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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 리플리와 그녀의 사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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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에 <마셰티 킬즈> 리뷰를 쓰면서, 제시카 알바 같은 비싼 배우를 초장에 죽여 버리는 '그들 무리의 큰 간' 이야기를 하며 <에일리언 3>의 데이빗 핀처 이야기를 잠시 했었다. <에일리언 3>에 대해서는 이미 2016년 8월 27일에 내가 남긴 리뷰가 있는데, 그 글에도 역시 '그의 간 큼'에 대한 언급이 있다. 같은 사람 생각이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법이라 기억이든 느낌이든
"聖 리플리와 그녀의 사도들" 내용보기

4월 11일에 <마셰티 킬즈> 리뷰를 쓰면서, 제시카 알바 같은 비싼 배우를 초장에 죽여 버리는 '그들 무리의 큰 간' 이야기를 하며 <에일리언 3>의 데이빗 핀처 이야기를 잠시 했었다. <에일리언 3>에 대해서는 이미 2016년 8월 27일에 내가 남긴 리뷰가 있는데, 그 글에도 역시 '그의 간 큼'에 대한 언급이 있다. 같은 사람 생각이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법이라 기억이든 느낌이든 별반 큰 차가 안 나는 법인데, 어디 이 글은 다 쓴 후에 예전 것과 얼마나 달라진 색깔을 띠는지 한번 체크해 보겠다. (만약 별 다를 게 없으면 안 올리고 딴 영화를 골라 리뷰를 쓰겠음)

우선 지난 리뷰에서도 말했듯 이 작품은 밀폐된 공간에서 단 한 마리의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절박한 스릴이 일품으로 찍혔다. 밀폐된 공간이란 점은 물론 리들리 스콧의 1편이 압도적인 미학으로 이미 이때로부터 12년 전에 구현한 바 있으나, 그 1편의 숨막힐 듯한 긴장과 대적이 다소 교과서적이고 평면적이었다면, 이 3편의 그것은 어떤 종교적 신비감과, 현란한 입체 감각을 화면에 담을 줄 아는 감독만이 구현할 수 있는 절박함이 한층 더하다. 나는 심지어 현대의 액션 판타지 <메이즈 러너>가 이 작품에서 잉태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둘 사이의 깊은 연관성이 눈에 띄었다. 아놀드 주연의 <러닝 맨>(물론 스티븐 킹 원작)도 더불어 생각 나지만, 스피드, 근성, 체력, 살상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놈을, 이 덜떨어지고 멍청한 죄수들이 어떻게 대적해 낼 가망이란, 리플리 중위 같은 걸출한 리더의 도움으로도 거의 0에 가까워 보인다.

이 영화에서 교도소에 수용된 죄수들은 Y 염색체 과잉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후 이 먼 행성까지 송치되었다는 설정이다. 헌데 교도소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이들 죄수들, 적어도 그들 중 상당수는 너무도 잘 교화되어, 비록 리플리가 처음 여기 불시착할 때 몇 놈이 지저분하고 끔찍한 사고를 칠 뻔도 했으나, 대개는 소장, 혹은 같은 죄수 중 리더의 경건하다 못해 기괴한 종교적 감화를 한껏 입어, 정신적으로는 이미 거세가 다 된 듯한 상태라는 게 우습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열악한 환경 속 장기간의 격리, 효과적인 리더의 역할, 집단 체념 만큼 종교적 감화가 잘 작동하는 호조건은 다시 없다는 뜻일까? 이런 금욕적인 환경에 느닷 불시착한 리플리, 그리고 그녀가 포태한 '괴물'은, 정녕 이리도 신앙에 흠뻑 젖어(도피해) 사는 이들에게 난데없는 천벌이라도 되는 양 이 절망의 행성에 총체적 파국을 안긴다. 축복을 내려도 시원찮을 판에 도대체 신이란 눈이 달리기나 한 것일까. 아니면 전과과 워낙 더럽고 악독한 탓에, 아주 결정적인 재앙 속에서나 완전한 속죄가 가능함을 알고 아예 하르마게돈을 내려 준 것일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죄수들은,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 볼 만한 자긍심과 성취감, 저항 정신, 무엇을 위해 뜻있게 죽어간다는 희열과 접한다. 정작 죄수들에게 가장 큰 절망과 저주로 다가온 건, 괴물보다 차라리 웨일랜드 유타니 본사에서 파견한 피도 눈물도 없는 직원들이다. 4편에서도 '대체 양심과 동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너 인간과 저 괴물 중 누가 더...' 같은 대사(이런 긴 표현은 아니고 단 한 마디로 압축)가 있었는데, 죄수들은 자기한테 아무 득 될 게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리플리의 죽음(자살)을 돕기 위해 앞을 다퉈 '순교'한다. 정말 이 마지막 장면은, 종교의 교화가 전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참된 가치를 위해 비루한 목숨을 내놓는 죄수들의 '순교'가 인상적이며, 리플리의 자살은 그 성스러움의 극치를 상징한다. 진짜 '종교 영화'란 이런 걸 두고 이름이다. 기독교는 여기서 풍자의 대상임과 동시에 찬연한 변증법적 진테제로 기능, 재생한다.

s****o 2018.04.16.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