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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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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마력으로 영혼을 끌어들이는 그의 소설은 읽어버리는 게 아깝다. 그리고 그렇게 한달음에 읽을 수도 없다. 그만큼 한 단어, 한 문장의 무게가 크기 때문이다.......아까운 소설을 또 다 읽어버렸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나의 영혼도 울렸다. 그의 영혼에 감탄하는 내 머리 속의  종소리...그의 문장은 늘 나를  흔든다.  힘차고 자유롭다.<출판사 줄거리 소개 중에서>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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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마력으로 영혼을 끌어들이는 그의 소설은 읽어버리는 게 아깝다.

그리고 그렇게 한달음에 읽을 수도 없다.

그만큼 한 단어, 한 문장의 무게가 크기 때문이다.

......

아까운 소설을 또 다 읽어버렸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나의 영혼도 울렸다. 그의 영혼에 감탄하는 내 머리 속의  종소리...


그의 문장은 늘 나를  흔든다.  힘차고 자유롭다.


<출판사 줄거리 소개 중에서>

주인공 긴지는 마루야마 겐지의 다른 어떤 작품의 주인공보다 고고하고 초연하며 강인하다. 그는 곧 작가 자신의 투영이기도, 또 그가 선망하는 『백경』의 에이햅 선장에 한없이 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긴지는 악에 물든 자가 아니다. 긴지가 악을 물들이고 있다'는 소설 속 문장이 보여주듯, 그는 세상의 어떤 악보다도 더 강력하고 순정하다. 그런데, 그런 그의 영혼이 흔들린다. 긴지를 둘러싼 대자연의 모든 물상들이 그를 치켜세우고, 비난하고, 경탄하고, 조롱한다. 바람과 파도, 꽃과 새, 전파탑, 가면, 저승사자가 제각각의 목소리로 긴지를 에워싸고 있는 마술적이고 환상적인 세계, 그 속에서 요동치는 긴지의 영혼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소설의 문장은 간결하고도 힘이 넘친다. 문장 하나하나가 소설에 속도와 긴장감을 부여하며 독자를 압도적인 힘으로 빨아들인다. 형이상학적인 문장들이 하드보일드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진기한 풍경은 분명 마루야마 겐지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진경이다. 


"사람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들판, 그 들판에 가득 찬 음악에 이끌리듯, 상처의 흔적도 생생하게 복부에서 등으로 뚫려 있는 바람 구멍에 꽂힌 푸른 꽃이 기묘하게 아름다운 악한 사자(死者)의 어딘가에 숨어 있던 영혼이 아무도 모르게 살그머니 유해에서 빠져나온다. 그것은 한순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듯 망설이다가 이내 확고한 태도로 '백주 대낮의 긴지'라는 허식에 찬 이름을 내버리고 무지개 문신 주위를 한 바퀴 돈 다음, 육체의 성을 비워주고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저 세상에 관한 풍문 따위 걱정하는 기색도 없이, 천지의 신에게 기도하는 일도 없이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며, 그렇다고 공연히 교만을 떨지도 않으며 먹빛 하늘을 향해 연기처럼 하늘하늘 올라간다."



