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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이 모토지로 -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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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책을 읽는다고 해놓고, 첫 단원만 읽고는 그대로 내팽개쳤다. 재미없다... 재미없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우울하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그러다 어제 오후 집 앞, 오랫동안 자르지않은 처녀의 긴 생머리처럼 아파트 담장 밑으로 길게 뻗어나온 장미가지를 보게 되었다. 장미는 여름꽃이므로 아직 개나리나 진달래처럼 물기 가득한 잎을 무성히 내밀지는 않았지만,
"가지이 모토지로 - 레몬" 내용보기
레몬 ★★★★★   책을 읽는다고 해놓고, 첫 단원만 읽고는 그대로 내팽개쳤다. 재미없다... 재미없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우울하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그러다 어제 오후 집 앞, 오랫동안 자르지않은 처녀의 긴 생머리처럼 아파트 담장 밑으로 길게 뻗어나온 장미가지를 보게 되었다. 장미는 여름꽃이므로 아직 개나리나 진달래처럼 물기 가득한 잎을 무성히 내밀지는 않았지만, 그 막대같은 장미가지가 왠지 사람 속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순간, "앗"하며 머리 끝이 쭈볏섰다. 장미 가시에 손가락이 베인 것이다. 꽃은 없어도 이미 장미는 가시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을 입 안에 넣고 빨다가 문득, 덮어놓은 책 "레몬"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남은 부분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가지이 모토지로는 1920년대 사람으로 서른 한 살에 폐병으로 죽은 사람이다. 폐결핵, 그것은 위험하다. 지금에는 이미 극복된 병 중의 하나이지만, 당시에는 결핵에 한 번 걸리면 완치가 어려운 병이었던 듯 하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크리스마스 씰이라는 것을 사게끔 선생들은 학생들을 은근히 협박반 유도를 했다. 우표도 아닌 것이 우표로 위장을 하여 우체통으로 들어가지도 못할 카드봉투를 장식했던 기억이 난다. 옛날에는 왜 그리 폐결핵에 걸려죽은 사람들이 많았을까...? 가지이 모토지로는 생전에 사십여편의 작품만을 남겼다고 한다. 그 중에는 미완도 있고, 습작도 있고, 초단편도 있고... (그 모두가 단편인 모양이다...) 대개의 작품을 생전에 동인지 형태의 잡지에 기고했었던 듯, 책의 말미에 출처가 뚜렷이 나와있다. 그는 작품을 쓰는 내내, 폐병을 앓았던 혹은 폐병을 앓는 시기에 비로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던 지... "레몬"에 나와 있는 대개의 작품의 소재는 그의 병 "폐결핵"과 관련이 되어 있다. 이 책, "레몬" 확실히 재미없다... 재미가 없을 뿐더러,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우울하게 만들면서도 눈물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졸립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이 과연 소설인가...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수필과 소설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이 단편의 사소설인 경우에는 경수필과 무엇이 다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거의 대개가 소설과 수필의 경계 사이에 교묘히 서 있다. "나"의 시점이 아닌 소설조차 "나"의 한계를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결론조차 소설로 인식할 만한 것은 거의 없다.   사람은 죽어 무엇이 되는가...? 죽는 것은 모두 똑같은데, 황금색 관짝에 들어가나 길을 가다가 차에 치어 죽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세상에 죽음이 행복한 사람은 없다. 시체는 남겨진 형태일 뿐, 죽음은 그 형태조차 남기지 않는다. "가지이 모토지로" 그는 우울증에 걸린, 신경 예민한... 삶에 대한 구질구질한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죽음"을 기다리는 예비"시체"였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과, 그가 생각하는 삶과 죽음... 흡사 "폐결핵에 대한 보고서" 혹은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에 대한 보고서"랄까? 장면 장면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그는 세상의 모든 순간과 감정을 고스란히 가지고 가야겠다는 듯 사물과 생각에 대한 애착을 넘어선 정밀묘사를 하고 있다. 무의미하게 발에 채이는 길가의 돌이며 하릴없이 울고 있는 개구리며 심지어 겨울, 천장에 매달려 빙빙 돌고 있는 파리에 이르기까지 그에게는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고, 무의미 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소설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청승"이라던가 혹은 "동정"이라는 감정이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과 주변 풍경( 풍경이야말로 그의 소설묘사의 백미이다.)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 아마도 그가 죽기에는 너무나 젊은, 이십대의 청춘이었기에 그러지 않았는가, 한다. 죽어도 "찍"인 셈이다. 울음은 나지 않는데, 그냥 쓸쓸하다... 먼지같은 한숨을 내게 남겨주었다...   이 책은 한림에서 나온 것이다. 팔릴 것 같 않은 책을 정말 팔릴 것 같지 않게 만들어낸다... -_-;;; (이것도 재주다...-_-;;;) 시장바닥 아줌마들이 내놓는 시든 채소같은 표지를 가진 책들이 대개이다. 내용은 중하나 껍데기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그야말로 책을 위한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다. (모(한림)대학 일본학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출판사인 듯 하다) 나는 일어과와 일문학과의 차이를 잘 모른다. 하나는 언어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이라는 차이만 알 뿐이다. 내가 읽는 외국소설들이 일어를 전공한 사람들이 번역한 것인지 혹은 일문을 전공한 사람이 번역한 것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이 책 "레몬"을 읽으면서... 나는 번역자에게 내내 감동을 받았다. 원작이 형태가 어떠했는지는 알 수는 없으나, 그의 번역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작품이 되었던 까닭이다. 그만큼 "레몬"에 기울인 정성과 번역자의 문학적 역량이 눈에 띄일만큼 돋보였다. 번역이 아름다워 더욱 마음을 끌어당기는 책이다. 다만, 오타가 몇 개 눈에 띄었다... (한림에서 나온 책에서는 극히 드문 경우다)   목차   1.레몬2.성이 있는 마을에서3.어떤 마음의 풍경4.겨울날5.산길에서6.겨울 파리7.어둠 속의 풍경8.교미9.태평스런 환자10.세야마 이야기11.온천
h******g 2006.05.07. 신고 공감 2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