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한글 사랑에 둘째가라면 서럽긴 한데, 이럴땐 좀 헷갈린다. 정부(政府)인지 정부(情婦)인지, 아무래도 한자 병기가 필요할듯. 차라리 영어 제목은 노골적이긴 하지만 헷갈리지는 않는다. [Sex with the King]이라나 뭐라나. 내용은 일단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다. 사극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대목은 언제나 여인들의 궁중 암투다. 그래서 재탕 삼탕이라고 욕 먹으면서도 장녹수와 장희빈은 브라운관의 주인공이다. <왕의 정부="">는 장녹수와 장희빈의 유럽판이다. 왕의 여자라니, 우선 그 생김이 궁금한게 사실이다. 이 책은 고맙게도 흑백과 컬러 섞어서 초상화 도판까지 제공해 주는데, 좀 실망스럽다. 지금 내눈에 봐도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들이 있긴 하지만, 더 많은 경우는 그렇지 않다. 초상화라는게 기본적으로 과장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물은 어처구니 없을 것으로 짐작되는 여인도 있다. 실제로 모든 정부가 미모로 승부수를 띄우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왕에게 있어서 단지 잠자리 상대를 찾자면 얼마든지 공급이 가능했다. 공식 외교사절 접견까지 동석하는 정부는 단순한 잠자리 상대 이상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이 책에서 가장 성공적인 정부로 꼽히는 마담 드 퐁파두르는 심지어 왕에게 하룻밤 상대를 직접 구해주기까지 했다. 대신 그녀는 왕의 안식처를 자처했다. 지루한 왕의 이야기를 재미있다는듯 들어주고, 왕이 좋아하는 음식을 주는 역이 그녀의 몫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직접 여자까지 대주는데에는 그녀가 불감증이었다는 점이 적잖이 작용했을테지만, 그녀는 왕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중요한게 뭔지를 제대로 알고 있었던 셈이다. 19년간 권력암투의 한가운데에서 굳건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다 자연사로서 궁정에서 물러난 정부가 된 비결이었다. 때로는 욕심은 많은데 가진 것이라는 몸뚱아리 하나 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여인네들도 10년 이상 장수하는 걸 보면, 그 몸이라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모양인데, 말로는 다 똑같다. 결국 더 훌륭한 몸을 가진 여인네가 나타나면 자기 자리를 내주고 만다. 곱게 수녀원으로 쫓겨날 수도 있지만, 후임자의 머리치장이나 거들어야 하는 치욕을 맛보는 수도 있다. 하지만 모름지기 왕의 정부라는 여인네들이 돈 먹는 하마였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심지어 정부의 선물을 챙겨주느라 군대에 수당과 식량을 지급하지 못하는 한심한 군주도 있었다. 마담 드 퐁파두르는 전쟁이 났을 때 자신의 보석과 장신구를 기부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이지만, 어차피 자신이 누리는 사치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물론 그 사치라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누리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런 돈 먹는 하마를 국민들이 좋아할 턱이 없었다. 마담 드 퐁파두르가 죽었을 때 파리 시민들은 이런 시를 그 영전에 바쳤다. "20년은 처녀로, 7년은 창녀로, 나머지 8년은 포주로 살다가 인생을 마감한 여자가 여기 잠들었노라." 가장 모범적이라는 퐁파두르가 받은 대접이 이럴 때 다른 이들이 어땠는지는 알 만하다. 궁정에서 쫓겨난 다음에 분노한 시민들이 무서워서 집밖에 나오지도 못하는 영인네들이 태반이었다. 시민들은 정부가 잘되는 꼴도 못봐줬다. <1000일의 앤>으로 유명한 앤 볼린이 우여곡절 끝에 왕비가 됐지만 날조한 간통혐의로 처형 당했을때, 영국인들은 모두 다 간통혐의가 날조됐음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놈의 정부 노릇이라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었다. 마담 드 퐁파두르 최후의 며칠에 대한 기록이다. "생의 마지막 며칠까지도 그녀는 핏기 하나 없는 볼에 연지를 바르고, 하얀 호박단 페티코트 위에 무늬가 들어간 화장복을 걸치고 머리를 빗었다. 왕이 병치레를 못견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마담 드 퐁파두르는 왕이 찾을 때마다 고통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왕의 지루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적절한 순간에 기지 넘치는 말을 던지곤 했다." 19년을 이렇게 살았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부귀영화 다 필요없으니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을듯 하다. 하지만 그러니까 부귀영화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것이고,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았던 것이다. 이왕이면 유럽역사에 대해서 조금 더 배경지식이 있으면 좀더 재밌게 읽었을 뻔 헀다.왕의> |