m***8 2014.04.30. 신고 공감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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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문신을 짊어진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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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특이하다. 봐라 달이 뒤를 쫒는다 라는 제목도 좀 특이하긴 했지만.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겠다. 당연히 책 구입하기 전에 소개글을 잠깐 읽었었다. 무지개 문신을 등에 진 사내의 이야기. 무지개 문신이라, 상당히 군침이 도는 이야기임을 그 몇줄 안되는 책소개에서 짐작하였지만, 그러한 소개글을 읽지 않았더라도, 설사 그 책의 제목조차 알지 못했더라도
"무지개 문신을 짊어진 사나이" 내용보기
제목이 좀 특이하다. 봐라 달이 뒤를 쫒는다 라는 제목도 좀 특이하긴 했지만.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겠다. 당연히 책 구입하기 전에 소개글을 잠깐 읽었었다. 무지개 문신을 등에 진 사내의 이야기. 무지개 문신이라, 상당히 군침이 도는 이야기임을 그 몇줄 안되는 책소개에서 짐작하였지만, 그러한 소개글을 읽지 않았더라도, 설사 그 책의 제목조차 알지 못했더라도, 어쨌거나 난 그 책을 사서 읽었을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 바로 그의 책이 아닌가! 언제 처음 마루야마 아저씨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소설가의 각오라는 산문집을 읽고 난뒤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래, 바로 이게 진정한 소설가의 모습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50대 후반, 내년쯤이면 환갑을 맞으실 나이다. 20대에 다니던 직장이 어려워져 먹고 살 방도를 찾다가 쓰게된 첫 소설이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해 버렸다. 그 당시엔 최연소 수상이었단다. 그의 기록은 무라카미 류에 의해 깨지고 그뒤로도 계속 깨지고 있지만, 어쨌든 그 당시엔 정말 획기적인 사건이었단다. 그렇게 갑작스레 '소설가'가 되어버린 마루야마 아저씨는 소설가인 척 하는 사람들의 기존 집단에 혐오감을 느끼게 되어 자기만의 방식대로 소설을 쓰게 된다. 도시에서 벗어나 외딴 산간 시골에 조용히 살면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만큼의 소설을 쓴다. 꼭 생계에 필요할 정도만의 글을 쓰고 그 이상은 쓰지 않는다. 머리를 완전히 깎고 마치 도를 닦는 처사처럼 생활하며 글을 쓴다. 가벼운 소재와 내용, 얇팍한 감동으로 독자들의 피부만 살짝 핥아주어 단순한 말초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런 소설들을 멀리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생각을 표현해 낼 줄 아는 진정한 소설가이다. 물론 글쓰는 모습이야 사진으로도 보지 못했지만, 노트북보다는 원고지가 어울릴만한, 몇 안되는 작가이다. 예전에 티비에서 김훈 아저씨가 원고지에 연필로 쓰고 지우개로 지우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마루야마 아저씨에게 반했거나, 혹은 최면에 걸렸거나 간에, 그의 소설들은 늘 신선한 느낌을 준다. 초코칩 쿠키보다는 참크래커에 가깝고, 육개장보다는 맑은 콩나물국에 가깝고, 콜라보다는 사이다에 가까운, 그런 느낌이다. 햇볕에 잘 말린 이불을 덥고 누웠을때의 느낌. 주인공은 야쿠자다. 만일 이 얘기만 듣는다면 분명 그 뒤에 이어질 내용들-뒷골목, 폭력, 살인 등등을 쉽게 떠올리겠지만, 마루야마 아저씨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긴지라는 이름의 야쿠자는 그들 세계의 최고를 다투는 두 조직의 거물들을 차례로 암살하고 한 해안 마을로 잠적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를 날을 기약하며. 그곳엔 전쟁때 쓰고 버려진, 100미터 높이의 전파탑이 있다. 그 꼭대기 방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는 야쿠자들과 경찰들을 경계하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자신의 분신들-저승사자, 가면-을 대면하고 자신이 점점 나약해져 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던 중 과거엔 부하였고지금 자신을 돕고 있는 마코토의 권유로 등에 문신을 새기게 된다. 그 문신은 청룡도 백호도 아닌 무지개였다. 야쿠자와는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무지개 문신, 하지만 하나하나 색을 입혀 완성된 무지개 문신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과 경외심을 느끼게 할 만한 것이었다. 이 소설의 대부분은 무지개 문신을 새기는 장면이다. 일곱색깔을 새기면서 각각 그 색의 의미를 자연스레 소설 내용과 섞어 풀어나간다. 정체, 안주, 평범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 부단히 움직이지 않으면 나태해져 쇠락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하며 기존의 평범한 질서에 손쉽게 안주하려하지 않는 사람들. 야쿠자 긴지의 모습에서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모습을 읽게 된다.
