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쓰임이 있어. 나는 여기서 팔 년을 쓰였지.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쓰이는 거야. 그 정도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는 실행해볼 만하지 않아? 그래, 그래, 그런 목표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아. 그걸 달성한 수단을 짜낼 정도로 돌아가는 머리만 있다면.' 제인 에어를 읽었음에도 내 기억엔 그리 남아있지 않았다. 이번에 <제인 에어>를 읽으며 왜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근본적으로 제인과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틀안에서 자라고, 울타리 안에서 그 세상이 다라고 생각했었던 사람이었다. 내 안의 무엇은 그 틀을 깨고 싶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무언가가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제인 에어는 나를 가로막는 틀을 자꾸 깨고, 부수고, 나아갔다. 나는 그게 부러우면서도 싫었다. 아마도 싫었던 이유는 제인이 가진 그 강인한 정신이 나에게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가진 틀을 깨기 시작한 건 서른이 넘어서부터니까. 그 이전엔 순종적이고, 여자로서 지녀야 하는 덕목들이 내 발목을 잡았고, 난 한 번도 그걸 깨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다. 그렇게 깨어진 세상에 나아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저 내 현실 그대로의 안온함을 유지하고 싶었다. 제인 에어를 읽으며 나는 그녀의 생각이 성숙해짐에 따라 스스로를 책임지며 나아가는 모습에 마음이 떨렸다. 내가 처음 만났던 제인에게서 지금 내가 보던 모습을 봤더라면 지금하고는 다른 나로 살고 있을까? ![]() "위치! 위치라니! 당신의 위치는 내 심장 속이야. 그리고 지금이나 앞으로나 감히 당신을 모욕하는 자들의 모가지에 있지. 자, 갔다와요." 로체스터의 열렬함이 꼭 능숙한 바람둥이 같아서 순진한 제인의 혼을 빼내려는 거 같았다. 유려한 말솜씨가 나이 어린 소녀를 성숙한 여자로 만들어 버려서 정신을 빼놓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로체스터와 제인의 나이 차이 때문에도 거부감이 있었던 거 같다.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지 못한 어린 나에겐... "아니, 너는 스스로를 떼어내야 해. 아무도 널 도와서는 안 돼. 너는 스스로 네 오른눈을 뽑아야 해. 스스로 네 오른손을 잘라야 해. 네 심장은 산 제물이 되어야 하고, 너는 네 심장을 찌르는 사제가 되어야 해." 위기의 순간마다 제인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한다. 자기 자신의 무의식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난 다음의 그녀는 무적이다. 그렇게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언제부터 놓쳤을까? 나는 제인을 만나는 동안 내가 나를 놔버린 순간이 언제였는지 생각했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멈춰버린 순간이 언제인지, 나와의 시간을 갖지 않은 지가 얼마나 됐는지, 왜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했다. 나는 그의 슬픔에서도 빠져나가야 한다. 많은 사랑들이 상대방의 슬픔에 절여져서 스스로의 생각을 접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내가 주체가 아닌 상대방을 우선으로 두는 행위가 숭고한 사랑이라 믿는 어리석음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그것이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지 숱하게 보면서도 깨닫지 못했다. 18살의 제인 에어는 단호했다. 그의 슬픔으로부터 제인 에어를 지켜냈다. 그러기에 다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상황들을 이해할 시간을 충분하게 가질 수 있었기에 장애를 가진 로체스터를 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쩜 그랬기에 손필드에서 벗어나서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었겠지.. 안 그랬다면 손필드의 불꽃놀이에 자신을 불태웠을지도 몰라. 신은 우리에게 어느 정도 스스로의 운명을 만들 힘을 주셨소. 신존의 이 말은 제인 에어를 관통하는 말이 아닐까? 그 힘을 온전하게 잘 활용한 건 제인 에어니까. 신존(다른 버전에선 세인트 존)이라는 이름이 참 낯설지만 이렇게 번역한 이유가 있을 거라 믿는다. 이 신존이란 인물을 꿰뚫어 보는 제인의 무의식이 새삼 존경스럽다. 그 어린 나이에 그런 혜안을 가지고 있다니! 그래서 많은 여성 팬을 갖게 되었겠지만.. 그건 아마도 제인이 마음이 하는 말을 잘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이 해주는 말보다는 남들의 말에 좌지우지되고 마는 요즘 사람들에게 제인은 경각심을 주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나는 그의 결함을 느끼고 용기를 갖게 되었다. 나와 같이 있는 사람은 나와 동등한 자였다. 내가 논쟁할 수 있는, 내 논리가 정연하다면 저항할 수 있는 자 말이다. 논리가 있는 것과 냉정한 것은 다르다. 제인은 논리가 있었고 그건 그녀의 생각하는 힘이었다. <제인 에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게 있다면 바로 '생각하는 힘'이 아닐까? 충분히 생각하고, 마음의 소리를 듣는 자의 행보는 어지럽지 않다. 고전을 다시 읽을 이유 하나를 또 찾아냈다. 로체스터와 신존과 제인의 대화를 곱씹으며 상대를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법을 다시 배운 기분이다. 이 소녀가 여인이 되어가는 모습은 참 경이롭다. 고집 세고, 앙칼지며 마음껏 분노를 표출하던 제인의 마음 바닥에는 인정받지 못한 억울함이 존재했다. 그 억울함이 템플 선생님의 지혜로 풀어진 다음에야 제인은 제인 다워질 수 있었다. 제인 같은 억울함을 분노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에서 템플 선생의 지혜를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것 또한 고전을 읽으며 깨닫게 되는 지혜인 거 같다. 아마도 내가 나에게서 멀어졌다고 느껴지는 그때마다 이 책을 다시 펼칠 거 같다... |
#도서협찬 . . . . . . . 어릴적 읽었던 제인에어 와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전 제인에어 입니다. . . . . . . 현재 우리와 시대적 배경이 현저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 . . . .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세상에도 분명히 필요한. 존재하고 있어야 할 여성상이라고 생각했어요. . . . . . . . ㆍ 요즘 많은 여성들이 가부장적인것을 타파해 여성의 독립성과 자아실현을 강조하고 있죠! . . . . . 저는요. 아이 셋을 낳고 키우고 있지만! . . 소올직히! . . . . 제인 에어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많이 한것 같아요. . . . . . 예전엔 홀몸이었을 시절. . . . . 아주 칼같았쥬. 암만요. . . . 부당한 건 아주 아주 못참는 어마무시한 독설가 였쥬?? . . . .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겁도 많아지고...무서운것도 생기고 보아도 안본척 못본척 넘기게 되는 일들도 많이 생기는것 같아요ㅜㅜ . . . . . . 리드부인이 에어에게 된통 쓴소리 한바가지를 받고 바느질 바구니를 떨궜을때는 정말 통쾌 상쾌 했답니다! . . . . . . . . 부당한 것에 대해 할말은 똑부러지게 다하는 야무지고 올곧은 제인에어의 성정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 . . . 삶이 참 기구하죠. 어린시절부터.. . . 초반엔 너무 마음이 아파 한장한장 넘기기가 힘들었다쥬?? . . . . . 그럼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제인의 열망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 . . . . 우리가 살고있는 이 현대에도 시사점이 될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 . . . . . . . . . ??고독할수록, 벗이 없을수록, 의지가 없을수록. 내가 나를 더 존중해야 해. ㅡ 제인에어ㅡ . . . . . . . . . . #책세상출판사 를 통해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소중한책 감사합니다. |
