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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진공관 컴퓨터는 1946년 미국에서 개발한 애니악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컴퓨터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계산기들이 존재하였는데, 배비지의 차분기관은 단순히 기계적인 원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억장치와 천공 카드를 판독하는 제어장치를 갖추고 있었기에 오늘날 컴퓨터의 기본 구성과 유사한 점을 갖추고 있었다. 비록 전자식이 아닌 기계식이라는 방법을 취하고 있지만, 그가 고안한 차분기관과 해석기관은 현대의 컴퓨터의 기본 구성과 원리를 구현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배비지에 대한 설명은 과거 교과서라든지 컴퓨터의 역사에 대한 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이다. 그런데, 사실 컴퓨터는 그러한 하드웨어적 구성은 물론이거니와 그것들을 동작시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운영체제라든지 프로그래밍 언어가 바로 그러한 소프트웨어의 예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배비지와 동시대에 살았던 에이다 러브레이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애니메이터인 시드니 파두아는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에이다를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사실과 환상이 혼재하는 포켓 유니버스라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다중의 우주라는 개념을 통하여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흐름 중에서 가정(假定)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전제를 통하여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 분리한 것을 포켓 유니버스라 하는데, 시드니 파두아는 배비지가 실제 역사에서 완성하지 못한 해석기관을 에이다와 함께 완성한 새로운 공간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에이다의 삶은 물론이고 배비지가 그토록 고안을 하려다가 완성하지 못한 해석기관에 대하여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그로 인한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다, 당신이군요. 최초의 프로그래머>는 사실과 상상이 혼재하는 에이다와 배비지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동시대에 천재들이 활동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같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천재들이 직접 접촉하여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2차 세계대전 말기의 원자폭탄 개발이 아마 몇 안되는 그러한 사례라 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비지와 에이다의 만남은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오늘날 컴퓨터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계적인 방법으로 차분기관을 만들었고, 해석기관을 고안하려는 배비지와 해석기관에 대한 논문을 번역하면서 그에 대한 각주를 통하여 오늘날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연관된 개념들을 언급하게 되는 에이다의 만남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배비지와의 만남을 통하여 차분기관과 해석기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1943년 메나브레의 해석기관에 대한 논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에이다는 각주를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게 된다. 이는 오늘날의 컴퓨터의 동작 원리는 물론이거니와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과도 연관되는 부분이기에 흥미롭다. 예를 든다면 반복문(루프)와 조건문은 오늘날 프로그래밍에서 각종 알고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내용으로 볼 수 있고, 당시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에 대한 내용은 오늘날 컴퓨터의 기본적인 구조와 그대로 통하는 내용임을 알게 된다. 당시 차분기관 또는 해석기관이 기계적인 방법으로 동작하고, 계산하는 원리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기계적인 구성 요소와 계산 원리에 대한 분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였으며, 동시에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는 개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을 끝으로 추가적인 논문 발표를 하지 못하고, 배비지와 함께 해석기관의 구현에 매달렸지만 결국 완전한 구현에는 실패함으로써 그녀는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하였고, 1852년 36세에 암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녀가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한 조지 고든 바이런의 딸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러한 평가보다는 이 책의 제목처럼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알려져야 했기에 시드니 파두아는 자신의 상상력과 철저한 고증을 통하여 이 책을 완성한 것이라 생각된다. 역사와는 달리 배비지와 함께 해석기관을 완성한 또 다른 시간 공간에서 활약하는 에이다의 모습은 비록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허구이지만, 그동안 제대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그녀의 삶에 대한 보상처럼 느끼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역사에서 '만약 ~더라면'이라는 가정이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받을 수 있지만, 시드니 파두아의 에이다에 대한 묘사는 그러한 가정이 오히려 알려지지 않았던 에이다의 삶을 재조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실제 그러한 허구적인 공간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은 배비지와 에이다의 삶에 대한 그리 많지 않은 기록이지만, 그러한 기록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연결하고 있기에 그들의 삶의 모습과 업적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사실과 허구가 혼재되어 있기에 마냥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더구나 그래픽노블이라는 만화 형식으로 인하여 가볍게 접근한다면 다소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한 권의 책을 통하여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삶과 업적을 입체적으로 느껴보고자 한다면 충분히 소장하면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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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이노베이터》에서 과학기술의 혁신은 뛰어난 혁신가 한 사람이 아니라 협업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의 가장 진정한 창조성은 예술과 과학의 연결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인간-기계의 공생 시대에 인문과 과학의 융합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컴퓨터 쪽에서 보자면 예술과 과학의 결합을 체현한 대표적인 인물 중에 시인 바이런의 딸, 에이다 러브레이스(1815~1852)가 있었다.
저자가 묘사한 에이다(왼쪽)와 배비지
1840년 배비지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해석기관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공학자 루이지 메나브레는 2년 후 한 프랑스 학술지에 강의에 대한 요약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배비지의 강의를 꽤 깔끔하게 글로 옮기고 기관의 기본 구조를 약술한 기록이었다.
Computer History Museum(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소재)에서 시연된 차분 기관
두 사람은 해석 기관(Analytical Engine)을 만들고자 했으나 결코 완성하지 못했다. 차분 기관 역시 당시에는 일부만 작동했고, 배비지가 설계한 대로 완전히 구축된 것은 2000년에 와서야 가능했다. 현대식 컴퓨터의 기능을 모두 갖춘 최초의 컴퓨터는 1945년 11월에 완성된 ENIAC이다. *1890년 미국의 허먼 홀러리스가 천공 카드 기계를 만들었고, 이는 1911년 설립된 IBM의 모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