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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월 한달은 바쁜 일이 너무 많아 영화를 거의 못 봐 답답했다. 오랜만에 가슴을 시원하게 해줄 영화를 골랐으나, 보고 나니 마음은 무겁다.
<첩혈쌍웅> (더 킬러), 사나이 가슴을 울리는 영화가 더 있으랴. 서극이 만들고, 오우삼이 감독하고, 정소동이 무술감독을 했으니 1차 합격이다.
피비린내 나는 사나이들의 영화를 잘 만드는 홍콩 영화감독 장철의 뒤를 이은 오우삼(존 우), 나중에 헐리우드로 가서 <미션 임파서블 2>도 감독했다.
차가운 마음밖에 없을 것 같은 사람 사냥꾼(킬러)과 그를 잡으러 다니는 홍콩 경찰관, 두 사내의 헤매는 삶을 잘 담은 영화다.
2. 15년 전부터 사형 쓰커로부터 일감을 받아 오로지 사람 죽이는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 사냥꾼 아장(저우룬파, 주윤발), 잘 생긴 얼굴에 사냥꾼이 맞나? 일감을 받아 사냥에 나섰다가 잘 끝냈는데 마지막에 일이 잘못 되어 그 술집에서 노래하는 노래쟁이 제니(엽청문)의 눈가를 아장의 총알이 지나간다.
이 일로 제니는 눈이 멀어지고, 밤마다 술집에서 제니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곤 하지만, 아장은 마음이 무겁다. 저 때문에 좋아하는 아가씨의 눈이 멀게 생겼으니...
총을 놓고 나오는 데 나쁜 놈이 총을 겨누자 탁자를 차서 그 위에 있는 총을 공중에서 받아 쏘는 모습은 정말 멋지다. 다른 영화에서는 보기 어렵다.
사람 사냥꾼으로 일은 잘 하지만, 이젠 마음이 무겁다. 아장은 언제 부턴가 마음에 짐이 되는 일은 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3. 나쁜 놈들은 끝까지 따라가 잡으려는 홍콩 경찰관 소이(대니 리, 이수현), 전철에서 계집을 볼모로 잡고 달아나는 나쁜 놈을 따라가면서 사람이 많이 있었지만 눈치로 나쁜 놈을 알아차리고 그냥 총으로 쏴버린다. 그 탓에 볼모로 잡혀 있던 계집은 심장병이 도져 죽게 된다.
실적을 올려 더 윗자리를 노리는 윗사람은 소이를 좋아할리 없다. 나무라는 위사람들한테 소이는 계집이 먼저 죽고 난 다음에 나쁜 놈한테 총을 쏘면 뭐 하냐며, 먼저 쏘아야 하지 않겠나며 대든다. 법 위에 날뛰는 나쁜 무리들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는 사내다.
사람 사냥꾼 아장한테 떨어진 일감은 회장이랍시고 보이지만 나쁜 무리들의 우두머리인 양동원을 죽이는 일이다. 제니의 눈을 고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므로 아장은 150만 달러를 받고자 한다.
이 일로 아장과 소이는 서로 쫓고 쫓기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사나이는 사나이를 알아 보는 법, 쫓기면서도 총에 맞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아장을 보고는, 소이도 아장을 잡아야 하지만 아장을 남 모르게 좋아한다.
아니 경찰이 사람 사냥꾼을 좋아하면 되나? 아무리 사나이 답다곤 하지만... 저러다간 일터에서 잘리고 말걸.
4. 회장을 죽이고 회장이 되고픈 회장의 조카인 왕해, 아장한테 오랜동안 일감을 갖다주지만 붙어 있는 무리들이 좋아하지 않아 마음이 무거운 쓰커 사형, 아장 한테 맡긴 일값을 주기 싫어서 그보다 값싼 사람 사냥꾼을 부르는 무리들...
혼자 돌아다니는 아장과 아장을 쫓는 경찰들, 아장을 죽이려는 나쁜 무리들이 뒤섞여 한판 총싸움이 신나게 벌어진다.
마지막 성당에서 벌어지는 총싸움은 보는 이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정말 원없이 총을 쏘아댄다. <매트릭스>를 보는 듯 하다.
숫자가 훨씬 많은 나쁜 무리들과 처절하다 못해 서로 총을 던져주면서까지 싸우는 아장과 소이, 이젠 덤보와 미키마우스가 되었다. 아니 언제 벗이 되었나?
이들이 주고 받는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총을 쥐어 보고는 하는 말, "잡기는 쉬운데, 놓기는 어렵지" (담배도 마찬가지...) 수없이 쏘아대고는 가까이 있는 사형이나 왕해한테 총을 겨누자 총알이 없지 않느냐고 묻는 말에 "킬러는 언제나 한발을 남겨두지" ... 한발밖에 안 든 그 총 참 무섭네. 한발이면 제 목숨이 끝이니 무서울 수밖에.
서로 제가 사는 세계인 사냥꾼과 경찰이 못마땅해서 하는 말 "우린 이 세계에 맞지 않아" 개가 되지 않고는 나쁜 무리들하고 살기 어렵다고 하면서 "개같이 살기는 싫다" ...
5. 사람 사냥꾼을 다룬 영화가 많다. 길을 잘못 들어 어쩔 수 없이 사냥꾼이 되는 계집의 애처로운 삶을 다룬 <니키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인 아이 마틸다를 구해준 탓으로 쫓기게 되는 장 르노가 나오는 <레옹>, 아무런 죄도 느끼지 않은 채 사람을 파리 죽이듯 죽이는 사냥꾼 톰 크루즈를 다룬 <콜래트럴> ...
