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 유행 잡지에서 갓 튀어나온듯 발랄한 정이현의 글은 오래된(?) 작가 이효석과는 왠지 맞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토속적인 정취가 가득 풍기는 이효석의 명작 [메밀꽃 필 무렵]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이효석님의 수필을 읽어보면 그의 일생이 상당히 모던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원드커피의 향과 스키를 즐기고 우유가 수도꼭지만 열면 콸콸 쏟아지는 세상을 꿈꾸던 멋쟁이가 바로 이효석이었다. 첨단을 달렸던 작가의 뒤를 이어 소비지상주의, 배금주의에 물든 오늘의 현실을 가장 리얼하게 그려낸다는 그녀의 작품이 상을 탄 것이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다. 또 개인적으로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갑내기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자극과 더불어 키워드가 같은 사람을 만난 듯 즐겁다. 같이 수록된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길지 않으면서도 재미있어 지루한 여름날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서 휴가지에서 더위를 식히기에 알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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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의 묘미는 짧은 호흡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에 있다. 한권의 장편소설은 까딱하다가는 늘어지는 맛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단편소설에서는 적어도 그런 늘어지는 맛은 없어서 좋다.
오랜만에 들렸던 도서관에서 문득 정이현 작가가 떠올랐다. 신세대 유망작가이라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검색창에 정이현을 치고, 엔터키를 눌렀다. 대출하여 예약중이라는 목록 속에 대출할 수 있었던 이 책. 다름아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이었다.
정이현의 타인의 고독은 B+의 객관적으로(?) 점수화된 재혼 결혼정보회사에 가입된 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서른네살이면 4년후인 나일텐데, 내 모습은 과연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보며 읽기 시작했다.
서른네살의 이혼남의 삶은 뭐랄까...무미건조하다.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는 평론에 난 이의를 달고 싶다. 어떤 점에서 시대상을 반영했는지? 물론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 점이 시대상을 반영한 것일까?
쿨(?)하게 이혼하여서 그 후에도 친구처럼 가끔씩 연락하고, 식사도 하는 그들의 모습. 별로 유쾌해보이지는 않았다. 요즘 드라마에서도 간혹 등장하는 이런 모습들. 그들에게 결혼은 인스턴스식품을 먹는 것처럼 간단한 것이 되어버린 것인가?
결혼을 점수화하여 만나는 그 행태 또한 썩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결혼전문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단면을 되새김질하는 것 같아 좋지는 않았고.
그냥 읽으면서 씁쓸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 고독인건가? 이런 느낌을 받으니 시대상을 잘 반영한 것일 수도 있겠다.
서하진님의 알 수 없는 날들은 읽으면서 가슴이 아파왔다. 남자인 내 얘기도 아닌데도,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메세지가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의 열정이 이처럼 붉은데 당신은 스스로를 가두고 있어요. 열어주세요, 놓아주세요, 본래의 빛을 가리지 마세요.....누군가, 무언가 있군요. 내게는 그 눈이 보여요...나는 나를 가두고 있는가.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p170
자신을 가두어 자신을 힘들게 하였던 그녀. 나는 그녀가 인영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느끼며 살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소설속에서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