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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의 책, 필로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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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그들의 역사에서 중고 헤이안시대를 무척 자랑하고 싶어한다지요. 그럴만도 하지요. 그들의 언어인 히라가나를 정리했고, 상징천황이긴 하지만 천황을 신격화했으며, 사람이 신이 될 수 있는 통로(죽는 것 말고 천황의 여자가 되면 되니까)가 보였으니까요. 얼마나 평화로웠길래 헤이안일까. 좀 삐딱한가? 그런 건 아니고 사실 요즘 일본문학을 체계 없이 이것저것 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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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그들의 역사에서 중고 헤이안시대를 무척 자랑하고 싶어한다지요. 그럴만도 하지요. 그들의 언어인 히라가나를 정리했고, 상징천황이긴 하지만 천황을 신격화했으며, 사람이 신이 될 수 있는 통로(죽는 것 말고 천황의 여자가 되면 되니까)가 보였으니까요. 얼마나 평화로웠길래 헤이안일까. 좀 삐딱한가? 그런 건 아니고 사실 요즘 일본문학을 체계 없이 이것저것 접하고 있는데, 통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요. 문학을 국가권에 한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동안 알게 모르게 얕잡아 보던 일본문화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요즘 새삼 깨닿고 있거든요. 이건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역사를 통해 일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현실상황과 맏닿아 있는 문제이기도 해요. 우리는 일본문학을 문학으로서 이해하기보다는, 역사현실하에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물론 근대문학이나 현대문학을 논함에 있어서는 좀 다르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도 저는 왜놈, 떼놈, 미개한 등으로 그들을 이해했고, 대륙야욕을 갖고 수준높은 조선의 문화를 훔쳐간, 도략질의 문화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건 제 책임이 아닙니다. 분명 나의 선생들은 그렇게 가르쳤다구요. 도자기, 불교, 심지어는 그들의 간지까지도 훈민정음과 한자의 교묘한 배합에 의해 탄생한 거라고 그랬다니까요. 이건 침략과 침탈의 과정에서 생겨난 못쓸 동류의식에 의해 방관되고, 또는 결집되어 무지몽매의 사생아를 낳았지요. 윽, 내가 그 사생아라니! 그런데 말이에요. 고등학교 시절 레드컴플렉스에 시달리던 윤리선생의 책상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해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모노가타리'가 쫙 펼쳐져 있었거든요. 저는 선생의 성향에 미루어 무라사키가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답니다. 선생은 그들의 정치력, 지도력을 배워야 한다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본 극우의 전형적인 슬로건을 외치고 다녔지요. 그는 아무데서도 환영받지 못했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무시할 수 없었어요. 여기까지 기억을 끌어온 것은 저 책, '겐지모노가타리' 때문입니다. 저는 저 책을 읽어보려고, 읽어보려고, 진짜 읽어보려고 시도했으나 읽을 수 없더라구요. 이건 제가 무협이나, 추리, 대하소설을 끈기있기 읽지 못하는 독서성향과도 관계 있겠으나, 그렇더라도 진짜 읽을 수가 없었어요. 물론 그래도 언젠가는 꼭 읽어보리라 마음은 먹고 있죠. 사실 조금 읽기는 했으나 그 수많은 이름들에 지쳐서 나가떨어진 경험이 책읽기를 그만두게 종용했더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혀 아닌데도 왠지 저 책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인 '대망'과 같은 괘에 놓여 있습니다. 제가 일본 고대 문학에 대해 아는 것은 저 책의 이미지예요. 도저히 접근 불가한, 그러나 한쪽의 사람들은 열광하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선전하는 그 속에는 뭐가 숨어 있을까요. 무라사키 시키부와 쌍벽을 이루는 헤이안 시대 문인이 바로 세이쇼 나곤이지요. 일본인들이 자랑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문화 한쪽에는 여성들의 수준 높은, 굵직한, 활발한 활동이 내재되어 있다고 보여져요. 특히 헤이안 시대는 그들의 활동을 장려하고, 고급 문화층으로서 뇨보라는 직업여성이 등장하기도 하지요. 이 두 여인은 천황의 여자가 된 두 여성을 가르치는 문화선생이었지요. 그리고 세이쇼 나곤은 후지와라의 딸이 아닌 데이시 쪽에 서게 되요. 일본 역사상 두 명의 중궁이 탄생하는 시점이지요. 재밌는 건 당시는 종이가 귀했는데, 천황이 데이시에게 준 사랑의 선물인 종이(두루마리겠지요)가 건너건너 세이쇼 나곤에게 도착했다는 거예요. 그걸 건네받으며 세이쇼 나곤은 여기에 무얼 쓸 거냐고 묻는 데이시에게 베게 밑에 두고 생각나는 것을 하나씩 꺼내서 쓰겠노라 했다지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베게밑의 책'인 마쿠라노소시이구요. 일본 역사상 전무후무한 문학양식으로 평가되는 이 책에 쏟아지는 찬사 말고, 개인적으로 당시의 분위기가 부러워요. 종이가 귀했던 시대라면 쓰고 싶은 것이 정제되고, 응집되기 마련일 텐데, 이 여자 세이쇼 나곤은 지금 우리가 쓰는 잡문, 단상들을 마구 휘갈기고 있거든요. 영화 필로우북 보셨나요? 혹, 거기서 나오는 베개밑 책이 이것이 아닐까, 저도 머리맡에 책을 놓고 아무 쪽이나 펴 읽으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p***4 2005.08.05.