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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져서 그런가.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가." 내용보기
여름인지 착각한 어느 화창한 봄날, 모든 이들이 입맞춰 '놀러가기 좋은 날'이라 말한 날, 난 간만에 쉬는 휴일의 황금같은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고, 아침과 점심도 못먹고 허기진채 서점을 향했다. 관련 서적을 사기 위함이었지만, 어째 무척 억울한 감이 들어 이 책을 집어 왔다 (매운 음식과 무서운 류는 스트레스 해소에 딱이다).   걸작선 첫번째 권에선 예전에 익히본 단편이 몇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가." 내용보기

여름인지 착각한 어느 화창한 봄날, 모든 이들이 입맞춰 '놀러가기 좋은 날'이라 말한 날, 난 간만에 쉬는 휴일의 황금같은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고, 아침과 점심도 못먹고 허기진채 서점을 향했다. 관련 서적을 사기 위함이었지만, 어째 무척 억울한 감이 들어 이 책을 집어 왔다 (매운 음식과 무서운 류는 스트레스 해소에 딱이다).

 

걸작선 첫번째 권에선 예전에 익히본 단편이 몇편 들어있어 바로 2권으로 뛰어넘었는데, 해설을 읽어보니 1권과 2권은 책분량 때문에 분책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춰 편집했다고 한다. 2차대전 이후의 합리주의 물결 속에서 이미 예전의 초자연적 스토리는 흥미를 끌 수 없었다. 일상에서 엿보이는 틈 속에서 이끌어낸 공포를 선보여야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늑대인간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듯 예전의 모티브 - 흡혈귀, 주술 등 - 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을 되지 못하였다.

 

그런대로 공포단편선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고 생각되며, 그런대로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공포단편분야에서 걸작이라고는 그다지 생각되지 않는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읽는 재미는 있다.  

 

1. 생각하는 식물 (Green Thoughts, 존 콜리어 John Collier)

 

예전에도 식인식물과 관련된 공포단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건 사람이 식물로 변해가는 악몽이다. 뭐, 벌레로도 변하기도 하는데 식물로 변하지는 못할소냐. 아무리 좋은 것, 동경하는 것이라도 (어떤 시인은 길가의 돌맹이에도 찬가를 붙이지 않았던가)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한다는 것은 끔찍한 상상이다. 게다가 아무런 반동도 표현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객체라니...

 

 

2. 돌아온 소피 메이슨 (Sophy Mason Comes Back, E.M. 델라필드 E.M. Delafield)

 

현대호러라고 하지만, 이제까지 원혼이 살고 있는 유령집 이야기가 워낙 많지 않은가.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엔딩은...대개가 악인은 희생자를 보면 죄책감에 소리를 지르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가. 리얼리티를 살린 의외의 결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그 여운을 곱씹으면 알 수 있겠지. 다만, 여운을 곱씹을만큼 재미가 없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3. 배가 지나가지 않는 섬 (No Ships Pass,   L.E.스미스 L.E. Smith)

 

여행지에서 구경을 위해 배를 탄 적은 있지만, 뭔가 든든한 발판, 굴러도 꺼지지 않는 바닥이 없이 그저 자연의 손에 운명을 맡기고 있다는 느낌에 잠깐 패닉에 빠진 적이 있다. 앞으로도 그다지 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역시나 많은 공포물의 주인공은 난파를 당하기도 한다.

 

"....일곱개의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난파한 배의 생존자를 건져올리는 섬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있지..."

 

그렇다. 그 다음의 문제 때문에 이 단편은 호러다. 감자기 등장해 "와!"하고 놀래키는 것만이 호러라고 생각하면 당신은 호러 초보.

 

 

4. 울부짖는 해골 (The Screaming Skull  F.M. 크로포드 F.M. Crawford)

호러소설은 역시나 더울때 읽어야 한다. 금요일 밤 홀가분하게 샤워를 하고 반바지 바람에 하드 하나 ?입에 물고 읽어야 한다. 한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먹고 담력이 약해져서 인지 이 작품을 읽고 있자니 당최 기분이 이상해져 중간에 읽다가 그냥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하는 것이 독자의 몰입이나 신빙성 등을 좌우한한다. 어두운 밤 불 하나 덩그라니 동그랗게 비춰주는 방에서 한 늙은 선원이 옆에서 나즈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그외에는 아무도 없는 듯한 크고 썰렁한 집,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비명을 지른다. 이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 비명이 누구인지 조근 조근 설명해주는 화자.