| 평소에 신문 북 리뷰 면을 눈여겨보는 편인데, 각 신문마다 지면을 크게 장식한 이 책은 단연 내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신문의 북 리뷰는 출판사의 로비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그 점에 있어서 이 책은 리뷰와 책 자체를 비교했을 때 80%정도 만족이라고 하겠다. 예상대로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사실, 평소에 유럽역사에 관한 만화(^^;)책을 워낙 많이 읽은 터라 이틀 만에 끝냈다.) 그냥 흥미위주의 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역사적이고 그렇다고 역사서라고 하기엔 그 초점이 너무 빗나가 있으니 한마디로 역사서에 양념 역할을 하는 책이라고 할까? 하지만 이렇게 보면 그 양념 역할을 꽤 제대로 해내고 있다. 곳곳에 풍자적이면서도 희화적인 표현들... 저자는 무거울 수 있는, 혹은 지나치게 외설적일 수 있는 각각의 소재들을 특유의 재치로 유쾌하게 마무리 짓는 능력을 지녔다. 자칫 식상해 보일 수 있는 표현들 속에서 포인트를 집어내 그 재치를 살린 것은 일면 역자의 기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단, 왕 별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주제 별로 구성을 한 터라 약간 난잡해 보이는 흠이 있다. 게다가 유럽 사람들 이름도 워낙 비슷비슷한지라 그냥 가볍게 읽으려 선택한 사람이라면 조금 헷갈릴 수도...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곳곳에 눈에 띄는 따옴표... 분명히 여기서 말한 그 당시의 연애편지나 그 밖의 서신, 혹은 이것을 기반으로 그 이후에 쓰인 책 등에서 인용한 문구일 테고, 외서였다면 분명히 있었을 법한 그 출처를 일일이 언급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말이다. 뒤에 참고 문헌이 빽빽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이게 인용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고 보면 조금 생뚱맞아 보이는 부분이 간혹, 아니 그보다는 좀 더 자주 있다. 각 페이지 하단에 각주 형식으로 그 출처를 실었다면 책 자체로도 훨씬 알차고 품위 있어 보일 수 있었을 텐데... 또 한 가지 흠은 교묘하게 책값을 올렸다는 점... 물론 안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허술해 보이지 않지만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생각만큼 분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양장에 고급 껍데기, 그리고 앞면에 들어간 몇 개의 칼라 삽화... 소장가치... 만빵...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전시효과 100%... 그 점이 아쉽다. 게다가 무겁기까지... 내 경우에는 주로 지하철에서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거의 고교 시절에 보던 정석 책 한 권의 무게를 톡톡히 한다. 물론 요즘 우리나라 출판사들이 다 그런 추세긴 하지만 눈으로 보기 위한 책보다는 정말 실용적이고 ‘읽기만’을 위한 책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
| 처음에 이 책을 서점에서 발견했을 때는 그 자리에서 직접 사고픈 맘이 굴뚝같았다. 이런 류의.. 그러니까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왕의 정부에 대한 얘기들은 그다지 없었던 터라.. 한번쯤은 보고 싶구나~ 라고 생각만 하고 있던 것이 활자화되어 나왔다는 것에 상당히 좋은 점수를 줬었지만. 서점에 서서 슬쩍 몇장을 넘겨본 결과 사서보기에는 아깝다, 라는 생각에 그냥 내려놓고야 말았다. 화려한 컬러 사진 몇장, 뭔가.. 묘한 느낌이 팍~!! 하고 드는 제목, 그외 소장가치가 충분해 보이는 겉표지까지.. 이만큼 돈을 들였으니까 이정도 돈은 내야된다, 라고 뻐기고 있는 듯한 그 책은, 내용이 그다지.. 없었다. -_-:; 이후, 어딘가에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긴 했지만은.. 서점에서 서서 볼 당시에만 하더라도 책의 내용이 너무나 두서없게 느껴졌다. 더불어 앞에서 했던 얘기를 또 하고, 앞에 나온 여자 얘기 또 하고.. 그런 식으로 책장 수만 늘여나가니까 책이 이렇게 굵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랄까? 덕분에 계속해서 읽다보면 어쩐지 지루한 면도 없잖아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기에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 |
| 우선 글 자체가... 일관성이 없다 A왕의 얘기 3줄 하다가 B왕 얘기 3줄 하다가... 정신이 없고... 그 정신 없는 와중에 번역은 완전 미국식 문장이다. 한 문장이 어려워 몇번이고 다시 봐야했다. 문장 구성 자체가 엉망진창이라 매우 단순한 내용인데 몇번씩 봐야했다. 내용 자체도 체계가 없고 번역도 엉망이고... 실로 돈아까운 책이었다. 사람들 눈 끓어 돈벌려는 속셈까지 보이는 희안한 책이다. 고증되지 않은 사실이 많다고 연구도 많이 하지 않고 너무 쉽게 써버린 글. 역사속에서 여인들이 어떤 중대한 역할을 했는지 치계적으로 보고싶던 나는.. 너무 실망을 해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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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양 역사상 유명한 왕의 정부(情婦)에 대한 역사 에세이이다. 책을 펼치면, 유럽 역사의 한 음지에 기록된 쟁쟁한 여인들이 드레스 업하고 줄줄이 등장한다. 그녀들의 분내와 땀내 섞인 체취와 행복해 죽겠다는 듯한 웃음소리, 어지럽다. 하지만 막강한 왕의 사랑을 잃고 민중의 분노를 한 몸에 받고 궁을 떠나야하는 그녀들, 심지어 사랑의 댓가를 챙기지도 못한 그녀들은 늙은 사면초가 가난뱅이 창녀일뿐. 저자는 극과 극을 달리며 그녀들의 역사를 보여준다.
