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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에 읽는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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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책을 읽으며 간접적으로 융을 접할 기회가 늘었다. 얼마 전에 읽은 “사람vs사람”의 저자도 융을 추종하는 정신과의사로서 융의 많은 개념을 차용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을 분석하였고, 일본의 사상가 가와이 하야오도 융 학파라고 했다. 책을 몇 번 읽었던 프로이트에 비하면 융에 대해서는 프로이트의 제자였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시피 했는데 사람의 인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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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책을 읽으며 간접적으로 융을 접할 기회가 늘었다. 얼마 전에 읽은 “사람vs사람”의 저자도 융을 추종하는 정신과의사로서 융의 많은 개념을 차용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을 분석하였고, 일본의 사상가 가와이 하야오도 융 학파라고 했다. 책을 몇 번 읽었던 프로이트에 비하면 융에 대해서는 프로이트의 제자였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시피 했는데 사람의 인성을 ‘외향적, 내향적’으로 분류하는 방식이 융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융을 다룬 책을 찾게 된 것이다. 제목으로 보나(아무리 집중해도 나로선 30분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는다는 것이 무리였지만) 책 크기로 보나 읽기에 부담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번역도 잘 되어 있고 삽화가 곁들여져 있는데다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짧은 문장들로 내용이 요약 되어 있고 전문가인척하지 않는 문체가 ‘전문서적’보다는 ‘참고서’같은 느낌을 주었다. 예컨대 어려운 개념을 예를 들어가며 술술 풀어 쓴 누드교과서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일치시켜나가는 것을 개성화라고 했는데 이것이 융의 심리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전통윤리”를 정리하면서 본 주역과 비슷하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융은 여러 종교와 학문을 탐색하면서 자신의 이론과의 공통점을 찾음으로써 학문적 토대로 삼을만한 요소들을 찾곤 했다고 하는데 과연 주역도 그 연구 대상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의 이론의 전체를 흐르고 있는 것은 일종의 ‘조화’인 것이다. 남성에게는 여성적 성향인 아니마가, 여성에게는 남성적 성향인 아니무스가 있어서 무의식 속에서 특정 성향의 독주를 막고 균형을 찾으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내향적, 외향적 성향이나 사고, 감정, 감각, 직관과 같은 성향은 그가 제시한 인성 분류법이고, 사람은 어느 정도 한쪽에 치우친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개성화 과정을 통해 치우치지 않은 성격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한 조화를 위해 영적인 것을 대단히 중시한다. 프로이트가 그의 이론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풀어갔던 것을 생각하면 융과 프로이트는 같은 분야를 연구했으면서도 반대편에 위치했던가보다. 종교적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었을 텐데 융은 신도 인간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이 개성화 하듯이 발전해나간다고 했다. 인간에게 죄의 가능성도 준 것이나 욥에게 시험을 허락하면서도 계속적인 사랑을 요구했던 모습, 계시록에 그려진 심판 날의 신의 분노와 같은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많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수량화된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영적인 것을 중시하는 그의 이론들이 받아들이기 불편했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아마도 그의 이론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일 것이다. 카리스마적 영감을 가졌던 융, 평생에 걸쳐 고집스럽게 한 방향으로 향했던 그의 관심과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신은 내향적 직관 유형으로 분류되는 그의 인성적 성향으로 인한 것이었으리라 짐작해본다. 내향적 직관 유형이 ‘오늘날에는 이상한 사람으로 버림받는’다던 그의 말은 어쩌면 자신을 향한 것이었을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o****2 2005.08.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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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간의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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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을 단 30분만에 이해하려 드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게다가 융은 거의 한 세기에 걸친 시간동안 심리학계에선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그런 그를 30분 동안 만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가볍게 쓰여진 만큼 술술 읽을 수 있지만, 읽고 나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기억할 수 있느냐는 이 준비운동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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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을 단 30분만에 이해하려 드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게다가 융은 거의 한 세기에 걸친 시간동안 심리학계에선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그런 그를 30분 동안 만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가볍게 쓰여진 만큼 술술 읽을 수 있지만, 읽고 나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기억할 수 있느냐는 이 준비운동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리학'하면 으레 우리는 프로이트를 떠올린다. 지난 20세기, 정신분석학이 인류에 끼친 어마어마한 영향을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프로이트를 향한 비판 역시 존재했다. 그의 이론은 모든 것을 생의 초기로 환원시켜 버렸다. 과거 어느 한 시점, 해결되지 못한 갈등이 남아 있어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그의 이론은 현재의 중요성을 반감시켜 버린다. 게다가 그의 이론은 지나치게 성에 집착한 나머지, 인류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는 여성은 실로 어설프게(?) 다루었다. 모든 여성은 잃어버린 남근을 선망하는, 남성이 되길 갈망하는 존재이다. 게다가 인간의 모든 행위는 성과 연결되어 있다. 내가 지금 여드름을 짜내는 행위마저도, 여드름이 빠져나간 후 생기는 분화구(?)를 프로이트는 남성의 성기를 받아들이기 위한 구멍으로 해석한다. 너무도 좋은 피부를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나머지 여드름과 자주 사투를 벌이는 나는 프로이트가 볼 때 섹스를 하고픈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_- 융의 이론은 프로이트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인간의 발달단계를 생각하고, 잠재된 무의식의 영역마저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등의, 이론의 뿌리는 거의 프로이트로부터 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융은 앞서 내가 언급한 프로이트 이론이 갖는 단점들에 주목했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였다. 그는 인간은 삶 전반을 통하여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며, 프로이트처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현재의 갈등을 다룰 수 있다고 믿었다. 모든 에너지가 성과 관련되는 것 역시 아니라고 보았다. 처음에는 프로이트의 '리비도'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머지 않아 그는 '정신적 에너지'라는 자신만의 용어로 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프로이트에 기반한 듯했던 그의 이론은 점차적으로 프로이트로부터 멀어졌다. 그는 프로이트를 부정함으로써 프로이트보다 좀더 앞으로 나아갔으며, 정신분석 이론의 기본을 비판함으로써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는 다른 분석심리학을 탄생시켰다. 진보를 위해 필요한 변증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여전히 융보다는 프로이트에 익숙하다. 하지만 융은 인간의 성격을 내향적/외향적으로 구분했고, 아니마, 아니무스, 페르소나 등 한 번 정도는 들어보았을 법한 용어를 사용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MBTI 검사는 하면서도, 검사에서 성격을 나누는 기준을 만든 사람이 융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융의 (집단무의식에 관한) 이론은 서양과는 다른 문화를 가진 우리에게도 잘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융의 이론이 과학적이기보다는 사변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연금술, 점성술 등 신비주의적인 분야에 관한 그의 관심은 한평생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짐으로서 그는 과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이 소유한 다채로움(?)마저도 자신의 이론을 통한 증명을 시도하였다. 후대 사람들에게는 비과학적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넘치는 에너지로 인해 그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부분까지도 과학 안으로 포섭하려는 노력을 그칠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30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융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대충 이해할만 하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어제 내가 꾼 꿈의 의미가 궁금해졌고,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어졌다. 의문이 그치지 않아 괴로워하는 찰나에 책의 앞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캐리커처와 눈이 마주쳤다. 입이 살짝 위로 올라간, 마치 '쌤통이다' 고소해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평생을 연구했지만 그의 긴 삶도 모든 것을 밝혀내는데는 짧았음을 잘 알고 있기에, 나의 물음 역시 해결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q*****2 2005.10.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