![]() "단순히 저보다 나이가 많다거나 저보다 세상을 많이 보셨다는 이유로 저에게 명령할 권리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주장하시는 우월성은 그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쓰고 계시느냐에 달려 있겠지요." -p.223 ㅡ 어쩜 이렇게 똑부러지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읽으며 과연 나라면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낼 수 있었을지 연신 감탄했어요. 어릴 때 부모를 잃은 제인 친척집에서 천덕꾸러기로 취급받고 자란 제인 힘들었던 기숙사 생활 손필드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 제인 불우한 환경 앞에서도 옳곧게 자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해피엔딩을 맺게 된 제인의 모습을 통해 "나 자신으로 산다"는 의미는 무엇일지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ㅡ 1. 자아 찾기 : 자신을 둘러싼 불리한 환경과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독립적인 존재로써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 자신의 가치와 존엄성을 잃지 않기 위해 싸운다. 2. 사랑과 자존감 : 제인의 사랑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고 자존감을 지키려는 과정이 담겨있다. : 사회적 제약과 억압속에서도 자신으로서 살아갈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전한다. 3. 사회적 분위기 : 가부장적 사회, 여성의 낮은 인권 속에서도 자신으로서 살아 갈 선택지를 보여준다. ㅡ 첫 부분에서는 <소공여>가, 중간부분부턴 <빨간머리앤>이 생각났어요. 주인공들 모두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선택하고, 주위에 휩쓸리기 않고 인생을 만들어갔기 때문이에요. 어른이 되어 접하는 이야기들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이 드는 것은 그만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임을 깨닫습니다. 나 또한 제인처럼 내 마음에 솔직해질 수 있기를. 나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고전의 새로운 발견을 함께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ㅡ 책 속 문장 인간은 평정에 만족해야 한다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인간에게는 활동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그런 걸 찾아내지 못하면 만들어 낼 것이다.-p.181 여자는 대체로 아주 조용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느낀다. 여자들도 남자 형제들과 똑같이 자신의 재능을 펼칠 활동이, 노력의 결실을 거둘 장이 필요하다. -p.181 "제가 가난하고, 비천하고, 보잘것 없고, 작다고 해서, 제가 영혼도 없고 마음도 없다고 생각하세요?" -p.421 "사람을 유용한 도구로만 여기는 남자에게 평생 속박된다는 건 이상하지 않겠어요?"-p.697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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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제인이라면 과연 저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제인은 현실에 타협하지 않았다. 사랑 앞에서도, 고난 앞에서도, 무엇보다 자기 자신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끝까지 자신을 지키며,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했다. 나는 제인의 여러 선택을 보며 몇 번이고 감탄했다. 그녀가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인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자존감을 가진 그녀의 모습은 한 시대의 여성상을 넘어, 본받고 싶은 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도, 현실에 맞춰 순응하는 것도 아니었다. 제인은 자신을 존중하는 사랑을 원했고, 그러기 위해 기꺼이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의 선택이 너무나 당당해서, 너무나 멋져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 이 책을 읽으며 또 하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샬럿 브론테의 시적인 문장들이었다. 쭉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 한 문단에서 오래 머물며 곱씹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브론테의 문장은 강렬하면서도 섬세했고, 감정이 그대로 배어 있었다. 마치 직접 그 장면 속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한 표현들은, 제인의 심리를 더욱 깊이 공감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책이 꽤 두껍다고 느꼈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해서 어느새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제인의 삶이 워낙 극적이기도 했고, 손필드 저택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제 다시 묻게 된다. “내가 제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정답은 아직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용기를 배운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내 삶의 선택 앞에서 망설일 때, 제인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우리는 때로 흔들리지만, 제인처럼 끝까지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도 우리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벽돌책챌린지 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의 나는 학급문고에 꽂혀 있는 청소년용 『제인 에어』를 읽었었다. 그때 읽었던 『제인 에어』는 원작을 편집되고 각색되어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굳센 의지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 성장 서사였다. 그리고 제인 에어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남성 로체스터와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둘만의 사랑을 완성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의 나는, 어린 시절의 나의 부모 나이가 된 지금 나는, 『제인 에어』를 다시 읽었다. 1847년 31살의 샬럿 브론테는 '커러 벨'이라는 남자 가명으로 『제인 에어』를 출간했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는 어여쁜 외모를 가진 순종적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주인공이 대세였다. 반면 소설 『제인 에어』 속 주인공 제인은 눈길을 잡아끄는 금발의 상냥한 아가씨가 아니었다. 평범한 외모에 당시 기준엔 드센 성격(오늘날 우리는 이를 '독립적'이며 '의지가 강하다'라고 표현한다)을 가졌다. "어려서는 아버지, 젊어서는 남 편에게, 늙어서는 아들에게 종속되어 일평생 독립적인 개인으로 존재할 수 환경에서 『제인 에어』는 처음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정신, 욕망하고 능동적 주체의 여성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P760, 신해경). 『제인 에어』는 당시 사회의 모습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성인 독자인 나는 먼저 신해경 번역가가 쓴 작품 해설부터 읽었다. 신해경 번역가의 <작품 해설>에 따르면 『제인 에어』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초 영국으로 산업혁명에 따른 상공업 발달과 식민지 경영 등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부에 기반한 중산계급의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던 시기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젠트리 계급 출신으로 식민지에서 벌어들이는 부에 기반하여 그들의 사회 경제적 삶을 영위한다. 당시 시대에서 경제적 곤궁이나 몰락은 현대인인 우리가 보기엔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착각하는) 인간적인 품위나 존엄을 거의 기대하지 못하게 한다. 또 당시 영국 사회의 법은 결혼한 여성에게 어떠한 법적 지위나 권리도 인정하지 않았다. 부유한 계급의 여성이라도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소유물이 되었다. 한편 제인 에어가 가정교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제인 에어의 계급 덕분이다. 