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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서평]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내용보기
이번 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이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고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하나로 묶어두었다'는 점에서 주목했다.문예창작과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2학년을 넘어 이제 3학년이 될 준비를 하는데도 아직 나만의 스타일이나 문체, 좋아하는 작품을 말하라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아직 없다는 게 최근 속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멈추거나 절망하기 보
"[서평]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내용보기
이번 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이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고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하나로 묶어두었다'는 점에서 주목했다.문예창작과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2학년을 넘어 이제 3학년이 될 준비를 하는데도 아직 나만의 스타일이나 문체, 좋아하는 작품을 말하라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아직 없다는 게 최근 속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멈추거나 절망하기 보다 더 많은 작품을 접하고 읽어보고 받아들이고 다양한 세계를 거침없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번 수상작품집 역시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고 어떤 스타일에 끌리며, 나만의 문체를 좀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나는 수록된 다섯 편의 수상작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성수진, 「눈사람들, 눈사람들」, 이돌별, 「포도알만큼의 거짓」 두 편의 작품을 리뷰해보고자 한다.



■ 성수진, 「눈사람들, 눈사람들」

대상 수상 작품인 「눈사람들, 눈사람들」은 수현과 연지라는 인물의 연대가 담겨있다. 둘은 일주일에 두 번 지하상가 분수대 벤치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산책하는 사이이다. 수현은 연지와의 관계를 '느슨한 관계'로 표현한다. 둘 사이의 질서였고, 수현은 연지와의 관계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이 둘은 잘려 나간 히말라야시다 여러 그루와 보이지 않는 백로가 주는 공백을 맞이하게 된다.

덕분에 살고 싶어졌거든요.
- 성수진, 「눈사람들, 눈사람들」, p.19.  

과거 수현이 살던 원룸 빌라가 불에 타던 날 수현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불이야!' 라는 날카로운 목소리. 수현은 그 목소리에 죽고 싶지 않다고 사라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외친다. 그 날카로운 목소리와 똑같이. 수현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사망자, 부상자가 없다는 소식에 그제서야 수현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날카로운 목소리와 달리 셔츠를 덮어주는 다정한 사람(연지인줄 알았지만 나중에 자신은 그 사람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수현의 과거가 지금의 수현(살고싶어진)을 만들어내고 수현과 연지의 산책을 만들어낸다는 지점이 인상 깊었다. 이전에 (입시)소설 과외를 받을 때 인물의 전사가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지금의 인물을 만들어준 배경이니까 신경 써야한다는 선생님의 무한 빨간 줄긋기와 별표시가 생각나기도 했다. 막상 내가 소설을 쓸 때는 까먹는 지점이 이렇게 소설을 읽을 때마다 생각나니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백로들은 떠났다. 하지만 아주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떠났지만 어디가엔 도착했을 거란 걸 수현은 알았다.
- 성수진, 「눈사람들, 눈사람들」, p.32.

작가의 수상 소감에는 상실이 두렵다고 자주 말했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작가는 조언을 듣고 소리없이 닥쳐오는 상실 이후의 좋은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어떠한 결정을 하나라도 할 수 있다면 소설을 쓸 것이라고, 잃어버린 것들을 곱씹어 생각하며 의미를 찾고 싶었다고 그렇게 다짐했다고 한다. 작가의 이런 다짐이 잘 담겨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사라지는 것은 어디에선가 다시 살아가는 것이라는 의미라는 것을 수현과 연지의 산책처럼 천천히 걸으며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히말라야시다 나무 여러 그루와 백로, 그리고 수현과 연지의 이미지가 계속 연장되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일상적인 소재와 일상적인 공간이 주는 힘이 크게 느껴졌다. 소설 속 인물들과 같이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고 글을 읽고 있는데 실제 공간이 눈 앞에 나타나고 그 주변을 둘러보는 현장감이 느껴졌다.



■ 이돌별, 「포도알만큼의 거짓」

주인공인 '나'는 일기를 쓴다. 일기를 돈을 내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상담이라고 하며. 그리고 초등학교 과학 교사인 주인공은 솔직함을 미덕으로 여겼던 어린 시절의 자신이 어쩌다 거짓을 쓰기 시작했는지, 왜 사람에게 거짓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를 시작으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교권 침해, 학부모의 민원, 보호받지 못하는 교사 등 학교, 그리고 교육 현장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오중혁과 강동후는 둘 다 예의가 없지만 유형이 다르다. … 오중혁은 끊임없이 교사를 떠보고 살피는 아이이다. 자신이 어디까지 선읗 넘을 수 있는지 눈치 보고 빈틈을 살피며 힘의 우열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하려 든다.
- 이돌별, 「포도알만큼의 거짓」, p.44.

