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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느끼고 상상으로 그리는 『코끼리를 만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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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 때로 기억한다. 친구 집에서 같이 TV를 보는데, 드라마의 주인공이 빨간 국수를 포크로 둘둘 말아서 먹는 장면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왜 국수를 포크로 말아서 먹는 거지?’하고 중얼거렸는데, 친구가 옆에서 얘기해주더라. ‘저건 국수가 아니라 스파게티야.’ 시골에 살면서 가정 형편이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형제 많은 집의 아이였던 나에게 스파게티는 먹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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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 때로 기억한다. 친구 집에서 같이 TV를 보는데, 드라마의 주인공이 빨간 국수를 포크로 둘둘 말아서 먹는 장면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왜 국수를 포크로 말아서 먹는 거지?’하고 중얼거렸는데, 친구가 옆에서 얘기해주더라. ‘저건 국수가 아니라 스파게티야.’ 시골에 살면서 가정 형편이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형제 많은 집의 아이였던 나에게 스파게티는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었다. 안 먹어봤어도 어디에서 한 번 정도 봤더라면 어떤 음식인지는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런 경험조차 없던 나에게는 스파게티는 물론이고 그걸 먹는 장면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친구가 스파게티라고 알려준 그 장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 건, 어린 나이에 느낀 부끄러움이었다. 우리는 친구이고 같은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데, 그 아이가 아는 걸 나는 모른다는 게 그저 창피하기만 했다. 크게 부족한 거 없이 사는 친구여서 그랬는지 부모님과 자주 외식을 다녀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와 나의 차이를 상당히 크게 느꼈던 것 같다. 우린 똑같이 앞이 보이는 채로, 비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그때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장애인으로 살면서 경험하지 못한 일에 따라오는 감정도 혼란스러웠는데,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보이지 않는 세상은 어떤 감정을 불러올지 궁금했다. 아니, 그게 전부는 아닐 거다. 어떤 사물이나 장면이 궁금한데 볼 방법은 없고, 그걸 설명해주는 이가 하는 말을 들으면 주관적인 의견이 섞일 것 같고, 어떻게 해야만 보이는 세상 그대로 그릴 수 있을까. 앞이 보이다가 보이지 않게 된 경우에는 시력을 잃기 전에 경험한 것을 토대로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니면 아주 어릴 적부터 거의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면, 미처 어떤 경험을 하기도 전에 닫힌 시력으로 살아왔다면, 그럼 어떻게 눈앞의 세상을 알 수 있을까. 언제든 보고 싶은 거 보고 하고 싶은 거 하면 되는 일이었다. 검색 한 번에 궁금증은 해결할 수 있는 세상에서, 게으르고 관심이 없어서 보지 못한 것에 간절함이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간절함을 잊은 일상의 습관이 부끄러웠다.