제인이 학교에 입학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제아무리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아가씨’였어도 어쨌거나 ‘제인 아가씨’였기 때문이다. 제인 에어가 보여주는 강인한 정신력과 삶에 대한 의지는 학교 교육을 받기 전부터 두드러지며, 학교에 입학해서도 제인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제인이 학교에서 받는 처우를 읽다 보니 예전에 구입해서 읽었던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중 그의 학창 시절에 대한 글 《정말, 정말 좋았지》가 떠올랐다. 조지 오웰이 학교를 다니던 20세기 초 영국 사회는 아동이나 학생에 대한 인권 개념이 지금과 달랐던 시절이었다. 학교는 학생들을 계급에 따라 특혜를 주거나 철저하게 차별했다. 이 가혹한 에세이를 읽는 것은 무척 심란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이 형식적인 존엄이 얼마나 역사적이며 최신의 발명품인지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 다시금 떠올렸다. 한편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제인 에어가 학교 교육을 무려 8년이나 받았다는 점이다. <작품 해설>을 보면 ‘당시로서는 상류계급의 여성들도 받기 힘든 학교 교육을 8년이나 받은 제인 에어는 말투와 억양만으로도 어디를 가나 상류계급 출신으로 여겨졌을 것이다’라고 나와있다. 제인 에어가 선택할 수 있었던 직업인 가정교사는 제인 에어가 상류계급 출신이었기에 가능했다. 제인 에어가 세상이 불합리한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태도는 이러한 환경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이해할 수 있다. 제인 에어가 겪었던 삶의 난관들을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소설은 출간 당시 영국 사회에서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근대적 여성의 주제적 삶을 다룬 최초의 소설이었고, 주류의 억압적 질서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용기 있게 냈기 때문이다.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온갖 것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깨닫게 된다. 제인 에어 겪었던 삶의 난관들 중 어떤 것들은 이제는 꽤 낯선 것이 되었고 어떤 것들은 표출되는 형식이 조금 변했을 뿐 여전히 현실에 존재한다. 우리 모두는 태어난 시공간과 환경과 계급에 따라 각자 다른 것을 겪는다. 누군가는 겪을 필요가 없는 것들을 누군가는 겪어야만 한다. 누군가는 삶에서 당연시되는 것들이 누군가는 오직 상상에서만 존재한다. 성인이 되어 다시 읽은 소설 『제인 에어』는 인간의 역사에서 개개인별로 삶의 조건들이 얼마나 우연적인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제인에어 #샬럿브론테 #책세상 #책세상세계문학시리즈 #신혜경옮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드라마에 나올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작가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했을때는 당시에 굉장히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에 현재까지 출판되고 영화화되는 작품이라고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는동안에 겪게 되는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며 마침내 사랑까지 쟁취하게 되는 19세기 차별/억압받던 여성의 새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모습은, 현재의 삶에 안주하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희망을 주는 모습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나를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하고 있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로체스터 씨와 함께 있는 일에 지루해지지 않고, 그도 그렇다. 우리는 함께 있는 것이 혼자 있는 것처럼 자유로운 동시에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처럼 흥겹다. 이 책은 760페이지의 한 권으로 된 책이다. 뒤의 787페이지까지는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 그리고 박신영 작가님의 독후감이다. 분량이 많아서 <제인 에어> 1, 2권으로 나뉘어서 출간된 책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한 권으로 되어 있는 것이 좋다. 장식으로도 훌륭하고, 실로 제본해서 페이지가 쫙쫙 펴지니까 읽기도 너무 편했다. 책이 두꺼우니 그래도 글자는 크겠지 싶었지만 글자도 안 크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내가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웬걸 드라마 보는 것만큼 재밌게 읽었다. 드라마 몰아보기도 몸이 힘들지만 이 책도 정신없이 보느라 삭신이 쑤신다. 이런 명작을 왜 진작 읽지 않았을까? 나의 첫 명작 독서는 단어 찾다가 읽다 포기한 <토지> 1권 이후 책세상에서 나온 <싯다르타>가 처음이었다. <싯다르타>를 읽으며 명작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느껴서 이번에도 서평단을 신청했다. 당첨! 내가 서평은 잘 못쓰지만 정성이라도 보이려고 했더니 인디캣님께서 뽑아주신 것 같다. 제인 에어의 줄거리는 영화, 드라마,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등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는 빼고. 나도 어릴 때 읽어본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워낙에 명작이나 책과 안 친하고 <비밀의 숲> 같은 드라마를 좋아해서 제인 에어의 내용은 기억에 없다. 일단 명작은 괜히 어려운 것 같고 재미없다는 편견 때문인지 안 읽게 되었다. 게다가 명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왜 이렇게 지루한지... 정이 안 갔다.
1847년 샬럿 브론테가 쓴<제인 에어>라는 작품이 왜 아직까지도 필독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알게 되었다. 이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라니... 아~ 너무 재밌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게다가 서평을 쓰려고 하면 할 말이 없어서 본문 베끼기에 정성을 쏟던 나도 할 말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드라마도 그 시대의 생활상과 주인공의 캐릭터를 반영한다. 그런데 명작은 활자로 된 드라마라고나 할까? 드라마가 화면과 스토리에 몰입하느라 생각할 시간 없이 재밌다면, 책은 화면이 없기 때문에 글자가 내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이 활자로 된 드라마 역시 영상으로 된 드라마 뺨치게 재밌었다. 그리고 총 3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면이 바뀌면 잠시 이때 나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멈추어 생각하는 여유도 있다. 드라마 몰아보기는 빨리 다음 편을 봐야 해서 치킨 먹을 시간도 없는데. 드라마는 너무너무 재밌었다로 끝난다. 내용이 뭐였는지는 다시 보면 아~ 그거였지 하고 생각난다. 그런데 명작은 제인 에어가 구박 당했던 게이츠헤드 저택에서부터 로우드 학교와 손필드 저택에서의 가정교사 생활까지 장면이 저절로 쭉 이어진다. 내가 너무 재밌게 보았던 <비밀의 숲>만 해도 시즌 2까지 다 봤는데 해변에서 살인사건 정도만 기억이 난다. 이것이 글로 읽는 명작과 눈으로 보는 드라마의 차이인가? 나는 제인 에어가 유부남과 결혼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인 통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손필드 저택을 나온 것이나 내가 며느리인데 어떻게 시어머니 제사를 안 지내냐는 사회적인 통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15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어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제인 에어도 나도 사회적인 통념의 희생양이 아니었나 하는. 제인 에어는 눈먼 로체스터를 얻고 나는 제사 스트레스 때문에 싸우는 부모 밑에서 불안해서 손톱을 물어뜯으며 자란 열 손가락 손톱이 거의 없는 아들을 얻었다. 어쩌면 그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제인 에어는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 로체스터를 얻고, 나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얻었으니 행복한 것일까? 