이 뿐만 아니라 소설의 문장들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교사가 아니라면 파악하고 알아채기 힘든 점들을 담고 있다. 교사가 맡기에는 무난하지 않은, 반항적인 아이들인 오중혁과 강동후를 주인공은 먼발치에서 그저 바라보고 관찰한다. 교사로서 해야하는 일, 역할은 하되, 골머리를 앓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마찰을 빚지 않도록. 그래서인지 주인공이 참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왔다. 열의를 가지고 교사 일을 한다거나 이런 아이들을 웃으며 사랑으로 대한다거나 단호하게 가르치는 것 없이 그저 교사인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이 아이들을 제일 잘 알고, 이 학교의 일을 다 아는 관찰자. 내가 한 번도 소설을 쓰면서 그려본 적 없는 인물. 매력적이고 개성적으로 다가왔다.

교육에도 트렌드가 있다. 바야흐로 외적 보상의 시대는 저물고 네적 보상의 시대이다. 그러니까, 포도알 칭찬 스티커 같은 건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 이돌별, 「포도알만큼의 거짓」, p.49.

교사인 적은 없지만 공감되는 구절이라서 들고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아이들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대학생이 되고 봉사 시간 때문에 유치원 시설 환경 미화 및 유아 안전관리 보조를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포도알이든 사과든 칭찬 스티커가 아닌 도장 형식이 훨씬 많았다. 열심히 하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흥미가 없어서 다른 친구에게 넘겨주거나 다른 친구의 스티커를 빼앗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2023년 6월 기사들을 보면 칭찬 스티커를 받지 못한 아이의 학부모가 아이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등의 이유로 정서적 아동 학대라고 신고하고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 여러모로 골치 아프고 어렵게 느껴진다.

스스로가 주장하는 자신의 거울상에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살고 싶다니, 얼마나 순진한 환상인가 싶었다. 나는 인간에게는 거짓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가릴 거짓.
- 이돌별, 「포도알만큼의 거짓」, p.58.

어느 것이 본래 모습인지 알 수 없다. 정말 알 수 없다고. 정확히 아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주인공은 말한다. 마지막까지 공감을 이끌어낸 작품이었다. 거짓을 쓰고 거짓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보다 진실이고 그 진실을 다루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2023년 이후 교권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그러니 더 사유하고 확장하고 서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더 많이 다루고 또 다루어야한다고.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누구나 문학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린 미래를 선물해준 작품집이었다. 12월의 겨울을 지나 한 해가 가고 또다른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봄 새싹 움틀 때 나도 같이 움틀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친다.

출판사 '열림원' 서평단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q**********3 2025.01.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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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_열림원
"[서평]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_열림원" 내용보기
2024 제 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_열림원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찾아온 희랑입니다!오늘은 제가 우연한 기회로출판사 '열림원'에서 책 한권을 받아 읽어보았는데그 책을 여러분들께 소개시켜드릴까 합니다.(이 게시글을 빌려 열림원 출판사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제가 오늘 소개시켜드릴 책은 바로바로,[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입니다
"[서평]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_열림원" 내용보기
2024 제 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_열림원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찾아온 희랑입니다!

오늘은 제가 우연한 기회로
출판사 '열림원'에서 책 한권을 받아 읽어보았는데
그 책을 여러분들께 소개시켜드릴까 합니다.

(이 게시글을 빌려 열림원 출판사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소개시켜드릴 책은 바로바로,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입니다!

198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작가님들의 작품을 펴내온 '열림원'에서
2024년부터 제 1회 림 문학상을 시작하게 되었다고합니다!

경계없음, 다양성, 펼쳐짐을 지향하는 림 문학상은
응모자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총 894편의 어마무시한 수의 작품이
열림원에 도착을 했었고, 이 작품들은 모두 작가님들의 
연령, 등단여부, 그리고 장르와 형식에 관계없이 
공평한 블라인드 심사로 총 다섯작가님의 다섯작품이 
수상작 리스트에 올라왔다고합니다.

정말 멋지고 대단하지않나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직함과 공평함이 바탕으로 진행되어진 제 1회 림 문학상!
수상작들이 너무너무 궁금하고 관심이 가는거있죠?

그래서 열심히 차근차근 읽어보았습니다.
책이 가볍고 얇은 편 이어서 출퇴근길에 읽기 너무 좋았습니다.
책은 얇지만 한 권의 책에 담겨있는 다섯작가님들의 작품은
하나하나 깊은 뜻을 담고있는 아주 멋진 글들 이었습니다.
다섯작가분들이 쓰신 작품중에는 이슈가 된 주제를다룬 내용도 있어서 마음에 와닿고 씁쓸한 미소를 짓게되는
독서시간이였던것같습니다. 겉표지는 푸릇푸릇 초록색이지만
책의 내용은 지금 계절감과 잘 어울려서 한줄한줄 음미하면서
집중하며 읽게 되었던것같아요.

