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구겨진 채 다리를 심하게 절뚝이며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쉰 두살의 이선 프롬. 쉰 두살임에도 이선은 마치 생에 대한 모든 애착을 놓아버린 노인 같은 모습이다. ‘낡은 폐선’처럼 살아가는 이선. 이선의 모습은 어느 추운 겨울 밤의 썰매 사고로 인한 것이다.
가난한 농부이자 손해만 보는 목재상인 이선은 평생토록 천식으로 고생 중이며 매사 불평불만이 가득한 7살 연상의 아내 지나와 사랑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아내가 집안일을 잘 돌볼 수 없게되면서 아내의 먼 조카인 매티가 집으로 오게 되고, 어리고 활기차며 자유분방한 매티를 보며 이선은 그간 몰랐던 희망과 행복감에 눈을 뜨게 된다. 남몰래 키워왔던 마음을 이선과 매티가 확인하는 사이, 지나는 매티를 돌려보내기로 한다. 매티가 돌아가는 날, 이선과 매티는 마지막으로 함께 썰매를 타고 문제의 그 ‘사고’가 발생한다.
‘나’는 눈보라 때문에 이선의 집에 들르게 되고, 그 곳에서 두 여성을 마주한다. 의자 위에 앉아 목만 움직이며 툴툴대는 여성과 추레한 모습으로 한창 가사노동 중인 여성. 둘다 지난 세월과 병환과 가난에 찌들어 폭삭 늙었다. 누가 지나이고 누가 매티인지 구분할 수 없다.
남해에 가면 꼭 읽어보리라 미리 다짐(?)했던 책, <이선 프롬>. 따뜻하다고 소문난 남해였음에도 이 날은 거센 겨울비가 내려서인지 제법 추웠다.
<이선 프롬> 역시도 겨울을 배경으로 한다. 황폐한 분위기와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때때로 삶은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면면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쉬이 끊어지지 않아 어떤 상황에서든, 어떻게든 꾸역꾸역 이어져 나간다. 불구가 된 남편 이선과 조카 매티를, 서로간에 다른 마음을 먹었던 둘을 아내이자 숙모인 천식 환자 지나가 돌보며 셋은 여전히 한 집에서 가난하게, 그리고 기괴하게 사는 것이다.
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시간을 바로잡아 이 일들을 되돌린다면, 대체 어느 시점까지 시간을 되돌려야할까?를 자꾸만 생각해보지만 시간을 되돌리는 일 따위는 애당초 가능하지 않으니 모두 의미없는 생각일 뿐일 수도 있겠다.
사실은 ’사고‘가 아니라 이선이 자기의지로 내린 최초의 선택 같기도 한데.. 의도한 결과가 아니었으니 결과론적 측면에서 보자면 또 ’사고‘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뭐가 됐든 그 셋이 한 집의 응접실에 앉아 부대끼는 모습은 정말 끔찍하고 기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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