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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력, 아카세가와 겐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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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세가와 겐페이(1937~2014)는 현대미술가이자 소설가로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전위예술가로 활동했고 1981년 단편소설 <아버지가 사라져다>로 아쿠타가와류노스케상을 받았다. <노인력>은 1997~1998년에 걸쳐 잡지 '지쿠마'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묶어 책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노인력 노망 노인이라고 하면 왠지 쓸모없는 인간처럼 들리지만, 노망도 하나의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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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세가와 겐페이(1937~2014)는 현대미술가이자 소설가로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전위예술가로 활동했고 1981년 단편소설 <아버지가 사라져다>로 아쿠타가와류노스케상을 받았다. <노인력>은 1997~1998년에 걸쳐 잡지 '지쿠마'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묶어 책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노인력
 노망 노인이라고 하면 왠지 쓸모없는 인간처럼 들리지만, 노망도 하나의 새로운 능력이라 할 수 있으니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 노인력은 어떨까.(p.13)
 
내가 나이 들어 예년과 다르다고 생각한 건 마흔이 막 넘을 때부터였던 거 같다. 욕실에 있는 여러 개의 칫솔 중에 내 것이 헷갈리고 사내 시험을 치르면 재험 대상에 들기 시작했다. 건망증에서 나아가 기억력, 학습력마저 떨어지니 자존감이 떨어져 우울했다. 지금은 신체적으로도 퇴행성으로 진단하는 각종 질환이 시작되었다. 나이 들수록 왠지 쓸모없는 인간이 된 듯 쓸쓸했다.
이 책에서는 '노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를테면 운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게 '힘을 빼라'인데 노인이 되면 노인력이 생겨 자연스럽게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일을 노인력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
노인력에 대한 많은 예시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예시는 "물체에도 노인력이 생긴다. 마이너스의 힘이 작용해 그것이 독특한 멋을 자아낸다"(p.163) 이었다. 작가가 오랫동안 사용하던 샤프펜슬의 표면이 닳아 멋스럽게 변한 모습을 보고 쓴 문장이었다.
오래되고 낡았다 해서 모두 쓸모없는 게 아니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이고 노인력을 자부하며 살아야겠다.
 
-노상관찰학회
 노상에 숨어 있는 건물이나 그 일부, 간판, 벽보 등 보통은 관심을 두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것을 관찰하고 감상하며 보고한다.(p.439)
 
노상관찰학회는 실제로 학회 활동을 하는 단체가 아니다. 이 책의 저자와 몇몇 예술가들이 거리의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는 모임이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면 추억과 재치가 넘치는 사물들인데 무심코 지나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소소한 것에서 영감을 얻는가 보다.
'노인력'이란 단어도 노상관찰학회 회원들이 가장 나이가 많은 회원인 저자의 행동을 일컫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노인력을 하나의 능력으로 이론을 써 내려간 그들의 재치가 뛰어나다.
아파트 상가의 간판을 보며 새로 오픈했나 했는데 제법 오래된 가게라는 걸 알게 돼 나의 무심함을 느낀 적이 많다. 목적지 외에는 관심을 두고 거리를 다니지 않았다. 노상관찰학회의 회원처럼 노상을 자세히 관찰하며 다니는 것도 여유 있고 재미있는 일이겠다.
 
-마지막 소원
오늘부로 인생이 끝나고 내일 죽는다면 마지막으로 무엇을 먹겠는가(p.419)
 
저자는 인생의 마지막에 먹을 음식으로 '막 지어 맛있게 봉긋 솟아오른 햅쌀로 만든 하얀 쌀밥과 채소 절임 오신코'를 선택했다. 여기에 차도 꼭 있어야 한다. 그의 지인은 '장어덮밥'이라고 했다.
스콧 니어링은 물과 곡식을 끊고 생을 마감했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했다. 나의 마지막 소원은 인생을 내 의지대로 살다가 맞는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
이런 무거운 주제만 생각하다가 '마지막 만찬'을 생각하니 유쾌해졌다. 최애 음식을 꼽으라면 후보가 너무 많아 하나만 고르긴 어렵다. 겨우 세 개는 골랐는데 올리브오일에 해산물과 야채를 올린 오일 파스타,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 기운이 떨어질 때 찾는 삼계탕이다.
마지막 소원이라고 꼭 진지할 건 아니구나 싶다. 마지막 만찬, 마지막 여행, 마지막 영화 등을 떠올리며 유쾌하게 보낼 수도 있겠다.
 