이들과 견줘봐도 <첩혈쌍웅>이 사람 사냥꾼을 다룬 영화로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사람 사냥꾼 답지 않게 오랜 벗이 자신을 속일 때나 괴로운 일이 있을 때, 괴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저우룬 파의 모습은 뛰어난다. 잘 생긴 모습만 볼만 한 게 아니다.
아쉬운 것은 저우룬 파와 엽청문의 사랑은 보기보다 밋밋하게 그리고 있다. 입맞춤조차 아장이 제니의 이마에다 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장철 감독이나 오우삼 감독은 사내와 계집의 사랑엔 그리 눈을 돌리지 않는다. 사나이들의 피끓는 우정이나 싸움에만 눈길이 가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왕가위 감독이 만들고 사람 사냥꾼이 나오는 영화 <중경삼림>이나 <타락천사>가 사내와 계집의 사랑을 잘 다루고 있어 보는 이한테 더 마음이 가도록 한다.
1995년에 마이클 만 감독이 만든 <히트 Heat>를 보는 듯 했다. 경찰로 나온 알 파치노와 나쁜 무리의 우두머리로 나온 로버트 드 니로를 비추듯, 저우룬 파와 대니 리를 견줘보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으리라.
6. 디브이디는 그저 그렇다. 1989년에 만든 영화라 그럴까? 화질도 깨끗한 편이 아니고, 보너스라곤 예고편이나 사진이 다다.
그래도 <예스 24>나 다른 가게에 보일 때 사야지 때를 놓지면 사기가 어렵다. 곧 일시품절이나 품절, 절판이라는 말이 뜨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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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극이 제작하고 오우삼이 감독한 주윤발 주연의 홍콩 영화 "첩혈쌍웅". 영어 제목인 "The Killer"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영화. 정확하게 1989년, 서울올림픽 이듬해에 비디오로 본 영화다. 얼추 20년이나 된 영화인데도 여러 장면을 내 뇌리에 확 박아둔 영화. 물론 "영웅본색" 시리즈에서 보여지는 어이없다 싶은 특유의 총격전과 무한탄약을 자랑하는 총기들은 당연히 있는 것이고, 주윤발이 여주인공의 눈을 멀게하는 장면... 주윤발이 보트위에서 저격용 장총을 집어들어 조준하는 장면... 한손엔 총을 다른손엔 담배를 들고 소파에 앉아있는 주윤발과 이수현의 모습이 겹치는 장면... 눈이 보이지 않는 여자를 옆에두고 서로 총을 겨눈 대치상태를 펼치는 장면... 촛불이 잔뜩 켜진 성당과 흰 비둘기, 그리고 그 안에서의 총격전... 마지막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주윤발과 여주인공이 서로 엇갈리는 장면... 경찰에 투항하고자 하는 악당(?)을 끝장내고(?) 주저앉아버리는 이수현으로 끝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등등은 오우삼이 헐리우드가서 찍은 "Face Off"에서도 그대로 써먹은 만큼 더더욱 잊을수 없다. 그리고, "영웅본색"만큼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음악도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다가, 가수인 여주인공이 부르는 노래가 당시 한국에서 인기였던 노래를 번안해서 불렀기 때문에 상당히 회자되기도 했던걸로 기억한다. 어쨌든,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이 구하기 엄청 힘들었는데, 어쩌다가 구매할 수 있었다.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가격은 엄청싸게... 일단 내용물은 DVD 달랑 한장이다. 한장의 속지도 없고... 하지만 케이스에는 DTS와 돌비디지털, 스테레오까지 음성을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 고개가 갸우뚱한다. 정말 그만한 효과가 있을런지는 영화를 보고 판단할 일이니까 일단 건너뛰고... DVD 겉에 "보정판"이라는 세 글자가 박혀있는데, 이게 무슨 보정을 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CG가 많은 영화도 아니어서 스타워즈마냥 보정한 티도 안 날텐데... DVD의 내용은 영화와 약간의 예고편, 그리고 무기설명 정도만 있다. 사실 영화만 있으면 되는만큼 예고편 같은 것들은 그냥 무시해도 좋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20년 전 그 기분을 다시 느끼게 해 준다. 인간성, 도덕, 합법, 정의, 우정, 연민, 절대악과 절대선 등등의 기준이라는 것이 마구마구 섞이는 복잡미묘한 그 느낌... 하지만 애석하게도 영상이나 음성부분은 20년 전 그대로다. 아무리 DVD로 나왔다지만 원판자체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특히 음성의 경우는 돌비 디지털이나 DTS로 들으면 영상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차라리 스테레오 음성의 오랜 느낌이 더 좋다고 느껴졌으니... 어차피 원본의 한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겠지...
철저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첩혈쌍웅"은 영상, 연기, 스토리 등에서 "영웅본색"보다 우위에 있는 영화로 꼽는 영화이다. 어차피 20년 전의 화질과 음향 그대로 내 머리속에 남아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DVD 자체의 영상, 음향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처음 영화를 접하는 분들한테는 엄청 촌스러울지도... 참. 여가수가 부르던 그 한국노래(가사는 한국어가 아니지만)가 완전히 다른 곡으로 바뀌어있다. 저작권으로 태클을 걸었는지... 왠지 그 노래때문에 20년전 추억이 바래진 느낌은 또다른 아쉬움이다.
이제 "영웅본색" 시리즈만 구비하면 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