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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이자 철학자인 장용순은 “도시는 거대한 무의식”이라는 명제를 들고 나온다. 첫 권 〈과잉 도시〉는 라캉의 결핍·실재, 들뢰즈의 흐름·리좀, 바디우의 사건 논리를 한데 엮어 현대 도시가 어떻게 생산‧통제‧신경증을 조직해 왔는가를 추적한다. 목차만 훑어도 저자의 시야가 얼마나 넓은지 짐작된다. 무한에서 유한으로 내려앉은 농업도시, 다시 유한에서 무한으로 팽창한 자본주의 메가로폴리스를 거쳐, 우리는 『안티-오이디푸스』와 좀비 영화까지 가로지른다. 철학 개념을 도시의 지도 위에 박아 넣기책의 백미는 철학적 개념을 지도처럼 사용한다는 점이다. 가령 ‘매끄러운 공간’(들뢰즈)은 애틀랜타와 로스앤젤레스의 무한 격자 도로로, ‘비장소’는 환승 센터·쇼핑몰로 환원된다. 덕분에 우리는 추상어가 아니라 눈앞의 풍경으로 사유한다. 과잉 친절함과 정보 폭주 ― 미덕과 한계저자는 독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표·사진·영화 스틸을 수시로 곁들인다. 라캉의 ‘실재’가 『블레이드 러너』의 사이버펑크 장면과 나란히 놓일 때, 개념은 단숨에 이미지를 얻는다. 문제는 이 과잉 친절함이 때로 정보 폭주로 변해 독서를 버겁게 만든다는 것. 한 페이지 안에 푸코, 괴델, 맑스가 차례로 호출될 때면 “이 흐름을 따라가도 되는 걸까?” 하는 경계심이 생긴다. 라캉·들뢰즈·바디우를 한 그릇에?세 철학자를 ‘흐름-억압-사건’의 삼각 구도로 배치한 것은 신선하지만,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결(특히 욕망의 주체에 대한 라캉과 들뢰즈의 상반된 입장)이 충분히 부딪히지는 않는다. 2·3권에서 이 긴장이 어떻게 처리될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