-마무리
 이 책에서 노인이란 정신적, 육체적으로 노화가 되면서 가질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노인력'이라고 한다. 손가락에 닿아 반질해진 낡은 샤프펜슬이 멋스럽듯이 수많은 경험 속에서 얻은 지혜를 가진 노인의 품위도 멋있다.
<노인력>은 자연스러운 노인이 되는 과정을 슬퍼하기보다는 당당하고 여유 있는 노후를 갖기에 용기를 주는 책이다.

*도서를 지원받아 성실하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s*****5 2025.01.0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건망증 이즈 뷰티풀! 기발하고 유쾌한 노화 탐구
"건망증 이즈 뷰티풀! 기발하고 유쾌한 노화 탐구" 내용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나이 듦의 본질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책 <노인력>. 노인력은 일본의 아티스트이자 작가 아카세가와 겐페이(赤瀨川 原平, 1937~2014)가 90년대 도쿄신문 문화란에 기고한 에세이에 등장한 독특한 개념으로, 노화의 징후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기존 관점을 뒤집습니다.저자가 말하는 노인력은 물리적인 에너지 양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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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나이 듦의 본질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책 <노인력>. 노인력은 일본의 아티스트이자 작가 아카세가와 겐페이(赤瀨川 原平, 1937~2014)가 90년대 도쿄신문 문화란에 기고한 에세이에 등장한 독특한 개념으로, 노화의 징후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기존 관점을 뒤집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노인력은 물리적인 에너지 양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노인력은 사실 마이너스의 힘입니다. 노인력이 착실하게 쌓일수록 죽음에 가까워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망증, 한숨, 느릿느릿한 움직임 같은 노화의 특징을 새로운 능력으로 재해석하며,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삶의 지혜와 여유를 이야기합니다. 유쾌한 에세이를 넘어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철학을 전합니다.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일본의 현대미술가, 작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유머와 비평을 겸비한 독창적인 에세이스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후 일본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로 활동하며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작업으로 일본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그가 창안한 개념은 노인력 외에도 또 있습니다. '초예술(超芸術)'이라는 개념을 창안했는데, 일상의 사소한 것들 또는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물건이나 공간에서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하는 실험적 예술 형태입니다. 그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현상이나 사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노상관찰학(路上?察?)'이라는 개념도 고안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통해 사소한 것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접근법으로, 일본 현대문화와 학문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노인력> 1부에서는 노화 속에 숨은 유머와 철학을 전합니다. 저자는 노화의 대표적인 징후인 건망증을 새로운 관점으로 분석하며 이를 하나의 능력으로 승화시킵니다. “건망증 이즈 뷰티풀”이라는 문장은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건망증은 불편한 거잖아요? 하지만 저자는 건망증을 불필요한 기억을 자연스럽게 걸러내는 과정으로 보며, 오히려 쓸데없는 일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부여한다고 말합니다. 지갑을 두고 외출하는 등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는 자신을 보며, 잊음으로써 오히려 더욱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조금씩 노망의 파도가 밀려왔다.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고, 용건을 떠올리지 못하고, 날짜를 떠올리지 못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 노망 노인이라고 하면 왠지 쓸모없는 인간처럼 들리지만, 노망도 하나의 새로운 능력이라 할 수 있으니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 노인력은 어떨까. 그거 좋네, 노인력.노인력.이렇게 해서 인류는 처음으로 노망을 하나의 능력으로 인지하게 되었다.건망증 이즈 뷰티풀.- p13

두 번이나 지갑을 두고 외출하자 마치 내가 위풍당당한 대大인물이 된 듯해 만족스러웠다. 소小인물은 늘 좀스럽게 하나라도 빼놓고 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대인물쯤 되면 지갑 정도는 깡그리 잊어버린다. 돈 따위 알 게 뭐야.- p47




노화의 또 다른 상징인 한숨도 이 책에서는 유쾌하게 묘사됩니다. 의자에 앉으면서 “아고고고, 읏샤”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순간을 노인력의 발현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피곤함의 표현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에너지를 아끼는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으로 해석된다고 말이죠.

2부에서는 노인력의 실질적인 활용과 사회적 시각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노인의 존재감이 가족과 사회에 미치는 가치를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냅니다. 노년기에 나타나는 느림, 여유, 그리고 시간의 다른 감각에 대해 언급합니다. 젊은 세대가 효율성에 매달리는 동안, 노인은 느린 걸음과 긴 호흡으로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노인이 동네를 천천히 산책하며 세밀한 변화를 발견하는 모습은 작가가 말하는 노인력의 핵심입니다.