불경 『열반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옛날에 어느 왕이 맹인들을 불러 모으고는 코끼리를 만져 보게 했습니다. 그 뒤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보았지요. 그러자 이빨을 만져 본 맹인은 코끼리는 큰 무뿌리와 같다고 했고, 귀를 만져 본 맹인은 곡식을 까불 때 쓰는 키와 같다고 했으며, 꼬리를 만져 본 맹인은 노끈과 같다고 했습니다. 이에 왕은 “코끼리는 하나이거늘 각자 자기가 아는 것만으로 말한다. 진리도 그와 같으니라,”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이 이야기는 맹인 비하가 아니라, 자기가 아는 세계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어리석음을 이야기합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엄정순 작가는 오랫동안 시각 장애 아이들에게 미술 교육, 그중에서도 10년간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를 지속해왔다.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품고 살아온 작가가 답을 얻는 과정이기도 하다. 먼저 예술가와 아이들이 코끼리에 관해 묻고 답하면서, 코끼리가 얼마나 클지, 코는 얼마나 길지, 코끼리는 무엇을 먹고사는지 상상한다. 코끼리 코가 길다고 하니 수도꼭지에 매달린 호스를, 진공청소기의 긴 호스를 이야기한다. 땅 위에서 사는 동물 중 가장 크다고 하니 6층 건물만큼 크냐고, 아니면 바다 위의 커다란 배와 비슷하냐고 묻는다. 그런 덩치로 어떻게 풀과 과일만 먹고 사는지 궁금해한다. 이렇게 상상하다 보니 궁금증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말로 나누는 코끼리를 상상하는 과정에서 처음 보였던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호기심이 남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버스로 갈아타고, 저마다의 상상으로 그려낸 코끼리를 직접 만나러 태국으로 간다. 그리고 손으로 직접 코끼리를 만져 보고 냄새를 맡아 본다. 그러고 나서야 진짜 코끼리를 느낀다. 코끼리는 코가 길쭉하고, 귀를 둥글둥글하고, 다리는 두껍고 묵직하다고 표현한다. 작가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것에 더듬으면서 다가가는 과정, 많은 자극과 경험으로 상상력을 키우고, 드디어 실체와 만나는 경험은 그 상상력과 창의력을 건드리며 예술적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때 예술가는 아이가 경험한 것을 떠올리고 그 느낌을 표현하도록 북돋운다. 이 책에서도 담겼지만, 아이들은 직접 만난 코끼리를 자기만의 모습으로 만들어낸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을 보고 있으면, 코끼리가 정말 다양한 모습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상상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이렇게 직접 부딪히는 과정으로 시각 장애 아이들은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극을 통해 한 걸음 나아가는 성장을 보여준다. 비장애인인 우리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뒤집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장애로 인해 어떤 기능이 결여되었더라도, 그 결여는 새로운 신체 경험을 가능하게 하고, 스스로 차이를 창조하는 주체적 과정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보이지 않아도 완성해낼 수 있는 예술의 세계가 얼마나 놀라운지 보여주면서, 신체적 장애가 인간의 성장을 방해할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감동스럽다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인생의 커다란 가르침을 얻는 기분으로 읽게 되는 책이다.


* 이 책 안에 시각 장애 아이들이 코끼리를 직접 만지고 느낀 그대로 만든 작품이 담겨 있다. 그 작품을 찍어서 첨부할까 하다가 말았다. 직접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작품을 마주하고 또 다른 감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n******i 2025.03.09.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코끼리를 만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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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동네책방에 갔을때 사장님께사 좋은책이 있다며 읽어주신책이예요. 듣다보니 아!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됐어요. 아! 이거 시각장애아이들이 그린 그림이었어요. 어쩐지!작가님께서 <장님과 코끼리> 이야기를 모티브로 시각장애아이들과 태국에 가서 직접 코끼리를 만져보고 작업한 그림과 작품들로 이 그림책을 만드신거예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읽고 나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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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동네책방에 갔을때 사장님께사 좋은책이 있다며 읽어주신책이예요.
듣다보니 아!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됐어요.
아! 이거 시각장애아이들이 그린 그림이었어요. 어쩐지!
작가님께서 <장님과 코끼리> 이야기를 모티브로
시각장애아이들과 태국에 가서 직접 코끼리를 만져보고 작업한 그림과 작품들로 이 그림책을 만드신거예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읽고 나서 작가의 말을 꼭 읽어봐야해요.
아이들에게도 읽어줬더니 깜짝 놀라며 앞에서부터 그림들을 다시 보기 시작하네요.

저 또한 시각장애인들이 그림을 감상하고 그릴
수 있다는걸 상상조차 못해봐서 정말 놀라웠어요.

아이들과 꼭 읽어보시길 바래요.

출판사로부터 책만응 제공받아 주관적으오 작성한 리뷰입니다. 
c*****4 2025.02.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코끼리를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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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하나하나 써 있는 것이 독특합니다. 책을 살짝 기울어보니, 책 제목이 7번 써 있습니다. 볼륨이 있어서 손으로 만져집니다. 아! '보이지 않는 아이들과 시각 예술가의 경이로운 만남!' 그래서 이렇게 제목을 만들었군요.그런데, 왜 7번일까요? 한번만, 크게,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래요. 이 그림책은 7번은 보라는 의미입니다.어떻게 보면 간단하고, 알고 있는 것이라서 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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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하나하나 써 있는 것이 독특합니다. 책을 살짝 기울어보니, 책 제목이 7번 써 있습니다. 볼륨이 있어서 손으로 만져집니다. 아! '보이지 않는 아이들과 시각 예술가의 경이로운 만남!' 그래서 이렇게 제목을 만들었군요.

