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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의 작품들은 해피엔딩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는 것으로 기억된다. 주인공의 비극적인 몰락이 아니더라도, 뭔가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이끌리고, 항상 찝찝하다고 해야 할까? 독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니체가 쓴 아나키즘적인 작품들이라고 예전에 말했듯이, 대부분의 내용과 문장, 문체들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나오는 것처럼 독자에게, 세상에 선언하듯이 이루어진다. 참 기가 막힐 정도로, 사이비 교주도 아닌 사람이 이처럼 강건한 연설문체로 두권 가득한 이야기를 채울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더구나 그 연설들은 매우 니힐리즘적이면서도 무언가 비현실적이고 정상에서 일탈적인 삶의 모습(이 책에서처럼 야쿠자나 은둔적 혁명가, 몽상가적인 삶들)을 일반인들의 소시민적 삶보다 우월한 것으로 그리면서 준열한 꾸짖음을 함께 담으려는 문장들에 꽤나 당황스러워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염세적인 것은 그러한 계몽적인 선언들을 담지하는 주인공들은 이야기 처음부터 몰락을 전제하면서 이야기 전개를 따라간다는 것이다. 결국, 작가의 선언이 옳다고 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모호하게 하며, 시니컬하게는 "니들의 삶은 의미가 없으니, 이처럼 짧고 굵게 살다가는게 좋은거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일개 야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역사 이래 최고의 인물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역시 그는 허무하게 몰락해야 하는 이 작품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이 작품이 기존의 다른 것들과 차이가 있다면 처음부터 유지되는 긴장감이었다. 약 1/3 정도를 읽다보면 주인공이 몰락할 것임이 쉽게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귀양살이를 하는 주인공의 지루한 일상들에 대한 묘사나 심리갈등을 니체적인 선언체로 이어감에도 불구하고, 그 사념들이 주는 무게가 독자에게 결코 가볍지 않았다는 것이 이 장편을 완성한 작가의 대단한 역량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찌보면 이처럼 스타일리쉬한 작품을 쓰는 작가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여미권의 하드보일드 탐정물/범죄물과 같은 긴장과 일본의 심미적 퇴폐주의와 남미의 초현실주의적 스타일들이 결합되어 있는 것 같은 작품이랄까? (어쩌고 하는 문학 유파라는 걸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오랜만에 묵직한 소설을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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