다섯작가님 작품모두 인상깊었지만,
개인적으로 이서현작가님의 얼얼한밤 이라는 글이
제 마음에 쏘옥하고 들어와서 큰 인상을 심어준것같습니다.

(모든 작가님의 글을 다 소개시켜드리고 싶지만!
 실제로 이 도서를 읽어보시는게 백문이 불여일견이기에
 대표로 한 작가님 작품만 소개시켜드릴께요)
이서현 작가님의 얼얼한 밤

-삶은 늘 불안했다
 제대로 굴러가고 있을 때조차 결국엔 손을 빠져나갈 것처럼
 초조함이 밀려왔다. 일이든 관계든 마찬가지였다.
 사귀기 시작할 때는 헤어짐을 상정했고, 취업할 때에도 퇴사를
 먼저 떠올렸다. 꿈을 꿀때도,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먼저 떠올렸다. 괴롭기만 한 건 아니었다. 늘 생각했으니
 끝이 나도 약간의 씁쓸함이 있을 뿐 큰 상처는 받지 않았으니까.
 다만 단 한번도 만족할 수 없을 뿐이었다 (P.105)
-"너도 알잖아. 돈이라는 게 그래. 
 돈이 없으면 인간은 인간이길 포기하게 되는 거야." (P.107)
-그렇게 늘 내곁에 있는 이들에게, 여전히 머물고 있는 이들에게
 화를 내며 삶을 버텨 왔다는 것을.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가질 수 없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것,
 손에 들어오는 것에 화를 내며 버텨 왔다는 것을.(P. 118)
-"세상을 개판으로 만들 순 없지." (P. 121)
-엿을 먹어도 세상을 개판으로 만들 순 없었다.
 그 엿 같은 지론은 엿 같은 사람이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P.121)
-"우리끼리 어떻게든 해 봐야지 뭐. 세상에 해결 못 할 일이
 어디 있겠어. 산 사람은 다 살게 마련이야." (P.123)
제가 얼얼한 밤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곳에
줄을 그어가면서 읽었었는데 그 중 몇 부분을 적어보았어요.
많은분들이 꽤 공감이되어서 마음에 와닿지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을 다읽고 몇시간 되지않은 시점에서
서평을 적고있는데 아직도 심장이 쿵쾅쿵쾅거리는
기분입니다.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읽을수있음에 
감사하는 요즘인것같아요

이 책이 좋은 점은 각 작품이 끝날때 마다
작가님의 말씀이 적혀있고 또 마지막 부분에는
심사위원분들의 심사평도 적혀있어서 그 또한 이 책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ㅎㅎ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걸 느끼고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어수선한 시대에 태어나 이런 작품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일인지
독자로써 열심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응원하면서 찾아볼것같아요ㅎㅎ
열림원의 문학웹진 LIM 림은 젊은 작가분들의장편소설, 단편소설, 시, 대담, 에세이 등을 담고있다고 합니다.
제 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인상깊으셨다면
꼭 찾아보시는것도 추천추천 드립니다!!

여기까지 희랑의 도서추천(서평)을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 지어보겠습니다

모든 분들이 이 책을 좋아하길 바라며..
출처_열림원 홍보이미지출처_열림원 홍보이미지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글쓴이
<성수진>,<이돌별>,<고하나>,<이서현>,<장진영> 저
출판사
열림원
YES마니아 : 로얄 s*****8 2024.12.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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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겨울, 림 문학상
"시린 겨울, 림 문학상" 내용보기
림의 웹진과 젊은 작가 소설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거였던 것 같다. 비상식적으로 이상하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낭만과 친절이 담겨 있다. 세상이 분명 비정상적인 건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비정상 취급을 받는다. 그 마음이 좌절되기도 하며 꺾이기도 하고 저 바닥 아래에 처박히기도 한다. 영웅 같은 주인공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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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의 웹진과 젊은 작가 소설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거였던 것 같다. 비상식적으로 이상하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낭만과 친절이 담겨 있다. 세상이 분명 비정상적인 건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비정상 취급을 받는다. 그 마음이 좌절되기도 하며 꺾이기도 하고 저 바닥 아래에 처박히기도 한다. 영웅 같은 주인공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련을 견디고 견뎌 튀어 오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이라면 다르다. 그들은, 우리는 힘이 없다. 

웹진과 네 권의 소설집에 이어 드디어 직접 고르고 고른 문학상으로 이들은 결코 튀어 오르는 것이 '이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견디는 것 또한 이기는 것이라고 곁에 있어준다.

출간 계절을 맞춘 수상작품집은 아니겠지만, 유독 이번 겨울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다섯 명의 작가의 이야기가 2024년의 시린 겨울을 견디게 해준다.



=

끝이 갈라지고 앙칼진, 수현의 귓가에 곧장 내리꽂는 고함을.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수현은, 빌라에 사는 다른 사람들은, 지금과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몰랐다.


