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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에 대해서 모르는 어른들은 없을 것이다. 나또한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피노키오 이야기는 디즈니에서 만들어진 피노키오가 대부분일것이다. 몇해전 '스펀지'에서 피노키오의 원작에 대해 알고 난후 한번쯤 원작의 완역본을 보고 싶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찾다가 같이 우연히 알게된 이 책을 나는 주저하지 않고 구매했다(정말 우연이였는지, 같은 출판사여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내용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내가 아이가 있었다면, 디즈니에서 나온 피노키오 보다 이책을 읽어보라고 주고 싶을 지경이다. 번역도 괜찮았고, 삽화가 심심치 않게 있어서 한권쯤 소장했다가 먼 훗날 조카나 아이가 생기면 읽어보라고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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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라는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사람이 되고 싶은 로봇 소년의 이야기인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노키오라는 꼭두각시 인형을 떠올렸을 것이다. 영화의 막바지에 주인공인 데이빗을 태운 비행기가 해수면 아래에 수몰된 뉴욕의 코니아일랜드에 추락하고, 헤드라이트로 비추어지는 파란 머리 요정의 동상을 보면서 소년 로봇 데이빗이 눈을 감는 장면은 주저없이 피노키오를 연상시키게 한다.
마치 다 아는 이야기인양 "현대판 피노키오네?"라는 생각을 하다가, 내가 알고 있는 피노키오는 어릴적 그림책으로 본 어린이를 위해 짧게 각색된 피노키오 아니면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접한 피노키오가 전부였으며, 내가 한 번도 피노키오를 완역판으로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서점에 가서 피노키오를 검색하여 뒤져 본 결과, 피노키오라는 이름의 수많은 책들 가운데 대부분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이었으며, 서점의 도서 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완역본 피노키오를 찾아 손에 넣는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니 누가 굳이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찾기 힘든 완역본까지 찾아가며 읽고자 하겠는가.
그리하여, 여섯살 난 큰 아들놈이나 읽을 법한 피노키오를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제대로 읽게 되었다. 피노키오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하면 거짓말을 하면 길어지고 참말을 하면 다시 줄어드는 코일텐데, 거짓말로 인해 코가 길어지는 장면은 딱 두장면 뿐이었다. 게다가 참말을 해서 다시 코가 줄어드는 장면은 한장면 뿐이고, 다른 한장면에서는 딱따구리가 길어진 코를 쪼아대서 원상태로 회복시키게 되는데 어떤 연유로 거짓말로 인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는 코가 피노키오를 대변하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피노키오의 완역본을 한 번도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억하고 있던 고양이와 여우에게 사기를 당하는 장면이나, 피노키오가 당나귀가 되어버리는 장면 그리고 상어 뱃속에서 제페토 할아버지를 만나는 장면들은 완역본에도 고스란이 남아 있다. 물론 아주 생소한 장면들도 있긴 했지만, 대강의 줄거리는 어릴적부터 알고 있던 내용 그대로였다. 책의 마지막에 정리되어 있는 저자 소개를 읽어보니, 피노키오는 어린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이야기로 연재가 완료된 후에 '피노키오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어린이를 위해 짧게 각색된 피노키오는 중요한 에피소드만을 모아서 그림과 함께 동화로 출판되고 있었나 보다.
피노키오에는 주요 등장 인물들 이외에 귀뚜라미, 앵무새같은 조연들이 나타나서 주인공인 피노키오에게 끊임없이 충고를 한다. 마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훈계하듯이 "~~하면, ~~하게된다."는 식으로 때로는 어르기도 하고, 때로는 겁도 줘가면서. 말하기 좋아하는 평론가들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가치관을 뛰어넘는 은유와 상징들로 가득찬 소설"이라든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그를 억압하는 사회제도에 관한 풍자"라는 등의 평론을 늘어 놓지만,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얘들아, 제발 말 좀 들어라.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되야지." 정도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책의 저자인 '카를로 콜로디'의 아이들은 도대체 얼마나 말을 듣지 않았길래 이런 책까지 써가면서 애들을 훈계하려고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해설을 보자니 저자인 '카를로 콜리디'는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고 한다. 그 당시에도 이 책을 읽을 또래의 아이들은 지금의 아이들처럼 속된 말로 참 징하게도 말을 안들었던 모양이다. 애들이 얼마나 말을 안들었길래, 아이도 없는 독신 남성이 "얘들아, 제발 말 좀 들어라."는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펜을 들었을까?
(BOOK : 2010-007-0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