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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패전의 공허함을 딛고 일어선 미우라 아야꼬의 회고록' - 길은 여기에
"'일본 패전의 공허함을 딛고 일어선 미우라 아야꼬의 회고록' - 길은 여기에" 내용보기
정체성이 혼란에 빠지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누구나가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경험하는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고, 즐겁게 살고, 그럭저럭 살만하다고 여기며 사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삶 자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어느 정도 듣는 듯 하다가도 생각이 자신이 이르지 못한 지점에 다다르게
"'일본 패전의 공허함을 딛고 일어선 미우라 아야꼬의 회고록' - 길은 여기에" 내용보기

 정체성이 혼란에 빠지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누구나가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경험하는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고, 즐겁게 살고, 그럭저럭 살만하다고 여기며 사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삶 자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어느 정도 듣는 듯 하다가도 생각이 자신이 이르지 못한 지점에 다다르게 되면, '넌 생각이 많아서 문제야.'하고 둥글둥글 살아갈 것을 권한다.

 

 모르겠다. 아직은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고만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다. 고민하는 쪽보다 고민하지 않는 쪽이 더 삶의 진실에 가까이 있을 수도 있고, 단지 고민하는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먼저 고민하게 된 사람이 고민하지 않은 사람의 경박함을 탓하거나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고민하는 사람을 배척하는 양자 모두가 잘못된 태도일 것이다. 

 

 어떤 문인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한 인간으로서의 고독과 사람을 대하는 것의 무게감을 깊이 인식하며 고민했다고 하지만, 내 경우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된 것은 스무살 즈음이 아닌가 한다.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실재하는 힘에 의해 부분적이나마 파괴당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나는 어느 것이 옳은가, 어떤 길을 가야 하며, 어떻게 그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미우라 아야꼬가 일본의 패전이후 과거 일본과 미군정 하 일본의 가치관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했던 것과 유사했던 것 같다.

 

 이 시대를 바라보면 요즘과 같이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외견상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가볍게 인생을 살아가는 시대가 있었는가 회의가 들 정도이다. 어느 덧 모더니즘적 가치에 대한 상실이 물질이라는 가치로 대체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작년에 강상중 교수가 쓴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을 마주했을 때 고민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패전 이후 초등학교 교사였던 미우라 아야꼬는 과거와 상반된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것이 옳은지 알지 못하는데, 그것을 가르친다는 것이 비양심적이라 생각하고, 이전에 잘못된 것을 가르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학생들에게 큰 죄책감을 느낀다. 어느 것이 옳은지도 알 지 못한 채 가르쳤던 자신의 무지에 대해서도 자책하는 마음이 컸다.

 

 때마침 폐결핵이 걸려 쓰러진 미우라 아야꼬는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아도 됨에 오히려 안도한다. 병상에서 허무주의 혹은 마르크스주의에 빠진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 보지만, 미우라 아야꼬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그러한 그녀에게 마에카와 다다시와의 만남은 구원의 손길과 같다.

 

 이후 이야기는 미우라 아야꼬가 어떻게 마에카와 다다시를 통해 기독교에 입문하게 되고, 생에의 희망을 찾게 되는가를 그리고 있다. 일종의 신앙회고록 혹은 간증문이라 명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속에는 마에카와 다다시와의 사랑, 그의 죽음 이후 미우라 미쯔요와의 만남에서 결혼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많은 비기독교인들이 미우라 아야꼬 기념관을 찾는다고 한다. 유명한 소설 '빙점'의 대히트 덕분이기도 하겠으나 패전 이후 일본인들의 공허감을 대변한 그녀의 구도자로서의 삶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어쨌거나 이 소설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자전소설이다. 그러나 만약 기독교인의 생각이 궁금하고 지식인으로서 기독교에 입문한 사람의 신앙회고록을 듣고 싶다면 다른 책들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요즘 세속에 물든 기독교인들을 욕하고 싶거나, 경박한 연애와 결혼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신앙 좋으면서 부족한 자신을 돌보아줄 남성를 찾는 여성 기독교인에게는 비추천한다. 그러나 성숙한 인격을 갖춘 신앙인으로 거듭날 필요성을 느끼는 나같은 남성 기독교인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

