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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수작을 알기위해 태작을 읽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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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작은 태작 나름의 가치가 있다. 수작을 스스로 발견하기 위해서는 한낱 태작에 불과한 글이라도 접해봐야한다. 여행의 기술에 대해서 도대체 무얼 말하고 있던가. 그저 보들레르, 에드워드 호퍼의 잡스러운 사실들과 자신의 여행 중 잡스러운 것들을 뒤섞어 놓은 한낱 잡스러운 글귀에 불과할 뿐이다. 알랑 드 보통의 발길이 닿은 곳들은 이미 이전에 둘러보았기에 그 감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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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작은 태작 나름의 가치가 있다. 수작을 스스로 발견하기 위해서는 한낱 태작에 불과한 글이라도 접해봐야한다. 여행의 기술에 대해서 도대체 무얼 말하고 있던가. 그저 보들레르, 에드워드 호퍼의 잡스러운 사실들과 자신의 여행 중 잡스러운 것들을 뒤섞어 놓은 한낱 잡스러운 글귀에 불과할 뿐이다. 알랑 드 보통의 발길이 닿은 곳들은 이미 이전에 둘러보았기에 그 감회와 그 글의 수준에 개탄할 뿐이다. 잡스러움... 그저 '여행의 기술'이란 책의 제목이 여행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에게 구걸하려는 상술에 불과할 뿐이었다. 해가 뜨도록 눈을 비벼가며 읽어본다. 태작은 바로 이 딴것을 두고 하는 거구나.
YES마니아 : 골드 y*****m 2005.05.09. 신고 공감 3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주간우수작
여행은 어떻게 예술(Art)이 되는가?
"여행은 어떻게 예술(Art)이 되는가?" 내용보기
나의 서재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책들을 둘러보면, 책 하나하나에 깃든 추억들이 있다. 대개, 그것을 훑어보면 그 책 한 권 한 권이 현재 내 방에 온 사연들이 다 있는 것 같다. 그 사연들을 돌아보면  어느 책 하나 버릴 게 없다.  나는 책을 빌려주거나 빌려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이란 빌려주면 받기가 어려울 뿐더러 되돌려받지 못하는 책을 빌려줄 때면 언제나,  그 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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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책들을 둘러보면, 책 하나하나에 깃든 추억들이 있다. 대개, 그것을 훑어보면 그 책 한 권 한 권이 현재 내 방에 온 사연들이 다 있는 것 같다. 그 사연들을 돌아보면  어느 책 하나 버릴 게 없다.  나는 책을 빌려주거나 빌려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이란 빌려주면 받기가 어려울 뿐더러 되돌려받지 못하는 책을 빌려줄 때면 언제나,  그 책과 내 사이에 자리잡은 과거의 어느 시간들 모두를 내 삶에서 도려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책을 빌려보지 않는 이유는 다 읽고 난 이후 내 손때가 묻고 체온이 닿아 이미 내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물건을 떠나보낼 수 없는 안타까움 같은게 있어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한번 내 서재에 입성한 책은 내 서재를 떠나보내지 않고,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은 어떻게든 사보고야 만다. 이것은 책을 대하는 나의 자세 혹은 둘 사이의 `의리'라 해도 좋겠다.

 

그렇게 둘러보다 보면,  현재 내 서가의 책들은 하나같이 사연없는 책들이 없다. <존 스튜어트 밀 자서전>은 10년 전 강원도 전방 철책 초소에서 가슴 조리며 읽은 책이다.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이나 그의 <길은 여기에>라는 수필집은 전방 막사의 상황실에서 새어나오는 형광들 불빛아래서,  주로 새벽 근무를 끝내고 책장을 넘긴 책이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는 내 20대를 흔들어놓은 책이며,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던 어느 저녁 나절의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은 아직도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 작품속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문구 즉,  "노란 가로등 불빛 속에 구토가 숨어 있다"라는 문장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소로우의 <월든>을 읽으면서 직장생활의 쳇바퀴 도는 생활에서 자유로워졌던 경험, 백수시절 이외수를 읽고 위안을 받던 날들, 그렇게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엔 나의 손때가 묻은 것과 동시에 모두 내 생의 추억이 촘촘히 깃들어 있다.  더불어 책과 함께한 시간들 모두는 하나도 버릴게 없고,  지금 내게 너무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어느 책이건, 그러나 시의 적절한 순간에 읽는다면 그 기억이란 더 오래가고 더 소중해 지는 것 같다. 얼마전 서울 덕수궁 미술관에 갔을 때, 나의 가방 속에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The Art of the Travel>이 들어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여행도중 KTX에서, 카페에서, 고궁의 벤치에서, 읽어 내려갔다.  여행중에 읽은 책의 묘미는 참으로 새로웠다.  나는 가방속의 책을 읽기 위해 여정의 중간중간 일부러 시간을 냈다.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이나 새로운 풍경은 하나 나의 몰입을 방해하진 못했다.  그러면서 한가지 깨달은게 있다. 여행은 밖을 보는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관광과 여행을 착각하며 살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에서 나는 그가 여행한 여행지를 안내받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기대를 벗어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여행지에서 곧바로 역사와 인물로 옮겨가, 그의 내면의 풍경을 기술한다.  그는 이 책에서 수백년전 자신이 현재 걷는 길을 먼저 여행한 예술가들의 삶을 추적하고, 분석한다.  이것은 알랑 드 보통만의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예술가와 예술작품 그리고 그 여행지가 갖는 의미를 모두 담고 있는 총체적인 여행 산문이라 부를 만 하다.