"연지 씨는 어머니 사인을 창피해한 게 아니었어요. 슬퍼서 찢어 버린 거예요."

"뭐든, 찢어 버린 건 찢어 버린 거죠. 어렸을 때잖아요."

「눈사람들, 눈사람들」성수진


=

경험이 많은 교사일수록 아이들 앞에서와 어른들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어느 것이 본래 모습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정말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스스로가 주장하는 자신의 거울상에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살고 싶다니, 얼마나 순진한 환상인가 싶었다. 나는 인간에게는 거짓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가릴 거짓.

「포도알만큼의 거짓」이돌별


=

내릴 새도 없이 누가 바깥에서 계속 돌리는 회전 뱅뱅이를 탄 것처럼, 많은 일이 한꺼번에,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일어났다.

「우주 순례」고하나


=

"이거 진짜 독한 년이네."

욕이 절로 나왔지만 그 욕을 듣는 건 영수 자신뿐이었다. 전화를 건 여자에게 한 건지 스스로에게 한 건지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휴대전화를 내던진 후 고개를 들자 거울 속의 영수가 멍청하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영수는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엄마가 언니까지 함께 버려줘서.

「얼얼한 밤」이서현


=

거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뭍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물비늘 아래에서 하늘을 구경하고 싶은 것 같다. 밑이 더 고요하고 찬란하니까.

「날아갈 수 있습니다」장진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j*****1 2024.12.2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새로운 문학상을 응원한다.
"새로운 문학상을 응원한다." 내용보기
열림원에서 새로운 문학상을 시작했다.이미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이 반기별로 나오고 있는데 문학상을 만든 것이다.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반가운 일이다.점점 한국 소설가들과 멀어지고 있는 나에게 이런 소식은 잠시나마 가까워질 기회가 된다.나의 저질 기억력을 감안하면 이런 문학상 수상자들은 반복되는 시간 속에 남는다.이 문학상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의 이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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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에서 새로운 문학상을 시작했다.
이미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이 반기별로 나오고 있는데 문학상을 만든 것이다.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점점 한국 소설가들과 멀어지고 있는 나에게 이런 소식은 잠시나마 가까워질 기회가 된다.
나의 저질 기억력을 감안하면 이런 문학상 수상자들은 반복되는 시간 속에 남는다.
이 문학상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의 이력을 보면서 나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실제 당선 작가들 이력을 찾아보니 한 명만 읽은 적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책이 출간된 작가가 있어 놀라기도 한다.

대상을 포함한 다섯 편 중 나의 취향과 맞는 단편은 세 편이다.
두 편은 취향을 벗어나 쉽게 몰입하지 못했고, 약간 겉돌았다.
특히 장진영의 <날아갈 수 있습니다>는 이야기의 핵심을 놓치면서 집중하지 못했다.
사생팬이란 사실은 알겠지만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파편적으로 다가왔다.
자극적이지만 건조하게 표현한 문장들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고하나의 <우주 순례>도 무엇인지 모르게 혼란스러웠다.
어린 시절 자서전에 뜬금없이 등장한 좀비.
온라인 동행인들과 함께한 미국 사막 여행과 영상 편집 이야기.
현실에 뛰어든 비현실 존재와 비현실적 풍경 속 현실의 내가 조금 어지럽다.

대상작 <눈사람들, 눈사람들>은 먼저 대전 풍경으로 시선을 끌었다.
기묘한 수현과 연지, 두 명의 만남과 산책, 오해로 맺어진 흐릿한 친구 사이.
사라질 건물의 나무에 살고 있는 백로와 베어진 나무 때문에 사라진 백로.
다 풀어내지 않고 남겨 놓은 두 사람의 과거 이야기들.
이렇게 남겨둔 여운이 백로의 귀환과 함께 다음을 상상하게 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간 풍경 속에서 발견한 그 백로와 느슨한 관계는 오히려 긴 여운을 남긴다.
강렬함은 없지만 나른한 봄날에 취한 듯 그 분위기 속에 빠져든다.

이돌별의 <포도알만큼의 거짓>은 학교와 교사 이야기로 시선을 끌었다.
담임이 아니기에 문제아이들과 떨어져서 관찰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두 선생님을 보면서 그 차이를 알아채고 냉정하고 판단한다.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감정이입하고, 동의하는 부분들이 생긴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같은 상황에서는 헛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서현의 <얼얼한 밤>은 단순히 이야기만 놓고 보면 가장 재밌다.
작가의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펑>을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 엄마의 재혼 후 키웠던 다른 자식들.
이 자식들이 버린 엄마의 시신과 처리 문제가 황당하면서도 재밌게 풀려나온다.
그리고 이 대화 속에서 서로가 몰랐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세 남매가 마주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할 부분도 많다.

f***2 2025.03.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