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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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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잡지사(소설 속 설정으로는 <타임>을 능가한다는군요)에 몸담은 중견 언론인이 된 한 남성은 자신의 분수에 넘는 멋진 여성과 결혼합니다. 아내쪽 집안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기에 더 의미 있는 결합이 된 이들은, 여러 고비를 넘기고 탄탄한 가정을 꾸려가며 닐이란 이름의 귀여운 아들까지 둡니다. 어느 날 아내는 웬 침입자의 손에 죽고, 한 청년이 용의자로 지목되어 유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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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잡지사(소설 속 설정으로는 <타임>을 능가한다는군요)에 몸담은 중견 언론인이 된 한 남성은 자신의 분수에 넘는 멋진 여성과 결혼합니다. 아내쪽 집안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기에 더 의미 있는 결합이 된 이들은, 여러 고비를 넘기고 탄탄한 가정을 꾸려가며 닐이란 이름의 귀여운 아들까지 둡니다. 어느 날 아내는 웬 침입자의 손에 죽고, 한 청년이 용의자로 지목되어 유죄 판결을 받으며, 이제 그 사형 집행을 불과 몇십 시간 앞둔 상황입니다.

아내의 죽음이라는 비극이 벌어지고 꽤 시간이 흐른 터라, (독자 입장에서 좀 어이가 없지만) 남자는 샤론이라는 미모의 젊은 여성과 새로운 감정이 싹튼 형편입니다. 당연하지만 꼬마 닐은 이 여자를 반길 리 없습니다. 얄궂은 건, 이 남자는 그런 참극도 겪고 한 처지라, 이 사건을 계기로 대두된 열띤 사형 찬반 논란에서 찬성 측에 섰고(그 직업이 언론인임을 다시 상기해 둡니다), 저 샤론은 젊은 기자로서 반대 진영에 섰다는 사실입니다. 둘은 TV 프로그램에 나와 대립하는 패널 노릇도 하는데, 공과 사를 물론 준별할 필요가 있겠으나 이 둘의 관계 발전은 납득이 안 되며, 그나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 더 이상의 만남을 중단하려는 샤론은 사고 방식이 정상이라고나 하겠습니다.

빈 집에 아이(닐)를 돌보러 간 샤론은, 때맞춰 칩입한 괴한의 손에 아이와 함께 납치되고, 그랜드 센트럴 역(배경이 뉴욕임) 후미진 공간에 감금됩니다. 역사가 크긴 하나 이처럼 관리 당국의 눈길을 벗어난 장소가 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저 멀리 중서부 네브래스카에서 한평생 교사 생활을 하다 퇴직한 후 뜬금없이 대도시에서 노숙자 생활을 (좋아서) 시작했다는 어느 노파의 등장과 개연성 없이 엮이는 진행도 황당하더군요.

이야기는 이 납치범의 정체와 동기가 과연 무엇이며, 그 모친과 변호사가 필사적으로 구명하려 드는 젊은 사형수의 운명과는 무슨 관계인가 하는 쪽으로 독자를 몰고 갑니다. 스포일러까지도 아니고 누구나 예측 가능하듯 납치범은 저 언론인의 아내를 죽인 진범이며, 이제 이 자의 행방을 추적하는 경찰과 남편의 필사적인 노력이 어디서 결실을 보느냐로 소설의 후반이 채워집니다. 닐이 당연히 자신의 어머니 살인범과 이 납치범이 신원이 같음을 깨닫고 샤론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독자도 분명해지는 상황에 접하겠고요.

날렵하게 뼈대만 추리고도 미학적으로 같은 효과를 냈을 텐데(위에 적은 줄거리만 봐도 왠지 기대를 부르는 내용이죠? 그런데..) 괜히 시간적 순서만 마구 섞은 채 앞에서 이미 나온 얘기를 반복하는 느낌이고, 쓸데없이 이름만 소개되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습니다. 진범이 롬멜이니 르나르니 하는 인문 교양을 대체 어디서 습득해서 과시적으로 써먹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불충분하고, 여성 어시스턴트 프로세큐터(역시 아무 쓸데도 없이 딱 한 장면에만 나와 분량을 메꿉니다)와 사랑에 빠졌다는 변호사는 자기 이익만 챙기느라 피해자의 가족에 무슨 피해를 끼치는 줄도 모르고 짜증스럽게시리 폭주합니다. "당신이 어제 당신의 아들의 행방에 대해 내게 알려주지 않을 권리는 없었어!" 무능한 주제에 남 생각도 안 하고 변호사라고 설치는 이런 놈은 저라면 바로 패 죽였을 것 같네요. 급한 마음은 이해 못 하는 바 아니지만, 변호사라면 법과 절차와 순리를 더 우선시해야 할 것 아닙니까?(그 모친이 그러는 건 뭐 동정이 가기도 합니다만)

번역 역시 문장이 명료하지 않고 주어의 생략이 많아 가독성이 나쁩니다. 번역만 나쁜 게 아니라 원작 자체가 대단히 슬로피한 체제 같은데, 이건 원서를 안 읽은 터라 뭐라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끝에 가면 뭐가 있겠거니 기대를 걸고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깝네요. 단, 몇 년 후 토머스 해리스 같은 작가가, "당신이 공기처럼 무심히 보고 지나친 이런저런 인생들이 느닷없이 당신 삶에 끼어들어와 모든 걸 망칠 수 있음"이란 주제로 써낸, 여러 완성도 높은 스릴러들에 어느 정도 영향은 줬겠거니 하는 의의는 지적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이 오래된 판이라 이후 맞춤법이 바뀌어서 텍스트를 수정한다든지 할 경우 폰트가 달라지는 게 있는데요. "끼여들었다" 같은 건 명백히 고친 걸로 보이는 텍스트가 여전히 틀린 표기법이니 읽는 입장에서 어리둥절했습니다.

v*****7 2016.11.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