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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는 어떻게 자유를 얻었을까? - 전경린, 『황진이 1권』
천한 기생의 딸로 태어난다는 것
조선 사회는 신분제가 명확한 사회였다. 신분이 높으면 대우를 받았고, 신분이 낮으면 대우를 받지 못했다. 아비의 신분이 높아도 어미의 신분이 낮으면 대우를 받지 못했다. 판서 아버지와 노비 어머니를 둔 홍길동을 생각해 보라.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다. 아버지의 신분이 높아 노비는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신분이 노비여서 노비가 아닌 것도 아니었다. 노비면서 노비가 아닌 이 모순을 온몸으로 품고 살자니 홍길동의 가슴은 당연히 분노로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홍길동은 그 누구보다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능력 있는 이로 태어나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된 홍길동은 결국 나라 밖에 율도국을 세워 스스로 왕이 되었다. 그에게 조선의 왕은 병조판서를 제수했지만, 그것은 홍길동의 역심을 다스리기 위한 고육책일 뿐이었다.
얼자(어미가 노비)로 태어난 홍길동은 그래도 남자였다. 능력만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살 길을 도모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자에게는 그런 길마저 막혀 있었다. 양반의 서녀(庶女)로 태어난 여자는 양반 첩이 되거나, 양반의 후처로 들어가 살 길을 도모해야 했다. 시댁 식구들이 신분이 낮은 여자를 ‘어미’로서 인정할 리가 없었다. 아이를 낳아도 서자나 서녀를 낳은 격이니, 신세가 바뀔 리도 없었다. 숨을 죽이고 살면 그나마 목숨을 붙일 수 있었지만, 남편의 사랑을 등에 업고 안방을 노리기라도 하면 몰매를 맞고 쫓겨나기 일쑤였다. 조선 사회에서 처첩 갈등이 왜 일상사로 일어났겠는가? 처는 집안에서 자기 권위를 지키려고 했고, 첩은 어떻게든 그 권위를 빼앗아 신분을 높이려고 했다. 남자들이 만든 가부장제 하에서 여자들은 살기 위해 이런저런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황진이는 바로 이런 시대에 기생의 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거문고에 빼어난 실력을 보인 진현학금이었고, 아버지는 젊은 시절을 한량으로 보낸 황 진사였다. 기생이면 칠천(七賤) 중의 하나다. 가장 천한 신분이라는 말이다. 정절이 중시되는 시대에 뭇 사내를 상대로 몸을 파는 기생이니 냉대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진현학금은 폭군 연산의 여자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눈이 머는 약을 먹었다. 기적에서 풀린 여인은 금강산에 들어가 6년 동안 거문고를 연마했다. 다시 2년이 지나 송도의 젊은 한량이 현학금을 사랑했다. 황 진사였다. 그들 사이에 아이가 생겼고, 현학금은 황 진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를 낳았다. 어미는 딸을 낳으려고 했고, 아비는 어떻게든 딸을 지우려고 했다.
황 진사의 정실인 신씨 부인이 진을 데려가 키웠다. 서녀가 아닌 적녀(嫡女)로 키워 대갓집에 시집을 보낸다는 약속을 받고 현학금은 기꺼이 황 진사의 곁을 떠났다. 부인은 틈이 날 때마다 진에게 <여교(女敎)>를 읽혔다. 여자는 남자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게 중심 내용이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진은 답답함을 느꼈다. 양반 남자들이 갈 길은 참으로 무진한 듯한데, 양반 여자들이 갈 길은 사대부가의 안방을 차지하는 길밖에 없었다. 그것도 아들을 낳아 집안의 대를 이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진은 다른 생의 가능성을 찾고 싶었지만, 가부장제가 공고한 사회에서 다른 길을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꿈이었다. 부인은 진을 사대부가의 정실로 들여보내려고 했지만,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 했다.
