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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정말 좋은 책이라 기록해 둡니다. 전 같으면 "이거 보세요 여기에요" 수선 떨며 필사하고 페이지 번호 옮겨 적고 마치 내 글 마냥 난리를 피웠을텐데... 이젠 그런 동력마저 상실했음을 느낍니다. 고백하건데 전 뼛속까지 차디찬 냉소주의자 였습니다. 덕분에 그나마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고 살아왔다는 요상하게 꼬인 자부심(?)도 있었어요. 서 경식 선생님 책을 읽은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유고집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내면에 큰 반향은 없었습니다. 교토에 자주 드나들면서 그분이 교토 출신 이라서, 그리고 영국 작곡가 'Henry Purcell'을 언급하셔서 관심이 있었을 뿐입니다.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으로 왜 그렇게 사셨을까 생각이 많아 졌습니다. 후반부 코로나 펜데믹 시기로 이야기가 번져오자 더이상 참을수 없는 무엇을 느꼈습니다. 안에서 벽이 하나씩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어요. 한 권의 책으로 냉소와 무관용이 갑자기 선함과 친절로 변할꺼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냉소주의자니까요.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의 일본미술 순례 1, 2(2는 근간 예정)>를 내년에 꼭 읽고 싶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냉소주의자의 냉소도 녹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참혹한 감정의 소용돌이와 무력감 속에서도 시대의 억압에서도 예술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은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 12월은 심적으로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이 책이 없었다면 정말 몇 번은 무너져 일어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참담한 심경을 겨우 길어 올리게 해 준 독서였습니다. 어려운 시절 귀한 책 내 주신 연립서가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서경식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