y****2 2004.10.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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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문장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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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 대낮의 긴지'라고 불리는 인간이 있다. 아니다, 그냥 '백주 대낮의 긴지'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후회와 반성을 모르는 인간, 죽을 때까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면서, 그리고 살아내면서 죽음과 삶을 비웃어주며 인간을 넘어 인간 너머의 인간이 되고자 하는 존재, 야쿠자, 후회와 반성과 동정과 의심을 모르던 사내, 남자를 비웃는 절대적인 야성과 성정, 양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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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주 대낮의 긴지'라고 불리는 인간이 있다. 아니다, 그냥 '백주 대낮의 긴지'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후회와 반성을 모르는 인간, 죽을 때까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면서, 그리고 살아내면서 죽음과 삶을 비웃어주며 인간을 넘어 인간 너머의 인간이 되고자 하는 존재, 야쿠자, 후회와 반성과 동정과 의심을 모르던 사내, 남자를 비웃는 절대적인 야성과 성정,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던 조직의 두 보스를 대낮에 살해하고 당당히 도망쳐 다시 부활할 날을 기다리며 은둔하고 있는 자. 인간을 벗어나려 했던, 그래서 더 인간다웠던 존재의  변화에 대한 섬세하고도 세심한 점묘화가 이 책에 아로새겨져 있다. 문신을 새기는 침처럼 촘촘하고도 진중하고 묵직한 문장들이 환상처럼 펼쳐졌다가 기이하게 사라진다.   긴지는 우연한 계기로 무지개 문신을 새기게 된다. 단순명쾌한 환상, 극단의 아름다움, 해가 뜨면 사라지는 극치의 미학. 모든 자들이 우러를 수 있는 상징인 무지개를 등에 짊어지게 되면서 긴지는 변화한다. 자신의 자아가 만들어낸 나무가면과의 관계도 바뀌게 되고 동정을 하게 되고 과거를 떠올리게 되고 혼란에 빠지게 되고 저승사자와의 관계도 뒤죽박죽이 되버린다. 긴지의 최후는 어처구니없으나 그럼에도 나는 이 소설을 통해 가장 숭고한 패배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눈에 뻔한 상징과 맛깔스런 조연들을 음미하는 것도 이 소설의 빼어난 점이다.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은 줄거리를 이야기해도 절대로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다. 적요한 배경에서 벌어지는 인간 내면의 이야기는 상상을 통해 봐야만 그 묘미를 알 수 있을 뿐 줄거리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마루야마 겐지의 묘사와 치밀한 구상과 상념들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위대한 예술은 인간이 바라는 소망과 상상력을 눈앞에 보여주거나 들려주거나 그도 아니면 직접 상상하게 만들거나 해서 나약하고 얄팍한 존재의 무기력하고 졸렬한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그렇다, 마루야마 겐지의 문장은 벼락을 동경하고 번개를 지양한다.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 기똥찬 작품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 중에서 단연 최고다. 마루야마 겐지의 다른 작품처럼 패턴이나 등장 인물의 구도, 시점 등은 거의 흡사한 편이다, 주동인물의 내면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단상이 주를 이루고 반동인물이나 적 등의 구도는 언제나 조연 정도로 취급된다. 작가 자신의 아우라가 너무나 강한 나머지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 마루야마 겐지의 자아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투영되어 있어 뻔하다. 그러나 그 뻔함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것이 바로 겐지 소설의 특징이자 장점이고 매력이다.
n******s 2005.04.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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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적 상상력과 힘있는 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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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오래전부터 ‘정신의 벽을 뛰어넘어 영혼에까지 침투하는 문신’이라는 모티프와 ‘일곱 가지 대죄’라는 모티프를 각각 별도로 작품의 소재로서 겨냥하고 있었다고 한다. ‘엄청나게 묵중하고 심장까지 비춰낼 듯 눈부신 섬광이 찾아온 순간’에 이 두 가지 소개가 합체했고, 거기에 자신이 지향하는 문학의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느껴왔던 바흐의 <마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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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오래전부터 ‘정신의 벽을 뛰어넘어 영혼에까지 침투하는 문신’이라는 모티프와 ‘일곱 가지 대죄’라는 모티프를 각각 별도로 작품의 소재로서 겨냥하고 있었다고 한다. ‘엄청나게 묵중하고 심장까지 비춰낼 듯 눈부신 섬광이 찾아온 순간’에 이 두 가지 소개가 합체했고, 거기에 자신이 지향하는 문학의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느껴왔던 바흐의 <마테수난곡>이 가슴속에서 끊어오르는 순간, 창작 의욕이 한계점까지 높아지며 몸이 부르르 떨리는 체험을 했다고 작품의 창작 동기를 밝힌다.