부인이 죽자 이내 진은 집안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부인이 죽기 전 정한 혼처가 동생인 난에게로 돌아가면서, 부인이 그토록 숨겼던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다. 진은 남자들이 만든 가부장제의 바깥으로 속절없이 내몰렸다. 이제 가문은 그녀를 보호하지 않는다. 가문의 보호를 받지 않고 어떻게 자기를 지킬 수 있을까? 진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황씨 집안에서 정해주는 혼처를 아무 말 없이 받거나, 그것을 거부하고 홀로 사는 길을 걷는 것. 진이 후자를 선택하면 집안에서는 난리가 날 것이다. 가부장제를 어기는 일이니까. 실제로 황 진사는 부잣집 후처로 가라는 말을 진이 거부하자 나랏법을 들먹인다. 남자들도 나랏법에 매여 있는데, 여자가 어떻게 나랏법을 벗어날까? 가부장제에 매이면 가부장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진은 황 진사와 얽힌 끈마저 끊어냄으로써 가부장제의 바깥으로 스스로 뛰쳐나간다.
지독한 사랑은 죽음을 부르고
진은 기생의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벼랑으로 내몰렸다. 기생의 딸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니다. 태어나 보니 기생의 딸이다. 신분이란 이런 것이다. 정승판서의 딸로 태어나고 싶다고 그리 되는 것도 아니고, 천민의 딸로 태어나기 싫다고 그리 되는 것도 아니다. 운 좋게 양반으로 태어난 이들은 그 운으로 운이 나쁘게 태어난 사람들을 천한 자들이라고 구박한다. 신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누가 천민으로 태어나고 싶을까? 인간이 만든 신분이 정작 인간의 삶을 갉아먹는다. 인간은 제도를 만듦으로써 같은 인간을 귀하고 천한 신분으로 나눈다.
사랑 또한 이와 비슷한 점이 있지 않을까? 사랑하고 싶다고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사랑하기 싫다고 그 사랑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사랑에 한이 맺혀 죽은 젊은 선비의 상여가 진의 집에서 멈추었다. 진이 절에서 요양을 할 때, 병에 걸린 노모를 돌보던 선비가 있었다. 그는 처음 본 날로부터 진을 마음에 품었다. 병든 노모가 죽어 더 이상 절에 올 필요가 없는데도, 그는 야밤에 불쑥 별채에 나타나 사람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진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요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진은 진관 스님에게서 이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사랑에 빠져 이도저도 못하고 말라가는 한 남자의 슬픔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뒤늦게 편지를 본 진은 아무것도 아닌 여인에게 목을 매는 선비가 참으로 서글펐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마음속에 이는 미묘한 아픔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그 선비가 망령이 되어 진의 집 앞에 멈춘 것이었다. 상여꾼들은 여인의 속곳으로 망자를 달래야 한다고 말한다. 천출 소생이라고 해도 진은 엄연히 황 진사의 딸이다. 양반가 정실이 되기 힘들 뿐이지, 진을 첩이나 후처로 원하는 남자들은 많은 터였다. 그런 여인에게 속곳을 내어달라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때는 여름이다. 이대로 시신을 방치하면 언제 고약한 냄새를 풍길지 모른다. 거기다 굵은 비까지 내린다. 진은 선택을 해야 한다. 황 진사가 구한 장정들과 상여꾼들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복을 입은 진이 대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 계집종인 연두 손에 진의 흰 속곳이 들려 있다. 진은 속곳을 제 손으로 상여 위에 올려놓는다.
‘나와 남이 다르거늘, 저마다의 목숨이 다르거늘, 홀로 사랑하고 내 잔에 피를 쏟아 붓고 간 이시여, 어찌 이런 사무친 일이 있단 말이오. 빌고 또 비나니, 맺힌 것을 푸소서. 이승의 일은 까맣게 잊고 훨훨 극락왕생 하소서. 정녕 혼자 못 가겠거든, 내 넋까지 거두어 가소서. 정녕 혼자 못 가겠거든, 내 넋 속에 둥지 틀고 원 없이 살고 가시오.’ (1권, 170쪽)
속곳을 상여에 올리는 순간 진은 죽은 사내와 통정한 것이 된다. 그녀는 죽은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 일을 벌인 것이지만, 가부장제에 물든 사람들은 정조를 잃은 여인으로 진을 판단한다. 만약 진이 아니라 적녀인 동생 난이 이런 일을 벌였으면 어떻게 됐을까? 소문을 들은 한양 집에서는 당장 혼인을 물릴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황 진사는 진에게 통혼을 넣은 상대가 이 일을 알기 전에 시집을 가라고 말한다. 진은 그럴 생각이 없다. 시집을 가지 않으면서 양반가에 머물 수는 없다. 시집을 가지 않는 것도 나랏법을 어기는 것이니까. 사람이 곧 재산이 되는 사회였으니, 혼기가 찬 여인이 시집을 안 가는 것은 곧 나라의 재산을 좀먹는 일이기도 했다.