프랑수아 1세가 최초로 가장 아끼는 정부에게 '메트레상티트르(maitresse-en-titre)'라는 지위를 부여한 이후 프랑스 왕실 공식 정부들은 유럽 최고의 권세를 누렸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샤를 7세의 애첩이었던 아그네스 소렐, 앙리 2세의 애첩이었던 디안 드 푸와티에, 앙리 4세의 정부였다가 왕비 즉위식 직전에 죽은 가브리엘 데스트레, 루이 14세의 애첩이었던 몽테스팡 후작부인, 루이 15세의 정부이자 거의 국무총리 노릇을 한 마담 드 퐁파두르, 프랑스 혁명 발발에도 일조를 한 마담 뒤 바리,,, 등등 프랑스 여인들이 많이 등장한다. 다른 나라 왕들도 프랑스에 뒤질세라, 많은 여인들을 정부로 삼아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하지만 프랑스에 비해 다른 나라들은 여인들에 대한 복지(?) 수준이 낮았다. 에스파냐의 경우, 왕이 찜했다가 버려진 여인들은 강제로 수녀원으로 보내지기 일쑤였고, 연금 등 약속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 왕들도 많았다. 심지어 영국 배우 도로시 조던은 자신이 일해 당시 왕자 신분이던 남자의 용돈을 대 주기도 했다. 이 외에도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다. 비앙카 카펠로의 일화는 시오노 나나미가 <사랑의 풍경>에서 그려준 바와 정반대여서 제일 흥미로웠다. 나폴레옹과 마리아 발레브스카의 일화는 이미 알던 거지만 읽을 때마다 열받고. 매춘부 출신의 넬 그윈이 찰스 2세 사후 "사슴이 누웠던 자리에 개를 눕힐 수는 없어요."라며 수절했다고 사람들에게 칭송받았다는는 건 뭔 개소리인지, 원.
역사상 유명 여성들을 어떤 시각으로 평가하고 어떻게 서술했는지 뭐 색다른 거 없나, 싶은 마음에 펴 읽다가 몇 시간만에 읽었다. 제목과 왕족 혈연 운운하는 웃긴 작가 소개보고 지레 짐작했는데, 생각보다 책 꽤 괜찮았다. 왕의 정부들의 열전 형식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정한 주제에 맞춰 정부들과 그녀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헤쳐 모여' 구성하는 솜씨가 대단하다. 왕과 정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왕비, 정부의 남편, 왕과 정부 사이 태어난 서자들 등 관련 인물들과의 관계 서술도 재미있고, 현대 시기까지 눈을 돌려 심프슨 부인과 카밀라와 다이아나 이야기까지 다루면서 왕과 정부에 대한 대중의 반응의 역사적 변화를 고찰한 점도 재미있었다. 은근 관련 왕조와 왕들, 시대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는 읽기 힘든 책이다. 흔한 역사상 성적 에피소드 짜깁기한 대중 역사서가 아니다. 섹시하고, 지적이며 기품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다. 좋은 역사책을 다 읽은 후 전체를 관통하여 느껴지는 뿌듯함, 이런 건 없다. "일국의 운명이 한 여인의 침실에서 결정된다면 역사가에게 최고의 장소는 바로 그 곁방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샤를 오귀스탱 생트뵈브의 논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책이다.