 

이 여행기 속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샤를 보들레르, 귀스타브 플로베르, 알렌산더 폰 훔볼트, 윌리엄 위즈워스, 빈센트 반 고흐 등이며, 그들은 문학과 그림, 그리고 철학의 중심에 놓여 있었던 예술가들이다.  그들의 여정을 단순히 추적하는 것에서 끝났다면 흥미가 반감되었을 것이나, 보통은 여행지가 그들에게 어떤 영감을 불어넣었는지, 그곳이 대체 그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생성했는지, 역사적인 문헌과 자신의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조밀하게 복원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여행의 기술(art)일까, 책장을 넘길 수록 알랭 드 보통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기술은 예술(Art)로도 풀이할 수 있다. 여행은 관광이 될 수 없다. 관광이 유희나 시각적인 즐거움과 단순함을 추구한다면, 여행은 그 모두를 아우르면서도 여행자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총제적인 행위다.  그 둘은 전혀 다르다. 여행은 여행자의 지식과 내적 충만에 전적으로 비례한 결과를 가져온다. 그가 본 것은 그가 알고 있는 것만큼 딱 그 정도만 그에게 의미를 생성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행지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거나 또한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에 대한 어떤 지식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여행이 내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다.

 

이 책이 만약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여정만을 기술하고 있다면, 세계적으로 읽힐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종류의 책은 넘쳐나고, 또 너무 흔하며 여행 팜플렛의 가치밖에 없다. 이 책에 소개된 여행지란 영국이나 스페인 프랑스의 어느 낯선 도시, 혹은 어떤 사막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솜씨좋은 요리사가 하찮은 재료로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을 만들어 내듯, 작가는 흔하디 흔한 풍경속에 녹아 있는 익숙함을 통해서도, 의미심장한 메세지들을 역사와 인물을 통해 추려낸다. 또 알랭 드 보통은 이러한 낯선 여행지를 통해, 여행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그것은 왜 여행을 하는가 ? 하는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예술가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를 주는가 ? 하는 생소한 의문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퉁이는 예술가들이 그려주거나 글로 써준 뒤에야만 돌아보게 된다는 주장을 완벽하게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보인다." p.288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미덕이라 부를만한 요소는 아마도 책의 곳곳을 채우고 있는 흑백 사진들과 소개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인 그림, 혹은 소설과 시와 산문 등에서 인용된 문장들이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나에게 알랭 드 보통의 글과 이 보조적인 자료들은 내 내면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여행자였던 내게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유화 그림들이 준 인상은 대단한 것이었다.  호퍼의 그림또한 여행중에 그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설명에 따르면 호퍼는 1925년 차를 구입해 이것을 몰고 뉴욕과 멕시코를 오가며, 매년 몇 달은 길 위에서 살면서 모텔 방이나 차 뒷자리, 식당등에서 스케치를 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 `로드드로잉'이라 부를만한 작품들과 알랭 드 보통의 그림 해설은 놀랍도록 세밀하고 알찬데, 그건 미술작품의 해석에 그의 직관력과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아마도 나는 KTX의 좁지만 안락한 접이식 의자에 앉아 읽어내려 갔는데, 나는 그때 마침 덕수궁 미술관으로 프리다 칼로의 그림들을 보러가는 길이었다. 이 책은 미술 작품과 그 감상에 문외한이었던 초보 관람객에게 그림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어디에 감상 포인트를 둬야 하는지, 시의적절한 힌트를 주고 있었다.

 


에드워드 호퍼, <자동 판매식 식당 Automat>, 1927년

 

 

"<자동 판매식 식당>은 슬픔에 대한 그림이지만 슬픈 그림은 아니다. 이 그림은 위대하고 우울한 음악 작품과 같은 위력이 있다. 실내 장식은 검박하지만, 장소 자체는 궁색해 보이지 않는다.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혼자일 수도 있다. 호퍼는 고립되어 있는 이 여자와 공감을 느껴보라고 우리에게 권유한다. 그녀는 위엄 있고 관대해 보인다. 어쩌면 지나친 듯싶게 남을 잘 믿고, 약간 순진할지도 모르겠다. (....) 24시간 식당, 역의 대합실, 모텔은 고귀한 이유로 일상 세계에서 가정을 찾지 못한 사람들 - 보들레르라면 시인이라는 경칭으로 명예를 베풀었을 사람들 - 을 위한 성소이다."  p.78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여행을 떠나면서 함께 넣어가는 한 권의 책은 이쯤되면, 그 여행의 의미를 기십프로는 잠식해 버릴 수 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여행의 출발에 앞서,  모 작가의 소설 대신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넣어갔고, 그 여행길에서 그의 방식대로 여행이 어떻게 기술(Art)로 혹은 예술(Art)로 끌어올려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까지 갔다.  나는 낯선 사람들과 낯선 풍경속에 놓여 있었지만, 시각적인 요소가 여행의 주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에서 무엇을 느꼈는가? 로 여행의 의미에 대해, 내면 깊이 다르게 질문하는 법을 익힌 것이다.

 

세상은 거대한 책이다.  여행자는 그 세상을 읽는 독자와 같다.  그러나 문맹이라면 책을 읽을 수 없고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책을 깊이 읽지 못하듯이, 여행자의 빈약한 내면은 그 여행또한 빈약하게 만든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행이 단순한 놀이와 유희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드 보통의 발길이 닿는 모든 여행지에는 예술가의 흔적과 그들의 작품이 있었다. 예술가의 흔적이나 그들이 남긴 위대한 예술작품들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풍경은 바뀌었지만, 예술가의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농익고 있었다. 