암흑가의 판세를 뒤엎는 엄청난 살인을 저지른 야쿠자 ‘백주 대낮의 긴지’가 추적자들을 피해 붘녘 바닷가에 있는 지상 백 미터 높이의 전파탑에 숨어들면서 이 기념할 만한 작품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긴지는 재기의 기회를 노리며 장차 암흑가의 일인자로 등극하게 해줄 무지개 문신을 새기게 된다. 긴지가 등에 새겨 넣은 무지게 문신은 반역의 극체색이며 일곱번째 색깔을 먹빛으로 마감한 모독의 상징이다. 한낮의 찬란한 무지개, 오래도록 인간의 희망의 지향점을 상징해온 무지개와는 대척점에 자리잡은 암야(暗夜)에 떠오른 무지개다.

‘백주 대낮의 긴지’의 영혼에 자리잡은 악덕은 마코토처럼 후천적인 환경에 의한 것도, 이해 타산에 사로잡힌 조잡한 악도 아니다. 인간에게 분명히 내재하는, 생명력에 의해 분출되는 근원적인 악, 이런 말이 허용된다면 ‘순수하다’는 형용사를 붙일 수 있는 악이다. 근원악의 세계에서 사는 긴지만은 비바람을 뚫고 출항하는 배이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뒤엎을 힘을 가졌으며, 어떤 경우라도 자신에게 귀의할 뿐이다. 이렇듯 모든 허상의 가치를 부정하고 온전히 스스로 재창조해낸 지평에서 긴지는, 또한 독자는 비로소 아무것도 덧씌워지지 않은 자신의 영혼과 대면한다. 가면과 저승사자와의 갈등은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근원 악에 대한 기나긴 고찰의 대장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자극적이고 잔인한 폭력이나 사건을 파헤쳐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일련의 소설들과 그 궤를 달리한다. 충격적이며 자극적인 소재는 이 작가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백주 대낮의긴지’는 그 잔인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군자와도 같은 행동을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악행은 단순히 작품의 한 설정이며 줄거리를 이어주는 부분으로 간략하게 전개될 뿐 그 잔혹성 따위는 세세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영혼에 내재된 본능적인 힘, 인간을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명백한 사실에 저항하려는 숭고한 반역의 정신이다.

열쇠 가게를 운영하며 행복한 한 시절을 보냈던 거지 노부부의 죽음을 바라보는 긴지의 시선도 모든 것을 부정한 인간이 최종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숙명, 즉 죽음에 대한 전착으로서 작가의 연륜만큼 그 깊이가 아득하다. 또한 인간의 근원 악에 대한 해답은 정의의 문장으로 제시 되지 않는다. 작가가 보여주는 이미지에 의해 독자의 혼에 무지개 문신처럼 새겨질 뿐이다. 봄날의 훈김에 생명들이 자욱하게 자라는 바닷가 벌판의 낮과 밤, 비와 무지개의 장관이 펼쳐지는 대자연,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큰유리새와 울새와 검은지빠귀, 무지개 문신에 빗금을 그어주었고 육체의 고통을 처절하게 맛보도록 해변까지 그 몸뚱이를 실어다준 거북, 저승사자와 가면, 그리고 대우주에의 순례를 마치고 끝내 저승사자의 손아귀에 떨어지기를 거부한 영혼은 너덜너덜해진 육체에서 소리없이 빠져나와 찬란한 모독의 무지개로 한순간 떠오른다.

