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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책들 가운데 표지는 단연 예쁘다.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말에 바로 구매를 결정했는데 좋은 선택이였던 것 같아. 정치와 전쟁 이런 얘기 흥미진진하려면 충분히 흥미롭지만 지루하려면 한없이 늘어지는데 왜 이책이 문학상을 받았는지 알것같았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후 작가의 작품이 더 취향이긴하지만 데뷔작은 그 작품에서만 느껴지는 장점이 있기때문에 해당 작가에 대해 궁금한 독자는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게다가 작가가 전우를 작품에 사용한 것으로 재판발행을 거부했다는 내용도 꽤나 흥미로왔다. |
| 칼비노의 전집 시리즈 중에서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이탈로 칼비노 저/이현경 역)을 구매해 읽어보았습니다. 네오리얼리즘이 유행하던 시기라 칼비노도 어김없이 영향을 받았네요.칼비노의 서문까지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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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은 설레임이다. ......그리움이다. 오솔길이 좋아서 오솔길을 찾아 다닌 적이 있다. 숲과 좁고 희미한 길의 꼬불꼬불함이 어우러져 눈길을 타고 가다가 가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그 끝에 내가 몹시도 그리워하는 그것이 나를 반겨줄 것만 같은, 그래서 오솔길을 걸었다. 이화령에서 남쪽 능선을 타고 한 시간쯤 들어가다 보면 황학산 지나서일까 못지나서일까? 천상의 오솔길이 나온다. 태곳적 참나무 숲이 좍 펼쳐지고 물이 쫄쫄 흐르는 작은 개울이 지나쳐 가고, 양옆으로 양탄자를 펼쳐놓은듯 연한 초록의 작은 풀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나는 천상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내가 걸었던 길이었다. 그 누가 그렇게 잠깐 천상의 길을 나에게 내주었을까? 살면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리움을 채워 주는 순간이 있다.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제목이 기가 막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끌어당긴다. 이탈로 칼비노의 책들이 아직은 우리에게 많이 읽히지는 않는가 보다. 리뷰가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2차대전의 이탈리아하면 무솔리니나 독일의 동맹국 등이 떠오를 뿐 저항군,유격대나 레지스탕스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는데, 이 얘기가 유격대 얘기네. 작가자신이 유격대 출신이고 이 책도 전쟁이 끝난 후 얼마 있다가 나온 것이고. 그런데 작가는 유혹을 잘도 물리쳤다. 자신이 영웅이고 영웅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던 시대에 자칫 영웅주의로 흐를 수 있는 것을, 작가는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본다. 고아소년 핀, 독일군을 상대로 몸을 파는 누나와 둘이 살고 있다. 골목길의 천덕꾸러기로 지내다가 독일군 장교의 권총을 훔치고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고, 소년유격대원의 도움으로 탈출, 산속을 헤매다가 어느 유격부대를 만난다. 그 부대가 무슨 위대한, 애국심으로,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는 그런 부대가 아니라 오합지졸, 골치덩이 부대다. 오솔길의 깊숙한 곳, 거미가 단단한 집을 짓고 있는 그곳은 소년 핀의 은밀한 장소이며 마음의 안식처이다.
"개울물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오솔길과 아무도 경작하지 않는 가파른 땅을 걸었다. ......그 길에는 거미들이 집을 짓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을 아는 사람은 핀밖에 없었다."
"반딧불이가 많구나." "반딧불이도 가까이서 보면 역시 불그스레하고 구역질나는 벌레일 뿐이에요." "그렇단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아름답잖니." 덩치 큰 남자와 소년은 한 밤중에 손을 잡고 반딧불 속을 걸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