 

여행은 어떻게 예술(Art)이 되는가?  그 질문은 삶과 여행이 결코 떼어놓을 수 없이 하나임을 전제한다. 그 둘은 화가의 작업실에 있는 붓과 팔레트와 같다. 붓과 팔렛트를 통해야만 화가는 하나의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  여행은 그러므로 덤이 아니라 삶의 필수 구성물이다. 질주를 본능으로 아는 삶의 아우토반은 여행이란 휴게소를 통해, 더욱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내 마음을 움직였던 그림인 에드워드 호퍼의 <자동 판매기 식당>은 고속도로상에 위치한 어느 휴게소의 여인을 그린 것이다.  그녀는 알랭 드 보통이나 나처럼 여행중에 있었다.

 

 

 

 

 

2008.11.24

 

s*****7 2008.11.24. 신고 공감 24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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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하는데 두 달이 걸렸다.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은 모두 읽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끝내지 못했을 일이다. 버킷리스트에 담아두기만 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장거리 여행처럼 말이다. 해외 명소가 보통의 인문학적 식견으로 촘촘히 해석되는 책을 차분히 읽기에는 시간도 마음도 분주했다.   《여행의 기술》. 원제는 〈The art of travel〉. 여행하는데도 기술이 필요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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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하는데 두 달이 걸렸다.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은 모두 읽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끝내지 못했을 일이다. 버킷리스트에 담아두기만 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장거리 여행처럼 말이다.

해외 명소가 보통의 인문학적 식견으로 촘촘히 해석되는 책을 차분히 읽기에는 시간도 마음도 분주했다.

 

여행의 기술. 원제는 The art of travel.

여행하는데도 기술이 필요할까.

일상의 철학자로 알려진 알랭 드 보통은 여러 분야에 관해 해박한 지식과 관찰력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그림도 미술관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나면 새로 보이듯 익숙한 사물도 보통의 통찰을 통해 보면 범상치 않아진다.

세상일에 관심이 많은 보통은 당연히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지를 주제로 하는 본서 외에도 오직 공항만을 열심히 관찰하고 쓴 공항에서의 일주일을란 책도 알려져 있다.

그냥 가서 둘러보기만 해도 좋은데 인문학적 통찰이 깊은 보통의 눈으로 여행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여행의 기술출발, 동기,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예술, 귀환의 다섯 챕터로 나뉜다.

각 챕터마다 두어 군데의 여행지가 소개되고 안내자로 샤를 보들레르, 에드워드 호퍼, 귀스타브 플로베르, 윌리엄 워즈워스, 빈센트 반 고흐 등 문학, 예술의 대가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그 여행지를 먼저 경험한 대가들의 안목으로 우리가 서인도제도의 바베이도스, 암스테르담, 시나이 사막, 프로방스 등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보통은 안경을 끼듯 눈에 현미경을 장착하고 사물을 본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바래 몇 개의 몽타주로 기억될 여행에 색을 입히고 숨을 불어넣는다. 여행지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과 함께 책에 간간히 등장하는 흑백 그림들은 독자에게 제공하는 여행 기념품 같다.

 

아름다운 대상이나 물질적 효용으로부터 행복을 끌어내려면, 그 전에 우선 좀 더 중요한 감정적 또는 심리적 요구들을 충족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 요구들 가운데는 이해에 대한 요구, 사랑, 표현, 존경에 대한 요구가 있다. 따라서 중요한 인간관계 속에 흥건하게 고여 있는 몰이해와 원한이 갑자기 드러나면, 우리의 마음은 화려한 열대의 정원과 해변의 매혹적인 나무 오두막을 즐기려 하지 않는다. 아니, 즐길 수가 없다.

(p.41)

 

겁이 많아 혼자 먼 여행을 떠나본 일이 없는 내게 여행은 목적지 못지않게 동행인도 중요하다. 함께 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거북해지면 몸은 천국에 있어도 마음은 지옥이 될 테니.

저자는 첫 챕터인 출발 편에서 자신이 여행지에서 동행인과의 불화 때문에 힘들었던 일화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행복의 핵심적 요인은 심리적인 것인데 마음이 불편하다면 아름다운 풍경도 호사스런 파티도 아무 의미 없다며 좋은 여행을 위해 마음 준비부터 할 것을 권한다.

 

우리는 사막에 있지 않을 때도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우리 자신의 결함을 보고 스스로 작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굴욕은 인간 세계에서는 항상 마주칠 수 있는 위험이다. 우리의 의지가 도전받고 우리의 소망이 좌절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따라서 숭고한 풍경은 우리를 우리의 못남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익숙한 못남을 새롭고 좀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해준다. 이것이야말로 숭고한 풍경이 가지는 매력의 핵심이다.

숭고한 장소는 일상생활이 보통 가혹하게 가르치는 교훈을 웅장한 용어로 되풀이한다. 우주는 우리보다 강하다는 것, 우리는 연약하고, 한시적이고, 우리 의지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우리 자신보다 더 큰 필연성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

(p.229)

 

저자는 시나이 사막을 여행하며 인간이 다다를 수 없는 자연의 숭고함에 감동받는다. 더불어 종교적 메시지도 전달한다.

착하게 살아온 욥이 왜 고난을 겪었을까.

왜 우리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걸까.