 

P.S. 1 지성문화사 최봉식 역은 번역이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이 밖에 홍신문화사와 범우사에서 이 책을 번역했으나, 현재 개정판을 내놓는 출판사는 여기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서점에는 홍신문화사 판이 있으니 그 책을 사기를 권한다. 이 밖에 설우사에서 나온 예전 책들도 있는데, 평을 보니 지성문화사 번역본보다는 그 책들이 나은 것 같다. 옛날 할아버지들이 번역한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다, 디자인이나 종이 질도 불만족스럽다. 이렇게 좋은 책을70-80년대 부흥회에서나 팔만큼 조잡하게 만들다니... 미우라 아야꼬 특유의 여성스럽고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수작이니, 책을 내 주는 것만도 감사해야하겠지만, 아쉬운 마음 가득하다..

 

P.S. 2 이 책은 미우라 아야꼬 자전 소설 3부작 중 1부이고 2부인 '이 질그릇에도'는 그녀의 결혼생활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꼭 사서 보고 싶다.



YES마니아 : 골드 s*******1 2010.11.18. 신고 공감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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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아야꼬 그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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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사랑한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세심하게 아이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절대적으로 성전聖戰이라 믿었던 전쟁에 패하고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천황이 신이기에 신이 이끄는 나라는 패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녀의 나라는 패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알 수 없게 된 그녀는 더이상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노라 생각하여 선생직을 물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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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사랑한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세심하게 아이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절대적으로 성전聖戰이라 믿었던 전쟁에 패하고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천황이 신이기에 신이 이끄는 나라는 패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녀의 나라는 패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알 수 없게 된 그녀는 더이상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노라 생각하여 선생직을 물러난다.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나이 스물 셋 넷 정도 되었을까.

삼 개월 입원하면 퇴원할 수 있다며 시작된 투병된 투병 생활은 여자의 나이 마흔이 되도록 그녀를 병상에 붙들어 놓았다.

 

병자인 그녀는 병자인 한 남자를 알게 된다.

남자는 깨끗하고 곧으나 다정다감한 성품을 지녔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남자를 사랑했다.

이성 친구가 많아 뱀프, 요부라는 소리까지 듣는 여자였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았다.

남자는 독서에서부터 인생에 이르기까지 여자를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다정하게 하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사랑으로 가르쳐주고 이끌어주었다.

선생과 학생 같던 그들의 관계는 곧 연인의 관계로 바뀌었으나 그들의 사랑은 다른 사랑과 다른 점이 많았다.

남자는 지극히 절제했고 여자를 아껴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있어 인생의 빛과 같은 존재였다. 따뜻하고, 밝았고, 행복했다.

자살을 꿈꾸던 여자는 남자를 통해 자신에게만 향하던 눈을 타인에게로 향해 그들을 껴안고 보듬을 수 있게 변화된다.

 

하지만, 그를 통해 겨우 살아갈 의미를 알게 되고 신을 알게 되었는데, 가장 행복한 순간 신은 그를 거두어가신다.

그가 죽고 열흘간 그녀의 잠자리에서는 늘 곁에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그것이 남자의 숨소리이리라 생각했다.

천국으로 가기 전 그녀가 걱정이 된 그가 그녀의 머리맡을 지켜준 것이라고 ..

 

그리고 얼마의 세월이 지나 그녀 앞에 다른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녀를 비롯한 사람들은 놀란다. 그는 여자가 사랑했던 그 남자를 얼굴에서부터 성격, 취향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닮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의 처지와 지난 남자의 그림자를 그에게서 찾는것이 아닌가 하는 망설임에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

 

 

 

 

 

 

아랫분께서 말씀하셨듯 나도 이 책을 읽고 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을 살았던 미우라 아야꼬의 이야기이다.