노인의 느림과 반복적인 일상은 창의성과도 연결됩니다. 저자는 노인의 행동을 일종의 예술적 행위로 보았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집 근처를 걷는 산책이 단순한 루틴처럼 보일 수 있지만, 노인의 세밀한 관찰력을 통해 세상을 재발견하는 과정입니다. 이거야말로 일상 예술인 셈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가족과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상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조급한 젊은 세대에게 인내와 여유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노인은 현대 사회의 부족한 조각을 채워주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노인은 단순히 집 안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며 노인의 역할을 확장합니다. 노인이 이웃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집 밖의 세상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노인의 이야기는 세대 간 문화와 기억을 연결하는 대화의 형태라는 점도 짚어줍니다. 노인의 말은 때로는 비유적이고 우회적이지만, 그 속에는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가 담겨 있다고 설명합니다. 노년의 슬로우 토크(slow talk)는 현대인이 잊기 쉬운 깊이 있는 대화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노년기의 경험과 행동을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노인력>.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입니다. 이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노년기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유머로 승화시키며, 노화의 징후를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로 전환하는 저자의 지혜가 꽤 멋져보였습니다.

<노인력>으로 배우는 인생의 여유를 맛보세요. 빠릿빠릿한 세상 속 느릿느릿의 아름다움, 노인력의 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버리는 기억의 미학도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유쾌하면서도 철학적인 이 책은 나이 듦이 두려운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웃음을 선사합니다.

#도서협찬 #노인력 #아카세가와겐페이 #안그라픽스 #에세이 #나이듦 #노화 #인디캣
l****5 2025.01.0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노인력이 생기셨군요." 유쾌한 발상의 전환
""노인력이 생기셨군요." 유쾌한 발상의 전환" 내용보기
처음 이 책을 받고 제목에서부터 물음표가 떠나지 않았다. 노인력? 노인(老人)과 힘력(力)은 양립 불가능한 단어 조합이 아닐까? 여기에서 힘이란 힘을 쓰다, 힘을 주다의 개념이 아니라 힘 빼기를 의미한다.아마 달리기 코칭을 받아 본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어깨와 팔에 힘을 빼라!" 쉬운 듯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힘을 키우는 일보다 힘을 빼는 일은 꽤 어렵다.
""노인력이 생기셨군요." 유쾌한 발상의 전환" 내용보기
처음 이 책을 받고 제목에서부터 물음표가 떠나지 않았다. 노인력? 노인(老人)과 힘력(力)은 양립 불가능한 단어 조합이 아닐까? 여기에서 힘이란 힘을 쓰다, 힘을 주다의 개념이 아니라 힘 빼기를 의미한다.

아마 달리기 코칭을 받아 본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어깨와 팔에 힘을 빼라!" 쉬운 듯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힘을 키우는 일보다 힘을 빼는 일은 꽤 어렵다.

이 책의 이야기는 힘 빼기에서 시작한다. 
저자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노인과 나이 듦에 대한 편견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유쾌하게 풀어냈다.

우선 이 책의 특장점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갈 수 없다. 표지 글씨체 디자인은 노인의 은빛 머리칼이 흩날리는 것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 은유와 세련됨에 감탄했다.
요즘 서점 매대의 천편일률적인 베스트셀러용 표지들과는 다른 신선한 메타포가 구미를 당겼다.
역주, 각주에는 친절한 설명 덕분에 일본의 문화와 용어를 모르더라도 이해하기 쉽다.
저자가 그간 연재해왔던 글의 원문 출처 표기도 완벽해서 찾아 읽어보기 좋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복지와 시스템이 잘 갖춰진 사회라 할지라도 문제를 인지하는 사회 풍토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노인에 대해 얼마나 고착화된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얼마 전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이다. 

"드르륵... 드르륵..." 목욕 바구니를 발로 밀며 들어오시는 한 할머니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가냘픈 체구는 굽이치는 산등성이를 연상케했다. 
 
"할머니, 제가 등 좀 밀어드려도 될까요?"
타인의 신체에 손을 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지만 왠지 지나친 친절을 베풀고 싶은 새해 아침이었다.
혹시나 목욕탕 소음에 내 목소리가 묻힐까 톤을 높여 말씀드렸는데
"늙은이 귀청떨어져... 늙어서 때도 안나와. 고마워." 하시며 멋쩍게 웃으셨다. 
기대했던 대답과 달라 우쭐대던 기쁨이 부끄러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거절의 결과가 주는 무안함 때문이 아니다. 
평소 노인분들에 대해 위선이나 떨던 내가 
어쭙잖은 친절을 베풀려 했던 이중적 태도에 역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으레 노인은 힘없고 젊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편견 말이다.

