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을 볼때, 기본적으로 구도와 발상의 참신함, 그리고 문체에 대해 알게 모르게 중점적으로 생각을 하면서 보아왔던 듯 하다. 그런데 이 소설집에 실린 몇몇 작품을 보면서, '서술'이라는 측면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서술이라는게... 좀 애매하긴 한데, 등장인물의 주변이나 마음상태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이라 일단 정의를 해놓고 보자. 단, 어정쩡한 심리묘사같은건 말고. 이승우의 '객지일기' 같은 경우는, 외딴 소도시에서 객지생활을 하게 된 몇몇 인물들의 삶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잘 서술하고 있다. 문체가 특이하달 것도 없지만, 구성도 뭐 새로울 것은 없지만, 몇몇 사람들의 입을 통해, 혹은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는 내용이 참 간결하다. 김영현의 '나는 몽유하리라' 같은 경우,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 몰락한 노숙자의 삶을 서술하고 있는데, 한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남아있는 자존심에 대해서 한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을 정도로 조근조근 사례설명을 하는 듯하다. 서술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연상되던 작품은 구효서의 '시계가 걸렸던 자리'다. 삶과 죽음의 시작과 끝 시간을 헤매는 것 같은, 얼핏보면 평범한 회고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한 공간과 시간에 대한 지적마다 이어지는 기억과 추억에 대한 서술들, 그게 상당히 집요했다.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꽤 상당한 분량으로 한 개인의 인생을 들여다 본 것 같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윤대녕의 '고래등'도 화자의 아버지의 인생역정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나름대로 맛깔스런 서술을 엿볼 수 있었다. 인상깊었던 한 구절을 인용해보면, "삶을 완수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은 얼마나 갸륵하고도 오묘한 사실인가. 어쩌면 이렇게 각자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유지되면서 피돌기가 그만큼 원활해지고 종국엔 하나로 속속들이 귀속되는지도 모른다." 참 평범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냥 무시할 수 없는 통찰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성란의 '무심결'은 등장인물이 무심결에 가지게 되는 오해에 대해서 재밌게 서술해놓았다. 현대인의 분주한 삶과 그 와중에 벌어지는 망각과 착각을 풀어놓은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