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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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일본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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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체의 고급스러움에 본격적으로 읽기 전부터 한 번 반하고, 읽으면서 두 번 세 번이고 반해버렸다. 헤이안 시대의 뇨보(女房-우리 나라로 치면 상궁)인 세이쇼나곤의 수필집으로, 그녀의 섬세한 관찰력에 감탄했다. 도드라지는 문학적 기질은 그녀의 사물에 대한 감상을 아름답게 표현해 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일본 특유의 '풍류'적인 생활이었다. 시를 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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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체의 고급스러움에 본격적으로 읽기 전부터 한 번 반하고, 읽으면서 두 번 세 번이고 반해버렸다. 헤이안 시대의 뇨보(女房-우리 나라로 치면 상궁)인 세이쇼나곤의 수필집으로, 그녀의 섬세한 관찰력에 감탄했다. 도드라지는 문학적 기질은 그녀의 사물에 대한 감상을 아름답게 표현해 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일본 특유의 '풍류'적인 생활이었다. 시를 읊을 줄 모르면 연애도 할 수 없었다는 기본 상식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헤이안 시대의 귀족 사회. 시를 읊어 편지로 보내면서도 그 계절에 아름다운 꽃(특히 벚꽃, 혹은 매화) 한 가지를 꺽어 꽂아 보내는 풍류. 눈이 내린 아침에는 정원에 설산(雪山)을 쌓아놓고 구경하는 모습. 그냥 스쳐가기에 너무 아까워서 일부러 적어놓기까지 했던 일본인들의 멋스러운 생활에 감동받았다. 그리고 '겐지 이야기'의 작가인 무라사키 시키부와의 묘한 라이벌 구도도 재미있었다. 두 사람이 거의 동시대에 활동했다니, 새로운 점이었다. 세이쇼나곤이 시키부의 남편이 멋을 모르는 행동을 했다는 점에 대해 비판하자, 그것을 읽은 시키부는 "한시 몇 편 안다고 잘난체 한다."며 그녀를 미워했다 한다. (겐지 이야기도 한 번은 읽어봐야할텐데 약간은 엄두가 안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동시에 놀랍기도 했는데, 무엇보다도 뇨보들과 중궁(혹은 천황)과의 관계였다. 우리 나라와는 달리 중궁은 사택으로 내려간 뇨보들에게 그리움의 편지를 보내고, 내기를 하였는데 중궁이 장난 섞인 속임수를 내자 그것을 투정하기도 하는 뇨보들이라니.. 게다가 천황의 앞에서도 시를 읊어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왕족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대신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냈는데, 어쩌면 이것이 더욱 놀라웠는지도 모른다. 새벽까지 대신들은 뇨보들과 대화를 하기도하고, 혹은 사귀기도 하는데.. 상궁=왕의 여자라는 우리 나라의 의식으로 보았을때, 대체 일본의 궁 사정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모든 것이 놀랍고 새로웠던 시간.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매력, 세이쇼나곤의 감성. 그것들이 함께 잘 어우러진 멋진 작품이었다. (+) 검색해보니, '일본문화연구총서25. 헤안시대 뇨보 연구'라는 것이 있다.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해보고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
w****4 2005.02.05.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마쿠라노소시] : 헤이안시대 수필문학의 백미, 귀족적이고 단아한 느낌.
"[마쿠라노소시] : 헤이안시대 수필문학의 백미, 귀족적이고 단아한 느낌." 내용보기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와 함께 헤이안 문학의 쌍벽을 이루는 세이쇼나곤의 <마쿠라노소시>를 구입하고 싶었으나 절판인데다가 출판사도 문을 닫아서 우선 급한 대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쓴 세이쇼나곤은 중궁을 보필하는 뇨보(女房)로, 7년동안의 궁중생활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사(人事)에서 폭넓은 소재를 취해 글을 썼다. <겐지 이야기>가 왕조 시
"[마쿠라노소시] : 헤이안시대 수필문학의 백미, 귀족적이고 단아한 느낌." 내용보기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와 함께 헤이안 문학의 쌍벽을 이루는 세이쇼나곤의 <마쿠라노소시>를 구입하고 싶었으나 절판인데다가 출판사도 문을 닫아서 우선 급한 대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쓴 세이쇼나곤은 중궁을 보필하는 뇨보(女房)로, 7년동안의 궁중생활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사(人事)에서 폭넓은 소재를 취해 글을 썼다. <겐지 이야기>가 왕조 시대의 귀족적인 미학을 그대로 구현하면서 마음속 깊이 애절하게 느끼는 정서인 '모노노아와레'를 표현한 데 비해, <마쿠라노소시>는 어떤 사물에 대해 밝은 마음으로 찬미하고 지적인 흥취를 느끼는 '오카시'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일본 문화, 그중에서도 헤이안의 문화나 습속에 대해 알지 못하면 읽다가 굉장히 막히는 부분이 많을 듯 하지만 친절하게도 주석으로 관직명이나 지명, 와카 구절 등에 대한 설명이 달려 있으므로 그럭저럭 읽을만 하다. 그 당시에는 와카를 외우고 주고받는 것으로써 그 사람의 지식을 알 수 있었는데, 세이쇼나곤은 와카에 굉장히 박식했던 듯 하다. 또한 오늘날의 일부일처제가 아닌, 남자가 밤중에 여자 집을 찾아가는 형태의 결혼 생활 풍속도 꽤 신기하다. 전체적으로 귀족적이고 단아한 느낌이 흐르는, 아주 훌륭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부분 :