확실히 좋았던 점 한가지는, 저자의 곳곳에 시처럼 딱딱 대구가 들어맞는 시니컬한 문체. 이런 저자의 문장력은, 번역본 말고 원문으로 보면 정말이지 대단할 것 같다.
마담 드 맹트농은 프랑스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미덕만 모두 갖추고 프랑스인들이 그토록 숭배하는 악덕은 전혀 지니지 않은 여인이었다. - 본문 280쪽에서 인용
죽음의 전령은 오랫동안 버려진 채 살아온 왕비들에게는 제법 우호적인 존재였다. 커다란 접시에 차갑게 식은 남편을 담아 대령하고 신혼 시절 이후 처음으로 그를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이제 왕비는 남편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 본문 319쪽에서 인용.
"여자는 매력이 사라져야 선함을 추구한다"라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은 어쩌면 왕의 정부들을 두고 한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종교적인 통찰를 추구한 수많은 정부들은 대개 메트레상티트르의 자리를 박탈당하고 치욕스럽게 쫓겨난 사람들이었다. 이 말은 곧 대부분의 여자들이 젊고 싱싱할 때에는 여유작작하게 죄를 짓다가, 세월과 병마의 손이 무겁게 짓눌러오면 그때서야 앞 다퉈 속죄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 본문 357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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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의 역사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 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유럽왕실의 정부들이 어떻게 국사에 개입했는지를 엿볼 수 있으며 그 정부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도 과히 상상이 가지 않을 것이다. 탐욕의 화신인 영국 에드워드 3세의 정부인 앨리스 페레스. 엽기적인 사랑의 약을 먹인 프랑스의 루이 14세 정부 마담 드 몽테스팡 돈을 불보다 더 잘 썼던 찰스 2세 정부 캐슬마인 백작부인 여러 남성과 즐기는걸 좋아했던 루트비히 왕의 정부 로라 몬테즈 요세프 슈틸러 유럽사람들의 윤리성이 좀 의심스러운 면도 있으며 어찌보면 유럽의 남성들은 정략결혼이라는 희생자가 아닐지.... |
| 주머니 사정으로 잠시 보관함에 넣었다가 얼마전에 샀다. 오자마자 읽어 결국 며칠만에 다 읽었다. 400여 페이지가 되는 책이지만, 술술 쉽게 읽힌다. 아마 갖가지 음모와 로맨스, 침실의 뒷 이야기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은 쉽게 읽을 만하며, 읽고 난 뒤 열받는 건 여자라면 다 똑같을 것이다. 유럽의 왕실은 특이하다. 종교의 영향이 가장 컷던 탓에 그들은 일부일처제를 철저하게 지키려 한다. 물론 능력이 넘치는 왕은 '정부'라는 노리개를 두어 정략결혼에 희생된 양 왕비는 무시하고 정부에게로 달려간다. 그 정부들은 언제 왕이 변덕을 부릴 지 몰라 늘 전전긍긍하며 왕의 환심을 사기 바쁘다. 게다가 모든 비난은 정부의 몫이었다. 왕이 정치를 잘 못해도 모두 정부가 홀려서 그랬다느니, 정부의 사치가 심하다느니 대신과 백성들은 신의 아들인 왕을 비난하기보다는 정부를 욕했다. 그렇게 실컷 욕 듣다가 왕이 버리거나, 왕이 먼저 죽으면 그들은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다. 대게는 왕이 버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버림받은 이들은 수녀원에 들어가 그들이 지은 죄(간통)를 참회하며 살거나, 연금을 받으며 재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왕이 먼저 죽으면 왕비의 복수를 온 몸으로 받아야 했다. 카스티야의 알폰소 11세가 흑사병으로 죽자, 마리아 왕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인 레오나르 드 구스만을 긴급 체포, 사형에 처했다. 영국의 에드워드 4세가 죽었을 때, 그의 정부였던 제인 쇼어는 런던 거리를 걸으며 돌세례를 받아야 했다. 왕비의 삶은 늘 무미건조하며, 불행했다. 다만 지아비인 왕이 중병에 걸리거나 죽는 순간에야 비로소 그 빛을 발한다. 정부에게 왕의 모든 사랑을 빼앗긴 왕비는 늘 궁전 한 구석에서 슬퍼하다, 왕이 죽을 때에야 왕을 오롯이 차지한다. '죽음의 전령은 오랫동안 버려진 채 살아온 왕비들에게는 제법 우호적인 존재였다. 커다란 접시에 차갑게 식은 남편을 담아 대령하고 신혼 시절 이후 처음으로 그를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위의 표현은 커다란 궁궐, 낯선 이국으로 팔려온 타국의 공주들이 얼마나 외롭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왕비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동양의 경우는 여자들에게 오히려 나았던 걸까. 왕의 여인들은 모두 후궁이 되어 적정한 대우를 받았으며, 중전의 경우는 엄격히 국모로서 대우받았다. 간혹 후궁들이 간계를 꾸며 그 자리를 꿰어찰 수도 있었으나, 극히 드물었다. 종교를 신봉하면서 뒤로는 정부를 두어 여자들을 농락한 왕들... 