-분명 노인력의 배후에는 포기가 깔려있다. (p.264)
노인력은 우리가 평상시 자주 쓰는"노익장을 과시하다."의 노익장과는 구분 지어 사용해야 할 것이다. 노인력은 포기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은 노인의 열 가지 좌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낮에는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도 오지 않고, 곡할 때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는 눈물이 흐르며 30년 전 일은 기억을 해도 눈앞의 일은 잊어버리고..." 

이를 바꿔 생각하면 낮잠을 즐길 여유가 생기고 
때론 망각이 인생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노인력의 관점에서는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뒤집으면 능력이 된다. 

-젊은 세대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노인력이 생기면 감각. 즉, 논리의 정당성보다 자신의 감각을 최우선에 둔다. (p.85)

뭐든 다 손에 쥐려고 하는 젊음과 손에 쥔 것들을 하나 둘 놓아야 하는 늙음은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도 다를 것이다. 지금 너무 많은 계획들을 세우고 잘해내려는 마음으로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 드리고 싶다.

인생의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고귀한 연꽃이다. 나이가 들면 연꽃이 뿌리내린 진흙에 가까운 삶이 될 것이다. 익숙해져야 한다. 그것이 더럽고 냄새나고 질퍽거릴지라도...
우리는 누군가가 지나 온 길을 향해 조금 느린 속도로 가고 있을 뿐, 결국 내 차례는 오고야 만다.  
오늘도 인생의 황금들녘 사이로 걸어가는 어떤 이들에게 노인력이라는 조용한 힘이 생기고 있다.  
본 도서를 통해 "노망났냐?"라는 표현보다 "노인력이 생기셨군요."라고 말할 수 있는 조금은 가볍고 해학적인 발상의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본 서평은 안그라픽스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아 작성한 주관적
후기임을 알려드립니다.)

k*******4 2025.01.0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노망의 대체 단어 '노인력'으로 사고의 전환을 시도하다!
"노망의 대체 단어 '노인력'으로 사고의 전환을 시도하다!" 내용보기
2025년이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한국식 나이로) 또 한 살을 먹죠.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시간이 좀 천천히 흘러가기를, 새해가 좀 더디게 오길 바라는 저를 발견합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탄력성이 떨어지는 피부, 예전보다 못한 체력…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몸의 변화를 보면서 노화를 직접 느끼기 때문이죠. ‘늙었다’는 말을 좋아하는 사
"노망의 대체 단어 '노인력'으로 사고의 전환을 시도하다!" 내용보기
2025년이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한국식 나이로) 또 한 살을 먹죠.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시간이 좀 천천히 흘러가기를, 새해가 좀 더디게 오길 바라는 저를 발견합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탄력성이 떨어지는 피부, 예전보다 못한 체력…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몸의 변화를 보면서 노화를 직접 느끼기 때문이죠.

 ‘늙었다’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노안이구나!’를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이도 없고요. ‘노화’는 미룰 수 있다면 끝까지 미루고 최대한 피하고 싶은 과정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태어나 자연스레 나이를 먹고 세월을 거스를 수 없으니 모두 늙어갑니다.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신체는 경보음을 울려 댑니다. 활동성이 줄어들고 자존감도 떨어지죠. 나이가 들었을 뿐인데 위축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듣기만 해도 쪼그라드는 ‘노망’라는 단어 대신 ‘노인력’이라는 새로운 대체 단어로 사고의 전환을 시도한 이가 등장합니다. 

<노인력>의 저자, 아카세가와 겐페이 | 사진출처: https://mandala-design-chemicals.com/1000years/blog/akasegawagenpei/아카세가와 겐페이 작가는 1960년대 전위예술가로 활동했고 1963년 '단색으로 인쇄된 1,000엔 지폐' 작품을 선보이다가 위조지폐로 간주되어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적 있습니다. 긴 재판 과정에서 '말로 표현하는 기쁨'을 발견하며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해요. 난센스스럽고 유머러스한 조직을 만들어 참여하기도 했는데, 건축가 후지모리 데루노부, 편집자 겸 일러스트레이터 미나미 신보와 ‘노상관찰학회’, 현대미술가 아키야마 유토쿠타시이, 사진가 다카나시 유타카와 ‘라이카동맹’, 미술 연구자 야마시타 유지 등과 ‘일본미술응원단’을 결성해 활동했습니다.

