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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의 기원? 과열 경기에 낀 거품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한 책인가? 부제는 '미국 경제의 두 얼굴'. 아마도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상위층과 하위층(또는 상위 20%와 나머지 80%)간 대조적인 삶의 질을 다루고 있는 것인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책을 산 나는 또 돈을 날렸다(!).
버블의 기원. 이런 류(類)는 접해 본 적이 없어, 책의 성격을 무엇으로 분류해야 할지도 모르는 나와는 멀게 느껴지는 책이다. 딱딱하고 어렵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지루해서 하품 나오는 부류의 책.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만원은 내 지갑을 떠났고 책은 책장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데. 인내심을 갖고 읽었다. 여기서 잠깐, 따분한 내용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주관, 나의 취향 탓임을 밝힌다
책 대강의 줄거리를 짚자.
이책은, 1990년대 미국 신경제거품과 그 몰락의 본질을 전반적으로 조망한 미국 기업문화의 이면 보고서. 10여 년에 걸친 유례없는 대호황, 실리콘 밸리로 상징되는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신경제 시대로 진입했음을 선언했던 미국 경제가 그 실상은 온갖 부정으로 점철된 분식회계에 의해 부풀려진 거품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려운(이것도 전적으로 내 기준에서) 정보통신을 다루고 있는 데다, 분식회계라는 뉴스에서 질리도록 들었지만 내용은 모르는 소재들 투성이다. 하지만 인내하자. 그러다 보면 이런 익숙지 않은 단어들에도 적응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오므려서 말한 줄거리를 다시 펴서 좀더 자세하게 말하면, 버블의 기원은, 다음과 같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기업 경영환경은 2차 세계대전 직후와는 대단히 다른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유는 기술의 발전과 고유가, 시장의 확대로 인한 경쟁의 격화. 때문에 중간 관리자는 입지가 줄어든 반면 CEO의 영향력은 매우 커지게 된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제조업 이후에 등장한 디지털 경제는 미국의 희망이 되고 기업가와 대중들에게 장미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스톡 옵션이 경영의 복판으로 모습을 나타낸다. 스톡 옵션은 기업 주주의 대리인인 CEO의 사기를 복돋기 위해 등장했다. 하지만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미국 경영 문화와 결부, CEO들은 회계사와 결탁해 주가를 조작한다.
무슨 말인지 이 부분만 더 설명하자.
1. 미국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때문에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을 내는 것에 있다.
2. 이익을 얼마나 내느냐는 회사의 주가에 반영 된다.
3. 스톡 옵션을 받은 CEO는 주가 상승이 곧 자신의 이익이다.
4. CEO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가에 관심을 쏟는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관련 있기 때문에 CEO는 꾸준히 기업이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5. 이런 이유로 CEO는 회계사를 매수, 회계 장부를 조작한다.
이런 문제들은, 새천년 초반 매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월드컴과 엔론을 낳았다.
이제 한숨 돌리고 책에서 잠깐 벗어나 보자.
우리나라 30대 최대 갑부는 NHN의 CEO(이름 기억 안남)다. 그 사람이 최대 부자라는 것은 부동산이나 현금이 많아서가 아니다. NHN의 주식이 많아서다. 결국 NHN의 CEO는 NHN의 눈에 보이는 실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김정태 행장의 회계조작 건도 어쩌면 신문지상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큰 문제를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도 여전히 이런 분야는 따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분명 이책을 읽은 뒤 얻은 게 많은 건 사실이다. 회계사의 도덕적 해이가 왜 문제인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 주가는 대부분 물리적인 수치라기 보다 사람의 심리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 미국의 기업 문화(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의 기업 문화에 가깝다), CEO에 대한 환상 등등.
무엇보다 버블의 기원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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