 

"...나는 류크가 죽은 모습에 대해 들어보려고 해안으로 가봤어...어부가....그때 머리 옆에 그 해골이 떨어져 있었다는 얘기도 해주더라고....어부가 납득하기 힘들었던 것은, 모래 사장의 경사를 따라 해골이 류크의 발 밑으로 굴렀어야 옳은데, 어?서 반대가 되는 머리쪽에 올라가 있었냐는 거였어.....그 해골은 녀석의 머리 바로 옆에 거의 닿을 듯한 상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는 거야...."

 

 

5. 스레드니 바쉬탈 (Sredni Vashtar 사키 Saki (H.H. Munro))

 

썰렁하군.

 

 

6. 늑대인간 (THe Werewolves 프레드릭 메리엇 Frederick Marryat)

 

수험생시절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게 마구잡이식으로 B급 호러영화들을 보곤 했었는데, 아무래도 이 작품은 그 중 하나로 영화화된 것이 틀림없다. 아니고서 책을 읽고 있으면 그 바로 앞 장면이 미리 생생한 영상으로 떠오를 수가 없다. 그때도 그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는데 말이다.

 

아내의 부정으로 살인을 저지른 아빠는 남자아이 둘과 여자아이 하나만을 데리고 국경지대의 산 속으로 숨어들어 살고 있다. 그는 아내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는지 딸에게는 무지막지하지만 묵묵히 자식들을 늑대 등 산짐승으로 부터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솟구지는 분노는 늑대사냥을 통해서 풀곤 하는데 어느날 늑대의 울음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간 아빠는 하얀 모피를 입은, 말을 탄 예쁜 처자와 그의 아버지를 만나선 집으로 데리고 온다. 외롭고 무자비했던 아빠는 아름다운 그녀에게 빠지지만 아이들은 웃고있는 그녀가 무섭다.

 

하얀 눈으로 뒤덮힌 오두막, 주변에 노리고 있는 늑대가 있다면 그 찬란한 흰색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책이었나?)

 

 

7. 주택임대 (House Establishment 헨리 커트너 Henry Kuttner)

 

내가 모으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집과 가구 모형이라선지 조금 섬뜩하다. 장르가 동화였다면 느낌이 달랐을까?

 

 

8. 인간불신 (The Misanthrope J.D.베레스포드 J.D.Beresford)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을 보자는 것이 많은 문학작품의 주제이긴 하지만, 정작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 흉악한 모습, 괴물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인간이 신이 아니고 인간일 수 밖에 없는 것. 여하튼, 인간의 본모습을 볼 수 있는 이가 나를 본 뒤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면 물어볼 수도 없고...

misanthrope : n.인간혐오자.

 

 

9. 난쟁이의 저주 (Lukundoo E.L.화이트 E.L.White)

 

서구인에겐 미지의 대륙인 아프리카나 아시아나 주술, 흑마법의 천지로 비춰져왔다. 자신들의 기준으로는 파악이 안되거나 파악할 수 있는 범위 외에는 그런 분야로 밀어버리는 것이 별로 맘에는 안들지만.

 

X-file에서 이미 봐서 그런가, 별 감흥은 없다.

 

 

10. 먼 훗날 (Afterward 에디스 와튼 Edith Wharton)

 

값이 싼 전원주택을 산 젋은 부부, 유령이 있다해도 그럼 어때하는 태도를 유지했건만, ' 이집의 유령 특색이 뭔지 아세요? 보고 난 뒤에도 유령인지 모른다는 거죠. 먼훗날이 되봐야...'

 

 

11.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What was it? 피츠제임스 오브라이언 Fitz-James O'Brien)

 

 똑같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를 쉽게 믿을 수는 없겠지만...'식으로 시작되지만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다니... '투명인간'의 이야기를 처음부터한다면 SF지만 중간 어느시점부터 시작된다면 그건 호러가 된다.

 

 

 

 

이제껏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몇몇단편을 읽을 때에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인지 소름까지 돋고 말이다.

 

 

 

2005-05-08 07:30

YES마니아 : 플래티넘 k*****k 2009.11.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