여인이 시집을 가지 않으면서 나랏법을 어기지 않는 길은 무엇일까? 진은 어미인 진현학금이 걸은 길을 선택한다. 기생의 길이다. 기생이 되면 시집을 가지 않아도 된다. 한 사내의 여인이 되지 않고 뭇 사내의 여인이 되는 삶. 당대 사회에서 보면, 여자로서는 가장 비천한 삶을 사는 길이었다. 상여에 속곳을 얹는 순간 진은 제 몸속에 남아 있던 경계를 무너뜨렸다. 경계를 세우면 분별이 일어난다. 분별이란 나와 너를 나누고, 나와 사물을 나누는 것이다. 처녀 몸으로 속곳을 죽은 시신에 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진은 기꺼이 그 일을 했다. 죽은 사내와 자신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여인을 그리워하다가 사내는 한이 맺혀 죽었고, 출생의 비밀을 안 진은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가 간신히 현실로 돌아왔다.
몸도 마음도 잊어야 기생이 된다
기생이 되기로 결심한 진은 어미인 현학금과 친했던 퇴기 옥섬을 찾는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진에게 옥섬은 어미 원한을 풀기 위해 기생이 되는 것이냐고 묻는다. 진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 “그런 거 없어요. 어머니가 죽어간 그 자리에서 나는 거꾸로 살려고 하는 거예요. 그 자리가 저라는 씨앗을 떨어뜨린 자리이니, 그곳에서 꽃 피울 수밖에요. 진흙 연못의 연이 어디 다른 곳으로 가 꽃을 피우는가요? 세상 바깥에서 온몸을 더러운 물에 담그고 천하게 살겠지만 내 생은 길고 짧거나, 천하고 귀한 세상의 이치를 벗어나 자유로울 거예요.”(1권, 191~192쪽) 진은 자유를 말하고 있다. 천하고 귀한 것으로 세상 이치를 나누는 세상을 벗어나 그녀는 더러운 물에 발을 담그고 천하고 귀한 것을 따지지 않는 삶을 살려고 한다.
가부장제는 남자를 구속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여자를 구속하려고 한다. 남자의 대를 잇는 일은 여자를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쥔 남자는 자신의 권력을 여자가 낳은 아들에게만 물릴 수 있다. 참으로 묘한 제도가 아닌가. 권력은 남자가 쥐고 있는데, 그 남자를 낳는 이가 여자라는 것이. 여자가 자식을 낳으니 가부장제는 어떻게든 여자의 삶을 통제하려고 한다. 여자들이 제 뜻대로 살면 아들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권력 체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제는 여자를 어머니와 창녀로 나누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집안의 대를 잇는 아이를 낳는 여자, 곧 아내=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순결해야 했다. 아내를 숭고한 자리에 남겨둔 남자들은 기생을 통해 아내에게서 얻지 못한 즐거움을 얻으려 했다. 기생은 그러니까 가부장제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당대 사회에서 맡고 있었던 셈이다.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포기한 진은 쾌락을 원하는 남자들을 몸과 마음으로 사로잡아야 했다. 사대부 남자들은 기생에게 몸을 원하는 동시에 기예 또한 원했다. 기예는 악기를 타는 솜씨나 시와 글씨를 다루는 솜씨를 가리킨다. 진은 옥섬에게 잠자리 기술을 배우는 한편으로 뛰어난 기예를 익히는 데 힘을 쏟았다. 기예가 탁월해야 사대부 남자들과 담론을 즐길 수 있다. 잠자리 기술만으로는 그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그녀를 거쳐 간 남자들은 무엇보다 그녀가 내보이는 기예에 탄복한다. 사대부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진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나 할까. 몸을 통해 뭇 사내들을 받아들인 여인은 이렇게 기예를 통해서는 제 뜻을 펼치는 길을 새로이 연 것이다.