 

27단 그리움 - 지난 일이 그리워지는 것

4월 마쓰리 때부터 그대로 놔둔 접시꽃 입사귀. 인형놀이 도구들.

남보라색 천과 진보라색 천 조각이 납작해진 채 책 사이에 끼여 있는 것. 또 비 내리는 날 하는 일 없이 있다가 발견한 편지. 작년에 쓰던 여름부채.

 

39단 고상함 - 귀티 나는 것

연보라색 속곳 위에 흰색 겹옷 포를 입은 모습. 물오리 알. 빙수에 꿀을 넣어 새 금속 그릇에 담은 것. 수정 염주. 등꽃. 매화에 눈 내린 것. 아주 귀엽게 생긴 어린애가 딸기 먹는 모습.

 

j******m 2010.07.1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아한 글을 보고 싶으시다면........
"우아한 글을 보고 싶으시다면........" 내용보기
음...... 이 책은 말 그대로 충동구매의 결과인데요....... 겐지 이야기(겐지모노가타리의 번역판 이름입니다.;;;)를 그야말로 힘겹게~ 읽고 난 후 세이쇼나곤의 작품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렇지만 제가 또 일본어가 안되는지라 원본으로 읽을 수도 없고....... 그러던 차에 우연히 번역판이 있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뭐, 거의 아무 생각없이(?) 주문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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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책은 말 그대로 충동구매의 결과인데요....... 겐지 이야기(겐지모노가타리의 번역판 이름입니다.;;;)를 그야말로 힘겹게~ 읽고 난 후 세이쇼나곤의 작품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렇지만 제가 또 일본어가 안되는지라 원본으로 읽을 수도 없고....... 그러던 차에 우연히 번역판이 있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뭐, 거의 아무 생각없이(?) 주문을 했고....... 충동구매죠.^^ 수필쪽은 취향이 아니었으나 꽤 재미있더군요.;;; 세밀한 묘사라든가 꽤나 재치있는 발언이라든가....... 겐지 이야기도 그랬지만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이랄까 그런 것들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궁중 생활 같은 것들도 흥미있게 그려져있구요. 개인적으로는 겐지 이야기보다도 더 괜찮은 책이었습니다.(겐지 이야기를 너무 힘겹게 읽은 탓일지도......-_-;;;) 아름다운 봄날 밤, 우아하고 풍취있는 글 읽기를 하고 싶으시다면 권해드립니다. 아,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립니다만...... 위의 저 별책부록은 별 기대하지 마시길. 매우 얇고, 간단간단한 내용들이 별 설명없이 나열되어있는 말 그대로 '부록'이랍니다.

[인상깊은구절]
그리움 -지난 일이 그리워지는 것 4월 마쓰리 때부터 그대로 놔둔 접시꽃 잎사귀. 인형놀이 도구들. 남보라색 천과 진보라색 천 조각이 납작해진 채 책 사이에 끼여 있는 것. 또 비 내리는 날 하는 일 없이 있다가 발견한 편지. 작년에 쓰던 여름부채.
y******s 2005.03.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