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로 읽기보다는 기사라는 자들의 양식을 공부해보고 싶어 구매한 책. 기대대로 이 책에서는 단순히 정보로만 나열된 기사에 관한 기록이 아닌 그 당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재밌는 묘사들이 많아서 충분히 볼만 했다. 번역도 깔끔히 잘 되어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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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시대를 경유한다. 그것은 작가의 의식이 아니라 작가라는 존재가 시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작가를 경우한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중세 문학인 사를마뉴의 12기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실체하지 않는, 그러나 갑옷으로 존재하는 기사인 '아질울포'를 보여준다. 아질울포는 전장에서 가장 멋진 갑옷을 입고 용맹하게 싸우지만 그의 영혼은 고결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분명 훌륭한 군인이지만 고집스럽고 또한 사사로운 질투에 쉽게 사로잡힌다. 그것은 그가 갑옷밖에 없는, 피똥주머니인 육신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모든 욕망에게서 면제된 그는 군인의 규율과 질서를 고집스럽게 지키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아질울포의 하인이 된 구르둘루는 반면에, 인간의 정신이 없는 자다. 영혼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의 육신은 이성과는 거리가 아주 먼, 지극히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는 광인이며, 무엇이든 되려고 하지만 어떤 것도 될 수가 없는 존재다. 무엇이든 되려면 형체가 없어야 하지만, 구르둘루는 아질울포와 달리 피똥주머니에 갇힌 수인이다. 성배기사단은 고결하며, 세속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구르둘루가 하지 못했던 일, 자연의 기운을 느끼며 몰아의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 또한 피똥주머니에 갇혀있기 때문에 음식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주변의 영지에서 공물을 바치는 것으로 충당한다. 돈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고결함을 굳게 믿고 그것대로 행동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다를 것이다. 그 외에도 아질울포를 말 한마디로 벗겨버리는 토리스먼드, 여기사를 강간하는 금발언태닝 양아치가 되어버린 랭보, 그리고 갑옷박이 브라다만테 등의 인물들과 지극히 계산적인, 사무적 절차에 따른 전쟁의 시스템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맞물리면서 독자적인 이야기를 구축한다. 아질울포의 찌질한 고집과 랭보의 자기애, 브라다만테의 선망은 지극히 현대적인 인물들의 관념이다. 그들은 각자 세상의 일부를 담고 있으며 그들의 여정과 전쟁 또한 사회의 기능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특별한 무언가를 지칭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아질울포의 실체 없는 형상과 그의 병적인 규범이 '기계적인 현대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현대인은 하나의 사물인가? 대도시에 태어나 그곳의 시스템에 종속되어 사무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아질울포처럼 실체가 없으며, 그 실체를 갈망하며 허구적인 규율을 좇는다고 할 수 있을까? 해설은 그렇게 말하고 있으나 재미없게도, 현대인은 괴물이 아니다. 하나의 인간, 즉 우리 안에는 아질울포와 구르둘루, 랭보와 브라다만테, 그리고 트리스먼드가 혼합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문학의 알레고리는 특정한 인물이나 지위, 시대를 겨냥하기 보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절대성의 편린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어야함이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명확한 알레고리와 각 인물들이 담긴 고뇌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 집필하면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수녀가 그랬다. 그녀는 집필의 고통을 말하는 작가의 가장 노골적인 전달자이다. 각 챕터마다 주절거리는 수녀의 이야기 또한 인상적이니 독자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랭보에 대한 서술이 좋았다. 랭보는 브라다만테를 사랑한다. 그것이 열렬한 사랑이라고 주장하지만 작가는 랭보의 사랑이 실은 복수라는 당의성을 잃어버린 그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장한 자기애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나? 맹목적인 사랑은 당신을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무엇보다 사랑하는 것이 자신임을 감추기 위함이 아닌가? 그렇기에 강렬한 사랑은 쉽게 사그라진다. 개인적으로 랭보에게 쉽게 이입된다. |
| 존재하지 않는 기사 ( 이탈로 칼비노 저/이현경 역)를 읽어보았습니다. 예전부터 읽고싶었던 작품인데 종이책을 안사서 못보고있다가 이북이 나와서 바로 구매했습니다. 인간존재에대해 늘 깊게생각하는 사람인데 그 생각을 칼비노와 함께 할수있어서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