제사는 시아버지가 실버타운으로 들어가시자마자 바로 폐지되었다. 제인 에어의 선택 중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작정 손필드 저택을 나온 것이었다. 로체스터가 처음부터 고백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잘못이지만 그래도 그만한 결격 사유가 있는 부인이었음을 다시 한번 천천히 생각해 봤어야 했다. 로체스터는 속아서 정신병이 있는 버사 메이슨과 결혼했지만 사람을 물어뜯고 방화도 저지르고 정신병 증상이 심한 와이프였어도 버리지 않고 그녀를 비밀리에 보살펴줄 사람을 붙여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한 자체를 보았어야 했다. 제인 에어가 조금만 더 성숙했다면 그렇게 떠날 게 아니라 이혼을 하든 정신병원에 격리를 시키든 함께 의논해서 다른 방법을 찾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조금만 더 성숙했더라면 나 스스로는 물론 아들을 그렇게 아파하게 방치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로체스터도 눈이 멀지 않았을 것이고 아들도 손톱을 물어뜯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정신병 아내를 구한다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간 로체스터나, 남편의 어머니라고 그렇게 몸서리치도록 싫었던 제사를 지낸 나나 잃은 것도 많지만 사랑을 얻었으니 제인 에어처럼 이제부터라도 행복하면 되지 않을까?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아직도 제사를 지내고 있는 집이 있다면 와이프나 며느리도 진심으로 원하는지, 혹시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 식구들이나 남들 눈치 보느라고 내 가장 소중한 가족을 힘들고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닌지 꼭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아들에게도 물어봤다. 엄마 아빠가 제사 때문에 이렇게 싸우는데 너는 왜 가만히 있었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제사를 지내는 당사자가 아니라 의견을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아내와 며느리의 의미 없는 희생을 전제로 한 제사는 미풍양속이 아니라 악습이 아닌지 꼭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제인 에어가 살고 있던 곳은 게이츠헤드 저택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리드 외숙모와 사촌인 존 리드, 일라이자, 조지아나와 함께 자랐다. 제인 에어는 사촌들은 물론, 하녀 베시 외에는 외숙모의 하인들과도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만약 고집도 세지 않고 예쁜 장난꾸러기였다면 얹혀사는 처지였어도, 리드 외숙모는 제인 에어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해줬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두 사람처럼 정말 성격이 안 맞는 사람도 있다. 죽을 때까지 미워하니 말이다. 리드 외삼촌은 제인 에어 엄마의 오빠였다. 어려서 고아가 된 제인 에어를 그가 게이츠헤드 저택에 데려왔다. 하지만 외숙모의 입장에서는 남편도 죽고 없는데, 자기 집안사람도 아닌 천덕꾸러기를 사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자식도 미운 판에 남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아낄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친자식보다 여동생의 아이를 불쌍하다며 더 예뻐하는 남편에게 자기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 더 미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제인 에어의 아버지는 가난한 성직자였는데 엄마가 신분이 맞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자 외할아버지인 리드 씨가 엄마와 절연해 버렸다. 결혼 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아버지는 빈민굴을 심방하다 티푸스에 걸려 돌아가시고, 아버지에게 전염된 엄마도 한 달이 채 안 되어 돌아가셨다. 제인 에어는 그 어린 나이에도 가난뱅이 여자들처럼 자라기는 싫었다고 자기주장이 확실해서 깜짝 놀랐다. 신분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유를 얻을 용기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의 신분이라는 것도 중요했던 시대였으니, 제인 에어는 어린 나이지만 사회의 차별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영리한 아이였던 것 같다. 리드 부인에게 자신을 학대한 것을 당당히 말하고 난 제인 에어가 자신의 심정을 묘사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사납게 날뛰는 감정을 제멋대로 풀어놓고 나면 비통한 후회와 가슴 서늘한 반작용을 겪기 마련이다. 화가 나서 분노를 쏟아붓고 나니 처음에는 향기로운 포도주 같았지만, 녹슨 쇠 같은 뒷맛은 마치 독을 마신듯한 느낌이었다는 것에 너무 공감되었다. 나도 분노를 폭발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같으면 분노를 폭발하지 않고 감정이 가라앉은 다음에 대화를 했을 것 같은데 어릴 때는 자기감정을 조절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싶다. 로우드 학교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29세쯤 되어 보이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의 키 큰 템플 선생님이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제인 에어에게 어머니이자, 가정교사이자, 제인이 2년간 교사를 할 때는 동료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템플 선생님이 결혼해서 로우드 학교를 떠나 먼 고장으로 가게 된다. 로우드에 더 있을 이유가 없어진 제인은 광고를 내고 손필드 저택 아델의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손필드 저택 주변에는 억세고 옹이투성이인 거대한 늙은 산사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 저택의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단박에 설명이 된다. 손필드(산사나무 들판) 저택의 주인은 로체스터이다. 그는 잠깐 사귀었던 여배우의 딸을 자기가 맡아주었고, 제인 에어는 그 여배우의 딸인 아델의 가정교사로 간 것이었다. 제인 에어는 저택으로 돌아온 로체스터 씨 방에 화재가 나자 그를 구해준다. 그리고 화려한 파티가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그를 사랑하게 된다. 어느 날 게이츠헤드 저택에서 일하던 마부가 찾아와 사촌 존 리드의 죽음을 알린다. 그리고 리드 부인이 쓰러졌다는 말에 제인 에어는 게이츠헤드로 간다. 잠깐 정신이 돌아온 리드 부인은 제인 에어에게는 존에어라는 삼촌이 있고 그녀를 양녀로 삼았다가 죽은 뒤에는 전 재산을 제인 에어에게 물려주겠다는 편지가 왔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삼촌에게 입양되어 편안하게 사는 걸 참을 수 없어 제인 에어는 죽었다고 답장을 보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제인 에어를 미워하다 죽는다. 제인 에어는 로체스터와 결혼하려 하지만 삼촌 존 에어가 로체스터에게 버사 메이슨이라는 미치광이 부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의 오빠를 보내 결혼을 막는다. 버사 메이슨의 성정은 난폭하고 강압적이었다. 로체스터는 참고 4년을 살았지만 그녀는 그를 심하게 괴롭혔다. 증상이 심해지자 그녀를 손필드 저택 3층에 가두고 정신병원에서 일하던 그레이스 풀과 외과 의사인 카터를 고용해 돌보게 했다. 버사 메이슨이 가끔 정신이 돌아오면 그레이스가 방심한 틈을 타서 방화도 저지르고 제인 에어의 드레스도 찢었던 것이다. 그리고 버사 메이슨의 오빠라는 사람도 얄밉다. 자기 여동생 때문에 피해를 당한 로체스터를 생각한다면 그의 행복을 빌어줬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의뢰를 받았다지만 행복한 결혼식에 나타나 이의를 제기하다니... 자기 여동생에게 어깨까지 물어뜯겨 부상당한 것을 로체스터가 치료해 주었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결혼을 훼방 놓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자기 동생과 이혼을 시키고, 동생을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키는 것이 제대로 된 오빠 아닌가. 남은 내 동생 때문에 희생을 당해도 괜찮다? 그래서 공동주택 소음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나만, 내 가족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이 메이슨 같은 심뽀때문에. 