아카세가와 겐페이 작가는 '관찰'을 표현의 출발점으로 삼고 평범한 일상에서 예술을 찾곤 했는데, 그러한 발견은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았어요. 노화의 징후를 기피하고 비하하는 ‘노망’에서 특별한 힘을 발견했고 그 힘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담은 글을 엮어 에세이집 <노인력>을 발표합니다. 



<노인력> 앞표지
국내판 표지는 가을을 대표하는 은행잎 색이고, 제목도 마치 나이 든 사람들의 얼굴에 깊게 새겨진 주름처럼 은색으로 음각되어 있습니다.  ‘창조적인 사람과 생각이 함께하는 디자인 전문 출판사’ 안그라픽스에서 번역 출간하는 책인 만큼 ‘노인력’을 표지에 표현하려 한 편집팀의 고심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제목 <노인력>을 보면 ‘노인들이 가진 힘’, ‘노인들에게 남은 힘’이 떠오르는데, 이런 오해를 거부하듯 반투명 트레이싱지로 둘러진 띠지에는 “노망도 능력이다”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쓰여있어요.

<노인력> 도발적인 띠지 문구
‘노망(老妄)’은 늙어서 망령이 들었음을 뜻하는데 늙거나 정신이 흐려져서 말이나 행동이 정상을 벗어남을 말합니다. ‘노망이 들다’, ‘노망이 나다’로 표현하죠.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단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초예술 토머슨> 아카세가와 겐페이의 즐겁게 늙어가는 유쾌노화 방법’이라며 '노망도 능력'이라는 말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켜요.

‘노인력’이라는 단어의 태동 시기는 책에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데, 아카세가와 겐페이 작가가 활동한 ‘노상관찰학회’에서 동료들보다 한 세대가 위였던 아카세가와 겐페이를 ‘장로’라 불렀고 종종 단어를 잊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그를 ‘노망 노인’이라 부르기는 어감적으로, 또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해 조금 나은 표현을 찾다가 1997년에 ‘노인력’이라는 표현이 돌출되었다고 합니다. 

노인력이 발견되었을 무렵, <도쿄신문> 문화란에 에세이를 써달라는 의뢰가 들어왔고 그것이 노인력 활자 정착의 시초였다고 하네요. 이후 월간지 <지쿠마>에서 노인력에 관한 연재를 시작했고 여러 매체에 소개된 노인력 관련 글들을 모아 1998년 <노인력>, 1999년에 <노인력2>를 출간, 2001년에 이를 함께 묶은 문고판 책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1970년에 고령화사회, 1994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책 <노인력>이 출간된 1998년에 노인력이라는 단어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다고 하니 이 책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어요. (참고로 일본은 2007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

<노인력> 속표
인류 최초로 노망을 하나의 능력으로 인지한 <노인력>은 크게 1, 2부로 나뉘어져 있고, 각부를 마치며 끝맺는 글과 이 책을 마무리하는 작가의 소회가 담겨 있습니다. 글 중간에 쉬어가는 느낌으로 노상관찰학회에서 도카이도를 걸으며 찍은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요. 이 사진들은 아카세가와 겐페이 작가가 찍은 사진 가운데 노인력과 어울릴 만한 것만 골랐다고 하는데, 사진과 함께 짧게 덧붙인 설명에서 또 한 번 작가님의 위트와 그만의 독특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매체에 소개된 글들이 모아놓은 책이라 반복되고 겹치는 부분들도 약간 보이지만 ‘노인력’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자는 그의 글은 이 순간에도 ‘조금씩 늙어가는’ 독자들에게 묘한 희망과 안도감을 선사합니다. 그는 노인력을 꽤 복잡한 에너지라고 말하며 노인이 되려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듯 온갖 고생을 다 경험한 후에야 간신히 노인이 될 수 있는데, 노인이 되면 얻는 노인력은 모두 싫어한다며 사람들이 노인력을 업신여기는 풍조를 지적합니다. 또 노인력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고 하며 힘을 빼는 일은 힘을 키우는 일보다 어렵고 이는 노력이나 훈련으로 키울 수 있는 힘이 아니라고 해요. 