우리 눈물 흘리며 꿇어앉아
무덤 속의 그대를 부르노라.
편히 잠들라, 편히 잠들라!
그대의 상처 입은 몸 편히 쉬거라!
편히 잠들라, 즐거이 잠들라.
그대의 무덤은 고뇌하는 마음에
편히 누울 베개
안식의 터전이 되리니.
부디 편히 잠들라.
- <마태수난곡> 제78곡, 합창 -
s****j 2007.01.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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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현란한 문장에 기어이 무릎을 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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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를 읽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고지식한 듯하지만 한없이 자유로운 사유의 폭은 간혹 부럽지만 대부분 넘기 어려운 벽만 같다. 소설가라기보다는 구도자에 가까운 (실제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에게 느끼는 경외감이랄까... 융숭깊고 사색 만연한 철학적 문장들과 그 문장들 사이사이에 빈틈없이 빼곡하게 부여하는 한자어의 상념들은 자칫 독자를 혼절의 상태로까지 끌어
"작가의 현란한 문장에 기어이 무릎을 꿇다..." 내용보기
마루야마 겐지를 읽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고지식한 듯하지만 한없이 자유로운 사유의 폭은 간혹 부럽지만 대부분 넘기 어려운 벽만 같다. 소설가라기보다는 구도자에 가까운 (실제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에게 느끼는 경외감이랄까... 융숭깊고 사색 만연한 철학적 문장들과 그 문장들 사이사이에 빈틈없이 빼곡하게 부여하는 한자어의 상념들은 자칫 독자를 혼절의 상태로까지 끌어들이고 만다. 바람이며 돌, 동물과 식물은 물론 인공의 구조물에게까지 자신의 사유를 전염시키는 작가가 이번에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백주 대낮의 긴지’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야쿠자이다. 아주 빠르게 조직의 중간 보스에 오른 그는 상대 조직의 보스를 살해하고, 그러한 자신을 질책하는 자신의 조직의 보스까지 살해한 후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어느 바닷가, 과거 자신의 부하였던 마토코에게 전쟁중 전파탑으로 쓰이던 곳을 은신처로 제공받아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느 야쿠자와는 다르다. “야구를 좋아하던 소년이 프로야구 선수가 되듯, 낚시질 좋아하던 아이가 어부가 되듯, 그리고 책벌레가 학자가 되듯 그저 자신의 천성을 따라 지극히 자연스럽게 암흑가에 발을 들였을 뿐이다. 안정되고 평화로운 집안에서 지극히 모범적인 성장 과정을 거쳤으면서도 긴지는 삶과 죽음이 순간순간 약동하는 암흑 세계에 자진하여 몸을 던졌다...” 단순한 악이나 단순한 선이 아니라 절대악이나 절대선처럼 별도의 체험없이 선체험된 혹은 타고난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가지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야쿠자의 길로 들어섰고, 그것을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으며, 지금 이렇게 도망자의 신세가 된 연후에도 아무런 후회를 하지 않는다. “긴지가 세상과 담을 쌓은 것은 새로운 비약을 위해서일 뿐 그밖에 다른 이유는 없다. 긴지는 죄송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로 자기 반성의 말을 입에 담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꿈에도 양심의 가책에 시달려본 적이 없다. 두려움에 벌벌 떠는 추태를 보인 적도 없다. 앞으로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긴지는 그랫다... 긴지의 본령은 철저한 반역에 있다.” 그러한 그이지만 이제 천연의 요새와 같은 전파탑에 과거 자신의 똘마니였던 남자 마토코, 그의 말못하는 아내, 그리고 그의 다섯 살배기 딸 하루코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음으로 알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한다. 다른 사람 눈에는 구멍 뚫린 나무토막으로 보일 따름인 가면과 말씨름을 해야 하는가 하면, 세상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목숨이니 자신을 따라 죽음으로 가자는 저승사자와 맞서야 한다. “인간의 목숨을 빼앗은 데 대해 변명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이것만은 말해두겠다. 이 세상에서는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지상(地上)의 선(善)이다. 이 세상은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다. 타자의 살해는 종의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힘의 상징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긴지는 조각룡이라는 자와 함께 가장 위대한 문신을 새기려고 한다. 처음에는 달갑지 않았지만 조각룡을 만난 이후 긴지는 그에게서 받은 느낌만을 믿고 자신의 등에 무지개를 새기기로 한다. 조각룡 또한 긴지가 가지고 있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문신을 새길 작정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일곱 가지의 색을 하나하나 자신의 등에 새기는 동안 긴지는 밀입국 여인, 노인 부부, 순경 등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죽음에 연루되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번민의 늪에 한 발자욱씩 빠져든다. 그리고 소설의 말미, 긴지의 등에 무지개 문신을 조각했던 조각룡의 죽음에 이어 자신의 도망에 등불 같았던(하지만 결국 긴지에게서 강하게 내뿜어지는 힘에 의해 서서히 망가져야만했던) 마토코의 죽음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긴지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주변에 남아 있는 건 가면과 저승사자, 긴지의 또다른 자아이기도 한 이들은 이제 마지막 길에 다다른 긴지에게 말한다. “너는 인간 중의 인간이다.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다. 경의를 표해야 할 특별한 인간이다. 절대로 신의 실패작이 아니다. 너라는 사내는 야만적인 격정의 무진장한 보고(寶庫)다. 너는 폭력의 위력을 마음껏 행사하기 위해, 단지 그것만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렇게 태어나 그렇게 태어난대로 살았던 긴지, 긴지는 이제 자신의 등에 있는 무지개, 그 무지개의 마지막 색인 먹빛에 의해 세상에 흩뿌린 자신의, 자신만의 색을 거우어가며 사위어간다.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꽤 두꺼운 분량에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모두 읽고 나면 혼절의 느낌에 빠져들만하다. 삐끗, 어느 순간 작가의 요설에 현혹되어 무릎 꿇고 마는 영혼을 구제할 것은 ‘장난으로 살지 않겠다’는 허언의 약속 뿐이다. 그마저도 입 달싹 하는 동안 무지개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릴 듯하지만 말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06.05.20.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