무작정 손필드 저택을 나온 제인 에어는 마쉬 엔드에서 신존 리버스와 누이동생 다이애나와 메리를 만나 시골 학교에서 일하게 된다. 알고 보니 리버스의 어머니는 제인에어 아버지의 누나였다. 그들은 제인 에어의 사촌들이었던 것. 그리고 유산으로 받은 2만 파운드를 넷이 똑같이 5천 파운드씩 나누어 갖는다. 신존은 제인 에어에게 함께 선교지로 떠나자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겐 아무 소명감도 없으며, 애정 없이 하는 결혼을, 가짜 감정을 경멸한다고 당당히 말한다. 신존은 자신의 아내가 되기를 거부하는 것은 주님을 거부한 것이며 신앙을 부정한 이교도보다 더 나쁜 자들과 똑같다고 순종을 강요했지만 제인 에어는 끝내 거부했다. 그리고 그를 떠났다. 제인 에어가 손필드 저택을 다시 찾아가 보니 이미 불에 타버리고 검게 그을린 폐허만 남았다. 그리고 숲속 깊숙이 틀어박혀 있는 펀딘 저택에 있는 로체스터에게 간다. 그는 화재로 두 눈과 왼 팔을 잃었다. 한 쪽 눈은 명암 정도만 구별할 수 있었다. 둘은 바로 결혼하고 로체스터는 런던에 있는 저명한 안과의의 진찰을 받고 한쪽 눈의 시력을 회복했다. 그리고 둘은 아들을 낳고 오래오래 행복했다는 이야기다. 제인 에어를 그렇게 괴롭히던 존 리드와 리드 부인은 결국 다 죽었다. 그리고 손필드 저택에 불을 지른 버사 메이슨도 죽었다. 하지만 제인의 유일한 친구였던 착하고 똑똑하고 인내심 많았던 번스 헬렌은 그 어린 나이에 아무 죄도 없이 폐결핵으로 죽는다. 번스 헬렌은 잠깐 등장했지만 죽음을 담담하게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이 어른보다 더 성숙해 보여서 지금도 이름까지 기억이 난다. 나쁜 사람에게 좋은 일도 많이 일어나고 착하고 법 없이도 살 사람에게 나쁜 일도 많이 일어난다. 다만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처럼 내 가족부터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내 뜻대로 하려고 휘두르는 것은 며느리에게 제사를 강요하면 안 되는 것과 같지 않을까. 나도 아들과 옷 사러 가서 많이 싸웠는데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그랬다. 내 취향과 아들의 취향은 분명히 다른 것인데 아들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내 취향을 강요했던 것이다. 독서는 이렇게 나이만 먹는 나를 철들게 해서 꼭 필요하다고 하나보다. 제인 에어를 읽으며 그녀를 괴롭힌 사람들의 죽음은 쌤통이라 느끼고. 좋은 사람의 죽음과 불행은 마음 아파하는 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본다면 어릴 때 그렇게 제인 에어를 미워했던 리드 부인과 사촌 오빠인 존 리드도 자존감이 너무 낮았단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독서를 많이 해서 가장 먼저는 나 자신이 행복하고, 그다음은 우리 가족이 행복하고, 그다음에 부모님을 챙기는 것이 순서임을 스스로 느껴보자는 것이다. 제인에어 덕분에 나의 아픈 과거도 돌아보고 제사가 없어진 지금의 행복을 더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 |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잘 보여준 흥미로운 소설!" 최근 벽간 소음과 층간 소음으로 심한 피로감을 가지고 있던 터에 만난 제인 에어! 분명 어릴 때 얇은 책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상하게 스토리는 크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참에 제대로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꽤 흥미로웠다. 무려 787페이지나 되는 벽돌 책을 정신적, 신체적 피로감을 한껏 가지고도 완독할 만큼 말이다. 특히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의 티키타카 부분은 잠깐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만큼 매우 흥미로웠는데 읽으면서 혼자 큭큭 거렸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 제인 에어의 일생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장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섬세한 문체와 표현들로 그리고 있다. 상황마다 그녀가 가졌던 감정, 생각, 상황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을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때로 시대적 배경이 달라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들도 각주나 쉽게 풀어쓴 이야기를 통해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넘길 수 있으며, 이로써도 부족하다 느낀다면 후반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 해설과 독후감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여성 성차별을 고려해 봤을 때, 작가인 샬럿 브론테가 살았던 19세기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로 아마 출간 당시 이 이야기는 쇼킹 그 자체였지 않았을까?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또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여성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 누군가에게는 혁명처럼 다가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현재 삶이 다소 불행하게 느껴진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제인 에어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 모습을 지켜보며 힘과 용기를 얻어보면 어떨까 한다. ===== 저자. 샬럿 브론테 ===== 1816년 영국 요크셔주 손턴에서 1남 5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8세 때 영국 국교회 신부의 딸들을 위한 학교인 랭커셔주 코언 브리지 학교에 입학하는데, 이 학교는 나중에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로우드 학교의 모델이 된다. 16세 때부터 시와 단편소설을 습작했고, 16세에 찰스 앨버트 플로리언 웨즐리 경이라는 가명으로 중편소설 <녹색 난쟁이>를 썼다. 여러 차례 학교 교사와 가정 교사로 일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그녀의 작품 속에 많이 녹아 있다. 1847년 31세의 나이에 커러벨이라는 남자 가명으로 <제인 에어>를 출간했는데, 예쁜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 대세였던 시대 상황 속에서 평범한 외모에 독립심이 강한 여주인공을 내세워 큰 반향을 일으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다. ===== 등장인물 소개 ===== ■제인 에어 -아버지는 가난한 성직자, 어머니는 신분이 맞지 않는 사람과 결혼 후 가족에게 절연당함 -결혼 한지 일 년쯤 뒤 아버지는 티푸스에 걸려 사망, 한 달 뒤 어머니도 전염되어 사망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열 살까지 외삼촌댁인 게이츠헤드 저택에서 살게 됨 -리드 외삼촌이 돌아가신 후 홀로 남은 외숙모는 제인을 학대하고 무시함 -사촌인 존, 일라이자, 조지아나를 포함한 하인들도 마찬가지였음 -열 살 때 로우드 학교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6년은 학생으로, 2년은 교사로 총 8년을 보냄 -이후 열여덟 살에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됨 -아주 예쁜 외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나 똑 부러지고 똑똑한 아이였음 -소신 있게 자신의 말을 할 줄 알았고, 매사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함 -변화와 성장에 두려움이 없으며 외부적 요인보다 내부적 요인에 더 집중하는 인물 -충동과 욕구를 잘 다스림 ■리드 외삼촌 -제인 어머니의 오빠 -고아가 된 제인을 거둬준 사람 ■리드 부인 -남편의 사망 이후 게이츠헤드 저택의 실질적 주인 -제인의 외숙모로 제인을 미워하고 싫어함 ■존 리드(男) -제인보다 네 살이 많은 이종사촌 -나이에 비해 몸집이 크고 뚱뚱한 데다 피부색이 거무스레해서 건강이 나빠 보임 -넙데데한 얼굴은 이목구비가 두루뭉술하며 팔다리는 두툼하고 손발이 크다. -폭식이 습관 -제인을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괴롭히고 폭력을 가했던 인물 ■일라이자 리드(女) -제인의 이종사촌 -리드 부인 사망 후 수녀 수련을 받고 후에 수녀원의 원장이 됨 ■조지아나 리드(女) -제인의 이종사촌 -리드 부인 사망 후 부유한 사교계 남성과 조건이 좋은 결혼을 함 ■베시 -게이츠헤드 저택의 하녀로 제인 에어를 돌보는 역할 -후에 게이츠헤드 저택의 마부 로버트 리븐과 결혼 ■브로클허스트 -로우드 학교의 재무 담당자이자 관리자 -자신을 위해서는 풍족하게 경비를 지출하나 로우드 학생들에게는 매우 짜고 엄격하게 대함. -그래서 로우드 학생들 모두 그를 싫어했음 ■템플 선생 -로우드 학교의 교장 선생 -똑똑하고,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 ■스미스 선생 -로우드 학교에서 수예를 가르침 ■스캐처드 선생 -로우드 학교에서 역사와 문법을 가르침 -성미가 급함 ■마담 이페르 -로우드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침 ■헬렌 번스 -로우드 학교에서 제인과 처음 대화를 나눈 친구 -후에 폐결핵으로 사망 ■로체스터 -손필드 저택의 주인 -후에 제인과 사랑에 빠지는 대상 ■페어팩스 부인 -로체스터의 먼 외가 친척으로 손필드 저택의 가정부이자 가사 관리인 ■바랑스(아델) -대륙(프랑스)에서 태어남 -로체스터의 후견인 ■본느(소피) -아델의 유모 -프랑스어만 가능 ■존 에어 -제인 에어의 삼촌(아빠 쪽 형제) -향사이자 상인 -마데이라 푼샬에 기거 -폐결핵으로 사망 후 제인에게 전 재산을 상속 ■브릭스 -런던에서 일하고 있는 존 에어의 변호사 ■그레이스 풀 -감금한 로체스터의 부인을 감시하는 역할 -前 그림즈비 정신병원의 간호사로 현재는 손필드 저택에서 근무 -대외적으로는 하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버사 앙투아네트 메이슨 -로체스터의 아내이자 정신병자로 손필드 저택에 감금되어 있음 ■메이슨 -로체스터의 처남이자 버사의 오빠 ■신존 리버스 -제인보다 10~11살 연상 -제인 에어의 고종사촌 -마쉬엔드(습지 끝집) 혹은 무어하우스(황무지 집)이라고 불리는 집 주인 -외삼촌인 존 에어와는 사이가 좋지 않음 -직업은 신부님 ■다이애나 리버스&메리 리버스 -제인 에어의 고종사촌이며 신존과는 가족 -후에 제인 에어와는 가치관이나 사상이 잘 맞아 친하게 지냄 ■해나 -메리, 다이애나, 신존의 유모이자 하인 ===== 줄거리 살펴보기 ===== 가난한 성직자였던 아버지와 신분이 높은 어머니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면서 어머니는 가족에게 절연당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 한지 일 년쯤 뒤 아버지는 티푸스에 걸려 사망, 뒤이어 한 달 뒤 어머니도 전염되어 사망하게 되면서 제인은 고아가 된다. 이에 리드 외삼촌(어머니의 오빠)이 제인을 거둬들이게 되고 자신의 자식들과 동등하게 키울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허약했던 그가 사망한 후 외숙모는 평소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던 제인을 학대하고 하인보다 못한 취급을 하면서 제인은 누구보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여기에 더해 사촌인 존 리드가 매일 제인에게 폭언과 폭력을 가하게 되는데, 그것을 항상 묵묵히 참던 제인이 어느 날 존과 크게 몸싸움을 벌이게 되고, 이를 계기로 외숙모는 그녀를 로우드 학교로 보내버리게 된다. 그때 제인 나이 열 살이었다. 초반에는 소유주인 브로클허스트의 운영 방침으로 어려운 날들을 보냈으나, 이후 학생들이 집단 티푸스에 걸려 사망한 것을 계기로 대중에게 이 일이 알려지게 되면서 학교생활 전반이 많이 개선되게 된다. 그렇게 6년은 학생으로, 또 2년은 교사로 지내던 중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던 템플 선생이 결혼 후 로우드를 떠나게 되면서 제인도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는 결심을 다지게 된다. 그렇게 제인은 로우드 학교를 떠나 손필드 저택의 가정 교사로 일하게 된다. 제인이 가르치는 아델이라는 여자아이는 프랑스에서 얼마 전에 건너온 아이로 손필드 저택의 주인이 후견인으로 지명한 아이였다. 한편 손필드 저택의 주인은 로체스터로 제인과는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 미혼 남자였는데, 학식과 견문은 넓을지언정 매우 호감형이거나 잘생긴 외형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말이 넘어지며 다친 자신을 도와준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제인 또한 그와 대화를 이어갈수록 점차 호감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둘은 감정이 깊어졌고 마침내는 결혼을 결심하게 되지만, 결혼식 당일, 로체스터에게 정신병이 있는 숨겨진 아내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파혼하게 된다. 그 길로 제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 간단한 옷과 약간의 돈만 챙겨 손필드 저택을 떠나 몇 날 며칠을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하염없이 굶주림과 추위에 고통받던 그녀는 어느 날 모르는 이의 집에서 구걸을 하게 되는데, 다행히 그 집에서 그녀를 거두어주며 그곳에서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그 집은 신존, 다이애나, 메리 삼 남매가 사는 집으로, 초반에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제인이 가명을 쓰며 신분을 숨겼으나, 우연한 계기로 신분이 들통나게 되면서 연이어 그들 삼 남매가 제인의 고종사촌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진다. 그리고 자신을 찾던 삼촌 존 에어가 사망하며 전 재산을 제인에게 상속하면서 제인은 2만 달러를 받게 된다. 즉시 제인은 유산을 세 명의 사촌들과 나누어 각 5천 달러씩 나누었고, 이로써 혈연관계의 새 가족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때쯤 인도로 떠날 계획을 가지고 있던 신존에게 청혼을 받게 되는데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은 강압적이고 무례한 요청에 제인은 이를 거절한다. 그리고 항상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던 로체스터를 찾아 손필드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모두 불타버린 저택뿐이었다. 수소문 끝에 로체스터가 머무르고 있는 저택으로 향한 제인은 그곳에서 한쪽 팔을 잃고 두 눈을 잃은 그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되고, 제인은 마침내 억누르고 있던 마음을 전하며 그의 두 번째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로체스터와 평생 함께 하기로 한 그들은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게 된다. ===== 기억에 남은 문장들 ===== ----- 말해야 한다. 나는 가혹하게 짓밟혔다. 돌려줘야 한다. (...) "전 사람을 속이지 않아요. 만약 사람을 속인다면,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하겠죠. 하지만 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해요. 전 이 세상에서 존 리드를 빼면 당신을 제일 싫어해요." (...) "당신이 저와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전 살아있는 한 다시는 당신을 외숙모라고 부르지 않을 거예요. 어른이 돼도 절대로 당신을 보러 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누가 저에게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이 저를 어떻게 대해줬는지 묻는다면, 당신 생각만 해도 속이 뒤집힌다고, 당신이 저를 비참하고 잔인하게 대했다고 말할 거예요." 58~59페이지 中 ----- ----- "그렇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 아무리 마음에 들려고 애를 써도 끝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나도 싫어해야 하고, 부당하게 벌을 주는 사람에겐 나도 저항해야 한다고 말이야. 그건 말이지. 애정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사랑하거나 정당하게 느껴지는 벌을 달게 받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워." 94~95페이지 中 ----- 제인의 똑 부러지는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첫 번째는 외숙모를 향해 그동안 묵혀둔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놓는 장면으로, 당시 열 살의 나이였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여느 아이보다 더 똑똑하고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아이였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로우드 학교에서 첫 번째로 사귄 친구 헬렌에게 하는 말로, 어린 나이지만 분명한 자기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피할 수 없다면 견디는 것이 의무겠지." (...) 헬렌이 자신을 심하게 벌하는 이에게 보여주는 관용이 나로서는 아무래도 이해하거나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헬렌 번스가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빛으로 세상을 본다는 느낌은 있었다. 