열다섯에 동기(童妓)가 되어 송도 관아의 교방에 들어간 진은 2년여 만에 기예와 행실과 예법과 시서 교육을 마치고 머리를 올리게 되었다. 머리를 올린다는 건 남정네와 첫날밤을 보내는 걸 말한다. 거액을 내놓은 신청자가 있어 그 돈으로 별채와 난간 두른 대청마루와 연못까지 달린 호화로운 집을 마련했다. 거액을 낸 신청자는 그러나 약속한 날, 진의 방에 나타나지 않았다. 진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유기장 정씨의 아들 수근이 벌인 일이었다. 돈을 댄 사람이 천한 신분의 수근이라는 게 알려지면 사람들이 어찌 생각할까? 게다가 진은 기생에게는 당치 않은 정(情)에 제 뜻과는 상관없이 얽매인다. 기생이 되면서 진은 지금까지 제 몸속에 새겨진 모든 내용을 비운다고 다짐했다. 여기에는 물론 연정 또한 포함되어 있다.
수근 문제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송도 유수가 진을 부른다. 송도 바닥이 ‘명월’이라는 이름으로 들끓으니 그 또한 보고 싶었으리라. 성은 한, 이름은 일규, 호는 묵지인 송도 유수는 진의 첫 정인이 된다. 정인(情人)은 말 그대로 정을 나누는 사람이다. 진은 세상 남자들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그들을 기예로 다스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녀에게 정인은 몸으로만 부딪치는 남자가 아니라, 그녀의 기예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인 셈이다. 이를 따른다면 송도 유수 한일규(묵지)는 정인이 맞다. 낮 잔치 자리에서는 진의 기예만 보던 유수가 늦은 밤에 다시 진을 부른다. 첫날밤을 치를 날이 다시 다가온 것이다. 큰돈을 주고 떠난 수근이 자꾸만 진의 마음을 얽어맨다. 자신을 비우기로 한 맹세가 처음부터 깨질 판이다.
옥섬은 마음에 매이지 않는 것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진 또한 그리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 마음이 제 뜻대로 움직이던가. 송도 유수의 명령이니 거부할 수도 없는 자리이다. 기생으로 살려면 무언가를 하려는 마음을 자꾸만 버려야 한다. 그래야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진은 보름 동안 유수와 낮밤을 같이 했다. 그 사이에 유수를 모시던 기생 죽선이 소복 차림에 머리를 풀고 방으로 뛰어들어서는 은장도로 제 손목을 긋는 일이 일어났다. 기생 일이란 이런 것이다. 남자의 시선이 다른 여인에게로 옮기면 이전 여인은 속절없이 버림을 받게 된다. 유수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박차고 방을 나간다. 진은 자신이 모욕을 받은 듯 마음이 가라앉았다. 남자의 정에 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음이 없이 어떻게 몸으로만 다른 남자의 몸을 받아들일까? 남자들은 기생에게 마음이 없이 몸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기생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니까. 죽선은 이 마음을 잃고 그만 유수에게 정을 주었다. 언제 떠날지도 모를 남자에게 정을 주었다. 진은 몸도 정도 마음도 제 것이 아니라는 옥섬의 말을 인정한다. 애초부터 그녀는 자신을 채운 모든 것을 비우려고 했다. 남자의 정에 연연하면 기생의 삶을 선택한 이유가 사라져 버린다. 이 때문일 것이다. 진은 소실로 들어오라는 한 유수의 청을 거절한다. 그녀는 소실이 되지 않기 위해 기생이 되었다. 이 뜻을 버리고 소실이 되면 그녀는 한 남자의 품에 갇힌 삶을 살게 된다. 자유를 잃게 된다는 말이다.
