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옛연인을 만나는 기분이 이럴까?
음반 발매일이 공지되고, 음반 예약을 받고, 포스터가 거리에 나붙을 때까지 두근거리는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들의 전작이 주었던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레임을 이 년 가까이 간직하고 있던 나로서는 그들이 어떤 행복을 선사해 줄지 가슴이 뛰게 기다려졌다.
그리고 대망의 앨범 발매일...
예약 주문한 음반이 도착하지 않는 사실에 투덜거렸고, 친구가 선물한 불독맨션의 음반과 함께 내겐 두 장의 그들의 앨범이 손에 쥐어졌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처럼 뿌듯한 기분을 뒤로 하고 떨리는 손으로 음반의 첫 곡을 선택하는 순간...
그 순간부터 나는 라틴과 삼바 리듬이 출렁대는 중남미 어느 바에 앉아 있었다...
전작에서 연주곡이 주는 묘미를 제대로 살렸던 그들이었기에 이번 앨범의 인트로는 가슴 뛰게 즐거운 존재였다.
그 뒤를 잇는 는 이들이 단순히 멜로디를 향유하고 즐기는 밴드의 차원에서 한차례 성숙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30대 남자의 고민이 짙게 배여든 가사와 그 가사를 충분히 뒷받침해주는 애절한 멜로디는 이들이 과연 흥겨운 펑크 밴드로만 인식되었던 사실이 의아할 만큼의 감동을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이 곡의 여운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덧니를 반짝이며 공격적으로 귓가를 적시는 <사랑은 구라파에서>는 제목에서 드러나는 구라파 라는 단어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 곡이었다. 다른 표현이 필요없을 정도로 신나고 흥겨운 가사와 기타 멜로디는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들 만큼 즐거운 곡이었다. 국내 밴드의 보컬들이 가지기 쉬운 함정인 기교 가득한 목소리의 유혹을 잘 이겨낸 이한철의 솔직한 보컬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강약을 조절하듯 신나는 분위기를 일순간 가라앉히며 차분하게 읊조리는 이한철의 보컬은 <그녀 이야기>의 가사가 지닌 의미를 잘 전달해 주고 있다. 평소에 쇼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방송에서 귀여운 사투리를 내뱉으며 재미를 주는 그의 말투가 노래 부를 때는 또 얼마나 신나고 분명하게 들리는지... 억지로 짜 내지도, 그렇다고 억누르지도 않고 친구에게 말하듯 가사를 되뇌이는 그의 목소리는 상큼한 샐러드 한 접시를 먹는 듯한 기분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대망의 타이틀 곡인 ! 제목에서부터 불러 일으키는 남미의 향취는 곡이 진행되는 내내 귓가를 간지럽힌다. 약간은 닭살스러운 듯한 멜로디지만 흥겹기 짝이 없고, 한 번 들으면 절대로 잊어지지 않고 자꾸만 흥얼거리게 되어 한 동안은 그 멜로디만 자꾸 부르게 하는 일명, 마력의 곡이었다. 색색깔의 화려한 칵테일과 민속옷, 신나는 삼바춤, 그리고 산초의 향기를 잔뜩 풍기는 매력적이고 이국적인 곡이었다.
그리고 이 곡과 한 몸처럼 이어지는 는 밴드와 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곡이었다. 함께 웃고 함께 부를 수 있는 건전가요 같은 노래... 만약 이한철이 이 점을 노렸다면 박수 열 번을 짝짝짝 쳐 주고 싶은 곡이었다.
얼핏 들으면 동요같고 건전가요 같은 <좋아요>는 정말 좋은 느낌 그 자체였고, 가사집을들춰보아야 그 단어가 외국어임을 알 수 있었던 는 이한철이 처음 시도한 독특한>랩의 매력이 있는 곡이었다. 모던록 밴드 보컬이 랩을? 하는 신기한 생각은 그의 목소리에 취해 어깨춤을 추다 보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외에도 추천할 곡 투성이인 이 앨범은 간만에 만나는 수작이다. 누군가에게 선물해도 좋고, 자신만이 소장한 채 숨어 들어도 좋고, 음반을 구매해서 반복해서 들어도 좋은 전천후 앨범...
더불어 이 앨범 속의 노래들을 숙지한 채 그들의 공연장으로 달려가면 더 좋은 앨범!
이들은 단순히 감상용 음반만을 선보이려 하지 않는다. 공연장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즐겨야만 이들의 앨범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공연장에 달려가려 한다. 두 귀엔 이어폰을 꽂은 채 그들의 노래를 머리로, 가슴으로 즐기려 한다. 그게 간만에 만난 좋은 앨범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인상깊은구절] 모든 곡이 버릴 것 없이 좋다. 그치만 특히 의 가사와 멜로디는 강추할 만하다. 한 편의 시로 봐도 좋은 가사... 그 속에 한 남자의 독백과 인생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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