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 집에 들어서자 아내가 상기된 얼굴로 하며 호들갑이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니 늦은 밤이라 해야겠다. 잠깐 기다리라며 아이들이 자는 방으로 내닫더니 금세 돌아와서는
제목 하여, <내껀 왜 이런거야?>이다. '음~, 이건... 뭔가... 심상찮다.'
씻는 것도, 먹는 것도 제쳐놓고 책에 몰입하는 내게 아내는 얼굴을 들이밀며 한마디 한다.
<내껀 왜 이런거야?>라는 우스꽝스런 제목과 제목만큼이나 엉뚱하게 생긴 주인공(띠떼프)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만화형식의 사랑과 성에 대한 가이드 북'을 표방하는 책은, "9~13세를 대상으로 한 프랑스 성교육 부문 Bestseller."란다. "너무 심한 네 쪽은 과감히(?) 삭제하였다."라는 책의 소제목은 '어리바리 띠떼프의 사랑과 성 가이드 북'이다.
하여간, <내껀 왜 이런거야?>의 성교육 지침은 체계적이고 탁월하다. 우선, "사랑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마음으로 느끼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입양아들도 우리와 똑같이 소중한 생명'이라는 가르침은 입양아들에 대한 편견이 없는 외국의 교육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에이즈나 성병에 대한 설명은 콘돔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와 매끄럽게 조화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위에, 강제나 강요에 의한 성행위의 위험성과 부당성은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도 차근차근 조리 있게 설명되고, 아동 성매매의 현실과 근친상간의 나쁜 점, 성폭력(성희롱을 포함한)에 대항하는 방법과 성 고민 상담기관 안내까지 한 마디로 풀-옵션 성교육 지침이 '지령'되지만 어느 것 하나 딱딱하지 않고,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 경이롭다. 무엇보다, 스스로 주인이 되어 '나의 아름다운 성'을 만들고 지켜가도록 정확하게 이끌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돌이켜 보면, 중학 시절, 그 어린 나이에 '방중술'과 '소녀경', '황제경' 등을 섭렵하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친구놈들을 시범조교 삼아 교탁 위에 올려놓고 비공식 성교육을 전담했던 내가 아니던가.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굳이 숨길 필요도 없는 추억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이 책 정말 대단하다.'라는 판단이 이미 서 있었던 것이다.
"여보, 이번 기회에 당신이 예슬이 성교육 선생님이 돼 줘야겠어. 내 경험상 이만큼 좋은 교재는 구하기 힘들걸?"
아이들의 성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천박한 것이 아니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범주에 아이들을 가두어 버린 채 쉬쉬하는 습성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은 음지에서의 상상을 자극받는 건 아닐까? 비록 당돌한 도전으로 비칠지 모르겠으나, 외국의 사례로 당찬 성교육을 감행한 출판사의 용기에 지지와 찬사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