욕장과 산책로, 놀이기구들과 뉴욕 유일의 수족관이 있다고 한다. 혹시 도심 속에서 계절감을 느끼고 뉴욕 토박이처럼 여행하고 싶은 이에게 중앙공원에서 소풍을, 다시 말해 센트럴파크에서 피크닉을 하며 별 생각 없이 한때를 보내도 괜찮다고 그는 제안한다. 산 자만이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갖는 것은 아니다. 무정형의 도시에도 생사에 따른 희노애락이 깃들어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 팬데믹의 영향권에서 뉴욕도 예외일 수 없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죽음의 그림자가 걷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유명한 브런치 레스토랑 프룬도 문을 닫고 파크 애비뉴는 텅 비어버린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찾은 MoMA에서 그는 아무 말 없는 그림들과 함께 뉴욕에서 희귀한 것들 중 하나인 침묵과 정적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뉴욕의 시간을 더 거슬러 가보면 독자는 9/11 메모리얼과 오큘러스(Oculus) 앞에 서게 된다. 9/11 테러가 펄펄 끓어오르는 솥(용광로)에 찬물을 끼얹듯 활력이 넘치는 공간을 일순간에 무기력함으로 채워버린 그날 이후, 뉴욕인을 비롯한 세계인은 삶과 죽음이 물과 기름처럼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용광로(melting pot)’와 같은 뉴욕에는 여전히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여 산다. 뉴욕의 거리를 걷다 이 도시가 사람들의 열정과 욕망을 얼마나 강렬하게 빨아들이고 있는지 실감하면서 저자는 말한다. 각자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도착한 이 도시는 이유야 어떻든 그 자체로 목적지이자 도착만으로도 하나의 성취일지 모른다고. 그의 눈에 뉴욕은 한 편의 모자이크로 비친다. 번화한 타임스퀘어나 하늘을 찌를듯한 고층 건물들의 윤곽선에 눈길을 뺏기지 않은 채 타박타박 제 볼일 보러가는 뉴욕 생활자들과 그다지 색다를 것 없는 뉴욕을 언제나 새롭게 봐주는 여행자들이 한데 섞여 오가고, 그들이 어느 길거리에 멈춰 서서 핏자에서부터 중식, 일식에 이어 무슬림 음식까지 무심하게 먹는 모습들을 조각조각 이어 붙이면 완성되는 그림 말이다. 뉴욕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두 가지 시차에 적응하고 있다. 시차(時差)는 언제든 쉬이 되찾을 수 있으나 시차(視差), 즉 글에 담긴 저자의 시선과 나의 그것의 차이는 당분간 시간이 걸릴 듯싶다. 오늘도 로어이스트사이드의 피클 골목을 바라보며 “뉴욕은 정말 끊임없이 변화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변화하지 않고 오래 남아 새것들과 공존하는 도시(169쪽)”라고 되뇌는 그를 상상한다. 나처럼 뉴욕을 잘 모르는 독자 혹은 뉴욕의 새로운(new) 가능성을 욕망하는 사람들에게 <아무튼, 뉴욕>을 넌지시 건넨다. 책을 통해서든 직접 뉴욕 땅을 밟고나서든 각자가 찾아낸 ‘뉴욕의 이유’에 귀 기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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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이다. 한 번도 뉴욕을, 미국을 가보지 않은 사람도 뉴욕이라는 이름과 그 도시가 가지는 상징 또는 랜드마크는 알고 있으리라. 하나의 거대한 도시를, 그것도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 그 자체인 뉴욕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이 책의 작가는 뉴욕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여행객에서 뉴요커로 진화하는, 어쩌면 이미 본인도 모르게 뉴요커가 된 현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진짜 뉴욕을 보여준다. 여기서 얘기하는 뉴욕의 모습이 진짜라고 단정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여행만으로는 보고 느끼기 힘든 도시의 다양한 이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랜드마크 뒤에 숨겨진 골목과 가게의 풍경, 계절의 변화, 작가 자신을 포함한 이민자들의 삶, 그리고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사소한 일상들이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진다. 뉴욕의 결점과 매력을 너무나 개인적인 경험과 시선으로 그려내어 오히려 더 공감가고 진실하게 와닿는다. 결국 우리가 어떤 장소를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이유는 각자의 경험과 기억이 만들어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읽다보면 뉴욕이라는 도시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고, 뉴욕을 다녀온 사람은 다시 가보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다. 뉴욕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뉴욕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도시인 뉴욕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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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부터 뉴욕 여행을 가고 싶었으나 어찌어찌하여 잘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라디오에서 이 책의 구절을 인용하는 부분을 듣게 되어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소소한 뉴욕의 일상들을 소개해주면서 이방인, 생활인으로써 현대 뉴욕을 살아가는 어느 한국 남자의 이야기이다. 자본주의의 끝판인 미국땅 뉴욕에서 의외의 인간적인 풍경, 의외로 저렴한 피자값등은 충분히 뉴욕의 매력으로 다가올만한 요소이다. 아무튼 뉴욕...나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