보통은 여행을 통해 웅장한 자연의 힘을 느껴봄으로써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여러 고난에 담담히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밀레가 우리의 정신을 다시 일깨운 덕분에, 우리는 자연 속에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p.259 반 고흐의 편지 중에서)

사이프러스에서 반 고흐는 보았는데 다른 화가들은 보지 못한 것이 무엇일까? 한 가지는 사이프러스가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

떡갈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가지는 흔들리지만 줄기는 꼼짝도 않는 데 비해, 사이프러스는 줄기 자체가 구부러진다. 나아가서 줄기의 둘레를 따라 수많은 곳에서 잎이 자라나기 때문에, 여러 축을 따라 휘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멀리서 보면 그 움직임에 동시성이 없기 때문에 마치 여러 각도에서 불어오는 몇 개의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사이프러스는 원뿔 모양이기 때문에 바람에 신경질적으로 퍼덕이는 불길을 닮았다. 반 고흐는 이 모든 것을 보았고, 또 다른 사람들도 보게 해주려고 했다.

(p.263~264)

 

화가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반 고흐의 예를 들며 위대한 화가는 그림을 통해 사물을 보는 법을 알려준다고 자세히 그림과 함께 설명한다. 고흐가 그리기 전에도 사이프러스 나무는 존재했고, 불꽃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고흐만이 나뭇가지의 독특한 움직임을 포착했고 자신만의 사이프러스를 그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바람대로 다른 이들도 나무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해주었다.

보통은 이러한 고흐의 재능과 노력 덕분에 프로방스가 특별해 보인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3년이 넘도록 장거리 여행을 못하고 있다. 거리두기로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아 책 읽기엔 좋은 환경이지만 가끔은 불편해도 다른 풍경을 접하고 싶다.

여행할 수 있다면 현지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책으로 만난 작가들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것이다.

몇 년 전 유럽여행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소는 프랑크프르트의 괴테 하우스와 런던의 셜록 홈즈 박물관이었다. 특히 한참 괴테 작품에 빠져있을 때라서 괴테 박물관은 작은 접시 하나 뒤뜰의 풀 한포기도 특별해 보였다.

 

저자의 통찰로 외국의 여러 명소가 깊이 있게 묘사된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떠나고 싶어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아는 만큼 하고 싶은 일도 많아지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고흐가 사랑했다는 프로방스, 저자가 살고 있는 런던의 해머스미스.

나의 첫 번째 여행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YES마니아 : 로얄 s*****e 2022.11.04. 신고 공감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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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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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면 당신은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휴가? 열대 야자수? 휴식? 자기 성찰? 봉사? 아니면 출장? 목적 없는 여행은 없다. 그 여행에서 원하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의 느낌은 어떠했는가? 만족스러웠던가? 나는 열에 아홉은 그렇지 못했으며, 딱히 그 이유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답을 거의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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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면 당신은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휴가? 열대 야자수? 휴식? 자기 성찰? 봉사? 아니면 출장? 목적 없는 여행은 없다. 그 여행에서 원하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의 느낌은 어떠했는가? 만족스러웠던가? 나는 열에 아홉은 그렇지 못했으며, 딱히 그 이유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답을 거의 알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것을 안다는것, 그것이 여행의 '기술'이 아닐까?
YES마니아 : 로얄 r******r 2005.02.25. 신고 공감 8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제목과 출판사 서평이 책의 가치를 깍아먹은 쓰레기마케팅의 전형
"제목과 출판사 서평이 책의 가치를 깍아먹은 쓰레기마케팅의 전형" 내용보기
여행의 기술. 진짜 멋진 제목이지 않은가. 여행하는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건 여행을 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냥 목적지 정하고 짐싸고 패키지로 떠나는 여행말고 자기 스스로 준비해서 가이드없이 혼자 신발끈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분명 기술은 필요하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여행의 기술이란....진짜 기대를 많이 한 책이었다. 그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비롯한 사
"제목과 출판사 서평이 책의 가치를 깍아먹은 쓰레기마케팅의 전형" 내용보기

여행의 기술.

진짜 멋진 제목이지 않은가. 여행하는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건 여행을 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냥 목적지 정하고 짐싸고 패키지로 떠나는 여행말고 자기 스스로 준비해서 가이드없이 혼자 신발끈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분명 기술은 필요하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여행의 기술이란....진짜 기대를 많이 한 책이었다.

그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비롯한 사랑3부작(이말이 맞는가 모르겠다)을 진즉부터 좋아했던지라 이 책의 내용이 어떨지 너무나도 궁금했고 기대를 많이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번역의 오류이다.

여행의 기술....원제는 the art of travel 이다.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의 원제에 여행이란 말이 붙어있고 소재도 여행이지만 실제로 이 책은 여행서가 아니다. 물론 여행서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하긴 힘들다. 적어도 나는 못한다. 하지만 이것이 여행서가 아니란 생각은 가득하다.

물론 흔히 보기 힘든 여행서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여행서라기 보다는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철학서일뿐이다.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소설이라고 불리우는 책들이 일반적인 소설이었을까?

그의 글들은 장르가 모호하다. 그것은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난 이책을 그의 다른 책들과 함께 알랭 드 보통의 철학서라고 부르고 싶다.

 

단지 소재만 여행일 뿐이다. 여행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여러가지 소재들을 가져다가 자기의 썰을 푸는 철학서이다.

 


여행할 장소에 관한 조언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관한 말들은 찾기 힘들다. 이에 알랭 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이어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왜 나는 여행을 떠나는가'. 기차를 예매하고, 땡볕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등 온갖 불편을 감수하면서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우리 삶을 지배하는 과제, '행복 찾기'와 닮아 있지는 않은지, '여행'을 테마로 던질 수 있는 모든 질문들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그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출판사는 제목뿐만 아니라 이 책의 소개마저 자기네 마음대로 해석해버렸다. 저 말만 믿고 이 책을 읽는다면 십중팔구 실망만 가득할 것이다.