‘최근에서야 일본에서 발견된 에너지 자원’이라는 표현과 노인력에 속하는 ‘한숨에 대한 고찰’에서는 웃음의 새어 나오고 “농담으로 시작된 노인력이 듣는 순간 단번에 이해하더니, 농담인데 농담인 상태를 유지한 채 농담이 아닌 세계로 들어갔다.”는 부분에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노인력 탐구의 어려움(‘목숨을 걸고 노망이 든다. 점점 건망증이 심해지는 데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잊으며 건망증이 된다.’)이나 노인력을 잠드는 능력에 빗대 설명한 부분도 공감이 됐고, 무엇보다 인생 선배로서 작가님이 경험한 삶을 반추하며 전하는 이야기들은 깊은 울림을 주며 다가옵니다. 
 
자꾸만 눈이 가는 <노인력> 타이틀 글자체
노인과 고령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노년을 위한 에세이집 <노인력>.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작가 아카세가와 겐페이가 전하는 '노인의 힘'은  노화를 비하하고 기피하는 이들에게 유쾌하고 적극적으로 늙어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젊은이와 노인 간의 간극을 좁혀주는 비법서라 할 수 있습니다. '노인력 이즈 뷰티풀'을 외치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이 책을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본 서평글은 안그라픽스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노인력 #아카세가와겐페이 #안그라픽스 #에세이 #노년을위한에세이 #노망대체단어 #서평단참여

e******0 2025.01.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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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모두 노인력을 얻을테다
"우리는 결국 모두 노인력을 얻을테다" 내용보기
노인력이 가득한 자세로 마지막 장을 읽고책을 덮으며 이 글을 쓴다.노인력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접하고 책을 읽는 동안 (1) 우리사회에 도래한 노인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질문과 (2)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나이들어 갈 것인가 라는 고찰을 남겼다나를 포함한 많은 젊은(?)이들은 나이듦을 “어렵게” 상상한다 (정리하면.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나이듦을 상상하지 않
"우리는 결국 모두 노인력을 얻을테다" 내용보기
노인력이 가득한 자세로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으며 이 글을 쓴다.

노인력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접하고 책을 읽는 동안 (1) 우리사회에 도래한 노인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질문과 (2)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나이들어 갈 것인가 라는 고찰을 남겼다

나를 포함한 많은 젊은(?)이들은 나이듦을 “어렵게” 상상한다 (정리하면.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나이듦을 상상하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 나이듦을 인식하지 않는데, 그것이 발견되는 순간은 정말이지 “어느 순간” 이다. 이를테면 기지개를 펴다가 허리에 쥐가 나는 것 같은 그런 경험을 처음 하였을 때. 예전 같지 않다. 나이 들었다 가 번쩍하고 감각되는 순간이다)

언제고 언제고 젊을 것이라는 착각은
바쁜 현재에 집중하는 삶에서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이듦 이라는 것은. 그걸 인지하게 되는 순간은
갑작스럽게 직면하는 재앙과도 같은 것이었겠다

아카세가와 겐페이의 노인력은 (그의 표현대로) 노인력스럽다 “유연해지고, 자유로워지고, 어설픈 겸손이 없어지고, 허세도 체면도 다 내려놓게 되는” (200p 중) 노인력을 얻은 삶은 또 다른 국면에서의 매순간 새로운 청춘일지도 모른다

기대수명의 상승으로 *노인인구 수치가 상승하고 있다
*노인력은 이 사회의 새로운 힘 (power) 이다
*노인은 사회에서 “치워버려야” 하는 노망난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특유의 여유와 위트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이들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노인에 대한 재정의를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노인 : 앞으로 사회가 노인을 정의하는 기준이 바뀔 수 있으므로 *을 붙여 표기한다)

수동적인 표현. 나이들다 가 아니라
능동적인 표현, 나이먹다 로 표현을 바꾸어보자
우리는 살며 모두 노망이 드는게 아니라
우리는 살며 모두 노인력을 얻을 테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나이먹음을 상상하며, 대비하며, 기대하며 나이를 먹어야 한다. 나이를 먹어 노인력을 얻는다는 것은 “관심을 끄고 포기하는” (264p 중) 것이 아니라 따뜻한 관심으로 세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신경끄기의 기술이 아니라 올바른 곳에 신경쓰기의 기술이 필요할 때다

기대수명의 변화로 청춘은 순간이고 노년은 수세월이며
많은 것들이 “기꺼이 포기되는” 요즘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동명의 영화가 맞다)

