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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얼어붙은 강물에 빠졌다가 살아나온 유년의 강렬한 체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은 살아남아 꿈을 꾸고 싶었기에 악착같이 살아난 운명이었으며, 그 체험으로 운명보다 더 지독해져야 하는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 깨달았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작가는 그러한 꿈과 생명력을 만끽하고 싶었을 것이지만, 순례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냥 한 번 가봐.”라는 말을 전한다고 한다. 순례길의 의미는 길 위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기에. 이 책을 읽기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이 책은 아주 친절하게 순례길에 대한 용어와 순례길의 역사에 대해 알려준다. 산티아고=성 야고보, 부엔 까미노=좋은 순례길(순례자들의 인사), 뻬레그리노 = 순례자, 크레덴시알 = 순례자 여권. 이러한 말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의 초입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순례자들과 주민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작가가 느꼈듯이 그들의 열린 마음과 환대에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작가에게 큰 울림을 준 오 세브레이로 성당에 걸린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순례자의 기도문(158-159쪽)이다. (비록 내가/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동에서 서로 모든 길을 걸었다 해도/ 나 자신이 되는 자유를 찾지 못했다면/ 나는 그 어느 곳에도 도착한 것이 아닙니다... ) 결국 순례길의 의미는 자유, 용서, 일치, 사랑을 실천하는 것으로 완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순례길을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다시 일상으로!’ (164쪽)라는 화두를 얻었다 한다. 오랜 준비를 하여 떠난 그 고단하고 긴 여정의 끝에서 느낀 것이 ‘다시 일상으로’였다니. 저자가 ‘유레카’라고 외치고 싶었던 순간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었다. 유레카의 순간에 뒤이어 도착과 출발, 어제와 오늘, 순간과 영원, 대지와 하늘... 모든 것들이 맞닿아 있다는 말과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가 이어진다. “하나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너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순간 속에 영원을 붙잡아라.”(165쪽)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나서, 피정을 마치고,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항상 일상으로 돌아온다.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떠나지만 결국 행복의 파랑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 사랑을 실천하며 용서와 일치의 삶을 살면 내면의 자유를 얻게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정성껏 찍은 사진들을 통해 여행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보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는 일은 뭔가 거창하고 모호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느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다른 세상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그 길이 언젠간 나의 버킷리스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부엔 까미노.”라는 인사를 건넬 수는 없지만, 일상 안에서 “고마워.”, “사랑해.”라는 축복의 말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싶다. ‘다시 일상으로’라는 깨달음을 전해준 이 책 덕분에 올해 성탄을 더 뜻깊게 맞이한 것 같아서 기쁘다. 조만간 작가가 운영하는 서점에 들러 책 속에 소개된 ‘숀탠’의 ‘도착’이라는 그림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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