 

완전 기만이고 사기이다. 이건. 제목에서부터 설명까지. 정말 거창한 한편의 사기드라마이다. 알랭 드 보통도 한국에서 자기의 책이 이렇게 이상한 껍데기를 쓰고 팔리고 있는지 과연 알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전형적인 잘못된 마케팅의 산물로 여겨진다.

 

 

결론은 제목과 출판사 서평이 이 책의 가치를 바래게 했다. 책 자체가 갖고 있는 가치는 높으나 출판사의 사기때문에 빵점을 주고 싶은 책이다.

 

다만 보통의 대단한 팬이라면 읽을만한 책일 것이다.

t******e 2009.05.31. 신고 공감 8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너무나도 잡스러운 글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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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언어도 폭력이다라는 말을 새삼느꼈다. 저자의 그 끝간데없는 잡스러운 생각들도 그러하거니와 주어와 서술어가 뒤엉커 밤새도록 꼬리찾기를 하는 번역은 더욱 과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읽어야하는가라는 질문에 내 행동은 스스로 답을 주었다 그리고 어느새 이 책은 우리집 라면받침대로 두루두로 애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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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언어도 폭력이다라는 말을 새삼느꼈다.

저자의 그 끝간데없는 잡스러운 생각들도 그러하거니와

주어와 서술어가 뒤엉커 밤새도록 꼬리찾기를 하는 번역은 더욱 과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읽어야하는가라는 질문에

내 행동은 스스로 답을 주었다

그리고 어느새 이 책은 우리집 라면받침대로 두루두로

애용되고 있다.

 

 

c********n 2011.11.23. 신고 공감 5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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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뭐...여행에 대한 사뭇 다른 각도의 시선은 좋았는데... 왜 이렇게 재미가 없던지....--;;   생각나는게 하나도...없다는....T.T   (반성) 싼게 비지떡이다. 비지떡은 꿀떡 먹으면 되겠으나...이 책은 읽고 났는데도 허기진다. 가난한 직장인 답게, 할인 도서만 줄창 사서 쌓아놨더니...이거 이거... 본의아니게 은근 돈낭비가 된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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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뭐...여행에 대한 사뭇 다른 각도의 시선은 좋았는데...

왜 이렇게 재미가 없던지....--;;

 

생각나는게 하나도...없다는....T.T

 

(반성)

싼게 비지떡이다.

비지떡은 꿀떡 먹으면 되겠으나...이 책은 읽고 났는데도 허기진다.

가난한 직장인 답게, 할인 도서만 줄창 사서 쌓아놨더니...이거 이거...

본의아니게 은근 돈낭비가 된 듯 싶다. --;;

 

 

 

 

 

c******m 2010.04.16. 신고 공감 4 댓글 9
리뷰 총점 종이책
왜 우리는 여행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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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여행은 우리네 일상적 삶의 친숙한 배경을 이루게 되었다. 빈도와 행선지와 체류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이제는 보통사람들도 자신의 익숙한 생활공간을 벗어나서 낯선 세상을 둘러보고 오는 게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문명화란 인간의 삶에서 일상으로 편입되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일 텐데, 그렇다면 여행에 있어서도 우리는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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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여행은 우리네 일상적 삶의 친숙한 배경을 이루게 되었다. 빈도와 행선지와 체류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이제는 보통사람들도 자신의 익숙한 생활공간을 벗어나서 낯선 세상을 둘러보고 오는 게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문명화란 인간의 삶에서 일상으로 편입되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일 텐데, 그렇다면 여행에 있어서도 우리는 이제 문명화된 것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행의 기술 자체도 문명화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든 문명화 과정에 어쩔 수 없이 따르기 마련인 비약과 매뉴얼화와 가치전도 현상은 여행의 문명화에도 어김없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의 대부분의 문명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자본의 힘이 여행의 경우에는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더욱 그렇다.

오늘날 제법 값비싼 상품으로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여행을 잘 소비하기 위해서(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갖춰야 할 여행의 기술이란 거의 없다. 모든 게 매뉴얼화되어 있으니 낯선 여행지라도 매뉴얼에 충실히 따르면 그만이다. 다만 자기 기호와 취향에 맞는 여행 상품을 정확하게 고를 수 있는 탁월한 소비자로서의 감식안만 있으면 될 터이다. 그 선택의 순간에, 오랜 세월 동안 여행의 아우라를 형성해왔던 관념들, 즉 일상적 삶을 벗어난 모험, 낯선 세계에서의 도전, 값진 경험을 통한 내적 성숙 따위 진지한 단어들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이미 휴식, 행복, 쾌락과 같은 말랑말랑한 일상적 가치들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감각적이면서 철학적인 에세이스트로 잘 알려진 작가 알랭 드 보통도 그런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의 수많은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이 책 『여행의 기술』을 보면, 그 역시 서인도 제도의 매혹적인 열대 해변 사진들을 담고 있는 여행 상품 팸플릿에 덜컥 마음이 끌려서 카리브 해에 있는 바베이도스 섬으로 떠났다고 고백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 여행 중에 자신이 기대했던 편안함과 행복감과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 이러한 불만족은 어느 정도는 그 자신의 소심하고 신경질적이고 까다로운 성격 탓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그 자신이 여행에 대해서 막연하게 품어왔던 생각들의 원천적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그는 깨닫는다. 결국 바베이도스 섬에서의 실망스러운 경험은 그로 하여금 여행의 이유와 방법 등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거기에 몇 차례에 걸친 그 자신의 여행 경험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멋진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여행의 기술』이다.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철학적 문제들, 즉 실용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사고를 요구하는 쟁점들이 제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18~19)

