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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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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 든 생각은 내가 섬진강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것 이었다. 어렸을 때, 동네를 흐르던 개울이 섬진강 상류라는 것은 모른 채 그곳에서 놀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는 어딘가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고, 그곳이 섬진강이나 금강 주변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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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 든 생각은 내가 섬진강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것 이었다. 어렸을 때, 동네를 흐르던 개울이 섬진강 상류라는 것은 모른 채 그곳에서 놀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는 어딘가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고, 그곳이 섬진강이나 금강 주변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으면서 그런 기대는 사라지고, 내가 모르던 섬진강을 알아간다는, 아니 내가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을 알아간다는 설레임이 들게 만들었다.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에서 시작하여 전남을 가로지르고, 지리산을 휘감으며 경상남도 하동과 남해를 거쳐 광양 망덕포구에서 바다와 만난다. 전라도 산골마을에서 모여든 실핏줄 같은 개울과 개울이 모여서 만들어진 강으로, 그 길이는 약 600(225킬로미터)에 이른다. 그래서 저자는 책 제목을 섬진강 육백리라 한 것 같다. 저자는 그런 육백리 물길을 따라가며 주변 곳곳의 생태와 문화와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섬진강의 시원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 있는 선각산(일명 팔공산)의 데미샘 이다. 백운면과 마령면, 성수면을 거친 개울들은 진안을 빠져 나와 임실군 관촌면으로 흘러 들면서 비로소 강 형태를 취한다. 그리고 순창과 남원을 거쳐 곡성에 이르면서 전북과 전남의 가르는 도계道界가 된다.

 

진안은 예로부터 무주, 장수와 더불어 무진장으로 불린 전북의 오지였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즐비한 무진장은 섬진강과 금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진안 팔공산의 데미샘 너머, 장수의 신무산 뜬봉샘에서 시작한 금강은 진안과 무주를 거쳐 영동, 옥천으로 빠져 나간다. 장수는 섬진강의 본류가 흐르지는 않지만 두 번째로 큰 지류인 요천의 발원지로, 요천은 남원을 거쳐 곡성에서 섬진강과 합류한다. 어렸을 때 자란 곳이 섬진강과 금강의 상류였다는 사실은 책을 읽는 내내 한없이 그 시절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섬진강이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맨 먼저 만나는 명산은 순창의 회문산이다. 회문산은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의 주력부대였던 남부군의 거점이기도 했다. 이어서 구례에서는 지리산과 만난다. 지리산은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동학농민군의 최후의 격전지이자, 회문산에서 철수한 빨치산들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이처럼 섬진강은 말없이 흐르지만 민족의 한을 모두 그 자리에서 지켜봤을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소설들이 섬진강가를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최명희의 [혼불]의 배경인 남원 노봉마을이나, 박경리의 [토지]의 배경인 하동 평사리가 모두 섬진강가인 것을 우연으로 넘길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섬진강은 판소리 동편제와 서편제를 가르는 경계가 되기도 했다. 동편제가 남원과 구례를 중심으로 전승되었다면, 서편제는 보성과 진도가 그 중심이다. 그렇게 볼 때, 동이나 서라는 가름의 기준이 바로 섬진강인 셈이다.

 

이런 섬진강 역시 수계를 따라 댐들이 건설되어 있고, 그것들이 섬진강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임실과 정읍 사이에 건설된 옥정호는 호남평야를 옥토로 만들고 인근지역의 상수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막상 그곳을 지나는 섬진강을 강이 아닌 개울로 만들어 버렸다. 또 섬진강의 가장 큰 지류인 보성강에 건설된 주암호는 인근지역의 홍수피해를 없애주었지만, 역시 유량의 저하로 섬진강 하류가 해수화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 주위에 있는 강들 중 가장 오염이 적다는 섬진강, 그러기에 수달과 은어와 재첩이 사는 강이지만 섬진강 역시 곳곳에서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섬진강 유역을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는 조성과정에서 곳곳을 파헤쳐 생태계 파괴에 일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많이 변해버린 고향, 맑은 물이 흐르던 그곳도 이제는 유흥지가 되어 때가 되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을 것이다. 섬진강만은, 아니 그 상류만이라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 있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곳에서 살고 싶다. 이 책 [섬진강 육백리]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기도 하다.

k*****1 2014.09.03. 신고 공감 10 댓글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