노인력을 얻은 이들 뿐 아니라
노인력을 얻게 될 이들에게 더 추천하는 책이다
노인력을 얻게 될 많은 젊은이들이 읽어 보았으면 한다
나이와 삶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을 얻게 될 것이다
g****2 2025.01.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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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력, 살아온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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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는 조금은 기대하게 되었다. 지금은 현실의 일에 치여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살아가고 있지만, ‘노인력’이 나타나는 그 ‘나이’가 된다면 나에게 직면한 일들을 좀 더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어깨에 들어간 힘을 풀고 살 수 있지 않을까?저자는 ‘노인력’은 힘을 빼는 힘이라고 한다. 그만큼 살아왔기 때문에 생사와 관련된 농도 짙은 농담도 유쾌하게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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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는 조금은 기대하게 되었다.
지금은 현실의 일에 치여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살아가고 있지만, ‘노인력’이 나타나는 그 ‘나이’가 된다면 나에게 직면한 일들을 좀 더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어깨에 들어간 힘을 풀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노인력’은 힘을 빼는 힘이라고 한다. 그만큼 살아왔기 때문에 생사와 관련된 농도 짙은 농담도 유쾌하게 말한다.  #노인력 의 힘이란 이런 것인가. 지금은 이 말을 온전히 느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나이가 든다면 노인력을 피하려고 하기보다는, 반갑게 받아 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보도록 노력해야지.

h********5 2025.01.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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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을 웃음으로 해석하는 내공을 기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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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력老人力'이라니. '노망도 능력이다'는 초긍정의 메시지에 끌린 책이다. 저자 아카세가와 겐페이(1937-2014)는 일본의 현대 미술가이자 소설가다.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가로 활동하다 가명으로 쓴 단편소설이 1981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대단한 이력이다.첫장부터 빵 터졌는데 나이 들면서 생기는 건망증에 대한 내용이다. 괴롭게도 나이가 들면서 고유명사를 잘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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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력老人力'이라니. '노망도 능력이다'는 초긍정의 메시지에 끌린 책이다. 

저자 아카세가와 겐페이(1937-2014)는 일본의 현대 미술가이자 소설가다.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가로 활동하다 가명으로 쓴 단편소설이 1981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대단한 이력이다.

첫장부터 빵 터졌는데 나이 들면서 생기는 건망증에 대한 내용이다. 괴롭게도 나이가 들면서 고유명사를 잘 잊어버린다. 특히 최근에 알게 된 고유명사 일수록 기억나지 않는다. 만약 대화하는 상대도 나이가 들었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생긴다. 

- "아, 그 있잖아, 그, 거기에 나왔던..."
"알아요, 알아. 그 사람이잖아. 어, 그러니까, 그..."
서로 잊어버린 상태다. 하지만 제대로 '그'가 누구인지 서로 안다. 아는데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10 페이지)

너무나 공감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노인력이 생겼다.'고 한다. 힘을 빼고 세상을 단순하게 여기며 얻은 능력이라고 하니 큰 위로가 된다. 

이처럼 <노인력>은 나이 들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갖가지 상황에 대한 찰진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웃기면서도 짠하다. 웬만한 글발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위트있으면서 페이소스 짙은 글을 쓸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동료들과 함께 '노상관찰학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글자그대로 길 위를 관찰하며 놓치기 쉬운 것들을 관찰하는 모임인 듯 하다. 또 수동 카메라, 그 중에서도 라이카 카메라를 애용하는 저자가 길 위를 관찰하며 찍은 사진이 중간 중간 수록되어 있다. 사진과 함께 얹힌 글이 주는 재미도 있다.

나이듦을 탓하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좋았다. 또 한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데, 도쿄돔에서 하는 야구경기 티켓에 관한 내용이다. 꼭 한번 앉아보고 싶던 포수 뒷자리의 티켓을 얻은 저자는 엄청나게 기대한다. 하지만 그 티켓을 어디에 두었는지 도무지 기억하지 못하고 끝내 관람하지 못한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다른 깨달음을 얻는 것도 '노인력' 덕분이다.

1990년대에 쓰여진 글인데다 당시 일본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일부 단어들이 일본식 한자를 그대로 번역해서어색했다. (이를테면 '빈핍성' 같은 단어) 

무엇보다 책의 디자인이 멋지다. 박으로 새겨진 '노인력'이라는 글자가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나타나 있어 책이 담은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나이듦에 대한 호쾌한 에세이다.