 

책의 첫머리에서 일찌감치 밝혀 놓은 것처럼,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이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가 다녀온 여행지에 관한 정보나 추억 등 일반적인 여행담이 아니다. 그는 여행의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우리가 거쳐야 하는 장소들과 수단들, 예컨대 고속도로 휴게소, 공항, 기차역, 모텔, 비행기, , 기차 따위에 우선 주목한다. 이러한 장소와 탈것들에서 어딘가로 늘 떠나고 싶어하는 우리의 원초적인 욕망은 매혹 당하고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그는 이러한 여행에의 욕망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서, 숱하게 여행을 다니면서도 우리가 좀처럼 떠올리지 못하는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여행하는가? 이 책의 절반 이상의 지면을 할애해서 그는 이 질문에 답하고 있는데, 그건 거칠게 요약하자면 세계의 탐구와 내면의 성숙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다시 전자는 이국취향과 호기심을, 후자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을 통한 마음의 정화와 거칠고 광대한 자연을 통한 정신의 고양을 그 동력으로 삼고 있음을 밝혀놓고 있다.

그럼 이러한 여행의 이유들에 대해서 충분한 답을 주고 만족할만한 결과도 안겨줄 수 있는 여행의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알랭 드 보통은, 우선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예술, 특히 회화 작품을 통해서 여행 목적지의 자연과 세계를 보는 시선을 미리 익혀둘 것을 권한다. 우리가 여행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란 대체로 시각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수긍이 가고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취하고 있는 방법이어서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여행지에서 한번 사용해보라고 그가 제안하고 있는 그 다음 방법이다. , 여행지에서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본 것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려보는 것(그게 스케치한 그림이 되었든 글로 표현한 말그림이 되었든 간에).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20년 전, 37세의 젊은 괴테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직접 사용하기도 했던 고전적인 방법인데, 그가 이 여행 중에 쓴 일기와 편지 등을 모아 펴낸 흥미로운 이탈리아 여행기에는 그가 손수 그린 풍경 스케치 작품들도 상당수 수록되어 있다.

 

러스킨의 생각에 따르면, 데생이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도 연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었다. 즉 그냥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피게 해준다는 것이다. 눈앞에 놓인 것을 우리 손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슨하게 관찰하는 데서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그 구성 요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좀 더 확고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 (300)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편리한 여행의 도구가 넘쳐 나는 요즘 시대에 이 무슨 아날로그 구식 카메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원시적인 방법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게다. 하지만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카메라는 인간의 기억을 보조하는 데 쓰이는 기록과 저장과 복제의 도구일 뿐이지 그 자체로 기억과 관찰과 통찰의 도구는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유념해야 한다.

사실 어느 면에서는 카메라야말로 진정한 여행자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적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손쉽게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으며 또한 무한정 복제가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에 카메라에 의존하는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우리는 여행에서 내 것으로 만들고 누릴 수 있는 수많은 지식과 더없는 아름다움과 크나큰 감동을 자주 놓치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이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카메라는 진정한 지식을 선택할 기회를 줄 수도 있지만, 어느새 그 지식을 얻으려는 노력을 잉여의 것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우리 할 일을 다 했다는 느낌을 주기 십상인데, 그렇게 되면 면밀한 관찰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아름다움과 감동은 우리의 기억 속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된다. 오랫동안 응시하고 관찰하고 음미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정신과 마음과 영혼 속에 인화되어야 할 여행지의 풍경들은 우리가 카메라의 셔터를 찰칵, 누르는 순간, 순식간에 포획 당해서 우리로부터 차단되고 만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우리에게서 여행의 흔적을 전혀 찾아 볼 길이 없게 되는 것이, 그러니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카메라에 담아 온 수많은 사진들은 여전히 생생한 색감으로 우리가 다녀온 여행을 증거하겠지만, 그것도 오래지 않아 컴퓨터 하드 디스크의 한 귀퉁이에서, 또는 어두운 벽장 속에 고이 모신 사진첩의 한 갈피에서 먼지와 시간과의 싸움을 견뎌내야 하는 무기수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운이 좋아 가끔씩 햇빛을 보게 나는 날도 있겠지만 그때에도 그들은 우리에게 희미한 여행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더군다나 여행지에서 귀환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일상의 수레바퀴는 얼마나 완고하고 변함없는가! 고집스런 관성으로 굴러가는 일상의 속도 속에 다시 편입되고 나면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여행의 기억은 색이 바래질 수밖에 없다. 카메라 렌즈에 의존하지 않고 정신과 마음과 영혼의 눈으로 여행지의 자연과 세계를 바라보고 온 경우라 해도,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자마자 우리의 눈은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감기고 만다. 일상의 습관이란 그토록 위력적이며 우리의 눈은 너무나 쉽게 그 위력에 복종한다.

이 책의 마지막 글에서 알랭 드 보통은 바로 이 순간에 주목해서, 일상에의 무력한 항복과 손쉬운 포기야말로 우리의 여행이 늘 실패로 끝나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라고 묻는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의 근거로서, 분홍색과 파란색이 섞인 파자마를 입고서 자신의 침실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나의 침실 여행』과 『나의 침실 야간 탐험』이라는 흥미로운 두 권의 책으로 펴낸 프랑스의 작가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를 거론한다. 따분하기 짝이 없는 일상의 공간을 낯설고도 경이로운 여행의 공간으로 변모시킨 이 괴짜 작가의 치밀한 관찰력과 신선한 상상력은, 점점 일상적 삶의 한 부분으로 여행을 소비하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결국 알랭 드 보통이 이 책에서 들려주고 있는 여행의 기술의 황금률이란 일상 속에서도 부단한 노력으로 늘 깨어 있으라는 제언이 아닐까 싶다.