그 애가 옳고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91페이지 中 ----- 간혹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분명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거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제인은 그런 부분에 있어 더 포용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아이였던 것 같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견디는 헬렌이 제인으로서는 이해되지 않았으나, 어딘가 성녀 같은 헬렌의 언행을 보고는 자신의 생각은 접어두고 그 애가 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 그분의 가혹한 처사와 그 때문에 느낀 부글대는 감정들을 다 잊어버리려고만 하면, 너도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원한을 품고 살거나 나쁜 일을 일일이 새기기에 인생은 너무 짧은 것 같아. 우리는 이 세상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악행의 부담을 지고 있고, 또 져야만 해. 하지만 나는 믿어, 우리가 이 타락하기 쉬운 육신을 벗음으로써 그 악행 또한 벗을 때가 곧 올 거야. (...) 내겐 다른 신념이 있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누구한테도 말한 적은 없지만, 내가 그 안에서 기뻐하고, 내가 의지하는 신념이. (...) 나는 죄는 증오해도 죄인은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어. 그 신념만 있으면 나는 원한으로 마음을 끓일 일도 없고, 어떤 불명예에도 깊이 상처 입지 않고, 어떤 부당함에도 납작하게 짓이겨지지 않아. 나는 마지막을 기다리며 고요히 살고 있어." 96~97페이지 中 ----- '망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으로, 솔직히 쉽지 않은 대목이다. 이 대화를 통해 헬렌이야말로 진정한 성직자의 마음을 타고난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더불어 나라면 죄는 증오해도 죄인은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는데, 나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결국 죄를 저지른 것도 사람이기에. ----- "이 그림들이 한 사람 손으로 그려졌다는 건 인정하지. 그게 당신 손이오?" "예." "언제 이런 걸 그렸소? 이렇게 그리려면 시간이 꽤 많이 들었을 텐데. 구상도 그렇고." "로우드에서 보낸 최근의 두 방학 동안 그렸어요. 그때는 달리할 일이 없었으니까요." "무얼 보고 베꼈소?" "제 머릿속요." "당신 어깨 위에 있는 그 머리 말이오?" "네." "거기에 이런 것들이 더 있소?"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더 나은 것이 있으면 좋겠지만요." 207페이지 中 ----- 제인과 로체스터의 대화 내용 중 일부다. 이 둘의 티키타카를 보고 있으면 어쩐지 웃음이 난다.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고 있는 듯한 긴장감 속에서 오고 가는 대화 속 내용은 위트와 유머가 넘친다. ----- 너무 행복해서, 너무 만족해서, 내 삶에 더해진 이 새로운 흥미의 대상으로 인해, 나는 피붙이를 그리워하지 않게 되었다. 야윈 초승달 같던 내 운명이 차오르는 듯했다. 존재의 빈자리들이 채워졌다. 신체적 건강도 나아졌다. 나는 체중이 늘고 힘도 세졌다. 244페이지 中 ----- 제인이 살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행복을 느낀 때가 바로 이때가 아니었을까? 늘 창백한 안색과 작고 마른 몸을 가지고 있던 제인은 항상 피붙이에 대한 그리움에 목말라하며 외롭게 살았다. 하지만 그(로체스터)로 인해 제인은 마침내 신체적으로 건강해졌고 또 힘도 세졌다. 아내가 있다는 말에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던 제인이지만, 끝끝내 그 감정을 잊지 못하고 돌아오게 된 경위에는 바로 이러한 마음속 깊은 충족과 만족, 애정을 잊지 못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 나는 그를 살살 자극했다가 이어서 누그러뜨리는 즐거움을 알았다. 그건 내가 제일 즐기는 일이었고, 나는 늘 본능적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에서 멈출 줄을 알았다. 나는 도발의 한계 너머로는 절대 발을 딛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내 기술을 시험해 보는 것을 즐긴 것이었다. 내 위치에 합당한 모든 사소한 존중의 형식과 모든 예의를 지키면서도 두려움이나 불편한 속박 없이 그와 논쟁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그와 나, 둘 다에게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261페이지 中 ----- 확실한 자기 검열과 자제력이 바탕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닐까 한다. 특히나 주인님이라고 말하던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귀족, 로체스터를 대상으로 이런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그런 것이 서로 잘 맞았기에 어쩌면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 "제가 형제자매의 사랑에 얼마나 굶주렸는지 상상조차 못 하시고요. 전 돌아갈 집도 형제자매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가져야 하고, 가질 거예요. 저를 누이동생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싫으신 건 아니죠, 그런가요?" 649페이지 中 ----- 신존은 이렇게 말하는 제인에게 사소한 것에 더 신경 쓴다고 이야기하는데, 제인에게 있어서만큼은 돈보다 더 귀하고 값진 것이 바로 형제자매의 사랑이었다. 그래서 거액의 유산상속을 받았지만 기꺼이 사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신존은 돈을 주지 않아도 형제가 되어 주겠다 말하지만, 제인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그들의 속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서슴없이 유산을 1/4로 나누어 준다. 아무리 애정을 갈구한다지만 한편으로는 제인의 배포가 크기에 가능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 "난 아내가 필요하오. 내가 일평생 능률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절대적으로 곁에 둘 수 있는 유일한 조력자로서 말이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몸서리를 쳤다. 그의 영향력이 골수까지 미치고, 그의 지배력이 수족을 구속하는 듯했다. "신존, 제가 아니라 다른 데서 찾으세요." 680페이지 中 ----- 사랑과 애정으로 청하는 청혼이 아닌, 필요와 강요에 의해 하는 청혼만큼 최악이 또 있을까? 이에 제인은 시원하게 사이다 같은 거절의 말로 청혼을 거절한다. 이에 신존은 몇 번이나 거머리같이 들러붙어 제안하지만, 제인은 끝끝내 이를 거부하며 자신의 진짜 사랑을 찾아 떠난다. 시대적 상황으로 봤을 때, 여성이 이토록 매몰차게 '거절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제인은 두 번 돌아보지 않고 확실하게 말한다. 이를 통해 제인이 얼마나 당찬 사람이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잘 이끌며 사는지 알 수 있었다. ===== 마무리 ===== 21세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조차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주체의식에 따라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성차별은 존재하고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장애물처럼, 유혹처럼 다가오기에 중도에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인 에어는 달랐다. 고아가 된 후 유일한 피붙이라고 생각했던 외숙모와 사촌들에게 모진 학대와 폭력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버텼고, 또 로우드 학교로의 이동을 변화의 기회로 삼으면서 계속 성장해 나갔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를 위해 스스로를 어필하기 위한 광고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가정교사로서 일하며 성실히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았다. 이처럼 그녀는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분수를 알고 선을 지키는 모습, 필요에 따라서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배우는 학습력까지 무엇 하나 나무랄 곳 없는 여성이었다. 심지어 그녀 나이 10대, 채 성인이 되기 전에 이 모든 것들이 일어나는데 외삼촌의 집에서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되던 것과는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환경이 어떻든, 내가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발걸음으로 나아가는지에 따라 우리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삶이 고통일지라도, 성실하고 꾸준하게 나의 능력을 키워 나가다 보면 언젠가 해피엔딩의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게 된다. 돌고 돌아 결국 제인은 로체스터와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다. 로체스터는 비록 한 팔과 두 눈을 잃었지만 그렇기에 어쩌면 제인의 진심을 더 깊이 느끼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에 하늘도 감명했는지, 결국 한쪽 눈은 다시 시력을 찾게 되면서 두 사람의 아이를 직접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리게 된다. 이 이야기처럼, 나는 이와 같은 해피엔딩이 현실에서도 분명히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오늘'을 더 열심히 분발하며 살아가려 한다. |
