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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엄마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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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엄마에겐 친구가 없다고 믿었었다. 아침이면 일어나 아침을 차렸고, 아버지가 회사에 다니실 땐 항상 집안 일에 치이셨으며, 아버지가 직장을 관두신 후엔 가사와 가게 일을 병행하시느라 오히려 더 바빠지셨다. 당신의 삶엔 변화라곤 없었다. 전업주부. 엄마는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믿었었다. 엄마는 으레 처음부터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난,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는 엄마의 딸" 내용보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엄마에겐 친구가 없다고 믿었었다. 아침이면 일어나 아침을 차렸고, 아버지가 회사에 다니실 땐 항상 집안 일에 치이셨으며, 아버지가 직장을 관두신 후엔 가사와 가게 일을 병행하시느라 오히려 더 바빠지셨다. 당신의 삶엔 변화라곤 없었다. 전업주부. 엄마는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믿었었다. 엄마는 으레 처음부터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난, 아니 어쩌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엄마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얼마 전 나의 증명사진을 찾다가 오묘함을 자아내는 흑백 사진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내 사진인 줄 알았다. 하지만 흑백 사진의 바래짐으로부턴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놀라울 정도로 지금의 내 모습과 닮은, 사진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어머니셨다. 촌스럽기 짝이 없는 원피스 차림의, 하지만 분명 나와 무서울 정도로 닮은 모습을 하고 계신... 사람들이 항상 나를 보고 엄마를 닮았다고 말했었던 이유를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혹자는 내 목소리가 엄마의 그것과 너무도 같다고 말하기도 하니까. ... 남성이 아니기에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정확히 어떠한지에 대해 알진 못한다. 하지만 딸, 아들의 여부를 떠나 '어머니'라는 존재는 왜 아련함을 불러 일으키는 것일까? 특별한 것은 없을 것만 같은 책 한 권에 나는 울기를 반복했다. 사람이 빼곡히 들어찬 출근길 지하철에서 혹시라도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진 않을까 흠짓 놀라면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내 안에서 메아리쳤다. 그 말은 기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들은 어머니를 부정함으로써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한다고 한다. 하지만 딸들은 그렇지 못하다. 어머니처럼은 살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우리는 모두 놀라울 정도로 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보고 들은 것이 전업주부로서의 어머니의 삶이었기에, 어쩌면 나 역시도 어머니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은 끊임없이 그 모습을 부정하고 있긴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미 성인이 된 그들은 버림 받은 고아가 된 것 같았노라고 이야기한다. 어머니가 남긴 것들에 집착하고, 자신의 곁에 (이미 떠난) 어머니가 존재한다고 믿음으로써 위안 삼고... 그것은 우리 모두는, 심지어 나의 어머니 조차도 '어머니의 딸'이라는 사실, 즉 동질감으로부터 오는 것 같다. 어머니에게 꿈이 있었던가? 한 번도 그 사실에 대해 대화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항상 그 분의 마음 속엔 나와 내 동생이 있었고, 그것은 더구나 첫째였던 나에게 큰 부담이었다. 어쩌면 나는 나도 모르게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내가 이루어야만 한다고, 크게 되어야만 한다고 내 자신에게 다짐했었던 걸지도 모른다. 두 딸이 모두 교육을 마친 최근에야 그 분은 예전의 친구분들을 찾기 시작하셨다. 비록 1-2달에 한 번 꼴에 지나지 않는 만남이지만 그 만남 이후 일주일은 밝은 표정을 하고 계신 그 분을 나는 종종 접한다. 그 분에겐 삶이 없었다. 아니, 그 분의 삶을 나는 어쩌면 대신 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이는 여성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머릿 속에 복잡하다. 나는 아직 어리고 어머니를 한 여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아직 쉽지 않다. ...
q*****2 2005.01.28.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