한양으로 떠나는 유수와의 이별 자리에서 진은 몸도 정도 마음도 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유수가 그것들은 그럼 누구의 것이냐고 묻는다. 강의 것이고, 바람의 것이고, 소나무의 것이고, 백학의 것이고, 작은 풀의 것이고, 모래 것이라고 진은 말한다. 한마디로 진은 이 세상 모든 사물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비로소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면 제 몸을 완전히 비워야 한다. 조금이라도 무언가에 매이면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한 유수는 진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안다. 그래서 그는 진과 함께 있고 싶으면서도 진을 떠난다. 다만 묵지라는 백마를 남겨 제 마음을 표현할 따름이다. 진은 한 유수와 첫날밤을 보냈다. 그에게 첫 정을 주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매이지는 않았다. 첫 정인과 무사히 만나고 무사히 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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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은 천인이었다.온갖 천대를 다 받아야하는 처지엿다. 하지만 기생은 대대로 남이 갖지 못한 기술을 지니고 전수할 수 있엇다.문장을 배우는 것은 사대부들이 갖지멋한 특권이고 지배층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잇었다. 황진이같은 명기들이 기생들의 이름을 떨치고 예술과 글과 시로써 그들의 자부심을 표현했다. 아마 그녀의 적극성과 기지가 그녀의 삶의 원동력이었다.근본적으로 기생은 사대부들의 연회와 성적욕구를 위한 살아있는 도구였다. 하지만 그때문에 기생은 사대부여인네들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잇었다.황진이의 애정행각은 유명하지 않은가..?서경덕과의 염문과 정철과의 교분도 팔도에 우명하고 그녀의 당당한 시가 좋다 그녀의 자유로운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
|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차에 몇 안되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어보리라 다짐했고, 전경린이라는 작가에게서 나왔다는 조금 생소한 느낌의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거의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책을 선택해서 보는편인데 이책을 볼때만은 작가는 완전히 배제되었다. 오로지 책 내용에만 몰입해갔다. 퇴기의 소생으로 양반으로 자랐으나 결국 기생이 되고만 황진이의 이야기가 정말 파란만장하게 펼쳐져 나갔다 특히 그녀를 묘사하는 구절구절이 숨막힐듯이 아름다웠다고나 할까.. 1권을 정말 숨도 고르지 못한채 묘한 기분으로 훌쩍 읽어버리고 지금은 2권을 조금 읽기 시작했다. 황진이. 그녀는 어떻게 되는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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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늘 천지가 지금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막 태어난 듯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앞일도 걱정말고 지난일도 떠올리지 마십시오 포식이 육체를 해치듯 너무 많은 생각도 정신을 해칩니다 상처가 나으면 살아갈 용기도 생기니 그저 편히 지내며 세상을 버리려했던 마음을 돌려 눈을 뜨십시오 아무려면 이 덧업는 세상 지나가는 일이 무어 그리 어렵겠습니까... 전경린 소설 황진이.. 중..
황진이에게 전해준 노승의 말이다.
저 노승처럼
덧없는 세상 지나가는 일이 쉬웠으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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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관한 차원 높은 사유 책을 펼치면 ‘사랑’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중년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여자의 남편은 술집 마담과 바람을 피우면서도 오히려 큰소리치는 뻔뻔스런 남자이다. 별거 중에 만난 애인은 용돈을 달라고 징징대는 한심한 남자이다. 자 기 몰래 젊은 처녀와 결혼할 정도로 파렴치하기까지 하다. 깊은 실망 끝에 여자는 자살을 결심하나 ‘자살하는 것조차 귀찮아서’ 도중에 그만두는데. 여자는 “왜 나는 남자 복이 없는가?” 한탄하던 끝에 황진이를 찾게 된다. “조선 500년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여인, 지금까지도 뭇 남성들이 가슴에 흠모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여인, 30년 면벽한 지족 선사도 파계시킨 매력적인 여성, 시인이며 연주가이며 춤꾼이며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 게다가 방중술(房中術)까지 터득했을 것 같은 여인… 그 분을 지도교수로 청하여 한 수 배우기로 하였습니다.” ■ 아픔 없이 사랑하는 법, 모성으로 가능하다는 것 황진이는 무엇을 가르쳐주었을까? 