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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일하다 보니 책 만드는 사람이 쓴 책을 좋아한다. 대한민구 대표 인문사회 출판사 '오월의봄' 신연경님이 쓴 글이 책으로 나왔다 하니, 읽을 수밖에. '함께 슬퍼하며 비로소 삶을 사랑하게, 살아가게 되었다' 는 뒤 표지 내용처럼 이 책에 담긴 정서가 행복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슬픔보다는 행복을, 올바름보다는 돈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함께 슬퍼하기'의 가치를 탐구한 책이라고 하겠다. 손수현 배우이자 감독과 신연경 출판인은 어떤 연으로 이 책을 함께 썼을까? 두 사람은 같은 빌라에 산다. 서울의 한 골목 다세대 주택 위라애 층에 살며 여러 이야기를 꿰어냈다. 빌라라는 공간. 2025년 대한민국에서 빌라라는 공간은 2등 주거 형태다. 비하하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뜻이다. 아파트가 단연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주거 형태에서, 빌라는 사회초년생이나 노후 준비가 안 갖춰진 노인 기타 등등 아파트에는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골목과 어우러진 빌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으니, 이 책에도 옥상이라든지 오래된 미장원 등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대목이었다. 옥상. 나도 부산에서는 주택과 빌라로 이루어진 골목에서 나고 자랐다. 대부분 주택이었고, 다세대 빌라는 딱 하나였는데. 그 빌라의 옥상은 열려 있었다. 희마하게나마 기억나기론, 옥상에는 장독이 여럿 있었다. 당시 골목엔 어른 반 어린이 반. 사교육 시장이 아직 마수를 뻗어대지 않던 동네였던지라, 학교 끝나고 아이들은 늘 골목에서 놀았다. 숨바꼭질이 단골 놀이였다. 빌라의 옥상은 숨기에 어울리는 장소. 무론, 우리 모두 알았기에 늘 거기 숨는 아이가 하나 정도는 있었고 술래는 어렵지 않게 숨은 아이를 찾아내곤 했다. 아주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기억이었는데, 덕분에 어린 시절 일이 떠올랐다. 두 사람의 우정이 부럽다. 참신하고 멋진 문장도 많고.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를 지켜주는 손수현 배우님의 사자후, 부분도 참 멋있었다. 영화와 책, 각가 일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콘텐츠 제작자로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지에 관한 부분도 엿볼 수 있다. 서로 이런 얘기할 친구 있는 사람 손. 난... 있긴 한데 멀리 떨어져 있어서, 거의 나눌 기회가 없다. 보고 있나, 오성은. 이런 관계 맺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돈이나 권력 그런 거 좀 없어도 되지. --- 우리는 일찍 만나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세상의 흠을 찾아냈다. 그동안 한 치의 의심 없이 살던 세상이 실은 부조리의 결정체였다는 것을, 매일 어렴풋이 찾아노는 아침의 빛을 보며 깨달았다. 대화가 쌓일수록 막연한 감각은 실체를 찾아갔다. (손수현, 25쪽) 곪은 뾰루지 튀어나오듯 그렇게 본가를 뛰쳐나와 방을 예쁘게도 꾸몄다. (손수현, 27쪽) 그래, 동네를 들여다보면 한 시절이 생긴다. 형편이나 사정을 근거로 결별하는 동네의 추억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새로운 동네에 가더라도 삶은 계속되니까. (신연경, 42쪽) 익숙하면 대충 본다. 대충 보며 지나친 곳에는 늘 무언가가 있다. 낯선 시선은 그 사실을 깨닫게 한다. (손수현, 50쪽) '어쩔 수 없지'는 기대와 짝을 이룬다. 어쩔 수 없어지려면 우선 기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연경, 61쪽) 쟤도 힘들고 얘도 힘든 와중에 나에게도 어떤 힘듦이 부지불식간에 찾아왔다. 나는 그 힘듦과 막막함을 떼어내기 위해 자주 옥상엘 갔다. (손수현, 68쪽) 서른 중반쯤을 조금 기대했었다. 스물에 본 서른 그쯤은 너무 어른이어서 그때가 되면 저절로 어른(이 뭔지 모르겠지만)이 될 줄 알았던 것 같다. 어른은 많은 걸 가지고 모든 걸 아는 사람 같았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나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나는 어쩌다 보니 '정상'이라 불리는 수많은 자격들에서 한참은 멀어진 채로 산다. 지금은 후회하지 않기 위해 무얼 해야 했었는지 자문하며 쓸데없이 힘을 뺀다. 품질 검사에 완벽히 대비하기 위해서는 번듯한 집을 줍고 돈을 주웠어야 했던 건가. 결혼할 상대를 줍고 결혼을 줍고 아이를 주웠어야 했나? (손수현, 100~101쪽) 이름을 알게 되면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가까운 느낌이 든다는 건 그 사람이 떠날 때 슬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슬퍼진다는 건 그리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알게 되면... 정말 그리울 수도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이 순간을 성실하게 잊어갈 것이다. 그래도 멀어지기 시작하는 날은 서로 가장 가까운 날인 법이니까. (신연경, 114~115쪽) 내가 반기는 순간은 책이 많이 팔린 걸 확인할 때보다 우선 나 자신이 현실에 개입할 수 있도록 이끄는 원고를 만났을 때다. 주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신연경, 190쪽) 책을 알리겠다는 마음만으로 책을 잘 팔 수 있나? 이 질문 자체를 고쳐 쓴다. 이야기를 읽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일이라는 믿음을 내가 증명해낼 수 있을까? (신연경, 197쪽) 혐오는 쉽고, 그것은 종종 돈이 된다. 그럴수록 순수한 노동은 하찮아진다. (손수현, 20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