이상 정리한 내용만 보자면, 알랭 드 보통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여행의 기술이란 게 그다지 오랜 숙고와 진지한 검토를 거친 대단한 작업의 결과는 아니라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이 책을 펼쳐서 읽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여행지에서 마주친 일상적 풍경과 사소한 사건들에서도 미묘하고도 풍부한 의미들을 발견해내는 그의 세심한 관찰력과 지적인 감수성은 위에서 언급한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에 못지 않다. 또한 9편으로 구성된 각 글마다 유명한 작가와 화가 한두 사람씩을 여행의 안내자로 내세워 그들의 작품에서 빌려온 글들과 그림들을 자신의 견해를 펼치는 근거로써 다수 인용하고 있는데, 그 적확함과 풍부함은 놀라울 정도다. 여기에 소설가 못지 않은 감각과 상상력이 더해져서 그의 문장들은 활달하게 뻗어나가면서도 거의 틈이 없다. 글의 전환이 잦아서 자칫 미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관통하고 있는 정연한 논리가 아리아드네의 실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어서, 독자들은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알랭 드 보통이 안내하고 있는 이 특별한 여행에 동행한 것은 나로서는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 여행의 기억이 오래 갈 수 있도록, 그리고 이 짧은 여행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알랭 드 보통 전작 읽기에도 그 영향이 오래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여기 그 짤막한 여행기를 남긴다.



c*****t 2011.04.20. 신고 공감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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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책을 들고 떠나는 여행
"[여행의 기술] 책을 들고 떠나는 여행" 내용보기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 일상적으로 생활해온 터전인 집이나 직장 또는 그곳을 거쳐가는 곳에 있는 익숙한 풍경들과 그 삭막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게 첫번째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풍경을 보고 익숙함에서 벗어난 새로움 때문에 그 새로운 곳을 자꾸 가려는 마음이 생긴다. 마음이 답답하고 가슴속에서도 그 답답함으로 인해 일상이 너무나 지겨울때 훌쩍 내가 전혀 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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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하는 이유.
일상적으로 생활해온 터전인 집이나 직장 또는 그곳을 거쳐가는 곳에 있는 익숙한 풍경들과 그 삭막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게 첫번째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풍경을 보고 익숙함에서 벗어난 새로움 때문에 그 새로운 곳을 자꾸 가려는 마음이 생긴다. 마음이 답답하고 가슴속에서도 그 답답함으로 인해 일상이 너무나 지겨울때 훌쩍 내가 전혀 속해 있지 않은 곳으로 떠나고픈 마음이 많이 든다. 아마도 몇개월에 한번씩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낯선 곳에서는 비슷한 건물을 보아도 새로운 느낌이 들고 그곳의 나무들도 새삼 가슴속에 깊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난 여행을 좋아하고 또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의 여행을 동경한다.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 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  171~172페이지 중에서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인 이 책 <여행의 기술>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나의 그런 마음들을 확인했고 또 많은 부분을 공감하기도 했다. 작가가 여행한 곳은 책속의 어떤 인물 이를테면 예술가들이 벌써 몇세기 전에 여행한 곳으로 그들이 그곳에서 새로운 걸 느꼈던 기분들이나 풍경의 새로움을 나타낸다. 그들의 시와 그림등으로 예를들어 자신의 마음과도 곁들어 써낸 책이다. 작가의 책에서 또다른 이의 다른 책들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 챕터에 여행지의 장소와 그 곳을 여행했던 안내자를 정해 여행지와 그들이 느꼈던 이야기들을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화가들의 그림 또는 안내자인 시인의 작품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떠나고 도착하는 장소도 사랑했지만 대양을 가로지르는 배들을 그 어떤것보다 특히 사랑해 '배를 볼때 느끼는 심오하고 신비한 매력'에 대해 썼던 보들레르를 따라 하는 여행과, 에드워드 호퍼의 휴게소와 기차안에 홀로 앉아 외로움을 달랬던 그림들. 그리고 플로베르의 루앙을 떠나 이집트에서 마음의 행복을 찾았던 동양에 대한 동경과 사랑은 그의 정체성의 일부를 이루지만 그 자신의 사회에서는 거의 공감을 얻지 못했던 관념과 가치들을 지지해 주었던 곳이었다.

그 어떤 챕터보다 나의 마음을 깊이 빼앗겼던 챕터가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지냈던 프로방스의 여행지이다. 프로방스는 반 고흐가 동생 테오와 함께 파리에서 2년간 지내다가 '남부를 그리고' 싶었고, 자신의 작품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이 남부를 '보도록' 돕고 싶어 그림을 그리러 온 곳이다.