조선 최고의 ‘선수’인 만큼 밀고 당기며 남자를 사로잡는 비법을 알려줬을까? 아니면 평생 잊지 못할 방중술이라도? 그러나! 예상 밖으로 황진이의 사랑법은 담백하고 진실하기만 하다. “사랑이란 근본적으로 모성이며 여성만이 온전히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남성은 아무리 잘난 체 해도 역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며, 따라서 저는 많은 남자들을 겪어보면서 남자에게 실망하지 않으려면 항상 어떠한 남성이든지 모성으로 감싸야 한다는 것을 터득함으로서 한 번의 사랑을 겪을 때마다 실연의 아픔을 승화시키고 하늘의 뜻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했다고 해서 그들과 모두 연인관계를 원하였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감정이란 그러한 것입니다. 어머니의 마음은 그들이 다른 여성과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다독여주고 바라보는 즐거움까지도 저의 것이 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여성이므로 그것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이쯤에서 저자의 주제의식은 선명히 드러난다. 황진이는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온전한 사랑’을 했던 여인이었다. 남자를 사로잡는 특별한 기술이나 방중술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바로 남자를 어머니의 마음으로 대하는 ‘모성’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 선악과… 포기함으로써 완성하는 사랑 책제목에 나온 ‘선악과’란 대체 무엇일까? 왜 황진이는 선악과를 말하는가? 저자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따먹어서는 안 되는 선악과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선악과란 특정 종교에서만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전생에 살아온 것에 따라 부여된 현생의 금지사항 혹은 결핍을 말한다. 금생에 돈이 없다, 건강이 없다, 배우자가 없다, 아이가 없다, 부모가 없다 등등 부족한 요소를 타고난다는 것. 이러한 결핍에 대해 원망하기만 하면 인생이 더욱 불행해진다. 거기서 눈을 돌려 자신에게 열려있는 것, 주어진 능력을 계발함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고 인간의 위대함, 존엄성, 창조력이 갖춰진다고 한다. 사랑은 궁극적으로 사랑하는 대상을 포기함으로써 완전해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황진이에게는 서경덕이 곧 선악과였다. “제가 이승에서 공부할 때 그분에게 한번이라도 자신을 바칠 수 있었다면 한이 없었을 것이나 그렇지 못함으로 인하여 아쉬움이 있었고 그 아쉬움이 선악과 공부를 함에 결정적 도움이 되어 지금의 제가 있기도 하였습니다.” 황진이가 서경덕을 유혹하려다 실패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황진이는 결국 서경덕을 사모하는 마음을 가슴으로만 간직한 채, 스승으로 모심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공부를 하게 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그분을 모시고 공부할때 정해진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저도 나름대로 책을 보았으니 당시 보고 있던 책의 내용 중에서 모르는 것을 찾아서 질문을 드리고 답을 구하였습니다. 화담 선생은 음률에 대하여도 나름의 진리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우주의 음률이 지상에서 어떻게 스며 있는지에 대한 것을 깨우쳐 주셨으며, 그로 인하여 어떠한 소리를 들을 때 그 음이 어떠한 등급인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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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난 후 오히려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황진이를 빌려다 읽고 그녀와 함께 시간 여행을 한것만 같이 홀가분해졌다. "그년이 참으로 바보구나. 기생 된 년의 사랑에는 원래 결실이 없는 법인데 무엇을 바랐다는 말이냐? 사내의 몸과 마음이란 가면 가나 보다. 오면 오나 보다 해야지 정을 심어 제 손목에 스스로 칼을 꽂다니 참으로 바보가 아니냐?" p.260 오히려 잔잔한 이 말속에 피눈물이 보이는 듯했고, 기생의 생애가 느껴졌다.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서평으로 쓰며 다시 한번 글속의 느낌을 감상하는 계기가 되어 이제는 책을 읽고 꼭 감상문을 쓰게 된다. 책속에서 서얼이 언제 생겨났으며 무슨 목적으로 생긴것인지 알게 되었고, 여인들이 받는 대우가 어떠한지를 알게 되었다. 