쓰시는 소설들이 모두 퍽이나 드라마틱한 전개를 자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소설은 그녀의 삶의 반영이었나보다.

높은 하이힐을 신고 발랄한 도시의 불빛 아래 상큼한 미소를 한창 자랑할 나이의 십여년을 미우라 아야꼬는 꼬박 병상에서 지낸다.

남과는 많이 달랐던, 처절하고 (일반적인 인식으로 보았을때) 괴로웠을 그녀의 삶이 안그래도 보통 사람과는 달리 예민한 촉수와 허무의식을 지닌 그녀의 성격과 어우러져 그토록 깊고 날카로운 인간과 삶에의 성찰을 가능하게 했나 보다.

 

누군가가 자신을 키운 것은 팔 할이 바람이라는 이야기를 했던가. 미우라 아야꼬를 키운 것은 팔 할이 고통이었다.

고통은 언제나 환영받지 못하는, 거절하고플 따름의 불청객이지만, 고통의 의미와 하나님이 고통을 허락하시는 이유를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커텐을 걷고 응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을, 다소 낡은 말로 '순애보'를 보며, 그리고 그를 통해 변화해가는 미우라 아야꼬를 보며, 다소 경시하며 회의를 품어 왔던 남녀 간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게 들려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보며 놀랍기도 했다.

어쩌면 일찍 떠나버렸기 때문에 미우라 아야꼬의 기억 속에서 일종의 미화가 일어났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만큼 남자의 사랑은 아름답고 또 드물기에 더더욱 진귀함의 빛을 발하는 그런 사랑이었다.

 

인생에 있어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시련이라 할 수 있었을 십여 년의 세월을 대부분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책이다.

자서전이라 하면 일면 딱딱한 느낌이 날 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연애담>으로 읽어도 무방한 색채를 띠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미우라 아야꼬의 삶에서 파생(?)되어 나오게 된 그녀 작품의 여러 요소들도 가끔 이야기되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또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가령 빙점의 요꼬가 약을 먹고 사흘 잠을 자는 발상이 미우라 아야꼬의 인생 경험 중 어디서 나오게 되었는가 하는 것들이라거나)

 

한마디로 감동적인 책이었다. 소설을 읽다가 감정이 먹먹해질 경우 '괜찮아, 이건 지어낸 이야기일 따름이야.' 라며 스스로를 달랠 수 있지만 이 책은 실화였기 때문에 막막해지고 슬퍼지고 행복해지고 어찌할 수 없이 떨리는 가슴을 어떻게 달래기가 힘들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의 먹먹함이 다시 한번 왈칵 쏟아진다. 아 .. ㅜㅜ 정말 추천하고 싶다.

 

아참, 한 가지 주의사항을 덧붙이자면 미혼 여성들은 이 책으로 인하여 눈이 하늘 끝까지 높아져 시력이 어지간히 좋지 않은 이상 지상에 발붙이고 사는 지극히 일반적인 남자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현실을 직시하자. 마에까와 다다시같은 남자 기다리다간 영영 시집 못갈지도 모른다 ^^;

j********e 2009.01.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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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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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미우라 아야코의 사랑이야기 그녀가 폐병에 걸려서 같은 폐병에 걸린 남자를 사랑하지만 결국 그가 죽고 거의 10년간 기나긴 투병생활 동안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한남자를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미우라 아야코를 존경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몇년전에 신문에서 미우라 아야코의 부고를 읽으며 절로 눈물지으며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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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미우라 아야코의 사랑이야기

그녀가 폐병에 걸려서 같은 폐병에 걸린 남자를 사랑하지만 결국 그가 죽고 거의 10년간 기나긴 투병생활 동안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한남자를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미우라 아야코를 존경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몇년전에 신문에서 미우라 아야코의 부고를 읽으며 절로 눈물지으며

그녀를 추모하는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l***e 2008.11.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