r********l 2025.01.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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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력 : 망설이지 않고 노년을 즐겁게 받아들일 결심
"노인력 : 망설이지 않고 노년을 즐겁게 받아들일 결심" 내용보기
우리 주변에는 끝에 ~력이라고 붙은 합성어가 많다. 어휘력, 독서력, 사고력 등 주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단어에 힘 력(力)자가 붙으면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하지만 여기에 노인+힘(力)이 조합된 합성어가 있다면? 대척점에 놓인 두 단어가 결합하면 뭔가 불협화음을 낼 것 같기도 하고 역설적으로 들린다. ‘노인장’이란 말은 익숙한데 ‘노인력’은 대체 뭘까? 노인력은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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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끝에 ~력이라고 붙은 합성어가 많다. 어휘력, 독서력, 사고력 등 주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단어에 힘 력(力)자가 붙으면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하지만 여기에 노인+힘(力)이 조합된 합성어가 있다면? 대척점에 놓인 두 단어가 결합하면 뭔가 불협화음을 낼 것 같기도 하고 역설적으로 들린다. ‘노인장’이란 말은 익숙한데 ‘노인력’은 대체 뭘까? 

노인력은 1990년대 말 일본의 현대미술가이자 소설가인 아카세가와 겐페이가 고안한 단어다.  30년도 훨씬 전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일본 사회를 강타한 신조어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1937년생 작가는 한때 전위미술 단체를 결성하기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하다 1981년에는 단편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을 받기도 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누구보다도 뜨겁게 청춘을 불사른 작가도 60세에 접어들자 노년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한 끝에 나온 단어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그동안 부정적이고 우울하게만 여겼던 노년을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에너지로 인식하기 위해 ‘노인력’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낸 것 같다. 결코 반갑지 않지만 극진히 대접해 보내야 할 것 같은 진상손님과도 같은 건망증, 노망(치매)을 인생의 장점으로 생각한다.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다. 

노인력이란 별게 아니다. 나이를 초월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지구 한 귀퉁이에서 소소하고 조용하게 삶을 즐기다 가는 요령이다. 한마디로 무언가를 더하는 게 아닌 빼기를 하면서 너무 애쓰지 않고 남은 인생 대충 살다가자로 읽혔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가다 보니 영화 속 한 인물이 떠올랐다.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였다.

21세기 도쿄에 사는 히라야마는 철저히 아날로그형 인물이다. 생활에 기본이 되는 물건만 빼고 그가 사는 공간은 심플하기 그지없다. 다다미방을 채우는 것 중 사치스러운 건 수많은 책들과 카세트 테이프들뿐이다.  골동품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카세트 플레이어를 이용해 카세트테이프로만 음악을 듣는다. 이러한 그의 골동취미는 MZ세대에게도 흥미를 불어 일으킨다. 저자도 90년대 일본 청춘들도 골동품과 레트로에 심취하는게 신기하다는 듯이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라이카 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는 취미를 지녔고 각 챕터마다 그가 찍은 재치있는 거리 풍경들이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히라야마도 매일 올림푸스 필카로 코모레비(햇빛에 반사되는 나뭇잎)를 찍는다. 인화지에 현상한 사진들을 집에 가져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찢어버리고 괜찮은 것만 양철박스에 차곡차곡 챙겨 넣는다. 그 모습은 마치 도공이 가마에서 갓 꺼낸 도자기 중 맘에 안드는 건 과감히 부수고 좋은 것만 챙기는 숭고한 의식처럼 보인다.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무심코 스치는 풍경들을 허투루 보지 않고 순간을 포착해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야말로 노인력의 최고봉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히라야마는 도시농부이기도 하다. 대도시 한복판에 살면서 도시 안에서 시골생활을 즐긴다. 일터에서 채집한 작은 묘목들을 거두어 미니화분에 심은 후 방안에 작은 온실을 만들었다. 저자는 “도시 안에서 시골생활을 하는 것”도 노인력에 포함시켰는데 히라야마도 여기에 속한다. 멀리 갈 것 없이 서울 다세대주택가 골목을 지나다보면 다라이나 스치로폼 박스에 할머니들이 심어놓은 고추나 가지, 호박 등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순간 우리는 저자가 말한 노인력이 무엇인지 이해할 것 같다.  

국경을 넘어 노인력은 이제 전세계적인 현상이 될 것 같다. 그것은 태극기부대에 동원된 노인들에게는 결코 볼 수 없는 긍정적이고 우아한 삶의 태도인 것 같다. 생산성에서 한참 벗어나지만 “넘어져도 그냥은 일어나지 않는 힘”이자 “천천히 무언가 양손에 한가득 쥐고 일어나는 힘”이야말로 노인력이 아닐까? 노인력은 30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고령화 시대 한국인 독자에게 전달된 저자의 위로 편지와도 같은 책이다. 슬프고 시간을 거스르기 보다는 당당하고 유쾌하게 노년을 받아들일 결심을 하라고.

*출판사의 도서를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l********s 2025.01.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