황진이는 송도 유력한가문 출신의 한량과 퇴기 맹인기생 현학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 당시에는 <종모법>이라 하여 성은 아비의 것을 따르고 신분은 어미의 것을 다르는 것이 이나라의 법도였다. 황진이는 정실부인인 신씨의 손에 넘겨져 출생의 비밀을 감춘채 키워졌고, 그녀의 나이 열세살에 어머니 신씨부인은 황진이를 출가시키기위해 혼처를 알아보고 한양에 사는 양반가의 도령과 혼인을 맺기로 약정한다. 진은 열세살 때까지 자신의 출생을 모른채 신씨 부인의 자애하에 여동생 난과 글공부를 하며 사아좋게 지냈다. 어머니가 권해주시는 책 <내훈>, <삼강행실도>, <여교>보다는 <대학>, <중용> , <논어>, <통강>, <당시선>, <삼국지> 등을 즐겨 읽었다. 뛰어난 미색은 친어미 현학금을 닮았고, 몸에서 은은한 향내를 품기고 있다 한다. 그 와중에 어머니 신씨가 병세가 위중해져 사망하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정혼했던 혼처 또한 동생 난이에게 빼앗기게 된다. 난이가 원한 일이 아님에도 가족들의 원했기에 서얼출신인 진이가 어엿한 양반가로 신분을 속이고 출가할수 없다며 반대를 한것이다. 심한 충격으로 눈이 멀고, 병든 몸으로 절로 거쳐를 옮긴다. 가족들은 진이를 소실이나, 후처로 시집보내려하고, 그것에 반대해서 진은 기생이 되고자 한다. 친어미의 의동생인 옥금을 찾아가 노래와 거문고를 배우고 교방에 이름을 올린다. "태종 때는 세금을 낼 양민이 더 필요하다 하여 종부법을 따르더니, 세조 때부터는 역시 부려먹을 쌍것들이 더 필요하다며 종모법을 다르게 하지요. 내일은 또 무슨 법을 따라 양반이 쌍것 되고 쌍것은 양반이 될지 어찌 알아요. 다만 이런 세상 가운데 무정한 아비와 어미 사이에 태어난 내 신세를 애통해해야지요." p.174 이말이야 말로 그 시대 백성들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까! 몇몇의 위정자들 사이에게 배골고 이리 저리 회두리는것이 힘없는 백성들이니! 기생이 된 진이는 송도유수 한일규(호는 묵지)와 인연을 맺어 첫 사랑을 하게 된다. 하룻밤 꿈처럼 달콤한 사랑은 유수 한일규가 한양으로 승차를 하게되며 깨어지고 그는 명월(황진이)에게 소실이되어 함께 가자며 청하지만 진이는 거절하고 송도에 남는다. 유수는 떠나가며 명월에게 묵지라는 말을 남기고 명월은 그렇게 첫사랑을 떠나보낸다. 아름다운 기생은 들판에 핀 임자 없는 한 송이 꽃, 먼저 꺽는 자가 임자란다. 그리하야 다음번 송도유수 또한 그녀를 찾기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누구의 품에 안기게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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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이었던 진현학금과 양반인 황 진사 사이에서 태어난 황진, 성은 아버지를 따르고 신분은 어미를 따라야 한다는 법이 있던 시대였다. 진현학금은 기생을 그만두려 눈이 멀었고, 진은 첩실이나 후처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생의 길로 들어선다. 머리를 올리는 데 아주 많은 돈을 받았다. 그러나 머리 올리는 날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다. 나중에 수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진은 언젠가는 수근에게 돈을 갚아야겠다 생각한다. 진은 송도 유수의 수청을 들게 된다. 한 유수는 진의 기예, 글 그리고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한 유수가 한양으로 떠나야 해서였다. 넉달 동안 함께 보낸 시간을 유수는 오래 생각하겠다고 한다. 진은 첫 정인과 헤어지고 만다. 기생이기에 겪어야 하는 일이었다. 진이 태어나 기생 명월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쉬지 않고 읽었다고 할 수 있다. 황진이 하면 학문과 재주가 뛰어난 기생이라는 것만 알았는데 다른 것도 조금 알게 되었다. 두번째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알고 싶다.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는 말이 있는데 황진이가 그런 것 같다. 희선 [인상깊은구절] "우리에겐 이런 세상뿐인걸. 산다는 것은 화를 내거나, 함부로 비관하고 포기하기에는 너무 소중한 것이란다. 경전에서 말하기를 우주는 크게 성실하니, 인간은 그를 본받아 작게 성실해야 한다고 했단다. 논평하기보다는 이런 삶을 끌어안고 자기 품 안에서나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야지." |
| 서평이 모두 좋은데 저한테는 별로인 책입니다. 뭐라그럴까 황진이가 너무 곱고 여리게 표현되었다고 할까요.. 시대를 흔들었던 기생이라면 기대했을.. 지족선사를 유혹하거 서경덕과 시를 다투었던 기생에게 기대했던 강인함과 강렬함을 찾을수 없습니다. 그냥 운명에 따라 살아야만 하는 슬픈 여성의 운명같은.. 그런 느낌의 황진이가 주인공입니다. 사람마다 서평이 다를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얼마전에 읽은 측천무후가 더 재미있네요. 바람에 떠도는 낙엽같은 느낌입니다. 생각보다 별로 재미없습니다. 특별히 조선시대의 여성상과 다름없는 황진이를 만나게 되어 실망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