죽음의 순간에는 자신이 지옥에 들어설까 두려워 하여 정부의 존재를 부인한 이들... 가장 치사하고 역겨운 인간은 바로 그들이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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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국의 운명이 한 여인의 침실에서 결정된다면 역사가에게 최고의 장소는 바로 그 곁방이 될 것이다. - 샤를 오귀스탱 생트뵈브 굳이 생트뵈브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역사속에서 많은 정부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 마담 드 퐁파두르, 앤 불린, 마담 뒤 바리,카밀라 섄드까지. 여자문제를 일으켰던 왕이 비단 헨리 8세뿐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정부들도 각자의 정부가 있었으니 왕실의 야사는 문란하기 이를때 없다. 하지만 왕의 정부들이 모두 성적인 대상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루이왕의 정부중 한명이었던 마담 드 퐁파두르는 성적 불감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왕의 총애를 받았다. 그녀가 죽는 순간까지. 성적인 즐거움 외에 다른 것들을 왕에게 제공했는데, 주로 신하들의 친서를 읽어주거나 트리아농 궁전에 식물원을 만들어서 프랑스 최초로 딸기를 재배했다거나 언제나 그의 말을 듣기 위해 귀를 열어 두었다. 그런 그녀에게 왕은 왕비가 제공하지 못한 위로라는 것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 왕의 자리는 외롭다. 그래서 그들은 둥지가 없는 늑대들처럼 방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말 즐기기 위한 삶을 살았던 몇몇 호색한들을 제외하고. 마담 드 퐁파두르는 19년간의 정부생활을 뒤로 하고 죽음으로 마담 뒤바리에게 그 역할을 물려주게 되지만 한남자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지 않았을까. 왕의 매력적인 반려자였으니. 정당하진 못한 삶이었지만 책이, 이렇게 짧은 아름다움들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루이15세의 또다른 정부 마담 드 마이는 세 여동생에게 차례로 왕을 빼앗겨야만 했다. 다정다감한 자신의 성격을 동생들이 이용한 탓이었는데, 결국 여동생들도 화무십일홍의 삶을 마쳤고 그녀역시 비참하게 버려졌다. 왕의 여자들은 길든 짧든 그녀들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화려하게 보낸다. 왕의 곁에서. 하지만 그들의 결말은 거의 대부분 비참하게 끝난다. 새로운 연적에 밀리거나 버려지거나.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불나방처럼 권력이라는 불길을 향해 날아드는 이유는 역시 권력의 힘 때문일까. 사랑때문이라고 말할 사람은 무덤 속에 누워 있는 그들 중 과연 몇몇이나 될까. 권력의 향내는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단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마저도 쉽게 던져 버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보면. [왕의 정부]를 읽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시대가 변했다고 이들처럼 살아온 인생들도 사라졌을까. 과연-. |
| 정부란 이유불문하고 첩를 일컫는 말이다....별로 좋은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불명에스러운 직책을 명예로 만들려는 것처럼 그녀들은 매우 총명했다. 그녀들의 출신이 다양하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심지어 매춘을 주로 하던 배우던 간에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끓임없이 자신의 지위를 공공히하기 위해 노력했다. 잠자리만으로는 변덕스런 왕의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갈아치운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재주와 예술에 최선을 다했다. 왕의 정부라면 왕비는 무식해도 그녀들에게는 희대를 풍미할 시와 노래와 문학적 재능-예숧안이 요구되엇다. 궁정예술가들은 그림과 연극에서 ,문학부터 음악과 미술에 이르기까지 왕의 정부들을 찬양햇다.그러한 움직임은 18세기 프랑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로코코의 미술에 여성적인 취향이 강한 것은 그녀들의 활동에도 영향이 있다. 그녀들이 왕의 정부라해도 자심ㄴ을 낳아도 작위를 받지 않는 한 언젠간 버림받고 내버려질 것이란 것을 그들도 일찍 깨닫고 권력과 보석에 집착해 있었다.악녀형 정부는 이때문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우리나라의 장희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인형만의 정부는 버텨나갈 수 없었을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