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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공주』: 조지 맥도널드의 독특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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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맥도널드는 『북풍의 등에서』와 『공주와 고블린』, 이 두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작가입니다. 동화이면서도 문장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생에 대한 통찰이 번득이고 위트가 넘치며, 아울러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관을 보여주는 등, 기존의 동화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라 관심을 갖게 된 작가이죠. 우리나라에 출판된 이분의 작품이 또 뭐가 있나 찾아보니 이 『가벼운 공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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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맥도널드는 『북풍의 등에서』와 『공주와 고블린』, 이 두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작가입니다. 동화이면서도 문장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생에 대한 통찰이 번득이고 위트가 넘치며, 아울러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관을 보여주는 등, 기존의 동화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라 관심을 갖게 된 작가이죠. 우리나라에 출판된 이분의 작품이 또 뭐가 있나 찾아보니 이 『가벼운 공주』와 『황금 열쇠』가 있길래 둘 다 주문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이분의 작품은 여러 모로 기존의 고전동화를 많이 닮은 듯하면서도 나름의 독특함이 빛을 발하는데요, 이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 『가벼운 공주』와 『거인의 심장』도 마찬가지랍니다. 이야기의 기본 얼개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그리고 『잭과 콩나무』와 비슷하죠. 공주의 세례식에 초대받지 못한 마녀가 공주에게 저주를 내리거나(『가벼운 공주』), 거인의 집에 숨어들어간 아이가 거인을 해치우는(『거인의 심장』) 얘기니까요. 하지만 그 기본 얼개 외에는, 조지 맥도널드만의 독특함이 가미되어 의미심장한 문장들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마켐노이트는 그들의 아버지인 옛 왕에게 반항을 일삼아서 선왕도 유언장을 쓸 때 마켐노이트를 잊어버렸을 정도였다. 그러니 남동생이 깜빡 잊고 누나에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해서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가깝지 않은 사이는 잊혀지기 마련이다...(p.13) 

  ‘가깝지 않은 사이는 잊혀지기 마련’이라니, 동화에서 이런 시니컬함은 처음 보는 느낌이었구요.

 

...다행히 공기의 저항으로 떠오르는 속도가 줄면서 천장까지 30센티미터 정도를 남기고 아기는 더 이상 높이 떠오르지 않았다...(p.18) 

 

  게다가 마녀와 마법이 등장하는 동화에서 '공기의 저항'을 얘기하다니 정말 이게 동화가 맞는지 살짝 의심이 되기도 했죠...(^^)

 

..."이 금화 한 닢도 무게가 8그램이나 되는데, 살아 있는 사람인 우리 공주가 몸무게가 전혀 안 나가다니!"

그는 금화가 싫어졌다. 금화들이 누런 얼굴로 만족스런 웃음을 띠고 누워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p.28)

 

..."마음이 가벼운 건 분명 좋은 일이오. 공주가 우리 아이든 아니든 말이오."

  "머리가 가벼운 건 나쁜 일이죠." 선견지명으로 먼 앞날을 내다보듯이 왕비가 말했다...(p.29) 

 

...공주의 웃음소리에는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 아마도 슬픔, 다시 말해 온화함 같은 음색이 빠져 있는 듯했다...(p. 40)

 

...어쩌면 공주에게 가장 좋은 일은 사랑에 빠지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무게가 없는 공주가 무엇엔가 빠진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아마도 엄청 어려울 것이다...(p. 51)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표현들과, 또 그러면서도 ‘아, 그럴 수 있겠구나’하고 무릎을 치고 싶을만큼 예리한 통찰이 적절히 섞여 있어 어른이 읽기에도 생각할 여지가 많은 내용이었답니다. 특히 공주가 아닌 왕자에 대한 이런저런 표현은 그간 동화들이 주로 공주(또는 소녀)가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를 상세히 그려내어 ‘바람직한 여성상’에 대한 세뇌를 시키는 느낌을 주었던 것과는 대비되기도 했네요.

 

...왕자는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공주를 만났지만 그때마다 공주들이 갖고 있는 결점도 찾아냈다...(중략)...왕자가 완벽한 사람이어서 당연히 완벽한 상대를 찾는 것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p. 59) 

 

...숲은 체로 왕겨를 골라 내듯이 왕자들을 시종들로부터 떼어 놓곤 한다. 물론 그 뒤 왕자들은 행운의 길로 접어들게 마련이다. 이렇듯 왕자들은, 작은 즐거움도 맛보지 못하고 결혼해야 하는 공주들보다 훨씬 유리하다. 가끔 우리 공주들도 숲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좋을 텐데...(p. 60) 

 

 

...무게가 없다는 것, 그것만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하지만 어떤 왕자가 공주를 무게로 판단하겠는가. 왕자라면 흙에 찍힌 발자국의 깊이로 공주의 발이 지닌 사랑스러움을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p. 65) 

 

...공주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에 왕자가 물들었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왕자의 머리가 가벼웠는지, 왕자는 종종 호수가 아니라 하늘에서 헤엄치고 있다고 상상했다...(p. 80)

 

  무게를 갖지 못한 공주는 점선으로, 무게를 갖게 될 때의 공주는 실선으로 표현한 김무연 작가의 삽화도 이야기의 분위기를 세밀하게 잘 살려 책을 읽어나가는 데 흥미를 배가시켜주었는데요, 다만, 책 앞표지 그림을 보다가 좀 의아했던 건 바로 ‘웃고 있는 검은 고양이’였습니다. 처음엔 ‘웬 체샤이어 고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체샤이어 고양이’ 분위기가 흡사했거든요. 덕분에 책을 꼼꼼히 살펴 보다가 마녀 마켐노이트의 고양이임을 깨닫게 되었는데, 웃고 있는 고양이 대신 좀 음침한 느낌으로 마녀의 고양이답게 그려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참 별 걸 다 갖고 지적질하는 독자죠? ^^;)

 

YES마니아 : 로얄 h******e 2018.04.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