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들 때마다 꾸는 악몽처럼 벗어날 수 없는 공포, 단 한 번 꾼 꿈으로 평생을 시달려야 하는 삶, 전쟁으로 망가진 순간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영혼의 기록이 이 책을 만들었다. 음산하고 말도 안 되는 일방적인 폭력이 소설에 가득하다. 우리는 그런 폭력에 대해 눈 감고 있는 것처럼 외면하고 있고 폭력에 희생되는 존재들은 눈 뜨고 죽어버리는 살해를 당하거나 눈 감고 몸서리쳐지는 고통과 분노와 슬픔을 되새기며 평생을 산다. 거대한 서사시처럼 꿈과 현실은 뭉개지면서 계속 되풀이된다. 눈 떠도 여기가 집인지 아닌지, 꿈인지 현실인지, 자꾸 이름을 부르는 그가 누구인지, 계속해서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꼬마는 누군지, 정말 내 아들인지 계속해서 헷갈린다. 전쟁과 거기서 자행되는 폭력은 절대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깨어나도 현실은 악몽처럼 끔찍하니, 현실이 고통스럽다면 차라리 깨지 않고 그냥 잠드는 게 나으리. 읽어나가면서 스페인 내전으로 희생양이 된 시인 가르시아 로르까의 이미지가 내내 겹쳤다. 전쟁의 피해자들은 한결 같다. 그들은 피해자다. 로르까다운 죽음, 스페인 시민들은 로르까가 내전으로 죽음을 맞이하자 올레! 올레!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러나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당한 일에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청년, 영문도 모르고 죽을 듯 매를 맞고 죽지 않기 위해 달아나다 결국 정신을 잃고 낯선 곳에 쓰러진 젊은이, 그를 간호해주는 젊은 미망인과 그를 죽은 아빠라고 믿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 죽음 같은 고통을 견디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그는 밖에 나가고자 하나 공포가 그를 묶는다. 어머니는 가족들과의 이별을 전제로 그를 피신시킨다. 사소함이 가족의 생이별을 만든다. 네가 일어서지 않으면 내가 일어서지 않으면 그가 일어서지 않으면 누가 이 암흑 속에서 소망의 불꽃을 튈 수 있으랴? 프랑스로 망명한 사람의 아프가니스탄 사람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 소수의, 약한, 전쟁의 피해자의 경험을 듣는 것은 자체만으로도 내겐 소중한 의미이다. 죽음에서 삶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이 소설에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는 과정은 왜 이리도 흡사한가.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의 피해자들은 늘 존재해왔는가. <사자의 서>와 같은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인간은 과연 눈 뜨고 있는가, 눈 감고 있는가를 생각한다.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 다몰라 사이드 무스타파의 말에 의하면, 영혼은 우리가 잠이 든 동안 다른 곳으로 간다고. 그리고 그 영혼이 우리의 육신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기나긴 악몽 속에서 멍멍함과 공포에 몸을 내맡긴 채, 목소리도 낼 수 없고 힘도 쓰지 못하는 상태로 있어야만 한다고. 그런 상태는 영혼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된다고 했었지.” 인간의 영혼은 어디를 떠돌고 있나? |