우리가 관객으로서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장면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특정을 그 화가가 골라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화가가 어떤 장소를 규정할 만한 특징을 매우 예리하게 선별해냈다면, 우리는 그 풍경을 여행할 때 그 위대한 화가가 그곳에서 본 것을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  260~261페이지 중에서

반 고흐는 프로방스에 있던 사이프러스를 보며 다른 화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고 그림을 그린다. 해가 내리쬐는 풍경에 검정을 흩뿌려놓은 것 같은 흥미로운 검은 색조라고 할수 있는 그런 <사이프러스>와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을 그린다. 그 그림을 본 저자는 사이프러스가 미스트랄 속에서 독특하게 움직이는 것을 살펴보며 그 사이프러스의 풍경에 감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 고흐가 동생에게 계획중인 초상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나 자신을 강력하게 표현하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것을 정확하게 재생하려고 하는 대신 색깔을 좀 더 자의적으로 사용해보려고 해나는 그림속에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고마움, 나의 사랑을 집어넣고 싶어. 라고 말했던 그의 레몬빛 금색으로 칠해졌던 그의 그림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그 색채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강렬함을 책에서는 흑백으로 볼수 밖에 없어서 조금 안타까웠다. 그림과 사진들이 칼라로 나왔다면 더 좋았을 걸. 그 그림과 사진에서 느끼는 것을 더 많이 느낄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저자가 이처럼 여러 예술가와 더불어 우리를 안내했던 이 아름다운 여행지를 여행하는 행복하고 설레이는 꿈을 꾼다. 쉽게 가볼수 없는 곳이라 더 안달하는 기분도 느껴진다. 마음이 두근거리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0.11.13. 신고 공감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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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여행을 떠날까?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날까?" 내용보기
매우 가벼운 글쓰기임에도 다소 '염세적'이라거나 '신경질적'이라는 단어로 대표할 수 있는 '보통' 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책.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해 보겠다는,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되서 돈을 벌어보겠다던지, 한 번 떠 보겠다는 시중의 많은 여행관련 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이 갑갑한 '일상탈출'의 방법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이 '여행'이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날까?" 내용보기

매우 가벼운 글쓰기임에도 다소 '염세적'이라거나 '신경질적'이라는 단어로 대표할 수 있는 '보통' 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책.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해 보겠다는,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되서 돈을 벌어보겠다던지, 한 번 떠 보겠다는 시중의 많은 여행관련 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이 갑갑한 '일상탈출'의 방법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이 '여행'이다. 물론 그것도 시간과 돈이 허락할 경우의 이야기이겠으나... 여행은 보통 2가지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아름답거나 또는 경이로운 자연을 접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으로, 세상에 염즘을 느낀다거가, 무언가 중대한 인생의 방향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거나, 스스로에게 편안하고 충분한 휴식을 줄 자격이 있다고 믿는 경우에 종종 선택되는 여행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낮선 사람, 낮선 문화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이 경우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 기인하거나, 세상이 얼마나 넓고 또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지 알아야 남은 인생을 더 잘 살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믿음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여행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건, 또 어디를 어떤 식으로 여행하건 여행 그 자체의 행위보다는 여행자 스스로에게 그 여행이 갖는 의미가 더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좋은 느낌의 여행''그렇지 않은 느낌의 여행'이 존재할 뿐 객관적으로 '좋은 여행지''나쁜 여행지'가 따로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만큼 여행이라는 것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면,  '좋은 여행지'를 추천하는 많은 책들보다, '여행의 자세 및 기술'에 대해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 이 책의 '존재가치'는 기존 여행서의 그것을 뛰어넘는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아주 사소한 이국적 정격에 깊은 인상이나 강렬한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러한 반응을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할 지 난감했다. 남의 것이 무조건 커보이고 좋아보이는 피해의식에 기인한 '문화 또는 정서적 사대주의'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스스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애써 결론을 그런 쪽으로 몰지 않으려 꼬리를 무는 생각을 외면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보다 그럴싸한 변명을 찾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았다.

 

강의 이편에서 저편을 보면, 그 안에서 느껴지는 노골적 현실을 못 볼 수 없다. 길거리를 걷는 '일상' 속의 사람들의 얼굴을 어둡게 물들인 고민을 알 수 없고, 심각할 수 있는 사회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도 체감하지 못한다. 반면 그 안에 있으면 거의('절대'라는 말을 쓰고 싶지만^^)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자기 얼굴모습이나 표정을 거울이 아니면 절 대 볼 수 없듯이 [거울을 통할 경우 사람들은 다양한 표정을 거울 앞에서 연출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모습 중 아주 일부 밖에(어쩌면 가장 보고 싶은 모습) 볼 수 없다] 그 곳에 '소속'된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일부가 되어버린 일상의 정경을 '생경한 눈'을 통해 볼 수 없지만, 소속되지 않은 '이방인'은 너무 자연스럽게 그 '생경함'을 접할 수 있다는 논리. 이는 비슷한 처지에서 서로 남의 집이 좋아 보인다거다 남의 회사의 근무환경이 더 좋아보이는 일상적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이런 '깊은 인상''강렬한 유혹'을 평범함과 일상적 모습이 품은 풍부한 의미를 찾았을 때의 희열에 대한 '반응'이라 하면, 내 인생의 깊이를 더하고 세상과의 교감을 넓힌 '자각의 경험'으로 얼마든지 좋은 평가를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흔히들 '파도''물줄기'로 표한하는 나를 둘러싼 세상의 변화에서 아무런 '자각적 경험'을 꺼내지 못한다면, 그래서 요동치는 바다 위에 '까닥거리는 코르크마개'처럼 떠 있기만 한다면, 인생이 너무 재미 없고 그래서 불쌍해 보일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해봤다. 너무나 '길들여진 일상'이어서 그러한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 아무래도 어렵다면, 여행을 통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이것으로 나의 '여행'에는 또 하나의 정당성이 부여되었다.  이제 나의 '여행하려는 동기'에는 또 하나의 날개가 달렸다. 이젠 떠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남극이 되었건, 적도의 밀림이나 삭막한 사막이 되었건, 나의 침실(혹은 서재)이 되었건 간에 말이다^^



p***i 2009.12.26. 신고 공감 3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