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10주년을 맞아 다섯 식구가 제주로 떠나기로 했다. 어머니는 교회봉사를 한주 쉬시고, 초등학교 3학년인 큰녀석은 3일간의 가족체험학습을 신청하기로 하고,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는 결석하기로 하고, 회사에는 일주일간 휴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제 제주로 떠나는 일만 남았다. 에머랄드빛 푸른 바다와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상쾌한 공기 그리고 야자수와 같은 이국적인 경치가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제주, 이름만 들어도 일상의 권태와 도시에서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안식과 자유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곳. 내나라의 일부이지만 한번 다녀오기 위해서는 오랜 준비와 작지않은 결심이 필요한 곳.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아 예부터 삼다도라 불린다고 배웠던 그 제주도를 결혼 10년을 기념할 여행지로 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처음 떠나는 제주여행을 앞두고 여행에 대한 설레임보다는 왠지 조급함이 앞선다. 비록 제주라는 곳이 한시간이면 닿을 곳이기는 하지만 바다를 건너야하고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며 적지않은 여행경비가 들어가기에 그저 마음만 먹는다고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다녀오면 또 언제 다시 가게될지 기약할 수도 없으니 이번 여행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증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첫날 일정부터 막막한다.
제주여행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려고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입맛에 맞는 내용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자료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너무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가득해서 일정을 잡기에는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천하고 소개해준 곳들을 다 들러볼 수 있을만큼 시간이 허락된다면 좋으련만 정해진 일정안에 끝내야 하는 여건에서 그 중의 일부를 선택하는 일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인터넷에서 자료찾기는 포기하고 제주도에 대한 안내책자를 찾아보기로 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제주도 안내서적 몇권 중에서 시공사의 국내여행 가이드북인 Just go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단순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우선 편집이 시원했다. 페이지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큼직하면서도 매력적인 사진들은 숨통이 트이도록 해주었고 간결한 안내는 짧은 준비기간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 주었다.
여행의 첫걸음에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음식 등 제주에 대한 간략한 안내가 약 50페이지에 걸쳐있었고 제주 지역정보는 용두암과 한라수목원, 목석원, 도깨비도로 등의 제주시와 여미지, 중문해수욕장, 천지연폭포, 정방폭포 등의 서귀포시, 만장굴, 섭지코지, 산굼부리, 성산일출봉 등의 동부지역, 협재해수욕장, 한림공원, 설록차뮤지엄, 산방산, 용머리해안 등의 서부지역 등 4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먼저 앞부분의 제주안내를 부담없이 읽고서 200여 페이지에 걸쳐있는 제주의 모든 여행지를 사진과 함께 돌아본 다음, 제주도 전도(40p)를 펼치고 일정을 계획했다. 나름대로 고르고 고른다고 했는데도 제주도를 한눈으로 보게되니 도 다시 막막해 온다.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왼쪽의 서부코스에서 먼저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동부로 먼저 돌아볼 것인가, 그도 아니면 중부를 관통할 것인가. 결국 제주공항에서 12번 일주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돌기로 했다.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여행지를 하나씩 선택하자니 아쉽게도 시간이 모자랐다. 최소한 열흘은 되어야 그나마 일주가 가능할듯 싶었다.
아무리 잘 준비한다고 해도 여행전문가가 아니라면 처음 계획대로 돌아다니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정을 세웠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현지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의 계획이란 참고자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다녀와서 보니 책자에서 소개된 곳의 십분의 일도 다 돌아보지 못했다. 그러한 여행은 아쉬움으로 남게된다. 그렇지만 아쉬움은 언제고 다시 떠나야할 이유가 될 것이고 그때는 이번 여행들이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의 저자 박동식씨는 여행사진작가 겸 칼럼리스트로 살아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짐을 싸들고 제주로 내려가 1년을 살았던 전력이 있으며 이 책을 위해 다시 제주에 석달동안 머물며 오토바이를 몰고 섬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진만으로도 제주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여행지에 한페이지 정도를 할애하고 있으므로 자세한 안내를 원한다면 다른 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너무 많은 정보는 자칫 여행 출발전까지 제대로 준비를 못할 수 있음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사실 제주가 아름다운 이유는 오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오름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가을이다. 갈새 무성한 억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가을. 푸른 하늘 밑에서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억새는 제주에서 놓칠 수 없는 비경 중에 하나이며 한라산의 단풍 또한 신비롭기 그지없다. 물론 한라산의 단풍은 울긋불긋 물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광으로 빛나는 노란 계열의 잎들은 매우 아름다우며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
이번 제주도 여행에선 활용도가 없었지만, 렌터카를 이용한 명소 관광이라면 이 책을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 우선 제주도에 대한 문화, 역사, 음식, 사투리, 교통, 도로를 간략하게 설명한 후 제주도를 4군데-제주시, 서귀포시, 동부지역, 서부지역-로 나뉘어서 각 지역마다 명소를 소개했다. 명소들에 관한 설명은 큰 사진을 보여주고, 그 명소에 얽힌 이야기를 간략하게 언급한 후 여행메모에 세부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핵심 정보를 담아 놓아서 괘안을 듯 싶다. 다만, 상세 지도가 없는 것은 아쉽다.
![]()
그리고 4개 지역마다 마지막엔 식당과 숙소가 각각 10개 정도씩 소개되어 있는데, 그곳의 분위기와 장점 등을 간단히 알기 쉽게 정리해 놓고, 요금, 전화번호, 주소를 메모해놔서 자동차를 이용해 움직이는 덴 부족함이 없겠다. 그래서 딱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책이란 생각이다.
맨 마지막엔 '테마여행'이라 하여 승마, 윈드서핑, 스쿠버다이빙 등등 제주도에서 즐길 수 있는 레져스포츠 정보를 넣어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여러 정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든 책이긴 하나, 제주도 전체 지도가 넘 간략하게 붙어있는 점은 그래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별책부록으로 조금 상세한 제주도 전체 지도가 붙어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