![]()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고전이다. 한때는 어린 마음으로 읽었던 이 이야기를 다시 펼쳤을 때, 전혀 다른 결로 다가왔다. 예전에는 제인이 겪는 고난과 사랑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그녀가 보여주는 강인한 자립심과 자기 존엄의 가치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제인의 삶은 끊임없는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누군가의 보호를 바라지 않고 스스로 길을 개척한다. 로체스터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 앞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은 단순히 감동을 넘어 깊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제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사랑은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며 선택하는 것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제인이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단순히 자아를 찾는 여정을 넘어,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다. 과거에는 단순히 한 여성의 독립과 사랑의 이야기로 보였던 이 작품이 이제는 삶 전반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스토리 이상의 울림을 준다. 제인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문장은 그녀의 고뇌와 결단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자연스럽게 시대적 배경과 연결되는 해설 덕분에, 빅토리아 시대의 억압된 여성상 속에서도 제인이 얼마나 독보적인 인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제인은 한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삶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다시 읽은 『제인 에어』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다. 삶의 무게와 복잡한 감정을 겪어본 후에 읽는다면, 제인의 용기와 성장은 더욱 깊이 와닿는다. 결국 그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정한 사랑과 행복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데에서 비롯된다는 것. 고전이란 읽을 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말이 떠오르는 책이다. 제인의 이야기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영화로 처음 접했던 샬럿 보론테의 제인 에어를 드디어 소설책으로 섭렵했답니다!! 무려 760페이지나 되는 장편고전소설이지만 진짜 지금 읽어도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난데다 책을 읽는내내 뒷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해서 완전 오랜만에 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네요.^^ 1847년 '커러 벨'이라는 남성적 필명으로 출간된 샬럿 브론테의 제인에어는 출간 당시 문학사에 전례없는 독립적이면서도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어 독자와 평단 양측으로부터 열령한 반응을 얻으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번에 제인에어의 작가인 샬럿 브론테의 작가연보를 탐독하며 알게 된 사실, 그 유명한 '폭풍의 언덕'을 쓴에밀리 브론테가 바로 샬럿 브론테의 동생이라니 정말 집안이 타고난 작가집안인듯요! 원문에 충실한 정확하고 우리말다운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된 첵세상 세계문학의 12번째 제인에어는 1장부터 '독자여, 나는 그와 결혼했다'로 시작하는 제38장 결말까지의 장대한 내용이외에도 신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담은 작품해설과 작가연보, 그리고 책 속에 들어있는 또하나의 작품인 독후감까지 구성되어 있어 더욱 재미와 흥미를 더하네요~~ 너무 유명한 고전소설인데다 출간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로 제작된지라 대략적인 내용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간략하게 줄거리를 담아보자면, 아기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부유한 외삼촌 댁인 게이츠헤드 저택에 맡겨진 제인에어는 외삼촌이 일찍 돌아가시면서 기숙학교에 들어갈때까지 '어째서 나는 이다지도 고통스러운가'라는 물음을 가질 정도로 외숙모인 리드부인과 외사촌들의 괴롭힘과 방치, 무시 등으로 힘든 유년기를 보내게 된답니다. 그러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촌오빠와 자신에게 폭언을 하는 외숙모에게 반항을 하게 되면서 기숙학교인 로우드 학교로 보내진 제인에어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 길을 개척해나가겠노라고 결심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에 매진해 노력한 만큼 성공이 따라 처음에는 학생으로, 몇 년후에는 교사로 생활하게 되지요~ 그렇게 학생으로 교사로 8년간 로우드학교에서 지낸 제인에어는 어느날 새로운 인생을 살리라 결심하고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워 즉시 행동함으로써 순조롭게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답니다! 다만 손필드저택에서 가정교사라는 너무나 평탄하고 정적인 삶 속에서 제인 에어는 남몰래 더 많은 실질적인 경험과 다양한 인물들과의 사귐을 갈망하게 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제인에어의 정적인 삶에 들이닥친 손필드저택의 주인인 로체스터!! 그리고 끝내는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렸다'는 말을 더없는 진리라 생각할 정도로 거무스름하고 네모진 이마와 푹 꺼진 눈, 두드러진 코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일 정도로 로체스터를 사랑하게 된 제인에어와 제인에어를 어느 누구보다 아름답다 생각하는 로체스터는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답니다. 고독할수록, 벗이 없을수록, 의지가 없을수록, 내가 나를 더 존중해야 한다며 어떤 어려움과 유혹에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제인 에어의 모습이 참으로 강직하고 멋있어 보이네요! 그래서인지 19세기 영국을 살던 10대인 제인에어의 신념과 행동이 여전히 21세기를 살고있는 저에게 큰 반향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이랍니다. 나를 더 존중하고, 나를 더 사랑하는 삶, 현재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태도잖아요! 그동안 고전문학을 읽다보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에 '이걸 왜 읽고 있나?'하는 현타가 올때가 많았는데 정말이지 제인에어는 요즘 읽어도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나서 아이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네요!! 쉽게 읽히지만 너무 재미나고, 여성으로서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네요!^^ 아주 즐거웠습니다!!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