그런데, 왜 7번일까요? 한번만, 크게,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래요. 이 그림책은 7번은 보라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하고, 알고 있는 것이라서 뻔한데, 다시 보다 보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됩니다. 다르게 보입니다. 또 다르게 보게 됩니다. 

속에 제목은 6번. 응? 앞에는 7번이었는데, 왜 다를까요?

'나는 코끼리를 

본 적이 없어요.

코끼리는 어떻게 

생겼어요?


코끼리 코는 길어.

그리고 땅 위에 사는

동물중에

가장 커다랗지.'


코가 길다는 말에 호스를 생각하는 아이, 청소기를 생각한 아이.

아~

6층건물만큼 크다는 말에 탱크를 실어 나르는 커다란 배를 생각하고

그렇게 큰데, 과일과 풀만 먹고 사는지 궁금해 하는 아이들.

'생각할수록

궁금해져요.

코끼리를 

직접 만나고 싶어요.'


코끼리를 만나려 가봅시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코끼리가 아닌, 진짜 코끼리를.


태국 코끼리자연공원에 어떻게 갈지 생각하고 구상합니다.


드디어 코끼리를 만났습니다.

 "만져 보렴."

코가 길다고 했는데, 얼마나 긴지 만져보고 손으로 길이를 갈음합니다.

몸통을 만져봅니다. 섬세하게 전해지는 감각에 내 손끝이 짜릿합니다.


코끼리들이 사는 곳의 냄새를 맡고, 손 끝으로 만져보고, 작은 소리 하나까지 잘 들은 뒤 

아이들은 코끼리를 만들어서 보여줍니다.

그들이 만든 것을 봅니다. 드디어 진짜 봅니다. 

'코끼리는 이렇게 생겼어요.'


모양이 제각각인 코끼리가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보는 순간 이것은 코끼리네. 라고 인이 됩니다.

참 신기합니다.


이 그림책은 '코끼리 만지기'프로젝트에서 탄생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과 코끼리를 만나는 미술 프로젝트입니다. 아이들이 코끼리를 상상해보고 직접 찾아가서 만져 본 뒤, 그 경험을 여러가지 재료로 표현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두려움을 안고 더듬더듬 찾아간 코끼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감동을 주었을까요? 

다양한 재료를 탐색하고 아이는 만났던 코끼리를 아이만의 감각으로 표현했습니다. 코끼리를 보셨나요?


저는 마지막 장면을 한참 동안 봤지만,

중간에 이 장면도 좋았습니다.

'길이 많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코끼리를 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많습니다.

나는 눈으로만 볼려고 했을까요?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먼 태국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면서 어른들에게 걱정하지 마라고 말합니다.

길은 많다고.


제이그림책포럼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합니다.

c*******7 2025.02.0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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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에 감탄을 일으키는 책을 소개합니다.<코끼리를 만지면>제목에 코끼리가 나오는데도 불구하고책 속 그 어디에서도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코끼리의 모습은 나오지 않습니다.이 책은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코끼리를 상상해서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에요.코가 길고, 가장 커다란 동물이라는 코끼리.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이들은 자유롭게 상상합니다.코가 호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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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에 감탄을 일으키는 책을 소개합니다.
<코끼리를 만지면>
제목에 코끼리가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책 속 그 어디에서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코끼리의 모습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코끼리를 상상해서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에요.

코가 길고, 가장 커다란 동물이라는 코끼리.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이들은 자유롭게 상상합니다.
코가 호스처럼 긴 건지, 청소기처럼 긴 건지 말이에요.
코끼리에 대한 상상을 끝마친 아이들은 코끼리를 만나러 떠납니다.

긴 시간의 여정 끝에 만난 코끼리!
코끼리를 만지면,
아이들의 다양한 작품이 피어납니다.
아이들이 만난 코끼리는 어떤 작품으로 탄생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아이들의 작품을 보면서
코끼리를 만지며 느낀 다채로운 감각들과 상상에
감동이 몰려왔어요.

이 책의 엄정순 작가님은 아이들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신 분이에요.
작가님은 ‘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늘 품고 사신다고 해요.
책을 읽으니 저 또한 이 질문을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아주 특별한 이 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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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 2024.12.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